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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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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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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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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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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6. 무대 공포증 (1)

DUMMY

수업이 끝난 뒤, 호진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작은 부스 안에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 이곳은 특기생과 음악 수업을 위해 준비된 ‘피아노실’이었다.


‘올때가 됐는데?’


약속 시간이 됐는데도, 피아노 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설마···.’


호진은 혹시나 해 문을 열어보니, 우진은 피아노실 앞에서 우물쭈물 꺼리고 있었다. 호진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화들짝 놀랐다.


“드, 들어가려고 했어.”


그의 얼굴엔 당혹과 불안이 가득했다. 여기서 그를 자극할 필요 없었다.


“예. 저도 막 도착했어요. 선배. 같이 들어갈까요?”


호진은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피아노실로 안내했다. 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한걸음씩 피아노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앉아 보세요. 선배.”

“어. 알겠어. 잠깐만. 혼자일땐 상관없는데, 호진이 네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는 횡설수설 말을 이어가며 엉거주춤 피아노 의자에 걸터 앉았다.


“잠깐만요. 저 보지 마시고, 앞만 보세요. 혼자 있다고 생각하셔도 좋구요.”


그에게 그 말을 남긴 뒤, 호진은 열려있는 부스 문을 닫고,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뜨끈한 핫팩의 열기가 손에 전해졌다. 호진은 핫팩을 꼭 쥐었다. 조금 뜨거울 정도지만 이정도가 딱 좋았다.


‘손이 따듯해야 돼.’


이번 일은 손으로 시작해서 손으로 끝난다. 손이 가장 중요했다.

호진은 생각해 두었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배 셔츠 안에 티 입으셨죠?”

“어?”

“입으셨어요?”

“어. 입었지.”

“셔츠 벗어 보세요.”

“······뭐?”


앞을 보고 있던 그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 보았다.

경계, 의심, 놀람.

다양한 감정이 얼굴에 담겨 있었다. 이 양반이 엄한 생각을 하는거 같았다.

교감은 피부와 피부에 접촉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배를 도와주려고, 교수님께 자문을 구했어요. 그분께서 말씀해주신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교수님이 권한 방법이란 말에 그의 얼굴에 묻어있던 의심과 경계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는 곧장 셔츠를 벗었다. 안에는 흰색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건, 몸에 기억을 각인시키는 거예요.”

“각인?”

“어차피 해야하는데, 복잡한 설명보다는 몸으로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알겠어.”

“자. 그럼 건반위에 손 올리고, 앞에 보세요.”


확실히 프로는 프로였다.

건반 위에 손을 올리자마자, 그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놀라지 마세요.”


호진은 그 말을 한 뒤, 그의 뒷목에 핫팩을 쥐고 있던 손을 올렸다.


“아 뜨거! 뭐야?”


그가 화들짝 놀랐지만, 호진은 반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아요.”

“뭐가?!”

“그렇게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뒷 목에 있는 제 손 느껴지시죠?”

“당연히 느껴지지!”


그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감정이 얼마나 요동치고 있는지 교감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당황하지 마시고,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괜찮아요.”

“이게 대체···.”


말과는 달리 그는 호진의 말대로 크게 쉼호흡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호진은 한 가지를 추가했다.


‘긴장할 필요 없어. 다 괜찮아.’


교감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긴장했던 근육이 서서히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럼, 피아노 쳐보시겠어요?”

“이 상태로?”

“이 상태로는 힘드신가요?”

“당연하지. 피아노 치는 게 건반만 치는 것처럼 보여도 몸 전체를 쓰는 거야. 손을 올려둔 상태로는 힘들어.”

“그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볼까요? 이거 손 빼면 안돼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교수님이 알려준 방법 확실하지?”

“당연하죠.”

“알았어. 해보자.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호진에게 물었다.


“어떤 곡으로 할까?”

“너무 진지한 곡은 아니어도 괜찮아요. 가볍게 재미삼아 칠 수 있는 건 없어요? 저도 알 수 있으면 좋구요.”

“그럼, 이런걸로 해볼까?”


그는 씩 미소를 지은채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따 따 딴 따라 딴!

처음 도입부에서 이 곡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쿡파에게 잡힌 공주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배관공 아저씨. 어릴 적 친구네 집에 가서 처음 해본 게임.


“슈퍼 마리오?”

“정답!”


추억과 그리움을 담은 멜로디가 피아노에서 흘러나왔다.


“와. 이 노래는 진짜 추억인데요?”

“그렇지? 난 요즘에도 가끔 한다니까. 재밌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경쾌한 멜로디. 거기에 옛날 추억까지 더해지니 말 그대로 행복한 노래가 되었다.


“다른 것도 쳐주세요.”


호진의 리퀘스트에 그가 보답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 이것 또한 추억 속에 있던 노래였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순간이 꿈이라면.”


게임 BGM 다음에 나온 건, 애니메이션 OST였다.


“세일러 문?”

“맞아. 어렷을 때 진짜 좋아했거든.”

“저도요. 어렸을 땐 이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뭐가 그렇게 창피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엄청 좋아했거든요.”

“너도? 나도야.”


그 말에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호진은 끝나기도 전에 다음 곡을 요청했다.


“질풍가도 알아요 선배?”

“아! 알지. 그건 모르면 안돼지.”


곡이 바로 변화했다.

따라 딴딴 따라 딴딴.

이 도입부만으로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추억과 즐거움이 피아노실을 가득채웠다.

그의 허리에 손을 올려둔 호진은 교감을 통해 계속 그를 다독였다.


‘난 즐거워. 괜찮아!’


때때로, 그가 실수할 때마다 감정이 요동치기도 했다.

실수. 절망. 짜증. 분노.

