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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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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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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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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8
글자수 :
156,058

작성
20.09.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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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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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8. 시험이 끝나고.

DUMMY

호진처럼 빠르게 시험을 끝내고 시험장을 나서는 아이들도 있긴 했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3시간을 모조리 채웠다.

낮 12시. 길고 긴 입학시험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둘 시험장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희비가 갈린 아이들 사이에서 마치 귀신을 본것처럼 멍하니 나오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호진이와 함께 공부했던 ‘이세오’였다.


‘세상에······.’


세오는 오늘 시험을 보면서 마치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설마 내가 합격하나?’


애초에 재벌고에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세오에게는 재주가 있긴 했지만, 재벌고 아이들의 재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재주였다.


‘애초에 재벌고에 입학원서가 통과된 게 기적이지.’


그런 세오의 눈앞에 합격이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잘하면 합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갑자기 상황이 변하게 된 건, 모두 윤호진 그 녀석 때문이었다.


‘윤호진.’


세오는 속으로 호진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세오가 보기엔 호진이는 신비한 아이였다.

녀석과 첫 만남은 식당에서였다.


‘불쑥 찾아와서 같이 공부하자고 했었지.’


잔뜩 주눅 들어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는데, 호진이 찾아와 저런 권유를 했다.

당연히 세오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혼자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함께 공부하는 건 사치라 생각했다.

그런 세오의 생각을 바꿔준 건, 호진이 타준 커피 한잔이었다.


“그럼, 딱 커피 한잔 마시는 동안에 내가 설득할게. 3분은 내어 줄 수 있지?”


그때 호진이 타준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공부와 씨름하느라 멍해진 정신이 깨어날 만큼 강렬했다.

그 커피 한잔에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묘한 곳까지 동행하게 됐다.

사무실로 보이는 묘한 건물.


“아지트라고 생각하면 될거 같은데? 같이 공부도 하고, 재밌는거 있으면 같이 하고 좋잖아.”


호진이는 세오가 당연히 합격한다는 듯 말했다. 그런 호진이의 행동이 세오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곳이 지옥인 줄은 몰랐지만.’


호진의 수업이 시작되고 그곳은 지옥으로 변했다. 자신이 집중하는지 안 하는지,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호진이는 귀신같이 눈치챘다.


‘공부를 억지로 머릿속에 쑤셔 넣는 기분이었는데······.’


그때는 지옥이라 생각했는데,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받자마자 생각이 180도 변했다.

거긴 지옥이 아니었다. 호진이 한 일은 자신에게 살 수 있는 동앗줄을 내려준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요 며칠은 마치 꿈만 같았다.


‘잠깐만.’


그때 세오의 머릿속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신입생이 그런 좋은 곳을 받을 수 있나?’


만약, 받았다고 해도 이런 일이 가능한걸까?

혹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을까?


‘사실 호진이란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게 아닐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의문은 이내 말도 안되는 결론에 도달했다.

멍한 세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아오고, 곧장 호진과 함께 했던 그곳으로 달려갔다.


‘제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길.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문을 열었다.


‘아······.’


호진이와 함께 사용했던 그곳이 맞았는데, 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꿈이었나.’


세오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사용감 있던 가구들은 전부 사라지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이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안쪽까지 들어갔을 때.

커다란 의자를 발견했다. 마치 왕이 앉을 것만 같이 생긴 왕좌였다. 그 의자를 한 아이가 바라보고 있었다.


“호, 호진아?”


세오는 떨리는 목소리로 호진이를 불렀고.


“왔어?”


호진이는 뒤를 돌아 세오에게 인사했다. 왕좌 옆에 서 있는 호진. 세오는 어쩐지 그 모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굉장한 의자네.”

“아. 이거?”


호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 어울리는 거 같아.”

“······어?”


호진이는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호진이 너한테 딱 맞는 의자다 싶어서.”

“아니야. 선물 비슷한 건데, 그냥 장식이라고 생각하자. 아무리 봐도 앉는 용도는 아닌 거 같아.”


이렇게 동요하는 호진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마치 만지면 안되는 물건처럼 호진이는 천천히 의자에서 멀어졌다.

그 모습에 세오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오후 3시가 채 되지 않아 교내에 방송이 울려퍼졌다.


[성적을 게시했습니다. 확인해 주시고 퇴교 대상자는 4시까지 제 1 운동장에 있는 버스를 타고 퇴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방송은 사무실에 있는 호진과 세오에게도 들렸다.


“슬슬 가볼까?”

“호진아 넌 긴장도 안 돼?”

“어차피 합격이야.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그렇겠지?”

“그래. 그러니까 긴장 좀 그만해. 아까는 날 무슨 귀신 보듯이 보더니.”


그 말에 세오는 어색하게 웃었다. 호진의 말에 세오의 긴장이 한결 옅어졌다.


“가자.”

“그래. 가자!”


그렇게 둘은 사무실을 나섰다.


“기숙사 애들은 벌써 봤겠지?”

“지금 난리도 아닐 걸?”


입학 시험 결과는 아이들이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숙사에 게시되어 있었다.

지금쯤 1층은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들이 북적이고 있을 게 확실했다.


“아. 맞다 호진아. 사무실은 어떻게 된거야?”


기숙사까지 이동하는 동안, 세오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내가 괜히 그곳을 고른 게 아니라니까. 매년 사무실 리모델링 해주는데, 올해는 우리 사무실이 대상이었어.”

“오. 진짜?”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거짓말이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무실 리모델링은 매년 있는 일이었다.


