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거짓말이 아닙니다. 거짓말일지도.

메칼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니
작품등록일 :
2016.01.05 01:02
최근연재일 :
2019.03.13 00:57
연재수 :
178 회
조회수 :
130,401
추천수 :
5,473
글자수 :
930,491

작성
16.10.30 00:59
조회
550
추천
28
글자
16쪽

제물

거짓말이야. 아닐 수도 있고.




DUMMY

해가 진 지 오래인 한밤중에, 영주의 별장은 갑자기 소란해졌다.

여기저기 촛불이 켜지고 자러 갔던 사람들이 도로 나와 바쁘게 오고갔다.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아도, 사실 모든 사람들의 주의는 한 명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눈처럼 흰 소년이었다.

차분히 흐르는 은발에 하얀 피부, 눈동자는 밝은 회색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온통 희다. 눈썹도 속눈썹도 하얀데다 핏기가 없는 입술 때문에 얼핏 소년의 모습은 석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루시네는?”

무심한 소년의 목소리가 홀에 울렸다.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자기 방에 있겠지요. 금방 올 겁니다.”

그 말을 증명하듯 계단위에서 루시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옷 위에 가운만 걸친 그녀가 소년에게 달려왔다.

“하야티 도련님. 이런 밤중에! 위험하니까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잖아요.”

나무라는 말이었지만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일부러 찾았으면서도 하야티는 그녀를 힐끗 보았을 뿐 대꾸도 없이 지나쳐 걸었다. 그런 태도가 익숙한지 루시네도 아무렇지 않게 그의 뒤를 따라갔다.

“영주님과 만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인가?”

걸으며 소년이 중얼거렸다. 루시네가 재빨리 대답했다.

“두 분 다 어두워지면 주무시니까요. 요즘 몸도 안 좋으시고요. 내일 아침에 만나세요.”

“그런데 너는, 뭐하던 중이었어?”

하야티의 질문에 뒤에서 걷던 루시네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녀는 소년이 나갔다 오면 누구보다 먼저 문을 열고 맞았었다. 외출했을 때 뿐만이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첫 번째로 소년에게 찾아가는 사람도 그녀이고 종이 울리면 가장 먼저 방으로 달려가는 사람도 그녀였다.

“그만 일찍 잠들어서, 에스펜이 부르러 와서야 깨어났어요. 오늘 오실 줄 알았으면 안 자고 기다렸을 텐데.”

에스펜이 부르러 온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 그녀는 화장한 채로 우느라 얼룩덜룩해진 얼굴을 닦으며 잠옷을 입느라 바빴다.

“그래?”

하야티는 무심히 되묻더니 걸음을 멈췄다. 루시네가 뒤따라 멈추어 섰다. 루시네보다 약간 작은 키의 소년이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촛불의 노란 불빛 속에서도 소년은 오히려 새하얗게 보였다.

마치 달과 같다고 루시네는 생각했다. 태양은 황금빛인데, 그것을 반사하는 달은 창백한 은색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눈앞의 이 소년이다.

“오래 잤구나? 눈이 부었네.”

하야티가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걸었다.

소년의 뒤에서 루시네는 말없이 따라 걸었으나 흔들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촛불로만 밝혀진 어둑한 복도가 아니었다면 눈자위가 붉은 것도 들켰을 터였다.

‘정말로 괜찮은 거야?’

그녀는 마음속으로 물었다. 소년이 돌아왔을 때 이미 도망가기는 늦은 거였지만 정말로 괜찮은가. 이대로······.

시메트라의 축복을 잃어 평범한 몸이 되어버린 그녀였다. 위험이 닥쳐도 자신을 지킬 능력은 이제 없다. 더욱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그래서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이 이곳에 있다.

“참, 에스펜이 말했어요? 어제 별장에 손님이 왔어요.”

“들었어.”

소년이 대답했다. 이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손님과 만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인가.”

“아마 손님도 자고 있겠죠.”

루시네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길 바라며 대답했다.

