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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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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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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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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8
글자수 :
156,058

작성
20.08.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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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6.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

DUMMY

이영준은 시험을 공지한 뒤, 학교에 있는 별채로 향했다. 이 별채는 귀한 손님들에게만 제공되는 곳이었다.

똑똑.

문을 노크한 뒤 그는 정중하게 말했다.


“어르신. 이영준입니다.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들어오게.”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르신. 신입생들에게 공지를 해주고 왔습니다.”

“잘했네. 자네가 고생이 많아.”


어르신의 칭찬에 이영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닙니다. 어르신께서 계셔 주셔서 올해는 한결 편하게 넘어갈 것 같습니다.”

“허허. 이 늙은이가 뭐라고 그러는가. 업계를 떠나 반쯤 퇴물이 된 늙은이를 받아줘서 내가 고맙네.”


겸손한 말과는 달리 이분은 업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분이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올해도 허락해 주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재벌고에서는 매년 이분을 초청했지만, 매번 거절당했었다.


“영광은 무슨 허명일세. 회사를 운영하는 자네가 지금의 나보단 훨씬 나을걸세.”


어르신의 말은 겸손일 뿐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회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바로 어르신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절 거둬주신 것도 어르신이셨습니다. 지금 회사도 사실상 어르신께서 세우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허허. 늙은이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면 성공일세. 기분이 좋구먼. 다 자네의 복이니 그 공을 내게 돌리지 말게.”


그렇게 훈훈한 대화가 잠시 이어지고, 신입생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말한 아이는 찾았는가?”

“예. 어르신. 눈동자가 새카맣고, 눈이 깊은 아이를 찾았습니다.”

“그게 점칠안 일세.”


어르신은 한결같으셨지만, 딱하나 달라진 점이 있었다. 취미로 관상학을 배우고 계신 거 같았다.


“제왕의 눈이라 불리는 것인데···, 흠흠. 우리 호진이는 남다르니 눈에 들어왔을 걸세.”

“예. 맞습니다. 당황한 아이들 속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풍기는 분위기나 기질도 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허허. 그 아이가 맞았을 걸세.”


어르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준은 그런 어르신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저 눈여겨보고 있는 아이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이번에 수락하신 것도······.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빼두게. 계약할 때 말했던 부탁이 바로 이걸세.”

“······알겠습니다. 하지만 두각을 드러내면 학교 쪽에도 알려질 겁니다.”


입학시험을 주관하는 건 이영준의 회사지만, 결국 이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 잠깐이면 충분하네. 늙은이 혼자 나선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만 해주게.”


이영준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어르신께서 함께 움직일만한 분들이 누군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분들까지 움직이시는 겁니까?”

“허허. 3년이나 볼 텐데, 차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네.”


어르신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허허롭게 웃으셨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재벌가 자식들만큼이나 대단한 아이.’


어르신들이 그 아이를 지지하면 그리될 것이다.


‘윤호진. 이 아이가 대체 누구길래.’


이영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이영준이 바쁘게 보고를 이어가고 있을 때. 호진이 또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 신입생?”


학교의 본관에 있는 행정실.

호진은 그곳에 방문했다.


“예. 맞습니다. 질문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벌써? 내일 모레 시험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돼?”

“시험은 자신 있어서요.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고 어쩐지 호감 가는 신입생에 행정실 직원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덕분에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질문까지 나왔다.


“오. 공부 좀 하나 봐?”


그의 질문에 호진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조금요.”

“진짜 잘하는 녀석들이 이런 반응이던데? 진짠가 보네. 좋아. 질문이 뭐야?”

“저희 신입생들은 시험에 떨어지기 전까지, 학교 소속 맞나요?”


행정실 직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그게 무슨 의미야?”

“학생 신분으로 학교 시설을 전부 이용할 수 있나 해서요.”

“아. 그거면 괜찮아. 전부 이용해도 돼. 물론, 학칙에 어긋나는 건 안 되지만.”


