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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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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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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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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8
글자수 :
156,058

작성
20.08.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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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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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글자
12쪽

003. 인사(1)

DUMMY

요 며칠간 엄마를 도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벌어들인 카르마는 생각보다 적었다.


[보유 카르마: 50]


‘단골 장사라 맨날 보던 사람만 봐서 그런가.’


손님이 많아서 쭉쭉 벌어들일 줄 알았는데, 카르마를 벌어들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흠. 이걸 그냥 모아 두기만 하는 건, 바보같은 짓 같은데.’


차라리 이 카르마를 사용해서, 새롭게 카르마를 벌어들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호진이는 손가락으로 보유 카르마란 글자를 터치했다.


[현재까지 쌓아온 업(業)을 카르마를 사용해 개화할 수 있습니다.]


‘쌓아온 업?’


뭔가 말이 어려웠다. 하지만, 여기서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해보면 될 일이지.’


호진은 눈앞에 뜬 글자를 다시 한번 터치했다. 그러자 눈앞에 새로운 글자가 떠올랐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르마로 개화 가능한 업을 출력합니다.]

[인사, 식사, 수면.]


개화 가능한 업은 3가지나 됐다.


‘인사, 식사, 수면? 뭐야 이거.’


왜 이런 것들이 나타났을까?

멀리서 고민할 필요 없었다. 떠올랐던 글자들을 기억해 보면 된다.


‘어?! 이거 설마.’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쌓아온 업이란 게 맨날 하던 일 같은 건가?’


아니. 단순히 그런 것만이 아닐 것이다. 호진이가 매일 반복하는 일은 저것 말고도 많았다.


‘공부나 독서는 나타날 만한데.’


저녁마다 입학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니, 그런 류가 나타날 만도 했다. 그런데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다른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50 카르마로 개화 가능한 게 이것뿐이란 소리야. 세 가지의 공통점이라면···.’


인사, 식사, 수면의 공통점은 평생을 해왔던 일이란 점이었다. 이 공통점을 떠올린 순간 어째서 이 세 가지가 나타났는지 이해가 됐다.


‘익숙한 만큼 적은 카르마가 사용되는 거 같은데?’


행동으로 쌓아온 업이 많을수록 개화하는데 적은 카르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대충 감 왔어.’


진짜 맞는지는 카르마를 더 모아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었다.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그럼, 뭘 익혀야 할까.’


호진은 하나씩 터치해보기 시작했다.


[인사]

[인사를 받은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식사]

[영양소 흡수 효율이 상승합니다.]


[수면]

[수면 효율이 상승합니다.]


하나씩 살펴본 호진은 깜짝 놀랐다.


‘이런 게 가능해?’


식사는 조금 애매했지만, 수면이나 인사 같은 경우는 둘다 갖고 싶었다.


‘수면 효율이라니. 이러면 남들보다 하루를 더 길게 쓸 수 있단 소린데.’


일반적으로 사람은 매일 6~8시간씩 잔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시간이었다.


‘수면을 개화시키면 달라져.’


효율이 높아져서 하루에 4시간만 잘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최소 2시간은 하루에 더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루만 생각하면 2시간이지만, 이게 한 달이면? 일 년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문제는 인사가 수면만큼이나 좋다는 건데.’


심지어 인사는 더 좋았다.

[인사를 받은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게 뭐가 좋냐고 할 수 있지만, 수면만큼 좋은 능력이었다.


‘첫인상이 무조건 좋을 수밖에 없어.’


뭐, 그렇게 만능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비호감으로 비치진 않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능력으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었다. 살다 보면 한 번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 만난다.


‘그건 따라할 수 없지.’


성형한다고, 인사법을 고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특유의 분위기와 따라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우린 그런걸 ‘재능’이라고 한다.


‘인사로 하자.’


호진이는 인사를 터치했다.