그녀가 말한 것과 달리 손님은 지금 자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도 않았다. 그 시각 메칼로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대신 저택 안쪽의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저택의 구조는 파악한지 오래다. 모든 방을 확인하지는 못했어도 열어보지 않은 문보다 열어본 문이 더 많았다. 메칼로는 그 가운데 마지막까지 확인을 미루었던 방으로 가고 있었다.

확인을 미룬 것은 그 방에 별 게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거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루시네에게 들을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와볼 작정이었으나 하야티의 갑작스러운 귀가로 예정은 바뀌었다.

메칼로는 문제의 방 앞으로 가서 조용히 문 손잡이를 잡았다. 잠기지 않았다. 문을 열자 텁텁하고 들척지근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방은 넓었다. 불빛 하나 없는 가운데 큰 창으로부터 쏟아진 달빛이 푸른색 카펫처럼 바닥에 깔려 있었다.

메칼로는 들어가지 않고 달빛에 드러난 방안 풍경을 둘러보았다. 기괴한 광경이었다.

넓은 방안이 고상한 집기와 아름다운 천으로 장식되었으나 그것들은 모두 뒤집어져 있었다. 침대도 의자도 장식장도 다리가 천장을 향하고, 태피스트리는 색상이 뒤바뀌었고 옷은 안팎이 뒤집어져 걸려 있었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바닥은 지저분했다. 뒤집어진 침대 뒤쪽에 모포가 깔린 것이 보였다. 주변에는 말라붙은 음식 찌꺼기나 뼈다귀 따위가 널렸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곳이 있는가 하면 모포 주변이나 방문 앞은 아니었다.

버려진 방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 사용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분명 방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람그나이의 각인자라······.”

메칼로가 중얼거렸다.

“잘 아는군.”

방 한구석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대꾸했다. 침대 뒤편이었다. 달빛이 가로막혀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있는지도 모를 곳이었다. 거기 숨어서 머리만을 조금 내밀고 누군가 메칼로를 보고 있었다. 메칼로가 그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것도 있고, 이 광경을 보니 확실해졌다.”

“마신의 각인자가 눈앞에 있는데 두렵지 않나.”

어둠 속의 목소리가 물었다. 대상이 분명치 않은 조소가 짙게 배어있었다.

“당신은 그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더군. 또 당신의 능력은 근접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방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안전하겠지.”

메칼로의 대답에 어둠 속 목소리가 짧게 끊어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하야티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면 좀 더 가까이와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 않나. 구경하러 왔으면 좀 더 즐겨보시지. 그러고 보니 초도 가져오지 않았군. 그래서야 내 꼴을 제대로 볼 수 있겠나?”

메칼로는 잠시 그쪽을 보다가 이윽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조용히 문을 닫자 침대 뒤편의 사람이 좀 더 머리를 내밀었다. 여전히 그림자가 짙어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번득이며 메칼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좋아. 다른 놈들보다는 낫군. 좀 더 다가올 용기가 있나?”

목소리가 유혹하듯 말했다. 메칼로는 유유히 걸어 침대의 머리맡까지 갔다. 거침없는 움직임에 어둠속의 그림자가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모포로부터 두어 걸음 가량의 거리에 멈추어 서서 메칼로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엎드려있었다.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어둠 속에 있던 그의 몸은 반만 달빛에 걸쳐졌다. 상반신은 까맣게 그림자 지고 하반신이 선명히 드러났다.

남자는 긴 셔츠만을 입고 있었다. 엎드린 채로 뒤로 물러나니 셔츠가 허리까지 밀려 올라가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랫도리가 푸르스름하니 보였다. 상체는 분명 정상적인 성인 남성의 것이었지만 달빛에 드러난 하체는 달랐다. 길이가 상반신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작을 뿐이었다. 난쟁이처럼 기형으로 태어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반신만을 따로 보면 마치 아기의 작고 통통한 다리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아니, 아기의 몸이었다. 성인 남성의 상체에 붙어있는 것만 빼면 어느 모로 봐도 간난아이의 몸과 다를 것이 없었다.

마치 취향이 나쁜 조각가가 아버지와 아이의 상을 만든 다음 상체와 하체를 잘라 조합한 것처럼 보였다.