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미래에 일어났던 일이니까.’


호진이 3학년 때. 묘한 신입생이 들어와서 입학 시험 보기 전에 학교를 누비고 다녔단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 이야기의 놀라운 점은 그저 학교만 돌아다닌 게 아니었다. 학교 시설을 마음껏 이용했다.

호진은 이걸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럼, 상품등록 가능한가요?”

“······뭐?”

“아카데미에서는 상품등록을 하면 학생들끼리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건 그런데.”


행정실 직원은 호진이 이런 부탁을 할 거라곤 생각지 못한 거 같았다.


“상품등록 기한을 시험 보기 전까지만 해주셔도 되는데, 가능할까요?”

“잠깐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 이건 입학시험 담당자님께 여쭤봐야겠는데?”

“예.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번거롭게 죄송합니다.”


호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아냐. 내가 미안하지. 괜찮아. 사실 나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네.”


그는 괜찮다고 하며, 전화를 걸었다.


“잠시 문의할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예. 예 행정실입니다. 예······.”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식당에서 봤던 남자가 나타났다.


“연락받고 왔습니다.”


이 남자의 등장에 행정실 직원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저 도착했으니, 전화 끊으셔도 됩니다.”

“아. 네!”


행정실 직원은 마치 갓 전입한 신병처럼 절도있게 전화를 끊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험 총감독으로 온 이 사람은 헤드헌팅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문의 사항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바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 신입생이······.”


행정실 직원은 최선을 다해 호진이 한 말을 설명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의 눈에는 이채가 떠올랐다.


“좋습니다. 신입생 잠깐 이쪽으로 오세요.”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호진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다가갔다. 그 순간 호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35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시지를 본 호진은 깜짝 놀랐다. 카르마를 많이 줘서 놀란 건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인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서치펌에서 나왔겠지.’


재벌고의 입학시험은 단순한 입학시험이 아니다.

사람 보는 눈 하나로 먹고사는 헤드헌팅 회사가 입학시험을 총괄하며 가능성 있는 아이들을 찾아낸다.


‘할아버지들은 대체···.’


호진이 놀란 건 할아버지들 때문이었다. 현역에서 뛰고 있는 이 남자와 은퇴한 할아버지들이 비슷한 카르마를 줬다.


“상품등록을 하고 싶은 겁니까?”

“예. 팔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안 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입학생들은 시험을 보기 전까지 학생들과 똑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능합니다.”


다행이었다. 안 돼도 상관은 없지만, 되면 일이 더 편해진다.


“감사합니다.”

“제게 감사할 건 없습니다. 전 학칙에 따라서 움직일 뿐입니다.”


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만, 상황이 특수한 건 입학생도 알고 있을 겁니다. 제가 참관하며 확인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호진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승낙했다.


“네. 괜찮아요.”

“좋습니다. 어떤 물건을 팔 생각입니까?”


뭘 만들어서 판매하는 건 아니었다. 호진은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할 생각이었다.


“교육서비스업이요.”

“······예?”


***


재벌고 입학시험을 떨어진 뒤, TV에 나온 친구가 있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떼돈을 번 젊은 사업가.

재벌고를 수석으로 졸업해 재벌가 종놈이 된 자신과 비교가 되어 기억에 선명이 남아 있는 아이였다.

호진은 지금 그 아이와 함께 있었다.


“어때? 여기서 같이 공부할 생각인데.”


이곳까지 데려오기 위해 한참이나 걸려 설득해야 했지만, 호진은 결국 해냈다.


“와. 이걸 어떻게 빌린거야?”

“뭐, 몇 가지 과정이 필요하긴 했는데 정식 절차를 받아서 배정 받은거야.”


빔프로젝트와 커다란 책상. 도서관과는 달리 조용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

이걸 손에 넣기 위해, 호진은 상품을 등록한 것이다. 여기는 상품 판매를 위해 학교에서 제공해준 일종의 ‘상점’이었다.

