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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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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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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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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피씨방 행사

DUMMY

상욱은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사이를 거쳐 선수들이 게임하는 부근을 지나 안쪽 카운터에 피씨방 사장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피씨방 사장은 평범한 인상이었는데, 배가 좀 나오고 머리가 좀 벗겨진 것이 딱 흔히 생각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상욱이 피씨방에 몰린 인파를 헤치고 사장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사장은 몹시 반기며 상욱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하하. 최상욱 선수. 반갑습니다. 제가 사장인 김기철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이야~ 이거 직접 보니 더 멋진데요. 하하!”

“아.. 네.”


피씨방 사장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상욱을 멋지다고 칭찬했다. 분명히 기분이 좋아야 할 터인데, 뭔가 기분이 나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시켜서 먹었는데 케찹인줄 알고 잔뜩 뿌린게 핫소스인 것을 5초 뒤 알아차릴 자의 예언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 왜지? 왜 기분이 나쁘지?


기분 나쁠 일이 전혀 없었다. 500만원은 선입금되었고, 3시간 동안 시간을 때우다 가면 될 일이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괜한 느낌이라 생각하면서 상욱은 고개를 뒤흔들어 안좋은 생각을 털어내었다.


상욱은 사장과 인사를 나눈 뒤 옆에 만들어 둔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이라고는 하지만 카운터 부근에 급조한 자리인지라 이용객들의 눈을 막는 격벽이 설치되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결승전이 계속 열리는 와중에도 상욱을 힐끔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상욱의 전신 용문신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주 볼 법한 모양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저절로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이 현상이 결승전을 치르는 두명의 아마추어 게이머 중 한명에게도 나타났다는 것.


힐끔.


쳐다본 것은 잠시였지만, 그 댓가는 컸다. 두 게이머 중 정석 청년이 평소 보지 못했던 실제 프로게이머인 최상욱을 잠시 보았을 때, 정석 청년의 본진에 야매 청년의 암흑사제 드랍이 작렬했다. 원래대로라면 충분히 유닛으로 잡아 낼 수 있는 수송선이었지만, 정석 청년은 상욱을 보느라 잠깐 한눈을 팔았다. 그리고 그 잠시 사이 방어 라인을 뚫고 잠입한 수송선은 그 임무를 완수했다.


“어! 수송선이 못 뚫을 것 같았는데, 드랍을 성공시켰어!”

“방금 반응이 좀 늦었어!”

“일꾼 이제 몰살인데?”


펑!

스컹! 수컹!!


뒤늦게나마 재빠르게 반응한 정석청년은 야매청년의 수송선을 격추시켰지만, 드랍된 암흑사제는 그 사이 정석 청년의 일꾼을 꽤 잡아냈다. 야매 청년도 이번 3세트는 팽팽히 맞서던 차이기에 운영이 되던 상황. 팽팽한 상황을 한번의 암흑사제 드랍으로 깨트리려는 그의 모험수가 통했다. 원래대로라면 정석 청년이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서 충분히 막히고 정석 청년의 승리로 게임이 종료되었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바로 부랴부랴 암흑사제를 제거하기는 했지만 게임이 기운 상황. 서로 팽팽한 가운데 일꾼 숫자가 2배차이가 난다면 지속적 경기를 하기는 힘들었다.


정석청년은 어쩔 수 없이 있는 병력을 전부 몰고 야매청년의 기지로 돌진했다. 일꾼이 잡힌 이상 미래가 없어서 병력이 비슷한 지금 바로 승부를 보아야 했다. 처음에는 암흑사제 등에 자원을 쏟은 야매청년이 조금 불리했지만, 차분히 뒤로 물리면서 바꿔준 결과 정석청년의 뒷심이 딸리는 시간이 곧 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병력의 차는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아.. 막혔네.”

“저거 못 뚫겠는데? 폭풍사제로 방금 폭풍이 결정적이었어.”

“그 전에도 이미 일군 잡히는 순간 진거야.”

“아쉽네. 암흑사제가 탄 수송선만 잡았어도..”


구경꾼들의 말처럼 자원을 더 캐지 못한 정석청년은 한번의 러쉬가 실패하자 완전히 불리해졌다. 그 뒤로는 수비를 하다가 공세로 전환한 야매청년의 기계전사와 아크, 폭풍사제 등의 병력의 공격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힘싸움에서 다시 크게 지면서 반전 없이 GG.