방안 풍경에 못지않은 기괴한 모습이었으나 메칼로는 한번 훑어보고 나서 다시 남자의 그늘진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이름은 메칼로다. 초면이군, 헤이달 경.”

메칼로의 소개에 어둠 속 남자, 헤이달이 꿈틀거렸다.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꺾고 새삼 메칼로를 뜯어보았다.

“노예 상인의 패거리가 아니구나. 너는 누구냐.”

“노예상이란 에스펜과 그 친구들 이야기인가?”

메칼로가 그의 앞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그 스스럼없는 행동에 헤이달이 다시 움찔거렸다. 그가 대답하지 않고 노려보기만 하자 메칼로가 다시 말했다.

“제대로 소개하지. 나는 바그랏트 대공의 요청을 받은 아르반 국왕의 지시로, 이 지역에 일어난 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온 책임자다. 대공의 사자인 엔버 가문의 지드 경과 대공에게 도움을 구한 아나히드 백작이 증인이다. 백작이 관여한 이유는 당신의 연락 때문이라더군.”

“뭐라고······.”

메칼로의 새로운 소개를 듣고도 헤이달은 잠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메칼로는 그가 입을 열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 헤이달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문득 팔로 바닥을 지탱하고 상체를 끌어올렸다.

아기와 같은 그의 하체가 어른의 상체를 지탱하기는 힘들 터였으나 헤이달은 뒤집어진 침대를 붙잡고 거기에 기대어 간신히 비스듬히 앉은 모양을 취했다. 그러자 겨우 두 사람의 눈높이가 같아졌고 메칼로는 달빛에 드러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헤이달 엘도간은 짙은 갈색 머리와 어두운 피부의 40대 남성이었다. 몸은 말랐지만 뼈마디가 굵었다. 걸려있는 옷의 크기로 미루어 얼마 전까지도 체격이 크고 건장한 몸이었다. 침대를 붙들고서 상체를 지탱하는 팔에도 아직 제법 근육이 붙어 있었다.

“메칼로라고? 거짓말쟁이의 이름을 대고 거짓말 같은 말을 하는군.”

헤이달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자주 듣는 소리다.”

픽 웃으며 메칼로가 대꾸했다. 헤이달은 처음 보는 이상한 물건처럼 그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았다.

“대공의 요청으로 아르반에서 왔다고?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내가 람그나이의 각인자라는 것을 알지? 나조차도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 사실은 하야티 밖에 모르고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데 네가 어떻게······.”

“여기 오기 전까지는 의심만 하고 있었다. 람그나이의 각인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니델린의 영주인 당신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그동안 벌어진 일들이 꽤 조직적이었으니까 아무리 무능한 영주라도 이런 패거리들이 영지 안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내버려두지는 않겠지. 그런데도 대응한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

코앞에서 자신을 무능한 영주라고 말하는 메칼로를, 헤이달은 턱을 움찔거리며 노려보았다. 메칼로는 아랑곳 않고 계속해 말했다.

“사병을 모으거나, 용병을 구하거나, 조사원을 파견하거나, 하다못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아무 것도 안 한 그런 상태로 몇 달이나 지난 후, 소문이 니델린을 벗어나 다른 영지로까지 퍼진 후에야 아나히드 백작에게 편지가 도착했지. 니델린 성에서 온 서신이라고 들어서 나는 당신이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메칼로가 헤이달의 눈 깊은 곳을 쏘아보았다.

“아니었군. 어째서 그때 백작이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는데, 여동생의 편지였기 때문이군. 영주의 정식 요청이 아니어서 직접 관여할 수가 없었던 거였어.”

“그 여자는······.”

헤이달이 울컥 내뱉었다.

“제가 낳은 아이를 괴물이라며 죽이려고 했던 잔인한 여자야. 죽이려다 실패하자 하야티를 외부에 알리려고까지 했지. 그러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유일한 상속자인 하야티를 죽이고, 내가 한 일을 알려서 결국 니델린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이라는 걸 모를 줄 알아?”

헤이달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아나히드 백작이 대공께 요청했다고? 그렇게까지 일을 키우는 수작은 뻔하지. 나를 딜라라와 결혼시킬 때부터 그럴 작정이었던 거야. 그 여자는 제가 괴물을 낳은 장본인인 주제에! 딜라라나 아나히드 백작이나 지옥에 떨어지라고 해!”

