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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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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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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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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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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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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4. 졸업식

DUMMY

2008년 2월 18일. 남성중학교.

이곳은 졸업식이 한창이었다.


“졸업생 대표를 맡은 학생회장 김유성입니다.”


한참 졸업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시선은 단상 위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설마 쟤 호진이야?”

“어. 맞아. 재벌고 간다는 걔야.”

“공부벌레 같던 애가 갑자기 저렇게 변한 거야?”

“그치? 장난 아니지?”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거기엔 훤칠한 남학생이 한 명 서 있었다.

윤호진. 재벌고 입학생으로 안 그래도 유명했던 친구였는데, 겨울 방학 사이에 180도 달라졌다.


“뭔가 되게 분위기 있어 졌는데?”

“꼭 오빠 같아 보여. 좀 멋지다.”

“좀? 저게 좀이야?”

“많이?”


주위 또래 아이들과 호진이는 확실히 달랐다.

부드러우면서도 진중한 분위기.

이건 중학생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분위기를 증폭시켜주는 요소까지 있었다.


“근데, 우리 학교 남자 교복이 저렇게 멋있었나?”

“저거 우리 학교 교복이야?”

“옆에 있는 애 봐봐. 똑같아. 저거 교복이야.”

“진짜네? 교복인 줄 몰랐어.”


호진이는 그저 단상을 바라보며 답사를 듣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 모습은 다른 학생들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비쳤다.


“꼭 화보 같네.”

“있지. 저런 사진 있어.”

“눈빛 봐봐. 촉촉하다 촉촉해.”

“쟤가 원래 저런 느낌이었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단상을 바라보는 호진의 모습은 마치 화보 속 한 장면 같았다.

물론, 호진이 일부러 이런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아니었다.

교복이야 졸업식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가 간단히 수선해주신 거였고, 미소를 짓고 있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지옥을 돌파해서 쟁취했어.’


어제저녁 드디어 정장 할아버지의 수업이 끝났다.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수업 덕에 때때로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호진은 버텨냈다.

어제 떠오른 메시지가 기억에 선명했다.


[지도(指導)가 끝났습니다.]

[모든 지도를 소화했습니다.]

[간파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간파의 효과가 추가됩니다.]

[거짓과 감정을 간파하는 ‘간파의 업’을 획득하였습니다.]


효과가 강화되고 추가됐다. 힘든 수업이었지만 그 결실은 달콤했다.

덕분에, 졸업식을 하는 내내 호진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 또 나타났네?’


게다가 안 그래도 기분 좋은 호진을 더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건.


[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메시지였다.

양은 작긴 했지만, 카르마를 얻었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거 설마.’


호진이 살며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아이들이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소울의 업 덕에 카르마가 야금야금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호진이를 훔쳐보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얼핏 감정들이 보였다.

부러움, 질투, 시기.

부끄러움, 동경, 감탄, 애정.

아이들이 많은 만큼 수많은 감정이 곳곳에 가득했다.


‘애들이 주는 카르마야? 이거 잘하면······.’


원래라면 끝나고 곧바로 돌아가려고 했던 졸업식. 호진은 계획을 수정했다.

잘하면 카르마를 잔뜩 챙길 수 있을 거 같았다.


***


졸업식이 끝난 뒤.

호진이는 자기 근처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같이 사진 찍을래?”

“어, 어!? 그래도 돼?”

“당연하지. 엄마. 저희 사진 찍어주세요.”

“엄마! 나도!”


이렇게 시작을 끊어주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쭈뼛거리던 아이들이 먼저 다가왔다.


“호진아. 사진 찍어도 돼?”

“당연하지. 내가 고마운데?”


하나둘씩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아이들이 다가오더니, 어느새 줄까지 생길 정도였다.


“엄마 괜찮아요? 잠깐 쉬고 계실래요?”


카르마는 쏠쏠하게 계속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엄마를 고생하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야 아들! 엄마 괜찮아 오히려 즐거운데? 엄마가 찍어줄게. 이게 다 추억이야.”


한데, 그런 호진의 걱정과 달리 엄마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오히려 호진이 보다 더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계신 거 같았다.