한데, 습득이 아니라 생각 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인사]

[인사를 받은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추가 강화시)

[인사받은 상대방이 옅은 호감을 느낍니다.]


‘습득한 다음 추가 강화가 가능한 거야!?’


이건 단순히 배우고 끝이 아니었다. 카르마만 있다면 추가 강화가 가능하단 뜻이었다.


‘카르마가 대단한 건 알았지만.’


무려 시간 회귀를 시켜준 힘이었다. 대단하다는 건 알았지만, 머리로 알 때와 직접 볼 때는 그 감각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인사를 개화하시려면 다시 한번 터치해 주세요.]


호진은 곧장 인사를 터치했다. 곧이어 기다리던 메시지가 출력됐다.


[인사의 업이 개화되었습니다.]


개화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한쪽 구석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업(業)]


호진은 그 글자를 터치했다.


[인사]

[인사를 받은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곳엔 ‘인사’가 등록되어 있었다.


‘어?’


한데, 그곳엔 인사만 적혀 있는 게 아니었다.


[1/10]

[1차 채무 청산 전까지 업 개수가 10개로 제한됩니다.]


빚을 갚아야 10개 이상 배울 수 있다는 소리였는데,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1차 채무 청산시 새로운 항목과 함께 제한이 일부 풀립니다.]


빚을 갚으면 보상이 존재했다.


‘와. 일 잘하네.’


이건 호진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


분식집이 가장 바쁠 때가 언제일까?

보통 점심이나 저녁이 바쁠 거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동이 막 트려고 하는 새벽이 가장 바쁘다.

한국의 아침은 정말 빠르다. 이 이른 새벽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들리는 직장인들과 현장 근로자들.

물론, 이들이 원해서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건 아니었다. 먹고 살기 위해 새벽에 움직일 수밖에 없을 뿐이었다.

분식집을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 피로로 그늘져 있었다.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뭐 드시겠어요?”


그런, 우중충한 새벽을 한 소년의 목소리가 깨웠다. 변성기가 왔다지만, 아직 어린티가 나는 밝고 순수한 목소리.


“어? 호진이도 나왔구나.”


소년의 목소리에 피로까지 가시진 않았지만, 멍하던 정신이 한결 맑아지고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늘 먹던 걸로.”


덕분에, 이 새벽에 그는 어설픈 농담마저 던졌다. 호진이는 씩 웃으며 그 농담을 받았다.


“김밥 하나에 라면 하나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하하. 알았다.”


그는 옅은 미소를 흘리며, 수저와 젓가락을 꺼냈다. 여전히 피곤하고 출근 생각에 짜증이 나긴 하지만, 왠지 즐거운 아침이었다.

그건 호진도 마찬가지였다.


[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저 직장인 아저씨는 이미 안면을 튼 사람이었는데, 카르마를 획득했다. 그것도 1이 아닌 2를.

역시 무조건 모아만 두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사용해서 더 크게 불려야 했다.

덕분에, 호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가게를 종횡무진 누볐다.


“안녕하세요. 김밥 2줄 맞으시죠?”

“어이구. 호진이가 오늘도 나왔구나?”

“예. 일찍 일어나서요.”

“녀석. 고생한다. 어머니 잘 도와드려라.”

“예. 감사합니다.”

“하하. 녀석도.”


호진의 인사를 받은 이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쪽에 앉으세요. 여긴 금방 치워 드릴게요.”

“괜찮아. 오늘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해.”

“아니에요. 금방 해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다들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우리 김밥은?”


퉁명스러워 보이는 아저씨조차 다를 게 없었다.


“15줄. 미리 포장해 놨어요. 여깄습니다.”


미소짓고 있는 호진의 접객을 받고 나면.


“우리 애들이 너만큼만 일머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칭찬 감사합니다.”

“녀석. 잘 먹으마.”

“단무지도 넉넉하게 넣어놨어요.”

“알겠다.”


