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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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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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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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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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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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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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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글자
12쪽

004. 인사(2)

DUMMY

해조차 뜨지 않는 새벽 4시.

두 모자가 실랑이하고 있었다.


“아들 진짜 더 자.”

“괜찮아. 잠 깼어. 엄마 혼자 가서 그걸 어떻게 들고 오려고.”

“오늘내일 쓸 거만 가져올 거야. 얼마 안 돼.”

“아니야. 새벽이 얼마나 위험한데, 같이 갈게.”

“아들.”


엄마는 감동한 얼굴로 잠시 호진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미안한 얼굴로 변했다.


“에헤이. 같이 가. 괜찮어.”

호진이는 엄마 등을 떠밀며, 같이 밖으로 나왔다. 1월의 차가운 새벽공기가 폐에 가득찼다.


“음. 새벽공기.”

“얘도 참.”


엄마는 호진이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아들이 따라가는 게 싫지 않으신 눈치였다.

이렇게 두 모자가 갑작스럽게 새벽 시장을 가게 된 건, 몇 가지 해프닝이 겹치며 일어난 일이었다.


“엄마랑 시장 구경 가니까 좋은데?”

“그래?”


아들의 립서비스에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응. 난처하신 사장님들 도와드리는 거니까 좋은 일이기도 하고.”

“역시 우리 아들.”


선한 마음씨까지 보여주니 엄마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새벽시장을 가게 된 건,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이었다. 시장이 가장 바쁜 장날. 빽빽하게 들어선 차들이 서둘러 움직이다가 눈에 미끄러져 연쇄 충돌이 일어났다.

그 일 때문에 시장 쪽 상인들은 난리가 났다. 당장 배달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며칠만 있으면 정상 복구된다고 하고, 분식집에 배달도 며칠 더 있어야 하니 아무런 상관없어 보였지만, 문제는 호진이었다.

호진이 덕분에 손님이 몰리고, 단골들이 더 자주 오면서 배달 날짜보다 빠르게 식자재가 동났다.


‘나 때문에 역사가 변했다고 해야 하나?’


역사라고 표현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회귀 전 엄마가 새벽시장에 가는 일은 호진의 기억 속에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바꿀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닌 이 일은 호진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건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호진이 앞으로 무엇이든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증거.

게다가 새벽 시장은 호진에게도 기회였다.


‘단골손님 외에도 카르마를 얻을 기회!’


엄마와 좋은 시간도 보내고, 겸사겸사 인사를 활용해 카르마를 얻을 찬스. 그런 호진의 생각처럼, 새벽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들. 안 추워?”

“응. 괜찮은데? 엄마 추워?”

“이렇게 추운 날에 딱 좋은 게 있어. 따라와 봐.”


엄마는 호진을 이끌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사람들은 다들 종이컵은 하나 들고 있었다.


“엄마가 처음 가게 차렸을 때부터 다니던 곳이야. 여기가 커피가 진짜 맛있어.”

“커피?”


호진이 빼고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니, 다방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오토바이?”


다방은 다방인데, 오토바이에 설치된 다방이었다.


“이동식 다방이야. 신기하지? 새벽에만 판매하시는데, 정말 맛있어.”


엄마는 능숙하게 커피를 주문했다. 호진은 낡은 오토바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주인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호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주인 할아버지가 씩 웃었다.


[30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호진은 깜짝 놀랐다. 커피가게 사장님이 30카르마를 준다니?

인사로 상인회장에게서 얻은 카르마가 8이었다.


“엄마를 따라온 모양이구나.”

“예. 날이 추워서 도와드리려고요.”

“착하구나.”


그 말에 주인 할아버지는 호진이를 대견하다는 듯 쳐다봤다.


“감사합니다.”


호진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고 말한 뒤 곧장 입을 열었다.


“오늘 엄청 추운데 괜찮으세요? 잠시만요.”


호진은 호주머니에서 핫팩을 하나 꺼내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이거 쓰세요. 따듯해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할아버지에게 핫팩을 건냈다. 할아버지는 호진의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할아버지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이 영감탱이가 아침부터 뭔 좋은 일이 있어서 웃고 난리야!”


