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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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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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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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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8

작성
20.08.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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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0. ‘소울’의 업? (2)

DUMMY

이건 기회였다.

다양한 인사 방법과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기회. 이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호진은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섰다. 물론, 그건 호진의 생각일 뿐이었다.


“호진아. 긴장 안 해도 된단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호진은 잔뜩 얼어서 엉거주춤 서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 저 긴장 안 했어요!”


솔직히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사진을 찍을 때가 되자,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호진에게 모였다.

당연히 긴장 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 호진아. 이 할애비에게 배우러 온 건데, 좀 긴장하면 어떠냐. 괜찮어. 대신 할애비에게 집중하거라.”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가 긴장으로 얼어붙은 호진의 몸을 녹였다.


“예. 할아버지.”


호진은 대답을 한 뒤, 할아버지의 말대로 할아버지에게 집중했다.

주위 시선이나 카메라, 조명이 옅어지고 시야 가득 할아버지의 인자한 표정이 들어왔다.


“그렇지! 날 보거라.”


단번에 집중하는 호진의 모습에 할아버지는 흥이 나신 것 같았다.


“소울이란 웅크린 자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란다. 어깨 펴고, 턱을 들거라.”


할아버지의 지도에 따라, 호진의 자세가 조금씩 교정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할아버지의 지도를 따를 때마다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승의 만족도가 상승합니다.]

[제자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이건 일종의 이정표였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호진아. 조금 빼볼까?”

“감 잡았어요! 잠시만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메시지가 떠오를때까지 자세를 교정했다.

덕분에 놀라운 일이 가능했다.


“허허. 똘똘한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잘 따라 올 줄은 몰랐구나.”


자세는 감각의 영역이다. 오랜시간 감을 잡고 그 감각을 찾아야 하는 건데, 호진은 바로바로 그 감각을 찾아 냈다.

놀란 건 할아버지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프로다. 호진이 얼마나 대단한 걸 해냈는지 잘 아는 이들이었다.


“선생님. 정말 대단한 아이를 찾으셨습니다.”

“대체 저런 아이를 어디서 찾으신 겁니까 선생님. 저 아이의 반만해도 바로 데려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들 놀라서 질문하자 할아버지는 손주의 칭찬을 들은 할아버지처럼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그저 연이 닿았을 뿐이다. 재능이야 저 아이의 복인게지.”


할아버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의 눈은 녹슬지 않았다.’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호진아. 이제 시작이란다. 슬슬 포즈를 취해 보거라.”

“포즈요?”

“그래. 마음껏 하면 된단다.”

“지도 안 해주세요?”

“꺼내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지도해줄 게 뭐가 있겠느냐? 그저 교정해준 자세는 흐트러트리지 말고마음껏 표현해 보거라.”


교정된 자세로 자신을 마음껏 표현해보라는 건 정말 어려운 주문이었다.


‘그럼, 몸을 안 움직이면 되잖아?’


인사는 꼭 움직이면서 하는 건 아니었다.

호진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시작할게요.”


***


인사는 꼭 말을 해야 할까?

꼭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어야 할까?

아니었다.

우린 때때로 아무런 말도 없이 눈빛만으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건 인사일까 아닐까?


‘시험해 보면 되지.’


호진은 카메라를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고 생각했다.

길가다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

처음엔 눈이 커지고, 이내 서로를 빤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사가 된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에 대한 반가움과 놀라움. 그 감정을 담아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호진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스튜디오가 조용해 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세도 모르던 아이가 뚝딱 자세를 잡더니. 포즈를 잡을 때가 되니 또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다.

제일 먼저 놀라움에서 깨어난 건 할아버지였다.


“뭣들 해 사진 안 찍어?”


할아버지의 말에 멈춰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진작가는 신이 난 듯 호진이를 찍기 시작했다. 초보자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를 뿜어내는 모델은 오랜만이었다.

할아버지가 그 모습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선생님 저 눈빛은 대체······.”


포즈 중에 제일 어려운 건, 자세같은 게 아니었다. 모든 분위기를 결정하는 건, ‘눈빛’이다. 제일 어려운 걸 아이는 가장 먼저 해냈다.


“소울이 있는 아이야.”

“예전에 말씀하셨던 그 소울 말입니까?”


그는 선생님이 말하는 소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모델의 개성과 아우라, 분위기 같은 걸 하나로 뭉쳐 부르는 ‘소울’.

‘넌 소울이 없는 놈이구나.’

그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말버릇이었다.


“너도 이젠 슬슬 보일 텐데?”

“이제 조금 보이는 정도입니다.”


그가 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건, 세계적인 모델들을 만나고 나서였다.

그들이 뿜어내는 아우라와 분위기를 보고 나서야, 선생님이 말씀하신 ‘소울’이 무언지 깨달았다.


“아이에게 그게 있는 걸 알아보신 겁니까? 전 아직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책하지 마. 평생을 못 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지금도 잘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둘의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호진이 감을 잡은 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둘은 대화를 멈추고 호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


‘생각대로야.’


주위 분위기를 보니, 인사를 응용한 방법은 잘 먹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다른 것도 써먹어 봐야 돼.’


조금 전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인사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이별의 인사.’


떠나가는 연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런 ‘혼자만의 인사.’

호진은 카메라 앵글을 빤히 바라봤다.


‘잘가.’


바보같은 나라서 미안해.

좋은 사람만나.

안 가면 안 돼?

수많은 생각을 담아 카메라에게 작별의 인사를 던졌다.