가게 문을 나설 때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기분 좋게 인사하는 아이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한 아이 덕에 모두의 출근길이 변했다. 짜증보다는 미소가 지어지는 출근길.

손님들의 기분처럼, 우중충한 새벽이 물러가고 밝은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


인사를 배우고 며칠이 지났다.

호진이는 50 카르마를 모으자마자, 곧장 ‘수면’을 개화시켰다.


[수면]

[수면 효율이 상승합니다.]


10개라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무조건 개화해야 했다.


‘덕분에 시간이 훨씬 넉넉해졌어.’


새벽부터 엄마의 분식집을 도와드리고, 저녁엔 공부하는 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중3이라는 혈기 왕성한 나이가 아니었다면 몸이 축날만한 일정이었다. 물론, ‘수면’을 개화하고 난 다음부터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5시간만 자도 충분해.’


5시간만 수면해도 충분했다.

어른들이 잘 자는 것도 복이라고 하던 건, 농담 같은 게 아니었다. 수면 효율의 상승은 정말 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들. 안 힘들어?”


분식집 영업이 끝난 뒤.

호진이는 청소하고, 엄마는 결산하고 있을 때. 문뜩 엄마가 질문을 던졌다.


“뭐가?”

“새벽같이 나와서 매일 도와주는데 피곤한 거 아닌가 해서, 보니까 밤에 공부도 하던데.”


엄마는 도와주러 나온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에헤이. 소자 혈기왕성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머니. 오히려 기운이 남아서 밤에도 학문에 힘을 쏟는 것뿐입니다.”


호진이 짐짓 과장된 사극 톤으로 말하자,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자식을 향한 어미의 걱정은 그리 쉽게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엄마 때문에 우리 호진이가 고생이네. 미안해 정말.”

“오늘 왜 이러실까. 진짜 괜찮아요.”


엄마의 말에 호진은 청소를 멈추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는 결산을 정리한 노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왜 그래? 도와드려? 아들이 또 수학에 나름대로 소질이 있습니다.”


호진은 엄마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능글맞게 말했는데,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아들. 엄마 경력이 몇 년인데, 안 도와줘도 돼.”

“그런데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요.”


엄마의 입에선 상상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 호진이가 도와준 다음부터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어. 여기 보이지?”


엄마가 가리킨 곳을 보니, 일일 매출이 적혀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상승해 있었다.


“좋은 일 아니야?”

“그냥 엄마는 이게 좋은 일이 아닌 거 같네. 우리 아들이 출근한 다음부터 올랐는데, 호진이가 그만큼 고생했다는 뜻이니까.”


매출이 올랐는데 그것조차 자식에게 미안한 것이다. 자식과 부모의 생각은 이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호진이 너 없으면 손님들이 아들부터 찾는 거 알아?”

“진짜?”

“그래. 다들 와서 아들 없나 찾아. 예의도 바르고 바른 청년 같아서 눈이 가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으시다면서.”


개화한 인사의 업은 굉장했다.

물론, 단순히 인사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사가 도움이 된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엄마는 잘 알아. 손님을 상대하고, 웃는 게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 일인지.”

“아들 진짜 괜찮아요.”

“안돼. 엄마가 안 괜찮아. 매출 안 올라도 좋으니까. 우리 아들 하루쯤은 푹 쉬어. 놀러 가도 좋고.”


이걸 거부하면 오히려 속상해하실 것만 같았다.


‘어차피 만나봐야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안 그래도 입학 전에 만나야 할 사람도 있었다.


“알겠어요. 날짜 정해서 하루 놀다 올게요.”

“그래.”


너무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드리는 게 부담이신 걸 생각지 못했다.

오늘은 한껏 어리광을 부려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용돈 챙겨 주실 거죠?”

“그럼. 엄마만 믿어!”


서로에게 미안해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분식집엔 웃음이 피어올랐다.


‘엄마. 인사 조금 더 써먹고 놀러 갈게요.’


아직 인사를 써먹을 곳은 많았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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