그렇다고 편법은 아니었다. 손님과 실적만 있다면 학교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애초에 수익을 기대하고 이런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었다.

상점 지원 조건으로 필요한 건, 실적이었는데.

여기 손님이 있고, 이 손님을 합격시키면 실적까지 나오니 문제없었다.

게다가 실적이 유지되면 이 상점은 계속 호진의 소유로 남게 된다.


“입학시험 많이 불안하지?”

“어. 수학 과학은 괜찮은데, 국어 영어 이쪽이 좀 문제야.”


좀이 아니었다. 불합격 할 정도면 큰 문제였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족집게 과외 한번 받아 볼래?”

“족집게 과외?”


호진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고 같이 스터디 하자는 거야. 내가 재벌고 입학시험을 굉장히 많이 분석했거든.”

“정말?”

“어. 나도 한번 다시 보면서, 내가 뽑은 정수를 전수해줄게.”


그 말과 함께, 호진은 빔프로젝트를 키고 피피티를 실행시켰다. 이 날을 위해 공부하면서 준비한 피피티 자료였다.


“일단, 재벌고 올 정도면 머리는 나쁘지 않다는 거잖아. 오늘 이거 다 쑤셔 넣을거야.”

“······어?”

“내가 대단하신 분한테 배운 게 있는데, 사람은 한계까지 밀어 붙으면 의외로 다 해내더라.”

“······자, 잠깐만!”


잠깐은 무슨, 잠깐 머뭇거릴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분일초가 아깝다. 빨리 보자. 일단 여기는 통으로 외워. 이해고 뭐고 필요없어. 우리같은 애들은 그냥 외우는 게 더 빠르다니까······.”

“이, 이걸 어떻게 해?!”

“아니. 내가 하게 만들어줄게. 쑤셔 넣으면 다 들어가. 걱정마.”


정장 할아버지에게 배운 수업방식이 이곳에서 발동됐다.

녀석을 한계의 한계까지 밀어붙일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었다.


***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입학시험을 보는 날 아침.

녀석은 퀭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다, 다했다!”

“끝까지 못 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밀어 붙이니까 되네?”

“히, 히익!”


녀석은 호진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이래도 떨어지면 이건 학교에 문제가 있는거야 맞지?”


호진의 물음에 녀석은 이틀간 있었던 일을 떠올리더니.


“······맞아.”


호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덕분에 나도 한번 싹 훑어봤으니까. 개운하네. 내 막무가내인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시간이 없던 호진이 녀석을 꼬실 만한 방법은 정면 돌파 뿐이었다. 막무가내인 부탁이란 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야. 나도 자신 없었고, 고민이 많았어. 호진이 너 아니었으면······.”


호진이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일단 시험 보고, 합격한 다음에 이야기하자. 딱 보니까 우리 둘 다 합격할 거 같은데?”

“고마워.”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서인지. 호진이랑은 굉장히 오랜시간을 보낸 것만 같았다.


“가자!”


둘은 시험을 보기 위해 방문을 나섰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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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교감 (1) +20 20.09.04 7,416 250 12쪽
20 020. 수강 신청. +23 20.09.03 7,707 255 12쪽
19 019. 입학식. +14 20.09.02 7,767 252 12쪽
18 018. 시험이 끝나고. +16 20.09.01 7,839 241 11쪽
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82 267 11쪽
» 016.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 +12 20.08.30 7,940 226 12쪽
15 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14 20.08.29 7,967 224 11쪽
14 014. 졸업식 +14 20.08.28 7,996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6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10 010. ‘소울’의 업? (2) +13 20.08.24 8,280 234 12쪽
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76 222 12쪽
8 008. 커피가 맛있다. +8 20.08.23 8,971 2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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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味 다방 종업원(1) +7 20.08.20 9,743 2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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