촉촉한 눈빛과 슬픔과 애틋함이 담긴 얼굴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놀라운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여자들이었다.


“몇살이랬지?”

“올해 고등학생이래.”

“올해 고딩? 나 미쳤나 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아냐. 정상이야. 같이 나가자.”


소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애틋함과 슬픔은 여인들의 심장을 세차게 뛰게 했다.

그 이후로도 놀라운 모습이 이어졌다. 호진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엄마에게 하는 고마움의 인사.’


어느때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처럼 느껴졌고.


‘윙크로 하는 장난스런 인사.’


어느때는 장난기가 가득한 개구쟁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군인들의 인사 경례.’


어느때는 절도 넘치는 패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호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평점심을 유지하고 호진을 바라보는 건, 한명 뿐이었다.


“그렇지! 그거다 호진아!”


할아버지가 좋다고 말할때마다 호진의 눈앞에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스승의 만족도가 상승합니다.]

[제자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스승의 만족도가 상승합니다.]

[제자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

.

.

.

호진은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소울이 뭔지 점점 감을 잡았고, 할아버지는 곧잘 따라오는 호진이 대견했다.

그렇게 한참을 사진을 찍고 난 뒤에야.


“잠깐 쉬었다 가겠습니다!”


잠시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메시지가 가득 떠 있는 메시지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


잠깐 쉬어가는 건 호진이뿐이었다. 사진 찍을 때 구경하던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호진아. 옷 갈아입자.”

“옷 갈아 입고, 메이크업 수정갈게.”


스탭들의 손에 이끌려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사이, 호진은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들을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1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8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4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2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9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3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

.

.

포즈를 취하며 인사를 사용한 것이 사람들에게 꽤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았다.


‘오히려 전문가라 더 잘 오른건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모델의 특별함을 느낄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메시지 창을 정리한 호진은 곧장 움직였다.


“누나 제 준비는 다 끝난거죠?”

“응. 왜? 화장실 갈래?”

“아니에요. 차한잔 할까 해서요.”

“그래. 고생했는데, 차한잔 하면서 쉬고 있어. 사진 고르고 정리하면 시간 꽤 걸릴거야.”

“네. 금방 다녀올게요.”


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할아버지는 모니터를 보며, 호진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사진을 확인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카리스마가 넘쳤다.


“선생님. 전부 너무 좋습니다. 오히려 뭘 뺄지 고민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내 사심이 섞여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닙니다. 표정에 따라 옷의 느낌도 달라져서 너무 좋습니다. 역시 선생님이 데려오신 아이 답습니다.”


거듭된 칭찬에 카리스마 가득한 모습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허허. 그렇지?”


그야말로 손주의 칭찬을 들은 팔불출 할아버지로 변했다. 호진은 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커피 한잔 타드릴까요?”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표정을 고치며 대답하셨다.


“어?! 호진이구나.”

“커피 한잔 타드릴까요?”

“직접 말이냐?”

“예. 제자가 스승님께 바치는 뇌물입니다.”


호진이 능청을 떨자 할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허허. 그럼 어쩔 수 없구나. 부엌에 박가가 보낸 게 있으니 사용하면 된단다.”

“네.”


호진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반 커피는 아니었다.

[味 다방 커피 제조]

味 다방표 믹스 커피였다.


‘이건 놓치면 안 되지.’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였다. 호진은 빠르게 재료를 찾아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커피가 완성되자, 호진은 쟁반에 커피를 가득 담아 스튜디오로 내려갔다.

가장 먼저 할아버지에게 한잔 드렸다.


“할아버지. 커피 배달왔어요.”

“허허. 고맙구나. 요 맛있는 걸 집에서 먹어 보는구나.”

“제가 더 감사해요. 다른 분들께도 드리고 올게요.”

“허허. 찬찬히 하거라.”


할아버지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호진은 주위를 다니며 커피를 대접했다.

중간중간 믹스커피를 안 마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드셔보세요. 커피 안 드시는 할아버지가 드실 정도로 맛있어요.”

“그래?”

“예. 진짜 보장할게요.”

“그럼, 한 모금만 마셔본다?”


호진의 설득에 커피를 마신 뒤.


“······이게 믹스커피라고? 맛이 미쳤는데?”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커피를 마지막으로 받은 사람은 메이크업을 해줬던 김순수였다.


“누나. 커피 한잔 하세요.”

“커피?”

“제가 커피 팔다가 할아버지 만났다고 말했잖아요. 진짜에요.”

“그래?”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깜짝 놀라 호진을 보며 말했다.


“유, 유럽?!”


그 말에 호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노노. 메이드 인 육거리.”

“세상에.”


그녀의 감탄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9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촬영간 얻은 카르마가 얼마나 될지, 호진의 가슴은 벌써 두근거렸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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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84 2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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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14 20.08.29 7,968 224 11쪽
14 014. 졸업식 +14 20.08.28 7,998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5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8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7 229 11쪽
» 010. ‘소울’의 업? (2) +13 20.08.24 8,282 234 12쪽
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78 222 12쪽
8 008. 커피가 맛있다. +8 20.08.23 8,972 219 12쪽
7 007. 味 다방 종업원(3) +9 20.08.22 9,077 234 12쪽
6 006. 味 다방 종업원(2) +10 20.08.21 9,270 216 12쪽
5 005. 味 다방 종업원(1) +7 20.08.20 9,744 213 12쪽
4 004. 인사(2) +11 20.08.19 10,100 234 12쪽
3 003. 인사(1) +5 20.08.18 10,902 2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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