“레이디 딜라라는 여기에 없군?”

메칼로가 문득 물었다. 헤이달이 눈을 크게 떴다. 그의 퀭한 얼굴 위로 의문이 스치는 것을 메칼로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당신은 레이디 딜라라가 아나히드에 있다고 생각했나? 백작이 니델린으로 사람을 보냈지만 별장에서 요양중이라는 말을 들었다더군.”

“헛소리 하지 마라. 그 여자가 우리를 버리고 아나히드로 도망친 지 한 달이 넘었어!”

헤이달이 사납게 말했다. 메칼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상한 걸.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당신 부부가 함께 있는 줄로 알던데.”

헤이달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두려움과 혐오가 섞인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 메칼로가 고개를 저었다.

“헤이달 경, 내가 당신에게 확인하고 싶은 일은 하나뿐이다. 하야티가 누구의 신자인가, 라는 거지. 뭐 덤으로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까지 알 수 있으면 더 좋고. 느긋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왜 그것을 말해줘야 하나? 내가 왜 아나히드 백작에게 내 땅이 넘어가게 도와야 하지?”

헤이달이 차갑게 대꾸했다. 메칼로는 말없이 일어서더니 헤이달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지 마!”

헤이달이 몸을 뒤로 빼며 나직이 외쳤다.

“뭘 두려워하나. 가까이 가면 그 대단한 능력으로 나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 혹시 람그나이의 권능을 잃어버렸나?”

메칼로가 말하며 성큼 다가갔다. 헤이달이 침대를 놓치고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그를 내려다보며 메칼로가 물었다.

“여기에 갇힌 지 얼마나 되었지? 헤이달 경. 한 달 정도인가?”

헤이달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메칼로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달 전쯤 네슬린 마을 사람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알고 있나? 그 때문에 대공도 조사를 명령한 거다.”

헤이달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표정이 흔들렸다.

“람그나이의 금기는 아마 ‘어머니가 생존할 것’이었지? 정확히는 어머니라기보다, 젖을 먹여 키운 사람을 가리키는 거지만. 그러니 어렸을 때 젖을 먹여 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당되는 셈이다. 경은 오래 전 부모를 잃었으니 유모가 남았군. 혹시 유모가 네슬린 마을에 살고 있었나?”

헤이달은 대답하는 대신 어금니를 악물고 충혈된 눈으로 메칼로를 노려보았다. 물론 메칼로는 그런 시선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렇군. 당신의 유모도 거기에 살고 있었어. 그 마을 사람들이 없어졌더라도 어디에선가 무사하기를 바랐는데 그 중 한 명이 죽은 것을 당신을 통해 확인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운명도 비슷하리라고 짐작해야 하겠군. 유감이다, 헤이달 경. 당신이 보호하려는 소년은 어머니를 해치고,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을지 모르는 괴물이다.”

“아아악!”

헤이달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메칼로에게 덤벼들고 싶었겠지만 그의 비정상적인 하체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옆으로 기우뚱하니 쓰러져 버렸다.

“하야티는 누구의 신자지?”

냉정하다싶을 정도로 무감정하게 메칼로가 물었다.

“꺼져! 이 거짓말쟁이! 꺼져 버려!”

헤이달이 소리쳤다. 목소리가 방안을 텅텅 울렸다. 그때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몰려오기는 했으나 문 앞까지였다. 누구도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못했다. 그와 함께 창밖으로도 사람들의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횃불들이 일렁이며 저택 바깥을 밝혔다.

“저쪽으로 가! 흩어져!”

“얼마 못 갔을 거다! 서둘러!”

목소리, 발소리가 뒤엉켜 불빛과 함께 숲으로 퍼져나갔다.

“슬슬 들킨 모양인걸.”