“알겠어요.”


그렇게 한참을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반갑고, 고마운 분들이 나타났다.


“우리 호진이 졸업식 축하한다.”


사장 할아버지는 성큼성큼 다가와 꽃다발을 건네주셨다.


“감사해요. 할아버지.”


호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었다.

물론, 혼자 오신 건 아니었다.


“어허. 호진이가 왜 너희 호진이여. 우리 호진이지. 호진아 이 할애비는 꽃처럼 쓰지도 못하는 거 안 가져왔단다.”


괴팍한 할아버지는 쇼핑백을 호진에게 내밀었다. 거기엔 미래에 익숙한 로고가 박혀 있었다.

한입 베어 문 사과 모양 로고.


“마이팟 터치란 건데, 공부할 때도 쓸 수 있는 유용한 녀석이란다.”


마이팟 터치. 지금은 와이파이 밖에 이용하지 못 하는 물건이지만, 미래에는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되는 물건이다.


“시대가 진보하며 나오는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법이란다.”

“이렇게 비싼 걸 제가 받아도 될까요?”

“할애비가 주는 선물인데,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면 된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잘 쓸게요.”


괴팍한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할아버지들은 선물을 하나씩 건네주셨다.


“이건 제자들에게 언제나 주는 선물이에요. 호진이의 성공을 기원할게요.”


정장 할아버지는 호진에게 만년필을 선물했고.


“자고로 점칠안은 가진 이들은 언제나 시간에 쫓겨 산단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바쁘기에 그런 것이지. 이 시계가 네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구나.”


관상 할아버지는 호진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선물이었다면, 패셔니스트 할아버지는 충격적인 선물을 가져왔다.


“호진아. 사진은 평생 남는 거란다. 이럴 때 잘 찍어둬야지.”


사진기 정도를 선물할 것 같은 말이었는데,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랜만이네. 호진아.”


할아버지는 선물로 프로 사진작가를 데려왔다. 호진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바로 소울이구나.’


청출어람이니 뭐니 해도, 제자는 스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다.

프로 작가님이 오셨는데, 아직 한참 더 사진을 찍어야 할 거 같았다.


평생 기억에 남을 졸업식이었다.


***


졸업식이 끝나면 보통 중국집을 가지만, 호진이는 그런 것보다 진짜 좋아하는 걸 먹고 싶었다.


“괜찮을까요?”

“허허. 좋지, 좋아. 괜찮으니 이 할애비들 신경쓰지 말거라.”


호진이와 엄마 둘이서만 가는 게 아니었다. 졸업식까지 와주신 할아버지들과 함께 식사하러 갔다.


“여기가 엄마가 장사하시는 곳이에요.”


그곳은 다름 아닌 분식집이었다.


“허허. 중국 음식 먹어봐야 더부룩하기만 하지. 좋구나.”

“박가야 오랜만에 옳은 소리 하는구나.”


할아버지들은 이곳에 오신 걸 더 좋아하시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엄마의 기분도 함께 좋아졌다.


“호진이 많이 이뻐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식사 한번 대접해드리고 싶었어요.”

“아니에요. 호진이 덕에 이 영감탱이들이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우리가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얼른 준비해서 나올게요.”


엄마는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들은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셨다.

한데, 호진의 눈에 괴팍한 할아버지가 자꾸 들어왔다.

비밀, 폭로, 설렘, 즐거움.

현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으셨다.


‘뭐지?’


그렇게 호진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차린 게 별로 없어서 부끄럽네요.”


그런 엄마의 말과는 달리 테이블 가득 요리가 올라와 있었다.

각종 나물과 김치, 찌개와 볶음까지 다양한 요리가 시각과 후각을 자극했다.


“허허. 그럼, 맛있게 먹을게요.”

“엄마 잘 먹을게요.”


할아버지들과 호진은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구나. 집밥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호진이가 어찌 이리 잘 컸나 했더니 이리 맛있는 걸 먹고 큰 게로구나.”

“크으. 시원하다. 이가야 이거 먹어봐라.”


