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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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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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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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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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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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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7. 味 다방 종업원(3)

DUMMY

“아이야. 설마 모든 손님의 얼굴을 외우고 있는 것이냐?”

“예. 당연하죠. 손님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호진의 당연하다는 대답에, 할아버지들은 멍하니 호진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사장님이었다.


“합격!”


***


사장 할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을 지은 채 호진을 바라봤다.


“네?”

“저 영감탱이. 이긴 게 좋긴 좋은 모양이구먼.”


호진은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됐다. 할아버지들끼리 내기를 한 것 같았다.


“내기하셨어요?”

“끌끌. 미안하구나. 외운 거 같아 혹시나 했단다.”

“아니에요. 그보다 누가 이기셨는지가 더 궁금한데요?”

“박가랑 강가 녀석은 외웠다에 걸었고.”


그는 사장 할아버지와 패셔니스트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랑 이가, 최가 이렇게 셋은 못 외웠다에 걸었지.”


양복 할아버지, 괴팍한 할아버지, 관상 할아버지가 못 외웠다에 걸었다.

그때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끼어들었다.


“승패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검증하지 않았으니까요.”

“맞는 말인데?”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그의 말을 거들었다.


“하긴, 확인해보고 싶긴 한데.”

“다들 그렇지 않어?”


거기에 다른 할아버지들도 동의하고 나서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호진의 말만 믿고 넘어가기엔, 믿기지 않는 일이긴 했다.


“다 외웠다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지목해도 알겠구나.”

“시장에 방문하신 손님이면 모르지만, 상인분들은 다 외웠어요.”

“그래?”


괴팍한 할아버지는 한쪽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아. 다행히 아는 분이네요. 과일 가게 사모님이세요. 따님이 이번에 육사 합격하셨다고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호진은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술술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아. 저분은 상인이 아니라, 청과물 배달하시는 형님이세요. 차량을 새로 살까 고민이라고 하셨어요.”

“저쪽은?”

“건어물 가게 사장님이세요. 고양이를 키우시는데 3마리나 키우신대요. 인사할 때마다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진짜 귀여워요.”

.

.

.

단지 상인의 얼굴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과 나눴던 대화마저 기억하고 있었다. 때때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도 했지만.


“방금 지나간 사람은?”

“저분은 손님이신 거 같은데요? 시장 상인분은 아니세요. 양손에 짐 들고 계신 거 보이시죠?”


그 사람은 시장을 방문한 손님이었다.


“······허허.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네? 어떤걸요?”


호진의 순진무구한 물음에 괴팍한 할아버지는 헛웃음 터트렸다. 호진의 반응을 보면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 긴 시간을 지켜본 건 아니지만, 이 아이는 모르면 모른다고 답할 아이지 거짓말할 아이가 아니었다.


“대단하구나.”


그는 호진을 인정했다. 이 녀석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걸물이었다.


“상인들 얼굴을 외울 생각은 왜 한 것이냐.”

“음. 그리 대단한 생각을 가지고 한 일은 아니에요.”


대단한 생각보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일이었다.

요 며칠 사이, 호진은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손님으로 오신 분들을 기억하는 건 기본이었고, 집에 갈 때도 시장을 한 바퀴 돌며 가게의 사장님들 얼굴을 외웠다.

시장 상인들의 얼굴을 전부 외운다는 건 원래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암기의 업의 도움을 받으니 가능해졌다.


“시작은 우연이었어요.”

“우연?”

“예. 눈에 들어오는 손님이 계셨거든요. 제가 그분을 기억하니까, 그분도 절 기억해주셨어요.”


호진이 손님들을 기억하자, 손님들도 호진이를 기억해주기 시작했다. 그저 시장 앞에서 커피를 파는 아이가 아닌, 인간 ‘윤호진’으로.

그 작은 변화는 더 큰 변화를 가져왔다.


“허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


당연히 있다.


“그저 손님과 종업원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자, 인사로 얼굴을 각인한 상태임에도, 카르마를 주기 시작했다.

카르마를 얻을 새로운 방법을 위한 일이었지만, 할아버지들은 좀 다르게 생각한 거 같았다.


