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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조회수 :
753,004
추천수 :
14,293
글자수 :
2,597,240

작성
17.09.18 23:53
조회
564
추천
17
글자
12쪽

피씨방 행사

DUMMY

*****


경기 시작 15분 뒤.


“아니.. 씨발.. 이걸 어떻게 막어? 아무리 프로라지만...”


야매청년은 얼굴에 띠고 있던 웃음이 다 사라진 채로 조용히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현재 이벤트 결승전이 시작된 지 15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2세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15분만에 그렇게 될 정도로 경기가 매우 스피디했다.


처음 1세트에 야매 청년은 상욱에게 초반 날빌을 걸었다. 그렇다. 그 빌드는 초반 러쉬가 아닌 날빌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시작 지점이 12시와 6시인 운명의 목적지가 맵이었는데, 앞마당과 센터가 2개의 다리로 이어져서 수비하기 좋고 멀티하기 좋은 그 곳이 바로 운명의 목적지였다. 팀 리그에서 승아가 김옥지를 상대로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한 그 맵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초반 러쉬라고 해도 다른 맵과 다르게 센터 2관문 기계전사 러쉬 등을 하지 않는 맵이기도 했지만, 야매 청년은 발상을 전환해서 이런 맵일 수록 야매 초반 러쉬를 걸었다.


- 후후.. 구석에 전진 2관문 짓고 기계전사 진짜 빨리 밀어넣으면 프로라도 이걸 어떻게 막어? 2세트 운영 가더라도 일단 1세트 날빌이다! 어떻게든 이기면 돼! 어차피 이기면 같은 1승!

그동안 야매청년이 피씨방 리그 중간에 해서 올라온 것을 보았다면 이런 러쉬를 막기는 어렵지 않을지도 몰랐다. 항상 올라올 때에 이런 초반러쉬나, 캐논포 등의 야매 러쉬를 하고 올라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욱은 이 청년이 결승전에 평범한 운영을 할 때 온 상황. 화면을 봤다고 해도 야매청년이 초반러쉬를 할 것이라고는 선입견을 가질 수 없었음이 확실했다.


야매청년은 12시에서 시작한 자신의 일꾼을 저 멀~리 8시의 상욱의 제 2 멀티 위치에 보내서는 전진 관문을 두개 지었다. 전진 2관문 빌드였다. 그리고는 기계전사를 계속 뽑아서 기계전사가 3기가 되었을 때, 바로 도발을 감행했다. 러쉬 거리가 거의 바로 지척인 만큼 성공확률이 꽤 있었다. 보통 이 맵에서 상대방이 괴물 종족이 아닌 이상 인간 종족은 앞마당을 먼저 가져갔었다. 그게 아니라 본진 플레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소총병 몇기 나왔을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병력이었다. 초반 3기의 기계전사는 그야말로 깡패와 같은 강력함을 자랑하니까.


기계전사 3기가 상욱의 본진에 도착했을 때, 상욱은 언덕 위 입구를 보급고와 막사로 막는 심시티를 진행중이었다. 보급고 2개와 막사 1개로 입구가 완전히 물샐틈 없이 막히는 대부분의 입구인 만큼 본진 플레이를 하는 인간 종족은 이런 심시티가 필수였다. 단지 타이밍상 이 타이밍에 입구가 완전히 막히는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랬어야 할 터인데....


- 뭐야?! 왜 벌써 다 막혀있어?


야매청년은 상욱의 입구에 기계전사 3기가 도달했지만 이미 인간 종족인 상욱의 언덕위 입구는 보급고와 막사로 완전히 막혀있었다. 야매청년의 계산 외였다. 이건 야매청년의 계산 착오였는데, 야매청년이 이제껏 붙어온 사람들은 전부 아마추어. 프로가 아니었다. 프로들은 아마추어보다 1분에 명령을 내리는 횟수인 APM이 높다. 그 말은 같은 시간에 아마추어가 하는 빌드도 프로는 조금 더 빨리 완성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인간 종족의 입구 심시티 또한 그랬다.


