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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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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10.22 21:45
조회
629
추천
18
글자
10쪽

조사하다 (1)

DUMMY

상욱은 전화벨이 울렸을 때,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가 온 번호는 소매치기 시절 잠시 안면이 있던 쌥쌥이라는 놈이었다. 놈이 지금 좋은 일을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상욱은 처음 놈에게 받은 전화를 회상했다.


***


“여보세요.”

- 최상욱 선수 전화입니까?

“네. 그런데요?”


여기까지만 해도 상욱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광고나 행사를 위해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고 생각했다. 많은 수는 소속팀을 통해 연락을 해 오지만, 때로 이렇게 선수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 오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 아. 다행이네. 나야. 쌥쌥이.

“.........”

- 여보세요? 야? 나 몰라? 어.. 이거 안들리나? 여보세요?

“....... 무슨 일이지.”


상욱은 전화가 반갑지 않았다. 소매치기 시절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과거는 끊을 수 없는지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를 해 왔다. 쌥쌥이놈은 별명답게 쌥쌥하게 살 놈이지 절대 좋은 일을 하며 살 놈이 아니었다. 놈의 목소리만 들어도 지금 놈이 좋은 일로 전화한 것이 아니고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을 거라는 것이 상욱에게는 느껴졌다.


- 무슨 일은 마.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우리가 그런 사이야?

“지랄 옆차기 하는 소리 말고. 꺼져 시발아.”

- 하~ 이 새끼. 까칠한건 여전하네. 마! 건수가 하나 있어서 전화했다.

“껀수? 난 그딴 일 안한다.”

- 야야. 무슨 일인 줄 알고. 후리고 이런 일 아냐. 정말 건실하고 좋은 사업이지.

“지랄 똥을 싼다. 끊는다. 전화하지 마라.”

- 야야! 얌마! 그래도 들어는 줘야하는거 아냐?


딸칵.


상욱은 놈의 목소리가 다급해지는 가운데서도 전화를 바로 끊었다. 쌥쌥이 놈은 항상 보면 말이 많았다. 자주 엮이던 놈은 아니었지만 나름 종종 엮였는데, 놈과 이야기 하고 있으면 그 시절이 생각났다. 소매치기 시절.


그 시절 이사람 저사람 이런저런 짓을 하며 엮였지만, 쌥쌥이 놈과 엮여서 항상 좋은 일이 없었다. 짭새가 등장해서 튀느라 그날 수입을 공친다거나, 쌥쌥이 새끼가 혼자 튀어서 인상이 험악한 자신만 혼자 걸려서 파출소에서 곤욕을 치른다거나 하는 등의 일 말이다. 증거가 없어서 결국은 파출소에서 훈방되었지만 같이 조를 짜고 나왔는데 혼자 튈 줄은 몰랐다. 최소한 말은 해주고 가야 하는거 아닌가? 시간이 없었다면 모른다. 나중에 알고보니 경찰에게 눈에 띄는 자신을 미끼로 삼아서 그냥 지 도망칠 시간을 번 거였다. 개새끼...


그래도 당시에는 어찌저찌 서로 계속 나쁜 일을 같이 하다보니 관계가 띄엄띄엄 꾸준히 이어졌지만, 지금은 관계를 이을 필요가 없는 사이. 놈과 통화를 계속 할 이유가 없었다.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상욱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문자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무슨 문자인가 습관적으로 확인한 상욱은 얼굴을 굳혔다.


- 마. 날 어찌 생각하는지는 아는데, 진짜 사업이다. 안 힘들고 돈이 되는 사업. 바쁜거 같으니 다음에 전화할게.


피식.


상욱은 실소를 지었다.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아나.”


안 힘들고 돈이 되는 사업이 어디 있나. 왜. 아주 남대문에 오피스텔 공실이 있어서 1억에 방 3개짜리 사면 매년 13% 이득이 들어온다고 구라를 치지 그래? 사기꾼 같은 새끼들. 돈이 있으면 지가 하지. 왜 남의 돈이 필요해?


지금 쌥쌥이가 보낸 문자도 그랬다. 사업이나 장사나 전부 공통점은 돈 벌기가 힘들다는 거였다. 남의 돈을 먹기 쉬우면 왜 일을 하나. 그리고 다음? 다음은 없다. 놈이 나와 최근에 연관이 어디 있다고 저렇게 친절하게 문자를 하나. 그렇게 욕을 하는데 연락을 하는 걸 보면 필시 좋은 일은 아닐 것이었다. 쌥쌥이 새끼야.. 쉬운데 돈이 되는게 어딨냐. 시발놈아.


상욱은 쌥쌥이를 속으로 욕하며 전화기를 접었다.


***


하지만 상욱에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전화가 왔다. 하도 자주 전화가 오길래 짜증이 나서 무슨 말을 하나 들어주면 다음부터 전화 안한다는 말에 한번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들었더니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뭐? 져 줘? 져 주면 돈을 준다고?

개새끼. 순서가 틀렸잖아. 돈을 주면 져 줄 수 있냐고 해야지. 돈을 먼저 주지도 않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쌥샙이 니같이 신용없는 새끼 말을 믿냐. 그리고 내가 그딴일을 할 것 같냐?