“내가 말했지? 저 아이에겐 혼(魂)이 있다고. 소울이 있어.”


소울이 있다는 패셔니스타 할아버지의 황당한 칭찬을 시작으로.


“과연 점칠안이다. 관상학적으로 이건 제왕의 눈으로 불리는데······.”


관상 할아버지 또한 묘한 칭찬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기막힌 상황을 끊은 건 괴팍한 할아버지였다.


“이 미친 영감탱이들아. 애 앞에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조용히 안 해?”


할아버지의 일갈에 시위가 조용해졌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뒤 진행을 이어갔다.


“검증은 충분들 하지?”


할아버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질 줄이야.”


내기의 승패가 결정됐다.

내기에서 진 사람들은 헛웃음을 흘리고, 이긴 사람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물론,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제가 외웠다에 거신 거예요?”

“당연하지. 우리 味 다방 직원인데, 그 정도는 기본이지!”


할아버지는 어쩐지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딴소리를 하셨다. 그 모습을 보니 호진은 참을 수 없었다.


“믿어주셨네요?”


은근한 목소리로 오글거림을 한 숟갈 첨가했다.


“크. 크흐흠. 내 눈을 믿은 거다.”


할아버지는 애써 다른 곳을 쳐다보시며 딴 이야기를 하셨다.


“감사합니다.”


호진이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할아버지는 호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순간,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신뢰의 업을 획득하였습니다.]

[신뢰의 업이 카르마로 전환됩니다.]

[50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박가야 고 손 치워라. 내 누누이 말했듯 이 아이는 제왕의 눈을 가진···.”

“관상쟁이 또 쓸데없는 소리 하네. 놀랐다는 소리를 길게도 한다.”

“그렇지. 점칠안에 놀랐다 이거지. 관상은 과학이야.”


관상쟁이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할아버지들이 한마디씩 하셨다.


“정말 놀랐습니다. 이 나이를 먹고도 겉모습만 보고 방심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재능입니다.”

“솔직히 난 너의 혼이 마음에 들어서 외웠다에 걸었어. 그런데 정말 외웠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대단해.”


마지막으로 남은 건, 괴팍한 할아버지였다.


“설마, 할아버지도 못 외웠다에 거신 거예요?”


호진이 묻자 그는 호진의 시선을 피한 채.


“걸물인 걸 알고도 내가 이런 실수를 허다니···.”


아쉬움을 토해내듯 조용히 중얼거리셨다. 이건 칭찬인 동시에 사과였다.

눈앞에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감탄의 업을 획득하였습니다.]

[감탄의 업이 카르마로 전환됩니다.]

[97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할아버지들의 내기로 이번에 얻은 카르마는 자그마치 147 카르마였다.


“졌으면 다들 내놔야지.”

“듣지 않아도 알겠네. 호진이한테 주라는 것이지?”


사장님은 깜짝 놀라 친우들을 바라봤다. 괜히 친우가 아니라는 듯 자신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


“······영감탱이들.”


사장 할아버지는 괜히 투덜거렸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호진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괴팍한 할아버지가 설명해 주었다.


“내기에 진 사람은 작은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단다. 손가 녀석이 그 부탁을 너한테 준다는구나.”


관상 할아버지.

양복 할아버지.

괴팍한 할아버지.

이렇게 세 분에게 작은 부탁 한 가지를 할 수 있는 혜택이 돌아왔다.


“난 이겼지만, 선물해 줄게. 주소가 뭐야?”

“예?”

“옷 보내줄게. 나이 때문에 이 할애비가 못 입는 옷이 많아요.”

“옷이요?”


내기에서 이긴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까지 나서자, 사장 할아버지는 질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호진아. 비법 전수해주마.”


사장 할아버지가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이 영감탱이가 그거 알려주면 우리 호진이 안 나오잖아! 지기 싫다고 그걸 내놔?”


괴팍한 할아버지는 말리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비겁한 영감탱이! 호진아 난 부탁 2개를 들어주마! 이 영감탱이 말고 나한테만 할아버지라고 부르거라.”