괴팍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불쑥 다가왔다. 호진이 곧장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호진의 인사를 받자 잔뜩 심통이 났던 할아버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28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카르마를 획득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뭐지?’


30 다음엔 28 이었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가게의 단골손님 중에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있었고,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오신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많은 카르마를 주지 않았다. 이 할아버지들이 카르마를 많이 준 건 다른 이유가 있을 터, 확인이 필요했다. 호진은 이번에도 핫팩을 하나 꺼내 괴팍한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이걸 드렸거든요. 날도 추운데 쓰세요. 따듯해요.”


괴팍한 할아버지도 그걸 빤히 보더니 씩 미소지었다.


“이 영감탱이가 왜 웃고 있나 했더니.”


할아버지에 표정엔 훈훈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이럴 때 대처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방긋방긋 웃으면 된다.


“허허. 뭐가 좋다고 웃냐 이놈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전 할아버지가 안 계셔서요. 계셨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어서 웃었습니다.”


그때 엄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호진아.”


엄마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호진이를 부른 뒤.


“죄송합니다. 아들이 실례를 한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할아버지들을 향해 사과했다.


“괜찮아. 애가 똘똘하고 착하네.”

“어찌 이리 착한가 했더니, 엄마를 닮았구먼. 아이가 말동무를 해줬을 뿐이니 괜찮아.”


두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은 채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이거 내 정신 좀 봐. 잠깐 기다려요. 커피 얼른 타줄테니까.”


할아버지는 서둘러 커피를 타기 시작했고, 괴팍한 할아버지는 뒤에서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이 영감탱이 다 됐네. 다 됐어.”

“뭔 쉰소리야. 장사하는 데 방해하지 말어.”

“이게 장사면 난 사업을 하고 있어. 이사람아.”

“이 망할 영감탱이가!”


마치 만담을 나누듯 하는 두분의 대화에 엄마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자. 커피 한잔씩 받아요.”


엄마가 주문한 건, 한잔이었는데 두잔이 나왔다.


“전 한잔만 시켰는데···.”


엄마가 2잔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전에, 주인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1잔 대신 이걸 받았거든.”


그는 호진이 건내준 핫팩을 꺼내 보여주었다.


“호의를 호의로 갚은거니, 사양하지 말아요.”


엄마가 대답하기 전에, 호진이 끼어들었다.


“감사합니다. 잘마시겠습니다. 엄마가 정말 맛있다고 하셔서, 저도 먹어보고 싶었어요.”

“허허. 오늘만 먹고 다음부턴 먹지 말거라. 커서 먹어도 충분해.”

“네. 맛만 보겠습니다.”


호진의 넉살에 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호진은 따듯한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기가 막히네.’


진하고 달달한 믹스 커피의 맛.

회귀 전 대학때 참으로 많이 마셨는데, 틀린 점이 하나 있었다.


“맛있어요!”


끝내주게 맛있었다.

달고 진한 맛은 서로 섞이지 않고, 묘한 조화를 이뤘다. 믹스 커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허허.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란다.”

“맛있을 때요?”


주인 할아버지는 새하얀 입김을 뿜으며 말했다.


“추운 날에는 더욱 맛있어지는 법이지.”


날씨 자체가 조미료란 뜻이었다.

뭔가 장인의 향이 물씬 풍겼는데, 괴팍한 할아버지는 그 모습을 두고보지 않았다.


“어디서 개수작을 부려! 그거 설탕이랑 커피를 더 넣어서 맛있는 거면서!”


바로 초를 쳤다.


“이 영감탱이가 뭘 안다고 지껄여! 이게 다 감각이 있어야 한다니까!”

“감각을 얼어 죽을 감각. 이 추운 날에 감각이 있긴 뭐가 있어. 최가 놈이 와서 한 소리 혀야 하는데 없는 게 다행인 줄 알어!”

“최가 놈은 무슨.”


다시금 만담이 시작 됐지만, 호진의 관심을 끈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른 어르신도 계신가?’


카르마가 30과 28인 두 분이 친하게 부를 사람이면 그분은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아쉽네.’