상욱의 등장이 가져온 피씨방 결승전의 판세의 역전이었다. 게임을 하던 사람인 정석청년이 무의식중에 쳐다볼 정도로 상욱의 나시티 사이로 보이는 용문신은 임팩트가 강렬했다. 누가 보아도 호감보다는 몰래 볼 수밖에 없는 신기함을 자아내는 그 전신 용문신의 자태란..


잠시라도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직 게임에 집중한 야매청년. 마지막 3세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야매 전술, 그러니까 전진 2관문, 캐논포 러쉬, 빠른 암흑사제, 본진 패스트 자트드랍 등의 전략으로 승리를 잡아온 야매청년이 과정이야 어쨌든 결승까지 간 뒤에 결국 강자였던 정석청년까지 2:1의 스코어로 꺾고 피씨방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야매청년은 실력도 있었지만 초반 전략을 선호하는 전략을 짜 왔는데, 그게 먹히면서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었다.


야매청년은 우승이 확정된 뒤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친구로 보이는 이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양손을 휘젓는 등 오두방정을 떨고 있었다. 우승상금 300만원의 지급이 확정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추가로 상욱은 몰랐던 사실이지만 초대 프로게이머를 이기면 50만원이 추가로 지급되는 히든 룰이 있었다. 피씨방 대회 치고는 300~350만원의 큰 상금이 걸려있는 것.


그래서인지 우승을 한 야매청년은 기뻐하는 것도 잠시, 피씨방 알바인 진행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다시 자리에 앉았다.


- 저 앞에 최상욱만 잡으면! 50만원 추가다!! 좋아! 가자고!


야매청년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 피씨방 대회는 예선이 단판이었던 만큼 자신의 야매가 잘 통했다. 결승은 3판 2승이기는 했지만 운영을 좀 섞어주어 무난하게 이겼다. 비슷비슷했고 정석 청년이 오히려 더 나은 상황이 있었지만 야매 청년은 스스로의 경기를 그렇게 평가했다. 그리고 또 이번에도 최상욱을 상대로 야매로 러쉬를 해서 이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단판이고 야매라면, 프로게이머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 유명한 윤승아도 초반 러쉬를 즐겨하지 않는가?! 어차피 초반은 통하면 이기고, 막히면 지는 것. 이렇게 이기나 운영으로 이기나 어차피 1승이라면, 정신력 소모가 적은 초반 러쉬가 낫다고 야매 청년은 생각했다.


청년은 세팅을 다시 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게임을 계속 했던 자신의 자리에서 하면 되니까. 하지만 상대인 프로게이머, 최상욱은 세팅이 필요했다.


상욱은 피씨방 사장의 인도를 받아 조금 전 정석청년이 있던 자리에서 게임을 하게 되었다. 상욱은 의자를 끌어서 털썩 앉았다. 편했다. 연습실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씨방 치고 이정도면 시설이 좋은 편이었다. 덩치가 큰 자신의 몸도 버틸만큼 의자는 제법 튼튼하고 앉는 느낌도 괜찮았다.


- 의자는 제법 괜찮군. 이제 마우스랑 키보드 연결부터 해 볼까.


상욱과 같은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하게도 마우스와 마우스 패드, 키보드와 헤드셋까지 전부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이런 것에 관한 조언도 전부 승아에게 들었다. 상욱은 처음이지만 매번 이런 대회 행사에 불려다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려 노력하며 천천히 자신의 장비를 꺼냈다. 처음 손에 잡힌 것은 마우스.


- 역시 마우스는 빔샤벨이지!


상욱의 마우스는 ‘빔샤벨’이라는 메이커였는데,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나오는 빔 샤벨 이라는 광선검처럼 미래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불빛을 뽐내고 있었다. 장점은 손이 큰 자들도 핏이 손에 맞게끔 크고 튼튼하다는 것이었고, 단점은 크고 튼튼한 만큼 무겁고 움직임이 조금 둔했다. 하지만 이러한 둔함은 마우스 감도를 조절하면 될 문제이고, 손이 기본적으로 빠르고 악력도 있는 상욱은 마우스의 무게가 문제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러니까 다른 방면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마우스가 아닌 상욱이 마우스에 이어 바로 꺼낸 마우스 패드였다. 상욱의 마우스 패드를 본 피씨방 이용 관객들은 순간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 저게.. 그거였어?

- TV에서 보는거보다 더 세밀한 묘사가 있다..

