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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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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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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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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058

작성
20.08.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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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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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글자
12쪽

008. 커피가 맛있다.

DUMMY

“엄마. 커피 한잔 하실래요? 아들이 타드릴까?”

“우리 아들 오늘 서비스가 좋네?”


식사를 마친 호진이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그냥 커피를 타는 모습일 뿐이었는데, 호진의 표정은 진지했고 경건하기까지 했다.

물론, 엄마가 보기에는 아들의 커피 타는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우리 아들이 커피도 타주고, 엄마 오늘 너무 행복한데?”


엄마가 호진에게 따듯한 말을 건넨 것처럼, 호진이 또한 따듯한 커피를 엄마에게 건냈다.


“엄마. 마셔봐.”

“응?”


숨기지 못한 기대가 아들의 얼굴에 묻어 있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될 아들이지만,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얼른요. 아들이 진짜 맛있게 탔어.”

“알겠어. 우리 아들이 타준건데 당연히 맛있지.”


그녀는 아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가 입안에 들어간 순간,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익숙하고 맛있는 커피의 맛.

한데, 그녀의 기억보다 아들이 타준 커피가 훨씬 맛있었다.


“아들?”

“어때? 맛있지?”


맛? 아들이 타준 건데 맛없을 리가 없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는 점이었다.


“너무 맛있는데? 꼭 시장에서 먹었던 커피같아.”

“그래?”

“응. 엄마가 보기엔 아들이 타 줘서 그런가 이 커피가 더 맛있어.”


엄마의 대답과 함께, 호진의 눈앞에 글자들이 나타났다.


[20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할아버지들께 커피를 대접했을 때처럼, 엄마가 커피를 마시자 카르마를 획득했다.


“다행이다. 엄마가 그 커피 맛있다 그래서 배워 왔어.”


말 그대로였다. 호진은 업을 통해 비법을 배워왔다.


[味 다방 커피 제조]


이번에 얻은 이건 특이했다.

특별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았고, 업의 개수 제한에 걸리지도 않았다. 덕분에 지금 총 4개의 업을 지니고 있었지만, 표기는 [3/10]으로 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기술을 전수 받는 것과 업을 개화하는 건 전혀 다른 종류인 거 같았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쪽은 강화가 되지 않았다.


‘아직 더 연구해봐야지.’


배워왔다는 말에 엄마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배워 왔다구?”

“응. 엄마가 좋다고 한 건 처음이니까. 기왕 좋아하시는 거 아들이 해드리고 싶었지.”


호진의 말에 엄마의 눈동자에 물기가 맺혔다. 호진은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까 싶어 서둘러 설명을 덧 붙였다.


“새벽에 운동 간 거 아니야. 할아버지 일 도와드리면서 이거 배워 왔어.”

“그럼, 그 새벽에 나갔는데 운동일 리가 없지.”

“······알고 있었어?”

“그럼, 엄마가 모를거라고 생각했어?”


엄마는 알고 있으면서 애써 모른척 해준 것이다. 회귀해서 돌아와도, 부모님의 마음은 따라갈 수 없었다.


“아들 믿어줘서 고마워요.”

“아니야. 엄마는 그냥 아들한테 다 미안해.”


엄마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기어코 떨어졌다.


“에헤이. 맛있게 커피 드시고 갑자기 왜 이러셔. 괜찮아. 이제 매일 커피 한 잔씩 타드릴게요.”

“고마워. 아들.”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의 눈물이 자책과 미안함만 담고 있는 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엄마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걱정들 정도야.”


그 눈물엔 기쁨과 감동 또한 담겨 있었다.


“아. 엄마 요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호진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경쾌하게 시장에서 있던 일을 설명했다.

어떻게 일을 하게 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간의 각색을 거쳐 전부 말씀드렸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분위기도 환기해야했고.


“그래서 오늘 옷이 엄청 올 거 같아. 엄마.”

“디자이너 선생님이 친구분이시라고?”

“응. 그냥 남는 옷을 보내주신다고 하더라구.”


집으로 쏟아져 들어올 옷에 대해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 알겠어. 옷이 배달 오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


다방 사장님의 친구분이 유명 디자이너란 말은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엄마는 호진의 말을 신뢰하고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엄마와의 티타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어서오세요. 두 분이세요?”


분식집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평소와 같은 일이었지만, 평소와 다른 점도 있었다.