창밖의 불빛을 보며 메칼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웅성거리는 목소리는 없어졌지만 또박또박 다가오는 발소리 하나가 선명하게 울렸다. 발소리는 문 앞까지 다가온 다음 뚝 끊어졌다.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등과 횃불의 빛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불과 무기를 든 대여섯 명의 남자들 사이에 새하얀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의 회색 눈동자가 방안을 훑더니 이윽고 메칼로에게 고정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 작성자
    Personacon Rainin
    작성일
    16.10.30 03:12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10.30 04:43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19 사만다
    작성일
    16.10.30 03:44
    No. 3

    어... 예전에 마니님께 저도 이 세계의 신자가 되어보고 싶다고 했던 요청을 취소해야겠어요.... 하체가... 영주님 하체가...!!! ㅠㅠㅠㅠ 신자들이 하나같이 너무 끔찍한 운명을 맞는 것 같아요!!!! ㅠㅠ 이렇게 안타까울 데가.... ㅠㅠ 그나저나 정말 숨죽이고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엄청나게 흥미진진해요 +0+...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10.30 04:47
    No. 4

    저도 제가 쓴 소설의 세계에서 살고픈 마음은 전혀.....굳이 살아야 한다면 주인공의 후손인 걸로....그럼 완결 즈음에 에필로그에서만 살짝 등장할 테니깤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크림
    작성일
    16.10.30 08:45
    No. 5

    신자들 불쌍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10.31 22:54
    No. 6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혼운
    작성일
    16.10.30 09:45
    No. 7

    오늘도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_@)/○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10.31 22:56
    No. 8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동그라미가 손 같지가 않닼ㅋㅋㅋ 이미 내 머릿속에서 저건 공....양손의 공.....(^o^)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6.10.30 10:00
    No. 9

    뭐 멀쩡한 신자가 없군요. 메칼로정도로 똑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10.31 22:56
    No. 10

    그렇죠! 메칼로가 똑똑하다는 걸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째서 이 대목에서 좋아라 하는 건갘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Fragarac..
    작성일
    16.10.31 19:20
    No. 11

    하야티가 람그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10.31 22:57
    No. 12

    저도 그런줄 알았어요. (응?)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9 비밀의 문(4) +18 17.01.13 501 25 10쪽
118 비밀의 문(3) +16 17.01.12 490 28 12쪽
117 비밀의 문(2) +12 17.01.11 555 27 12쪽
116 비밀의 문(1) +14 17.01.10 474 24 11쪽
115 아침 아가씨의 성채(5) +10 17.01.10 476 23 11쪽
114 아침 아가씨의 성채(4) +10 17.01.06 653 28 11쪽
113 아침 아가씨의 성채(3) +8 17.01.05 629 29 12쪽
112 아침 아가씨의 성채(2) +14 17.01.03 569 28 10쪽
111 아침 아가씨의 성채(1) +11 17.01.02 602 28 12쪽
110 <3부. 테리아의 메칼로 - 프롤로그> +32 16.12.31 651 33 10쪽
109 <2부 완결 후기> +34 16.11.04 849 27 2쪽
108 <2부. 바그랏트의 메칼로 - 에필로그> +13 16.11.04 665 31 7쪽
107 며칠간의 일 +16 16.11.03 634 31 11쪽
106 이름 +14 16.11.03 696 26 13쪽
105 관계 +14 16.11.01 793 29 11쪽
104 의심 +16 16.10.31 714 28 10쪽
» 제물 +12 16.10.30 551 28 16쪽
102 형적(形跡) +18 16.10.28 696 23 10쪽
101 은밀한 거래 +14 16.10.27 615 27 13쪽
100 궁지(3) +16 16.10.26 656 30 14쪽
99 궁지(2) +17 16.10.25 595 28 11쪽
98 궁지(1) +18 16.10.23 728 25 13쪽
97 자귀의 신(2) +10 16.10.22 750 24 15쪽
96 자귀의 신(1) +14 16.10.18 648 25 14쪽
95 의문(3) +18 16.10.17 758 29 14쪽
94 의문(2) +8 16.10.16 624 30 14쪽
93 의문(1) +12 16.10.13 737 25 13쪽
92 미친 달의 노래(3) +22 16.10.11 687 27 15쪽
91 미친 달의 노래(2) +14 16.10.10 847 30 13쪽
90 미친 달의 노래(1) +16 16.10.08 693 3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