한 번의 실수에 다양한 감정이 느껴졌지만, 그걸 지우는 게 호진의 몫이었다.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야! 뭐 어때? 누구나 할 수 있어.’


그의 실수가 호진의 교감에 의해 조금씩 옅어졌다. 실수할 때마다 표정이 굳고 멈칫 거리던 그가 조금씩 달라졌다.

실수해도 감정은 요동쳤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어진 피아노 연주가 끝난 뒤, 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최곤데요?”

“아니야. 생각 같지가 않네.”

“에이. 아니에요. 정말 좋았어요.”

“그래?”


호진은 그에게 자신감을 계속 밀어 넣어 주었다.


“이런거 어떻게 치시는 거예요? 악보도 없을텐데.”

“들으면 칠 수 있어. 잔재주같은 거야.”

“설마, 말로만 듣던 절대음감?”

“하하.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진짜 잔재주 정도야.”


이제 그의 감상을 들어볼 차례였다.


“어때요? 오늘 저랑 한 게 효과 좀 있는거 같아요?”

“음. 나름?”

“효과가 있는 거 같다는 거죠?”

“뭐, 후배가 내 뒷목을 잡고 있는거만 빼면,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 거 같아.”

“전 괜찮던데요? 제가 선배 뒷목을 제가 언제 잡아 보겠어요.”

“뭐?”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계속 도와드려도 될까요?”

“어. 계속 도와줘. 손의 효과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피아노 치는 게 즐거웠어.”

“저도요. 오늘 재밌었습니다.”


호진이가 씩 웃자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내일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내일도 이거 할거면 손 깨끗이 씻고와. 후배한테 잡히는 것도 별론데, 손이라도 깨끗해야지.”

“넵! 박박 씻고 올게요.”


그렇게 첫 번째 치료가 끝났다.


***


일주일간 매일 치료가 이어졌다.

그는 긴장감도 떨쳐내고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지만, 불안이 완화 됐을 뿐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다.


‘생각처럼 안 되네.’


교감이 있으니 어렵긴 해도 금새 치료될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오히려 별 신경 안 썼던 이쪽이 쭉쭉 늘고.’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치료와는 달리, 승마 쪽은 하루하루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리저리 알려주던 선생님도, 이제는 이런말만 반복했다.


“좋아! 좋아! 그대로만 해요!”


열흘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벌어진 놀라운 변화였다. 그 변화가 다른 변화를 만들어냈다.


“제 자세도 좀 봐주시죠.”

“저도요!”

“이렇게 맞나요?”


같이 수업을 듣는 재벌가 자제들이 선생님 주위에 가득했다. 이건 사실상 항복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녀석들은 호진을 인정했다.

물론,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인정하긴했지만.


“내가 제대로 배우면 저 녀석보다는 훨씬 낫지.”

“녀석이 먼저 배웠을 뿐이야.”

“강사로 온 사람 유명하던데? 역시 이유가 있었어.”


호진의 실력을 인정하되, 그건 선생님의 능력이라 생각한 것이다.

한 아이가 승마를 배우며 만든 변화라고 하기엔 너무 대단한 일이었다. 최현호의 시선은 호진에게 꽂혀 있었다.

수업이 끝난 뒤, 최현호는 호진이를 따로 불렀다.


“호진 학생. 잠깐 시간 괜찮아요?”

“그럼요 선생님. 괜찮아요.”


선생님의 표정은 굉장히 진지했다.


“호진 학생. 승마 어떻게 생각해요?”

“즐겁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말과 제가 한마음 한뜻이 돼서 움직이는 건 정말 대단해요.”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진 학생. 승마 제대로 해볼 생각 없어요?”

“제대로요?”

“예. 단순히 취미를 넘어서 프로가 될 생각 있나 해서요.”


이건 생각지도 못한 제의였다.

물론, 호진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요. 취미로 두고 싶어요. 이게 일이 되도 지금처럼 즐겁게 승마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가요.”


그의 표정을 보니, 이런 대답을 예상했던 것 같았다. 물론, 아쉬움을 뚝뚝 흘리고 있긴 했지만.


“그럼, 제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네?”


그 말에 호진이 화들짝 놀라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배운 건 교감을 위해 기술을 배운 거였습니다. 하지만, 이다음부터는 전혀 달라져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교감이 되어야 해요.”


교감하기 위한 기술이 아닌.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교감.

둘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달랐다.


“그러면 더 시원하게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전 기술을 사용하려고 녀석과 교감한 게 아니에요. 그저 저 아이와 하나가 된 걸로 충분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다만, 아쉽긴 하네요. 호진 학생이 제대로 기술을 배우면 지금도 충분히 사용할 거 같은데.”


시원하게 포기하는 것 같더니, 끝에 여지를 남겼다. 그가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느껴졌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도 전 여기서 만족할게요.”


그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욕심을 낼만도 한데, 대단하네요. 알겠습니다. 대신 수업에 올때마다 잔소리는 할겁니다.”

“부탁드려요. 저 아이와 더 교감하고 싶어요.”


그는 호진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 이미 호진은 충분히 깊이 교감하고 있었다.

인마일체(人馬一體)

자신도 30대가 되어서 도달한 것을 저 아이는 일주일만에 도달했다.


“수고했어요.”


그는 악수를 건넸고, 호진이 그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호진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교육이 종료되었습니다.]

[교육자가 교육대상자를 평가합니다.]

[평가-최상(인마일체)]

[교육에 맞는 업을 획득합니다.]

[교감의 업을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교감의 업이 강화됩니다.]


‘어?!’


호진의 눈에 교감의 강화 효과가 눈에 들어 왔다.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합니다.]


지지부진한 치료를 끝낼 카드가 손에 들어왔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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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졸업식 +14 20.08.28 7,997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7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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