- 가지고 다니긴 좀 그렇겠....

- 적어도 난 무리.

- 와.. 대박.. 저거 실화임?

- 진짜다.. 진짜 남자가 나타났다.


웅성거리며 그들끼리 작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상욱은 주변은 신경쓰지 않고 손목을 편안하게 해주는 두개의 둥그런 쿠션이 달린 미소녀 마우스 패드를 꺼내 육중한 빔샤벨 마우스 밑에 깔았다.


- 음.. 역시 이 마우스패드가 손목이 편하지. 바꾸길 잘했어.


예전 소매치기 생활 때 손목을 혹사해서 근육이 조금 무리가 간 것 같았는데, 확실히 이 마우스 패드를 쓰고서는 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큰 빔샤벨 마우스를 움직이기 조금 힘들다는 것이었는데, 그 단점은 마우스 감도를 평소하던 것보다 더 높이고 거기에 몸이 적응하면서 해결했다.


처음 학도의 오타쿠 짓으로 인해 팀에 퍼지게 된 미소녀 마우스패드는 팀 내에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여자인 승아가 쓰면서부터 다른 팀원들도 차차 쓰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는 신인 조영호를 제외한 모든 팀원이 사용중이었는데, 이게 은근히 편한 중독성이 있었다.


다른 손목보호 마우스 패드도 꽤 많이 팔고 있지만, 그 패드들은 가운데 홈(?)이 없어서 손목이 오히려 너무 떠 있는 사태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미소녀 마우스 패드는 양쪽에서 균일하고 푹신하게 잡아주면서 손목 사이의 홈도 있어서 적당한 높이에서 편안하게 손목을 잡아주는 것이 좋았다. 이런 장점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학도가 퍼트린 패드를 질색하던 상욱도 결국은 이 마우스 패드를 쓰게 된 것이었다.


- 그리고 역시 우리 승아♡가 하고 있기도 하니까...


전에 이야기했었지만 상욱은.. 승아를 팬심으로 좋아하기도 하는 팬클럽 ‘프린세스’의 멤버였다. 상욱만이 찍을 수 있는 연습실 사진으로 팬클럽 내 지위도 제법 올라가 있는 상태. 승아를 좋아하는 상욱이 승아와 같은 장비를 쓰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우스야 손의 크기가 틀려서 같은 것을 쓰지 못하지만, 마우스 패드 정도야 같은 제품을 쓰는 것은 우스웠다. 키보드도 손의 크기 때문에 승아와 같은 것을 쓰지 못하지만 모니터안의 배경화면까지 승아와 똑같이 맞출 정도로 상욱은 개인적으로는 승아의 팬이었다.


승아와 같아지자는 생각으로 상욱은 미소녀 마우스 패드를 처음 쓴 이후에 그 뒤로도 계속 쓰기 시작했었는데, 그걸 방송용 대회도 아니고 피씨방 이벤트 대회까지 가져올 것이라고는 일반인들은 생각치 못했기에 경악했던 것이었다.


- 저거 XK 마르스 팀에서 쓰라고 한 게 아니었나봐?

- 지금 여기에 들고 온 거 보면 그냥 취향 아냐?

- 으어.. 최상욱이 저걸?


우락부락 누가봐도 깡패에 조폭 스타일인 최상욱과 미소녀 마우스패드는 언밸런스한 위화감을 주었기에 더욱 언밸런스한 느낌을 주어서 피씨방 이용객들은 상욱에 대해 더욱 수군거렸다. 하지만 상욱은 주변 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 진정한 남자는 이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프로는 원래 쓰던 마우스 패드를 써야 하는 법. 예전에 다른 패드를 쓰다가 이것을 쓸 때에도 성적이 잠시 주춤했는데, 다행히 그때는 부상이 있어서 패드 쓰는 습관을 갈기가 쉬웠다. 어차피 손이 굳어 있었으니 새 습관을 들이면 되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은 익숙해졌다. 그러니 늘 쓰던 미소녀 마우스 패드를 가져오는게 당연했다. 그것이 ‘미소녀의가슴이패드로푹신해서손목으로계속누르며손목을편안하게하지만주변에서손가락질을당하지않을수없는변태적인마우스패드’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상욱이 물리적인 연결이 끝나고 헤드셋 음량과 마우스 감도를 포함한 컴퓨터 내부의 세팅까지 전부 끝났을 때, 3판 2승의 프로게이머 초대 피씨방 이벤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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