아마추어들이 입구를 막는 시간보다 더 빨리 입구를 막을 수 있었기에, 입구가 막히기 직전에 보통 본진 위로 올라가거나 막 지어지기 시작한 체력이 없는 보급고를 부수고 들어가는 야매청년의 기계전사 푸쉬 전략은 보급고에 막혀서 단단한 보급고를 계속 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상욱의 막사에서 소총병이 나오고, 일꾼 1기가 보급고를 계속 수리하면서 버티자 야매청년은 할 것이 없어졌다. 그리고 곧 막사가 들어올려지면서 나온 오토바이와 투척지뢰에 의해 기계전사가 정리되고 무주공산인 본진이 털리면서 10분만에 1세트 종료.


2세트에 야매청년은 운영을 할까 했었다. 처음에 날빌을 갔으니 운영을 해서 이기면 될게 아닌가? 운영대 운영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남자답게.


- 잠깐만. 그런데 똑같은 생각을 최상욱도 할 거란 말이지? 그럼 허를 찔러서 연속 야매를 하면...


그 생각에 야매청년은 2판 연속 날빌을 시도했다. 맵은 마침 4강에서 했던 피의 능선. 피의 능선에서 4강 때 썼던 구석 캐논포 러쉬를 응용한 앞마당 언덕뒤 캐논포 러쉬를 준비했다.


- 이건 모르겠지! 여긴 본진에서 앞마당으로 나오는 길이 좁으니 앞마당 언덕 위 이 자리를 캐논포로 막으면 탱크가 나올때까지 멀티는 커녕 나오지도 못해! 후후후... 2연속 날빌은 꿈에도 모를거다!!


......하지만 5분뒤의 결과는 처참했다.


분명히 앞마당 언덕 위로 간 일꾼은 걸리지 않았고, 캐논포를 무사히 지었다. 상욱은 본진 입구에 보급고 1개와 막사 1개를 짓고 안에서 막고 있는 타이밍. 탱크가 나올 때까지 앞마당을 못 뜨게 조일 수 있었다. 그렇게 막 캐논포 1기가 완성되기 직전에 상욱의 대처가 나왔다.


상욱은 막사를 들고는 일꾼 6기를 대동해서 동시에 앞마당 뒤 언덕의 캐논포로 들이닥쳤다. 일꾼을 6기나 빼서 공격하자 금새 캐논포가 소환되다가 힘을 잃고 사그라졌고, 야매청년의 일꾼은 멀리 도망가는 척 하면서 후일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일꾼으로 그 뒤 정찰을 해 보니 대부분의 일꾼은 다시 본진으로 돌아갔는데, 한마리의 일꾼이 멀티를 뜨려는지 앞마당 가운데에 멈춰 서 있었다.


- 좋아! 기회! 이럴 줄 알고 2차로 바로 전진 관문을 준비했지! 가라! 기계몬!!


야매청년은 기계전사 1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푸쉬해 들어갔다. 앞마당 멀티를 뜨면 그것을 기계전사로 찌른 뒤에 앞마당 언덕 위에서 다시 캐논포를 지어 견제를 같이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욱의 대응은 더욱 기민했다. 기계전사가 본진안에 들어온 뒤에 들어올렸던 막사를 오히려 내려서 안에 가두고는 일꾼으로 둘러싸고 소총병 1기로 점사하고 빙빙 돌면서 일꾼이 하나도 잡히지 않은 채로 기계전사를 잡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입구의 캐논포는 완성되게 두었다. 곧 탱크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탱크가 나오자, 상욱은 막사를 들어올려 언덕 위의 시야를 확보하면서 포격에 나섰다.


펑! 펑!


야매청년이 좌절한 타이밍은 이 즈음이었다. 초반에 캐논포 러쉬가 실패하고, 그 뒤에 전진 관문 기계전사 찌르기도 실패한 지금에 와서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었다. 이게 막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피의 능선의 앞마당 뒤쪽은 프로들도 잘 보지 않는 영역이 아니던가?


그런데 최상욱은 거기다 러쉬를 할 것을 안 것처럼 정확하게 캐논포를 찾아서 일꾼으로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만 보내서는 막았고, 그 뒤의 기계전사 찌르기도 예상한 것처럼 끌어들여서 막아냈다. 그 뿐인가! 언덕 위의 캐논포도 지어지게 둔 뒤에 탱크를 뽑아서 완벽하게 막아냈다. 야매청년은 자원만 낭비하고, 테크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인데 반해 상욱은 탱크와 소총병이 갖춰진 상황. 이제 상욱이 나오기만 하면 청년은 힘들어졌다.


