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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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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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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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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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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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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9. ‘소울’의 업? (1)

DUMMY

할아버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똑같은 옷을 가지고 오셨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입어 보거라.”

“예. 잠시만요.”


호진은 그 자리에서 곧장 옷을 갈아입었다. 할아버지랑 단둘인데, 부끄러울 거 없었다.

호진의 이런 행동은 정답이었다.


“몸은 좋구나.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을 몸은 아니야. 오히려 태를 살려주는 몸이다.”


할아버지는 호진의 몸을 보며 몇 가지를 확인하셨다.


“겨울이라 두껍게 옷을 입어서 몰랐는데, 어깨가 딱 벌어졌구나. 이건 타고나는 것인데 참으로 좋구나.”


생전 처음 받아보는 몸 칭찬에 호진은 어쩐지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뭘 고치거나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곧장 배워도 되겠어.”

“그래요?”

“그래. 몸 자체가 태가 나지 않는 이들은 소울이 생겨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단다. 그래서 확인한 것이야.”


다행히 호진은 기본 조건은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이리 와보거라.”


할아버지는 전신 거울 앞에서 호진을 불렀다. 호진이 나란히 서자, 할아버지와 호진의 모습이 거울에 함께 비쳤다.


“보거라. 우린 같은 옷을 입었는데도, 뭔가 다르지?”


할아버지의 말처럼 둘은 같은 옷을 입었는데, 뭔가 달랐다.


“네. 맞아요.”

“몸이나 얼굴을 생각하면, 나보다 네가 더 잘 어울려야 하는데. 어떻지?”


복잡하게 뭐가 다른지 볼 필요도 없었다. 둘의 차이는 간단했다.


“전 평범해요. 그냥 편하게 입은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그렇지. 그럼 할애비는 어떠냐.”

“평범한데도,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느낌? 분위기? 할아버지에게선 호진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작은 차이가, 평범한 옷조차 멋지게 만들었다.


‘뭐, 말이 평범한 옷이지 전부 디자이너 작품 같지만.’


어쨌든 둘의 차이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


“생각보다 눈이 좋구나. 이렇게까지 보여줘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단다.”


놀랍게도 호진의 애매한 대답은 정답에 가까웠다.


“그게 바로 혼(魂)이고, 소울이다. 아무리 잘생기고 몸이 좋아도, 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도, 소울이 없다면 밋밋한 사람이 된단다.”


그 증거가 눈앞에 있었다.

젊고 생기 넘치는 호진이 할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과 비슷했다.


“한데, 이 소울이 강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찰떡같이 어울리게 된단다.”


그러고 보면 그런 사람이 여럿 있었다. 영화배우나 모델, 가수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특한 패션과 개성을 뽐내는 이들이 딱 그랬다.

호진은 슬슬 ‘소울’이 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소울은 사람의 분위기 같은 건가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구나. 그저 분위기라고 하기엔 부족하지. 그보다 아우라에 가까울 것이다.”


이건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소울이란 건 결국 사람의 분위기나 풍기는 아우라 같은 걸 말하는 거였어.’


한데,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것이 분위기나 아우라에 다 담기지 않으니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

혼(魂)이나 소울은 할아버지가 만들고, 혼자 사용하는 단어였다.


[제자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그 순간 호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메시지를 읽느라 잠시 멍하니 있었더니, 할아버지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여셨다.


“어찌 배울지 걱정인 게냐?”

“조금요. 말씀해주신 걸 들어보니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서요.”

“괜찮아. 이 할애비가 말했듯 호진이 넌 소울을 가지고 있단다. 그걸 꺼내기만 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이미 제 안에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혼란스럽다면 이 할애비를 믿거라. 이 할애비가 눈 하나는 기가 막히니.”


할아버지는 신뢰가 가득한 눈으로 호진이를 바라봤다.


‘하긴, 이 정도 되시는 분이 농담을 하실 리도 없지. 그저 내 안에 있는 걸 꺼내는 것 뿐이라면야.’


지금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호진이 할 일은 할아버지를 믿고, 소울을 배우는 것이다.


“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호진이 결심을 내리고 대답하자, 할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그럼, 제대로 배우러 가보자꾸나.”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리로 오거라.”

“집에 아래층이 있으신 거예요?”


집에 아래층이 있는 것도 놀라웠는데, 그 아래층에 펼쳐져 있는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

지하엔 작은 스튜디오가 있었다.


“선생님. 오셨습니까.”


문제는 그 스튜디오에 사람이 가득한 점이었다. 많은 사람이 촬영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 할아버지?”


호진이 놀라 할아버지를 불렀는데, 주위 사람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호진이 할아버지라고 부른 게 더 놀라운 모양이었다.


***


“시작하지.”


호진이와 있을 때와는 다른 진지한 프로의 얼굴. 할아버지는 스튜디오 전체를 지휘했다.


“일단, 준비부터 해주게.”

“네. 선생님.”


호진은 영문도 모르고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화장대 앞으로 왔다.


“앉아. 빠르게 준비해 줄게.”

“네.”


호진이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의자에 앉자.


“설마 처음?”

“아. 예.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요. 잘 부탁드립니다. 윤호진이에요.”


호진이 꾸벅 인사를 하자, 그녀가 깜짝 놀랐다.


“진짜? 첫 촬영에 여길 온 거야? 너 재능이 장난 아닌 모양이네. 난 오늘 메이크업을 맡은 김순수야.”


그녀가 인사를 받자, 호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11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녀는 아직 20대 같아 보였는데, 업계에서 유명한 모양인지 꽤 많은 카르마를 줬다.