“엄마 손님들 커피 좀 타드려도 돼요?”

“그거?”

“네.”

“괜찮아. 맘껏 타드려.”


식사를 끝마친 손님들에게 커피를 한잔씩 대접했다.


“이 커피 드셔보세요. 믹스 커피계의 바리스타님께 배워 온 방법이에요.”

“하하. 믹스커피 계의 바리스타?”


손님들은 믹스 커피인 걸 보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어!? 이거 뭐야? 믹스 커피 타는 걸 봤는데?”

“거짓말 하지마. 이게 어떻게 믹스 커피야. 진짜 맛있다.”


커피를 마신 손님들은 깜짝 놀라 호진을 쳐다봤다.


[7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8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카르마가 굴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식사 끝나셨으면 커피 한 잔 어떠세요?”


분식집에 바리스타가 생겼다.


***


며칠이 지났다.

고작 커피 타는 법을 배우고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좋은 능력을 가지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호진이 보기에 이 능력을 가지고, 가만히 있으면 그건 낭비였다.

그래서 작은 변화를 줬다.


“할아버지.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출근해서 가장 바쁠 때는 할아버지의 일손을 돕고, 그 뒤에는 커다란 보온병을 여러 개를 들고 시장을 누볐다.


“사장님. 배달왔어요.”

“오! 호진이 왔구나. 2잔만 부탁한다.”


호진이 시작한 건 커피 배달이었다. 미리 타 놓은 커피를 가지고 시장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대접했다.


“크. 맛있어. 이상하게 배달왔을 때 먹은 커피가 맛있단 말이야. 호진이를 봐서 그런가?”


진지한 물음에 호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잔 더 드릴까요?”

“아니. 한잔 더 달라고 한 말은 아니야. 진짜야. 어허 보온병 닫지 말고, 한 잔만 더 줘.”


시장을 누비며 커피를 배달하는 아이.


“돈 안 주셔도 돼요. 정으로 찾아왔는데, 돈 주시면 제가 섭섭해요.”


심지어 돈조차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상인들이 호진을 싫어할 수가 없었다.


“그럼 이거 가져가. 정으로 주는 거야. 이거 안 받으면 내가 아주 섭섭해.”

“잘 먹겠습니다.”

“그래. 커피 잘 마셨다 호진아.”


호진은 카르마를 위해 한 일이었는데, 결과는 카르마만 얻은 게 아니었다.

시장의 정을 얻었고, 시장에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게 해줬다.

그렇게,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왔을 때 호진의 양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가득 들려 있었다.


“점칠안을 자고로 재물복이 있다고 했지?”

“야이 관상쟁이야. 양손 두둑이 돌아온 것만 해도 며칠째인데 무슨 점칠안 타령이여!”


할아버지들은 호진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많이 나눠 주셨어요.”


손주가 자랑하는 모습을 보듯 할아버지들은 흐뭇하게 웃으며 호진을 바라봤다.

물론, 훈훈한 분위기는 잠시였다.


“우리 호진이는 소울이 있다니까. 원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건, 소울을 지닌 사람들이야.”

“우리 호진이? 어허. 우리 호진이가 왜 니네 호진이여!”

“거, 내 수제자한테 헛소리들 하지 말어.”


비법을 배우고 난 뒤, 점점 친밀해지기 시작해 이제는 진짜 할아버지 다섯 분이 생긴 것만 같았다.

친밀해진 덕분에, 할아버지들의 관심이 더 진해졌다. 특히,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그랬다.


“호진아. 오늘도 내가 보내준 옷을 입고 왔구나.”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옷이 집에 도착했고, 그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작 입을만한 건 몇 개 안 되지만.’


디자이너 작품이라 그런지, 옷은 많은데 입을만한 게 별로 없었다.


“예. 잘 입고 있어요. 특히 엄마가 정말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일부러 그렇게 입은 거야?”

“예?”

“아니. 호진아. 옷을 입을 땐 소울이 있어야지.”


철학. 옷을 입는데 철학까지 붙어야 하나 싶었는데, 할아버지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거 잘하면···.’


커피 타는 방법을 배운 것처럼, 할아버지의 업을 전수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호진은 잘 알고 있었다.


“소울이요?”


호진이 관심을 보이자, 할아버지 대답하셨다.