엄마는 커피를 다 마신 것 같았다. 기다렸다 최가라 불리는 분도 만나고 싶지만, 여기까지 인 것 같았다.


“갈까? 호진아?”

“잠깐만 엄마.”


엄마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어르신. 커피 잘마셨습니다. 가볼게요.”

“그려. 얼른 가봐.”

“어머니 잘 도와드리거라.”

“다음에 또 뵐께요.”


호진이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두 어르신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엄마. 가요.”


그렇게, 엄마와 함께 호진은 시장을 누볐다.


“안녕하세요! 엄마 아들이에요.”

“어이쿠. 이렇게 큰 아들이 있었어?”


[3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인사를 통해 카르마를 획득하고, 상인들에겐 작은 미소를 선물했다.


‘역시 시장에 오는 게 답이었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사를 사용하니까 카르마가 쭉쭉 올랐다. 좀 아쉬운 건,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하고 다닐 순 없다는 점이었다.

엄마가 거래하는 가게 주인분들에게만 인사할 수 있었다.


‘아쉬운데.’


엄청난 카르마를 주셨던 할아버지들의 지인분도 만나고 싶었고, 시장의 상인들과도 인사하고 싶었다.


‘이러면 방법이······.’


방법은 찾아내는 게 아니다.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계획이 세워졌다.


***


다음날 새벽 3시.

호진이는 조용히 집에서 나왔다.


‘엄마한테 듣기론 3시 쯤부터 나오신다고 했으니까.’


지금 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 거 같았다. 호진은 핫팩을 여러개 뜯어 든든하게 챙기고, 서둘러 육거리 시장으로 향했다.

어제보다 1시간은 일찍 나왔는데, 어김없이 북적였다.


‘어디 보자.’


호진은 어제 커피를 마셨던 곳을 확인했다. 오늘도 역시나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가자.’


호진은 그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커피를 판매하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인사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 오늘도 엄마랑 온게냐?”


인사의 힘덕인지 할아버지는 호진이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뇨. 혼자왔어요.”

“이 새벽에 혼자?”

“예.”


호진은 그 말과 함께, 핫팩을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씩 웃은 뒤 그 핫팩을 받고, 커피를 한잔 타주었다.


“그래. 여까지 온 건 이유가 있는거 같은데 맞느냐?”


여기서부터가 승부처였다.


“예. 일 좀 도와드리려구요.”

“네가? 왜?”


할아버지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불쾌함보다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인사덕에 첫인상은 잘 쌓은 거 같았다.


“비법 좀 배우고 싶어서요.”

“비법?”

“네. 엄마가 뭘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신 게 처음이어서 제가 직접 커피 타드리고 싶어서요.”


그제야, 할아버지는 호진이 한 말을 깨달았다. 할아버지 얼굴에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이 상황이 퍽 즐거웠다.

아이답지 않은 꼬마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영락없이 아이였다.


“그 비법은 비쌀텐데?”

“새벽마다 도와드릴게요. 일하는 거 보고 가르쳐주셔도 돼요.”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청주로 온지 벌써 십수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불쑥 다가온 아이.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그는 호진을 빤히 보며 말했다.


“좋다. 한데, 난 장사꾼이라 이런 건 철저하다. 괜찮으냐?”

“예. 정 안될거 같으면 훔쳐 배울게요!”


그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요 맹랑한 녀석.”


그렇게 이동식 다방에는 종업원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는데, 그건 호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연의 업이 생성되었습니다.]

[그가 만족할 시 ‘味 다방 커피 제조’의 업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카르마를 위한 작은 걸음이 보다 큰 세상을 보게 만들어줬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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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6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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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76 222 12쪽
8 008. 커피가 맛있다. +8 20.08.23 8,971 219 12쪽
7 007. 味 다방 종업원(3) +9 20.08.22 9,073 234 12쪽
6 006. 味 다방 종업원(2) +10 20.08.21 9,269 216 12쪽
5 005. 味 다방 종업원(1) +7 20.08.20 9,743 213 12쪽
» 004. 인사(2) +11 20.08.19 10,098 234 12쪽
3 003. 인사(1) +5 20.08.18 10,900 2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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