상욱은 야매청년이 두세트 연속으로 초반 러쉬를 걸어오자 기도 차지 않았다. 운영으로 힘들거 같으니 초반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마음은 알겠는데, 2연속 초반러쉬?


- 하.. 이런걸 나한테? 내가 맨날 승아랑 연습하는게 초반러쉬 하는거랑 막는거다. 자식아.


XK 마르스는 초반 러쉬에 특화된 팀. 상욱이 속으로 생각한 것처럼 매번 초반 러쉬에 대한 대비를 맵별로 연습하고, 그 대비를 찌를 것들을 매번 연습하는 것이 XK 마르스였다. 특히 초반 찌르기를 주력으로 쓰는 인간 종족인 승아가 있는 이 팀에서 초반러쉬에 대한 대응을 잘 못할리가 없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상욱의 컨트롤과 손놀림이라면 충분히 아마추어인 야매청년 정도는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으으....”


청년은 침음을 흘렸다. 초반 러쉬가 주특기인 승아와 같은 팀에서 전 맵에 있어서 초중반 러쉬와 그 대응을 준비한 상욱에게 어설프게 러쉬를 걸어봤자 막힌다는 것을 모른 결과는 단시간인 15분만에 0:2 패배의 결과로 다가왔다.


그렇게 아마추어 야매 청년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로 추가 상금은 받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되었다.


***


경기가 끝난 후 상욱은 사장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치하의 말을 듣게 되었다. 상욱도 예의상 자신에게 500만원이나 준 사장이 청하는 악수를 받지 않을 수 없었기에 손을 내밀어 잡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사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상욱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아.. 최상욱 선수. 고생하셨습니다.”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차차!! 저희 피씨방 단골중에 최상욱 선수 팬이 있어서요. 어찌나 꼭 최상욱 선수를 보고 싶다고 하는지.. 사진만 한 컷 안되냐고 하는데.. 안될까요? 그리고 저도 좀..”

“뭐. 그러시죠.”

“아! 정사장! 여기! 되신다네! 하하..”


피씨방 사장은 정사장이라는 남자가 주변에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 구석진 자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약간 어두운 구석자리에서 인터넷 포커게임을 하던 남자는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쯤 되었을까. 젊은 나이로 보이는 남자는 피씨방의 흐린 조명이 있는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다. 적당히 호리호리했지만 뱁새같은 눈깔을 가지고 있어 사장이라는 말을 듣기에는 품위가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지금의 상욱은 그저 좀 마른 사람이겠거니.. 하는 정도밖에 추측하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 떨어져서 보기에도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피씨방 단골이니 그냥 이사장, 박사장 하는 식으로 사장이라고 불러준 것 같기는 했다.


- 누구지?


상욱도 자연스레 피씨방 사장이 가리킨 곳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남자에게 눈이 갔다. 남자는 구석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는데, 그 실루엣이 상욱의 눈에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상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의 실루엣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피씨방 사장은 정사장이라는 남자와 말이 되었는지 상욱이 남자에게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슬쩍 뒤로 빠지면서 자리를 떠났다. 상욱은 생각했다.


- 어디서 봤나? 얼굴이랑 느낌이 뭔가,...


그 느낌이 무엇인지는 정사장이라는 남자가 점점 상욱의 가까이로 다가오면서 알게 되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자 상욱은 저절로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면서 얼굴이 굳었다. 상욱과는 반대로 정사장이라는 젊은 남자는 상욱의 가까이에 와서는 반갑다는 듯 상욱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미소를 지으며 상욱에게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눈은 차갑게 식어있었지만 말이다.


“여어~ 번개.”

“안테나 형님?”

“그래도 날 잊지는 않은 모양이네? 하하..”


안테나라고 불린 남자는 가볍게 웃었지만 상욱은 따라 웃을 수 없었다. 왜 여기에 안테나가 있단 말인가. 안테나는 소매치기 시절 망을 봐 주면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던 소매치기 시절의 팀으로 알던 형이었다. 항상 같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가끔 팀을 이루어 큰 건을 연속으로 할 때면 팀을 이룬 4명중 하나였다. 그 안테나 형님이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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