“자. 바로 시작할 거야. 앉아서 거울 봐줘.”


그녀는 인사와 함께했던 질문의 답은 듣지도 않고, 곧장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너무 빠른 전개에 호진이는 정신이 쏙 빠질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건 호진이뿐이었다.


“오늘 화보 촬영인 거 알지?”

“······화보요?”

“오늘 화보 촬영인 거 알고 온 거 아니야? 일정이 급하게 잡혀서 못 들었나?”


갑자기 화보 촬영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호진이 대답하지 못하자 그녀가 곧장 입을 열었다.


“진짜 몰랐나 보네. 그럼 첫 데뷔가 여긴 거야?”

“데뷔요? 음. 그런가요?”


얼빠진 호진의 대답이 재밌었는지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 잡지에 실리는 화보는 아니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내가 듣기론 미팅 때 쓸 사진이라고 들었어. 홈페이지 정도에 올라가겠지.”


그녀는 말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찍어 바르고 문지르고 호진의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피부가 엄청 좋네? 잡티도 없고 여드름도 거의 없고. 확실히 모델 하는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아. 모델이요.”


모델이라서가 아니라, 매일 같이 수면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트러블이 회귀 전보다 훨씬 줄었다.


“피부가 좋으니까 화장도 잘 먹는다. 사진용 화장이니까 조금 어색해 보여도 괜찮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신경은 무슨 지금 벌어지는 일을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사진을 찍는 건 맞는 거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소울을 배울지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할아버지의 힘이었다.


‘이걸 언제 준비하신 거야.’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준비를 하셨다는 게 더 놀라웠다. 새삼스럽게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그녀는 호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예. 괜찮아요.”

“할아버지라고 부르던데, 선생님은 어디서 만난 거야?”

“음. 커피 팔다가 만났어요.”

“커피? 내가 아는 그 커피?”

“예.”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선생님 커피 절대 안 드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나?”

“그래요? 엄청 맛있게 드시던데요?”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

“예? 무슨 이탈리아요?”

“유럽 아니야? 그럼 베트남? 그쪽이 커피가 유명한가?”


그제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한지 이해가 됐다. 할아버지와 해외에서 만났냐는 물음이었다.


“아니에요. 육거리 시장에서 만났어요.”

“······육거리 시장?”

“예. 시장 입구 다방에서 커피를 팔았거든요.”

“다, 다방?”

“새벽에 열리는 이동형 다방이에요.”

“다방이 어떻게 이동을 해? 호진아. 장난치는 거 아니지?”

“예. 장난 아니에요. 진짜예요.”


그녀의 얼굴을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메이크업이 끝났다.


“이야. 화장 진짜 잘 됐는데?”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호진을 바라봤다. 호진은 거울을 바라봤다.


“제가 아닌 거 같아요.”


호진은 거울 속 자신을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베이스가 좋다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네. 확실히 선생님이 데려오신 아이는 다르구나.”

“이건 변신 아니에요?”


변신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도대체 어떻게 화장을 한 건지, 호진의 얼굴은 전혀 달라져 있었다. 분명 소년인데,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호진이의 뽀얀 피부와 깊이가 느껴지는 검은 눈동자가 화장을 통해 더욱 부각됐다.


“잠깐만 사진 하나만 찍을게.”


그녀는 메이크업 박스에서 디카를 꺼내, 호진의 얼굴을 찍었다.


“이거 누나 포트폴리오에 올려둔다?”

“저야 영광이죠.”

“진짜? 고마워! 누나가 명함 줄게. 나중에 메이크업 필요하면 팍팍 연락해.”


그녀가 이렇게 고마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보기엔 호진은 금세 유명해질 것 같았다. 호진이 유명해지는 만큼, 이 사진은 커리어에 귀한 재산이 되어줄 것이다.


“호진아. 끝났으면 얼른 오거라.”

“예. 할아버지.”


호진은 몸을 일으켜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건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안 되네.”


설마하니 선생님께 할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대체 어떤 아이길래.”


손주가 없는 건, 업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음에 들어 하실 만해.”


메이크업하는 그 몇 분 사이, 이렇게 친근감이 든 사람은 처음이었다. 편하고, 신비로운 아이였다.


***


“호진아. 이제부터가 진짜란다.”

“예. 할아버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네 안에 있는 소울을 꺼내면 된다.”

“어떻게요?”

“카메라 앞에서 너의 모든 것을 꺼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소울이 나오는 순간이 있을 거다. 그걸 확인하고, 감을 잡는 게 중요하단다. 그건 내가 해줄 터이니, 최선을 다하면 된다.”


할아버지가 왜 스튜디오로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

모든 것을 꺼내고, 그것을 확인하는데 사진만큼 좋은 게 없었다.


‘다른 이유도 있으신 거 같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쨌든 소울을 배우려면 이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했다.


“할아버지.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물어보거라.”

“제 안에 소울이 있는 건 언제 보셨어요?”

“네가 인사할 때 느껴졌단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인사에 소울이 담겨 있으니 싫어할 수 없었지. 그 인사는 진심이란 소리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호진은 소름이 끼쳤다.


‘설마 했더니.’


호진은 애초에 소울같은 걸 갖고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인사의 효과를 소울이라 착각했을 뿐이었다.

이건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지 감이 왔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도움이 된 게냐?”

“예. 큰 도움이 됐어요. 카메라에 마음껏 인사하고 오면 되는 거죠?”


한껏 긴장하고 있던 호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인사는 내가 전문이지.’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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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77 2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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