할아버지들은 요리를 칭찬하며 맛있게 식사하셨다. 엄마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가 끝난 뒤.

괴팍한 할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예전에 호진이에게 들었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종놈 만드는 학교를 왜 가냐고 했다는데 맞아요?”

“예.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괜히 그곳에 가서 휘둘리며 살까 걱정이었어요.”


괴팍한 할아버지는 잘됐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호진이같이 영특한 아이는 학교에 가면 주목을 받을 거예요. 종놈이 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그러려는 놈들이 생길지도 몰라요.”


괴팍한 할아버지 얼굴엔 걱정이 어려 있었다. 실제로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꾀를 하나 냈어요.”

“꾀를요?”


괴팍한 할아버지는 호진이에게 말했다.


“입학시험 상위 10명에겐 특별한 권한이 돌아가는데, 혹시 알고 있느냐?”

“예. 할아버지. 후원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고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다시 엄마를 바라봤다.


“호진이 녀석이 좋은 성적으로 입학하면 내가 이 아이의 후원자가 돼주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 동의를 받고 싶어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두 모자는 혼란에 빠졌다.

엄마는 갑작스러운 후원자 이야기에 놀란 상태였고, 호진이는 후원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상태였다.


‘후원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분이시라고?!’


대단하신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대단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돈, 명예, 권력. 세 가지가 전부 필요하진 않았지만, 대신 셋 중 하나가 엄청나야 가능한 게 후원자였다.

두 모자 중에 먼저 혼란에서 빠져나온 건, 호진이 아닌 엄마였다.


“어째서 호진이의 후원자가 되고 싶으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전 말씀 드렸듯 호진이가 누군가의 종놈이 되는 건 싫습니다.”


엄마는 호진이를 먼저 생각했다.


“허허.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는 엄마를 안심시킨 뒤, 주위 다른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 물론이고, 다른 영감탱이들도 다들 일선에서 물러나 소일거리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저 아직은 제가 후원자가 될 수 있기에 호진이를 도와줄 뿐이에요.”


할아버지는 인자한 표정으로 호진이를 바라봤다.


“잡것들이 호진이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방패가 되어주고 싶을 뿐이에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고개를 숙여 사과하셨다.


“그러신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어미이다 보니 호진이를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허허. 이해해요.”


승낙의 분위기로 전환이 되려고 할 때.


“흠흠. 난 반댈세.”

“그렇지. 반대야 반대.”

“남의 제자를 어딜 빼가려고!”


다른 할아버지들이 들고일어나셨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우리 다섯이 후원자가 되어주면 되지 않겠어?”

“그렇지! 다섯이면 누구네 집 종놈이 될 필요도 없고, 좋네! 좋아!”


승낙이 코앞인데, 친우란 놈들이 고춧가루를 뿌렸다.


“이, 이 영감탱이들아! 그렇겐 못 해!”

“어허. 욕심이다. 손가야.”

“애초에 네놈 품에 들어갈 정도로 호진이가 작은 녀석도 아니고, 우리 다섯은 돼야지!”

“옳지! 그게 맞는 말이지!”


할아버지들이 평소와 같은 대화를 시작하자, 엄마의 얼굴에 미약하게 남아 있던 걱정도 사라졌다.


“호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엄마는 다섯 할아버지를 향해 인사했다. 물론, 그 인사로 이 사건은 더 불타올랐다.


“봤지? 방금 나한테 부탁했다니까!”

“어허. 다섯에게 부탁한 거지 그게 어떻게 너한테 한 부탁이여!?”

“저 영감탱이 노안도 빨리 오더니, 눈이 다 됐네. 다됐어.”


할아버지들은 2차전을 시작했다.

한데, 호진이 보기엔 뭔가 이상했다.


‘여기서 뭐가 또 남았어?’


관상 할아버지 얼굴에 비밀이 잔뜩 묻어있었다.


‘후원자 다음이 남았다고?’


할아버지들이 조금 무서웠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잇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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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83 2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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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4. 졸업식 +14 20.08.28 7,997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7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10 010. ‘소울’의 업? (2) +13 20.08.24 8,280 2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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