“아니. 이 영감탱이가?! 부탁을 왜 늘려? 그럼 난 3개여! 3개! 관상도 모르는 영감탱이들이 호진이 똘똘한 건 어떻게 알아서······.”

“얼른 핸드폰 줘 보세요. 제가 제일 먼저 부탁을 들어줄게요.”


개성 강한 할아버지들의 만담이 이어졌다. 호진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 웃음은 얼마가지 못했다.


***


분명 5분 전만 해도 즐겁게 웃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이 할애비가 예전에 옷을 만들었단다. 후배들이 새로 옷을 만들면, 선물이랍시고 보내서 집에 옷이 잔뜩이란다.”

“예?”

“어차피 두고 입지도 않을 옷이니, 부담 갖지 말라는 뜻이란다.”


호진은 최선을 다해 참았다.


‘아니. 이걸 어떻게 부담 안 느껴요.’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말을 억지로 삼켰다.


‘후배 디자이너들이 옷을 보내?’


도대체 누구기에?

원로 디자이너분들 중에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 그런 대단하신 분일 텐데.


‘그게 누군지 어떻게 알아.’


애초에 디자이너와 호진은 거리가 굉장히 멀었다. 옷도 기성품만 입었지 디자이너 제작품은 비서로 있을 때 최성문이 입을 것만 봤을 뿐이었다.


“얼른 주소 말해 보거라.”


영감님들이 대단한 분들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예. 주소는 청주시···.”


그렇게 주소를 말해드리고 나니, 다른 세분이 다가왔다.


“핸드폰 줘 보거라.”


호진의 핸드폰을 받은 뒤, 한 분씩 번호를 저장하셨다.


“생각 같아선 명함을 주고 싶은데, 퇴직한 지가 오래라 없구나. 그냥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된단다.”


작은 부탁이란 걸 진짜 들어주실 모양인 거 같았다.

패셔니스트 할아버지처럼 어떤 분야에서 일하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건 천천히 알아가면 될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그저 지금은 이분들의 호의를 잘 받으면 될 뿐이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차례가 찾아왔다.


“오늘 비법을 알려주마.”


짐짓 근엄하신 할아버지의 말에, 호진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최선을 다해 배우겠습니다!”

“좋은 자세다.”


이다음엔 스승과 제자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줄 차례였는데.


“거 헛짓거리 하지 말고, 얼른 가르쳐서 보내. 6시 다 돼간다.”


괴팍한 할아버지가 끼어들었다.

스승과 제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비법 전수를 시작했다.


커피믹스와 물의 비율.

젓는 방법.

그리고 은밀한 비법까지.

그 과정은 정말이지.


“간단하네요?”

“어허! 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꾸준히 정진해야 이 맛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스승님이 되어버린 사장 할아버지의 말과 함께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연의 업을 획득했습니다.]

[인연의 업이 변화합니다.]

[味 다방 커피 제조의 업을 획득했습니다.]


“흠. 그럼 한잔 만들어 보거라.”


호진은 업을 확인할 새도 없이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어?’


한데, 놀라운 감각이 호진의 몸에 퍼지기 시작했다.

어떤 비율인지 명확하게 감이 잡혔고, 커피를 어떻게 저어야 할지 느낌이 왔다. 거기에 화룡정점 마지막 비법이 추가되자 커피가 완성됐다.


“박가야 너보다 잘타는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역시 소울이 있는 아이라니까.”

“굉장하군요. 물 이어지듯 커피를 탔습니다.”

“거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 말어. 먹어 보면 되잖아?”


호진이 탄 커피를 다섯 분이 한 모금씩 나눠 마시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례에 커피를 마신 할아버지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깜짝 놀란 듯 눈이 커졌고, 커피를 한번 보고 호진을 한번 쳐다봤다.

그렇게 모두가 그 과정을 거쳤을 때. 사장 할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 청출어람이 너무 빠르구나.”


그 말을 듣고도 호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4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3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5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4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1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눈앞에 뜬 메시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면 카르마가 오른다고?’


카르마를 얻을 방법은 호진의 생각보다 더 무궁무진했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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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7 2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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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味 다방 종업원(2) +10 20.08.21 9,269 2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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