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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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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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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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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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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8. 무대 공포증(3)

DUMMY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메뉴판을 봐도 도대체 뭘 시켜야 할지 대체 여기서 어떤 식사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건 호진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이 내려왔다.


“한창 먹을 때인 아이들이니, 고기 위주로 부탁해요.”

“예. 쉐프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정장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문을 하셨다.


“잠깐 기다리면 맛있는 음식이 나올 거예요.”


그런 할아버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고기의 향연이 시작됐다.


“호진. 이거 맛있어.”

“진짜 살살 녹는데?”

“이게 고기지.


스테이크부터 시작해서 하다못해 샐러드와 수프에도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허허.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네요.”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셨다.


“호진이 곁에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네요.”


할아버지 말에 세오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윤사장님께서 잘 해주고 계십니다.”

“사장님이요?”


할아버지 눈에 이체가 떠올랐다.


“아니에요. 사무실이라고 세오가 장난치는 거예요.”

“오호. 그 사무실에 대해 좀 설명해 줄 수 있어요?”


호진이는 곧장 사무실에 관해 설명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무실. 그렇게 호진이의 설명이 끝났을 때.


“다들 호진이 때문에 모인 거예요.”


세오가 한 줄로 정리를 했다.


“그렇군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정말 좋네요. 호진이답네요.”

“호진이 좋아요. 사무실 재밌어요.”


료타가 그 말을 거들었다. 할아버지는 허허롭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허허. 대화는 이쯤 하고 다들 맛있게 먹어요.”


그렇게 잠깐의 대화가 끝나고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맛있는 음식에 다들 말도 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폭풍이 지나간 거 같네.’


접시 위에 가득했던 음식들이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식사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조각 케이크와 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선배. 저거 어때요? 손님도 우리밖에 없는데.”

“갑자기?”


우진 선배는 깜짝 놀라 호진을 바라봤다.


“예. 피아노실 말고 밖에서 피아노 칠 수 있는 찬스인데 딱 적당하지 않아요?”

“어. 그래도 갑자기 피아노 치는 건 실례 아닐까?”


선배가 핑계를 대며 지금 상황을 회피하려고 할 때, 정장 할아버지의 지원사격이 시작됐다.


“치고 싶으면 쳐도 돼요.”


그 말에 선배는 깜짝 놀랐다.


“허허. 호진이 말대로 여기 우리밖에 없는데, 안될 게 뭐가 있겠어요.”

“어. 음.”


자신의 핑계가 곧장 봉쇄되자, 선배는 우물쭈물 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아직 이건 좀 힘들 거 같은데.”

“에이. 제가 선배를 혼자 보내겠어요? 도와드릴게요. 떨지 않으시게 팍 잡아 드릴게요.”

“그래?”


그제야,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어때요. 한 번 해볼까요?”

“그, 그럴까?”

“허허. 부탁해요. 다른 영감탱이들에게 자랑해야겠어요.”


할아버지가 허허롭게 웃으며 말하니, 우물쭈물하던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요. 형.”


호진은 선배와 함께 피아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쇼팽 에튀드 Op. 10 No. 3

어쩐지 쓸쓸하고 슬프게 느껴지는 멜로디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던 아이들이 케이크도 잊고 피아노 연주곡에 푹 빠져 있었다.


‘허허. 저런 방법을 사용했을 줄이야.’


한데, 그는 곡을 감상하기보다는 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호진이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그는 바로 눈치챘다.


‘스킨십을 사용했구나.’


스킨십을 통한 심리 안정성 형성. 그저 뒷 목을 잡는 간단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었다.

영리한 방법이었다.

스킨십을 통해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저걸 반복해서 육체에 각인시킨다.


‘나름대로 궁리를 한 모양이구나.’


학문적으로 보면 호진이가 사용한 방법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친구가 친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란 면에서 보면, 그는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허허. 얼마나 고민했을지.’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호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예상이 됐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방법을 찾고, 지금처럼 결과를 낸 것이다.


‘빛이 나는 거 같구나.’


호진은 진심으로 피아노 치는 친구를 위로으로 하고 있었고, 피아노 치는 아이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피아노곡보다, 저 둘의 모습이 더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과연, 호진이다.’


그는 호진이를 위해 이런 준비를 해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호진이에게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고, 자신도 호진이를 보며 이리도 가슴이 벅차니 말이다.


“좋구나. 좋아.”


식사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게 좋았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주가 한 곡 끝나자, 호진이는 식탁으로 다가와 자신의 목도리를 가져간 뒤 피아노 연주자에게 둘러 주었다.


“선배. 시작해요. 전 뒤에 있어요.”

“아 괜찮을까?”


아까와 달라진 점이 있었다.

뒷목에 손을 올려두었던 호진이 이번엔 손을 올려두지 않았다. 그 대신 목도리를 둘러 두었다.


‘저건······.’


그는 그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내 다음 곡이 시작되었다.

쇼팽 야상곡 Op. 9 No. 1

처음은 불안했다.

호진이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것 같이 곡에서 그런 주저함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한데, 호진의 한마디에 달라졌다.


“뒷 목에 온기를 느껴보세요. 전 뒤에 있어요.”


연주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저함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곡이 원래 가진 아름다움이 레스토랑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가장 놀라운 건, 호진이 조용히 물러나 테이블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그의 뒤에 호진이도 없는데, 모든 두려움을 떨친 것처럼 피아노를 연주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그는 호진이가 오자마자 물었다.