상욱이 처음에 불쾌한 것은 클린한 우주전쟁 판을 녀석이 조작하려 든다는 것이 아니었다. 소매치기 시절 조금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호구로 보였는지는 몰라도 지금 현재 자신에게 댓가와 일의 순서가 뒤바뀐 제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도 호구로 본다는 그 사실 자체가 화난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 돈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나쁜일을 꾸미는 자들의 이해관계에서 중점이 되는 사안이었는데, 놈이 나를 호구로 보지 않았다면 당연히 돈을 먼저 바쳐야 했다. 일단 처음에는 그게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어떻게 그 세계에서 벗어나서 여기까지 왔는데 니들이랑 엮이라고?


“미쳤냐? 내가 그런 짓을 하게..”


상욱이 처음에 반사적으로 기분이 나빴던 것이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그답게 자신을 호구로 본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이었다면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전혀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상욱은 소매치기에서 게이머가 되면서 자신도 음지가 아닌 양지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도 남들의 선망받는 눈빛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저 게임을 잘 하는 것 뿐인데 무슨 프로야구 선수같은 취급을 받는다. 게다가 지금 있는 팀은 XK 계열의 XK 마르스. XK에서는 연습생이 아닌 1~2군 선수 모두에게 직원과 같은 대접을 해 준다. 연봉도 있고, 꾸준히 생활비도 들어온다. 숙소도 안정적이고, 길거리 시절처럼 누군가 자신을 해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고 좋은 양지의 환경. 그리고 사회에서 인정하는 직업. 추가로 팀에서 좋은 형과 동생들이 있다. 그 동생들 중에는..


“승아.. 마이 프린세스...”


뭔가 들어가야 하지 말아야 할 오타쿠적인 느낌이 나는 수식어가 들어간 것 같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하여튼 상욱은 승아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거의 숭배 수준이었다. 남들의 이목을 생각해서 티를 잘 내고 있지 않지만 승아의 팬클럽에 참여한지는 예전부터여서 팬클럽에서는 운영진 직전의 플래티넘 등급까지 승급하였고, 승아 때문에 돈을 더 준다는 팀을 마다하고 당시 자신의 평판보다 낮은 계약금을 받고 XK 마르스에 들어온데다 승아의 팬 미팅에 참가하여 승아가 신던 신발을 800만원이 넘는 금액에 구매하여 아크릴 장에 고이 보관하고 있으며, 승아와 같이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속으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상욱이었다.


상욱은 그런 승아 앞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며 승아가 싫어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 진이슬 동료들 중 마우스 패드에 이상한 물질을 발라서 마우스 움직임이 되지 않게 하거나 이어셋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밖에서 음성으로 전해받던 녀석들에 대해서 승아가 이야기하던 말이 있었다.


“쓰레기들이에요!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들!! 싱크대 하수관에 막힌 기름찌꺼기 같이 동물 음식으로도 쓰지 못하는 쓰레기들!!”


승아가 그렇게 싫어하는데 승부를 아예 져 주는 것으로 조작을 한다? 그것도 나중에 줄지 말지 모르는 푼돈을 가지고? 이 자식들아.. 날 어떻게 보고.. 나 최상욱이야. 순정파 최상욱.


상욱은 승아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 암. 내 스타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팬의 자세지.


그렇게 상욱은 승아의 회귀전과 다르게 존재감이 커진 미소녀 게이머 승아의 존재로 인해 원래의 삶과 다르게 팀을 옮겨서 성실한 빠돌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


상욱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전화를 수신거부 했지만 쌥쌥이는 상욱에게 전화번호를 바꿔가면서 계속 전화를 했다. 상욱이 핸드폰 배터리를 뽑은 것도 일단은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승부조작 제의를 상욱은 계속해서 아예 여지를 주지 않은 채 차단하고 있었다.


사람이 언제 어느 상황에나 쓰레기인 사람이 있는 반면, 계기가 주어지면 원인이야 어쨌든 결과가 변할 사람도 있다. 마승수가 전자라면, 최상욱은 후자였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상황을 모르고 과거의 상황만을 아는 승아와 원재.

둘은 일단은 상욱을 의심하고 있었다. 마승수의 경기를 볼 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승아는 상욱을 주변에서 관찰하고 있었고, 원재는 분석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어. 형. 자주 좀 내려와요. 우리가 남이가.”


XK 마르스 연습실에 내려간 원재를 맞이하는 것은 썰렁한 개그를 치는 동운이었다. 그론 동운의 옆에서 깐죽대며 농담을 더하는 것은 학도였다.


“동운형. 이제 남이죠. 다른 팀인데.”

“이야.. 학도... 이 자식. 머리 좀 컸다고 이제 나한테 막말하는데?”

“아니.. 원재형. 저도 웃자고 한 소립니다. 헤헤.”

“웃기지마. 새꺄. 넌 진심이었어.”

“이종원! 너 자꾸 나 모함하는데.. 자꾸 그러면 지난 수요일 외출때 네가 누구를 만났는지 다 말하는 수가 있... 읍!”

“야야, 얌마! 김학도! 그건 비밀로 하기로..”


원재가 XK 마르스의 연습실에 내려가자 예전 클랜 시절부터 친하던 녀석들이라 그런지 편하게 원재를 맞아주었다. 원재는 피식 웃으며 녀석들의 머리를 헝클어 주면서 내려온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작가 개인 사정상 이번주는 월화목일이 아닌 화수목일로 연재됩니다.
즉 내일은 연재를 쉽니다. 모레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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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조작 멤버는.... (1) +2 17.10.16 492 19 12쪽
395 그는 변하지 않았다. +2 17.10.15 518 16 10쪽
394 우리는 조작 패밀리 17.10.12 484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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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새시즌 개막전 (1) 17.09.25 548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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