“그래. 소울. 우리 호진이는 가슴속에 소울이 가득한데, 옷을 너무 이상하게 입네.”

“저도 할아버지처럼 멋지게 입을 수 있을까요?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진 그런 소울이요.”


호진의 말에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이 할애비의 소울이 보였구나.”

“예. 저도 그런 소울을 갖고 싶어요.”


회귀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였다. 아니. 이런 곳에 관심을 둘만 한 여유가 없었다.


“다들 들었지. 우리 호진이가 내 소울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거.”


호진이 배우고 싶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다른 할아버지들에게 자랑하듯 소리쳤다.


“끄응. 저 영감탱이.”

“배워두면 두고두고 써먹을테니, 말릴 수도 없고.”


할아버지들은 한마디씩 하셨는데, 놀랍게도 배우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호진아 가려 배워야 한다. 저 영감탱이가 일선에서 물러난지 오래됐어요. 지금은 그냥 백수여. 백수.”

“그건 맞지. 생각해보니 불안하기도 하고.”

“우리 호진이가 영감 패션 배워오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되는군.”


할아버지들의 악담에도 패셔니스트 할아버지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 영감탱이들이! 혼은 사라지는 게 아니여!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이제 난 저 박가녀석의 수제자 소리 안 들어도 된다 이거야.”


결국, 그가 승리자였다.


“호진아. 분식집 일 끝나고 전화해도 되니까, 오늘 연락하거라.”

“예. 할아버지.”


호진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호진아 소울!”


호진이도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소, 소울?”


이건 조금 창피했다.


***


호진은 분식집에서 조금 일찍 퇴근했다. 혼자 일하실 엄마가 조금 걱정이었는데.


“아들. 퇴근해. 새벽에만 도와줘도 충분해. 곧 고등학교 갈텐데, 놀러 다니고 해. 엄마는 분식집일 도와주는 것보다 그게 더 좋아.”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 호진이를 퇴근시켰다.

아들이 도와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미안하셨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호진이는 홀가분하게 패셔니스트 할아버지 댁에 방문할 수 있었다.


‘와······.’


낮은 산 중턱에 있는 고급 빌라촌. 호진이는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외부 모습도 놀라웠는데, 더 놀라운 건 내부였다.


‘60평? 더 큰가?’


커다랗고 고급스러운 고급 빌라.

인테리어도 전부 새로 하신 모양인지 내부는 블랙&화이트로 깔끔하고 멋진 분위기를 풍겼다.

새삼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대단한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호진이 왔구나?”


할아버지는 집에서 입고 있는 옷마저 멋있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뭘 또 들고 왔어?”

“사과가 맛있어서, 좀 들고 왔어요. 뇌물이에요.”


호진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들어오거라. 뇌물까지 받았는데, 이 할애비가 대충 가르쳐줄 순 없지.”

“저는 어떤 걸 배우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가르쳐줄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이 할애비가 고민을 해봤는데, 패션이 어떻고 저떻고 이런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란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기본을 가르쳐 줄 거란다.”

“기본이요?”

“소울. 고걸 배워보자구나.”

“예?”


소울을 배우는 게 대체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사제(師弟)의 업이 생성되었습니다.]

[전수가 끝났을 때 ‘소울’의 업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스승의 만족도에 따라, 획득하는 업의 효과가 달라집니다.]

[제자의 이해도에 따라 획득하는 업의 효과가 달라집니다.]

.

.

.

메시지가 끊임 없이 떠올랐는데, 호진의 눈을 사로잡은 건 하나였다.

메시지는 소울을 업으로 인정했다.


‘세상에···.’


옷 좀 잘 입는 법을 배우러 왔는데, 소울이 튀어나왔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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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졸업식 +14 20.08.28 8,009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8,007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78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60 229 11쪽
10 010. ‘소울’의 업? (2) +13 20.08.24 8,296 234 12쪽
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88 222 12쪽
» 008. 커피가 맛있다. +8 20.08.23 8,987 219 12쪽
7 007. 味 다방 종업원(3) +9 20.08.22 9,089 234 12쪽
6 006. 味 다방 종업원(2) +10 20.08.21 9,283 216 12쪽
5 005. 味 다방 종업원(1) +7 20.08.20 9,758 213 12쪽
4 004. 인사(2) +11 20.08.19 10,111 234 12쪽
3 003. 인사(1) +5 20.08.18 10,917 2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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