“어떻게 한 건가요?”

“이거에요.”


그 말을 하며 호진은 작은 핫팩을 꺼냈다.


“이건 붙이는 핫팩인데, 목도리에 붙여놨어요. 손의 온기처럼 목에서 온기가 느껴질 거예요.”

“허허.”


웃음이 나왔다. 호진이는 그저 상황을 호전하기 위해 스킨십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미래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군요.”

“예. 선배는 무대에서 연주해야 할 사람이니까요. 표정에 음악을 사랑한다고 쓰여 있었어요.”

“허허. 호진이 그렇게 봤으면 확실할 거예요.”

“그럼요. 제 스승님이 굉장한 분이시거든요.”


그 모습에 정장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름다운 음악과 웃음소리.

완벽한 점심 식사였다.


***


어두운 사무실. 아이들이 한 청년을 면접 보듯 둘러싸 앉아 있었다.


“우사원. 입사 축하드립니다.”


짝. 짝. 짝. 짝.

짧게 끊어치는 박수가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고마워.”

“우사원. 고맙다는 말로 도망치려고 하지 마시죠.”

“응. 내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내가 도와줄게. 무슨 부탁이든 해도 돼.”


그제야, 불이 켜지고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호진이를 비롯한 사무실 아이들이 소리쳤다.


“크! 선배님. 축하드려요. 오늘 식당에서 완전 멋있었어요.”

“피아노 연주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어요.”

“우진. 음악 잘해.”


언제 무거운 분위기를 잡았냐는 듯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우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너무 기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그는 오늘 기적을 만난 것만 같았다. 연주를 끝낸 뒤,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호진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홀로 한 곡을 연주한 것이다.


“정말. 고마워.”


진심이었다.

늪에 빠진 자신을 구해주었다.

다시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아니에요. 선배님은 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혼자 일어나셨을 거예요. 전 그걸 살짝 앞당겼을 뿐이에요.”


그럴 수 있었을까?

우진이 보기엔 아니었다.


“······고마워.”


그러니 그저 고맙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우사원이 되셨으니. 저희를 위해 일해주시면 됩니다.”


호진은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좋아. 윤사장님 시켜만 주시죠.”


우진도 그런 호진의 말에 호응해주었다.


“저희 어플리케이션 만들고 있는 건 알고 계시죠?”

“응. 알고 있지. 세오가 얼마나 설명해주는지 나도 같이 만들고 있는 기분이야.”


세오 녀석 친화력을 알아줘야 했다.


“거기에 들어갈 알람음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알람음?”


피아노 치는 사람에게 어플에 들어갈 음악을 부탁하는 건, 멍청한 일이지만.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재미있게 해주시면 돼요. 우리처럼요.”


호진이 아는 우진 선배는 작곡과 편곡에도 꽤 재능이 있는 거로 알고 있었다.


“그저 재미로 하면 된다 이거지?”


그런 호진의 기억대로 그가 흥미를 보였다.


***


어두운 방 안에서 할아버지 네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흘흘. 박가 놈이 없으니 이 분위기를 낼 수 있구먼.”

“허허. 그 낭만도 모르는 영감탱이. 소울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가지고.”

“그렇지. 자고로 분위기가 있어야 대화할 맛이 나는 법이지.”


잠시 대화하던 할아버지들의 시선은 이내 한 할아버지에게 모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할아버지.


“그래서 호진이 만난 건 어땠어?”

“뭘 물어. 알아서 잘허고 있겠지. 소울이 있는 아이여. 소울.”

“당연한 말이야. 점칠안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다들 입 다물어! 그래서 안들을 거여?”


그 말에 할아버지들이 조용해졌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정장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내 제자 호진이가, 재벌고에서 재밌는 일을 벌이고 있더군.”

“재밌는 일? 사무실 이야기여?”


정장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사무실이 아니더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일을 계속해볼 모양이더군.”

“그럴 거라 생각했어. 점칠안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법이여. 예전엔 황제였지만 지금은 뭐여 그······.”


괴팍한 할아버지가 그 말을 잘랐다.


“관상쟁이의 쓸데없는 말 말고, 이가 네가 대답해봐. 직접 보니 어때?”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으니, 도움이 계속 필요할 것으로 보이더군.”


그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들이 입을 열었다.


“허허.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녀석이지만···.”

“알아서 잘할 녀석을 도와주면 더 잘하는 법이지.”

“호진이 녀석이 재벌고 가서 허해서 어쩌나 했더니.”


잘 됐다는 듯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하셨다. 그때, 관상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다들 그거 알아?”

“관상 이야기할 거면 우리 안들을 거여.”

“아니 그게 아니라, 외국에는 휴가를 한 달씩 가는 거 알어? 그걸 우리말로 하면 외국에 한달살기 같은걸 헌다는데.”


그때 괴팍한 할아버지의 눈이 커졌다.


“관상쟁이 너 설마?”

“내가 퇴직하고 휴가도 오래 못 가보고 해서, 한달살기인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외국은 부담되니, 제주도가 좋지 않을까 했는데······.”


할아버지들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 반짝임은 더 큰 빛에 지워졌다.


촤악-!


커튼이 걷혔다.


“이 영감탱이들! 내 이러고 있지 말라고 혔지!”


사장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할아버지들은 말없이 눈빛을 빛내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대답 안 해!? 뭘 잘했다고 이거 노망이여?”


사장 할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할아버지들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웃어?!”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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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7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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