“어. 하루만에 변했는데, 이게 내가 하고싶다고 되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 재벌고 진짜 장난 아니네.”

“그치?”


엄밀히 따지면 재벌고가 아니라 관상 할아버지가 대단하신 거였다.

호진은 시험 끝나고 만났던 관상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원래는 깜짝 선물로 사무실을 주려고 했더니, 벌써 사무실을 구했구나. 과연 점칠안이다. 허허. 풍수지리학적으로 자리도 완벽하구나.’


관상 할아버지가 호진이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이 바로, 재벌고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호진이 헛고생을 한 건 아니었다.


‘내가 구할 수 있던 사무실보다 이곳이 훨씬 좋구나. 역시 우리 호진이는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아무리 할아버지라고 해도 편법으로는 가장 좋은 사무실을 구하긴 어려우셨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관상 할아버지의 진짜 선물은 사무실 같은 게 아니었다.


‘후원자 등록 전에 다른 놈들이 기웃거리지 못하게 조치를 취해놨으니 걱정하지 말려무나.’


할아버지들이 확실히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까지 마련해 주셨다.

혹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세오와 대화를 나누며 가다보니 어느새 기숙사 근처에 도착했다.


“호진아. 저기 봐. 애들 다 나와있는데?”


기숙사 앞에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기숙사 건물 외벽에는 성적이 대자보로 게시되어 있었다.

호진과 세오의 걸음이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이내 대자보 아래로 이동했다.


“와. 이거 등수대로 나온거야? 불합격자는 10명인데 왜?”

“재벌고 전통이야. 이걸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80~90년대도 아니고, 대자보로 합격자와 등수를 확인하는 건 너무 옛날 방식이었다.

한데, 재벌고는 이 방식을 고수했다.


“호진아. 맨 뒤에서부터 올라갈까?”


세오는 함께 가달라는 얼굴로 호진이를 바라봤다.


“위에서 찾는 게 더 빠를 텐데? 아니다. 뒤에서부터 보자.”


뒤에서 보던 앞에서 보던 그다지 큰 차이는 없었다. 차라리 긴장하고 있는 세오 말을 들어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고마워.”


호진와 세오는 맨 마지막부터 확인했다.


160등 황태선.

159등 유해영.

.

.

.

.

151등 이완규.


불합격자 10명 안에는 호진과 세오의 이름이 없었다.


“아···!”


세오는 짧은 탄성을 터트리고.


“으아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주위 아이들은 피식 웃거나 박수치며 축하해줬다.


“호진아! 나 합격했다!”

“내가 당연하다고 했잖아. 그럼, 얼마나 잘 했는지 확인해 볼까? 쭉 올라가 보자.”

“몇 등이어도 좋아! 합격이라니까! 합격!”


세오의 얼굴에는 행복과 고마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럼 누가 가르쳤는데.”

“크 맞습니다. 윤선생님!”

“자 그럼, 올라가 보자고.”

“오케이!”


세오와 함께 천천히 올라갔다.

100~160등 구간.

이쪽에는 둘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헐. 나 최소 100등 안쪽이라는 거야?”

“못해도 50등은 하지 않았을까?”

“50등?! 재벌고에서!?”


천재들이 모인다는 재벌고에서 50등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뭐, 일본이랑 중국 쪽 애들은 빠져 있긴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각 나라에서 시험을 본 뒤 입학식에 맞춰 재벌고에 도착한다.

재벌고에 먼저 도착하여 시험을 보는 건 한국 학생들만이었다.

그렇게 호진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세오의 목소리가 호진의 상념을 깨웠다.


“호진아! 내 이름이야! 내 이름!”


51등 이세오. 한국 학생들 중 상위 30%라고 봐도 되는 성적이었다.


“축하해.”

“아니야. 정말 고마워. 호진아. 진짜 너무 고마워!”


환하게 웃고 있는 녀석의 눈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감정이 복바치는 모양이었다.


“이제 내꺼 찾아야지. 뭘 끝난 거 같은 분위기 하고 있어.”

“아! 맞다!”


세오 녀석은 후다닥 대자보 아래로 다가가 호진의 이름을 찾았다.

40등, 30등, 20등. 여기까지 나오지 않자, 세오는 자신이 보고 지나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확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 내 이름 저깄다.”


뒤에서 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내가 빼먹고 못봤나?”

“저기 맨위에.”


세오는 홀린 듯 호진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대자보의 가장 앞. 첫 번째 자리.

그곳에 호진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1등 윤호진.


“······호진아.”

“어?”

“너 대단한 아이였구나?”

“갑자기? 네 덕분이야. 나도 한번 쭉 확인하면서······”


세오는 호진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너 1등이라고!”


호진을 보며 소리친 뒤.


“호진아 너 1등이야!”


다시 한번 소리쳤다.

녀석의 커다란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호진이에게 모였다.


“쟤가 1등?”

“윤호진이 쟤야?”

“2등인 얘가 하나 틀렸다던데, 그럼 쟤 만점이야?”


요란한 세오 덕분에.


[7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9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3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4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1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3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6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

.

.

호진의 눈앞에 메시지가 가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오야. 네가 최고다.’


호진은 세오를 말리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카르마였다.


***


그날 저녁 일본과 중국의 천재들이 재벌고에 도착했고, 곧이어 고급 승용차들이 끊임없이 재벌고안으로 들어왔다.


한, 중, 일 3국의 천재들.

한, 중, 일 3국의 재벌가 자제들.

재벌고 학생들이 전부 모였다.


다음날 있을 입학식을 위해서.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리리린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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