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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천재해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루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1:19
최근연재일 :
2021.05.27 13: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447
추천수 :
387
글자수 :
132,742

작성
21.05.12 11:21
조회
1,628
추천
55
글자
11쪽

무림에 떨어지다

DUMMY

- 21세기의 마지막 날입니다. 안녕하십니까? ABC 뉴스입니다. 정부는 각국 간 격화되는 에너지 확보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 인류의 마지막 희망. 암흑물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를 차지하기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 ······우리 항성계에는 예상보다 암흑물질이 많지 않아요. 이걸 확보하려면 생각의 전환을 통해······.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들어 의문의 실종사건이 수십 건 이상 보고되고 있습니다. 올해 실종자는 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어두운 방.

벽을 장식한 각종 트로피와 메달들.

Cyber Conflict Exercise(해킹대회) 최연소 우승자.

벌써 10년도 넘은 기록들이다.


이제는 어린 친구들의 머리회전을 당해내지 못하고 반 은퇴수순인 상태.


타닥. 타닥.


여느 날과 다름없이 미리 스캔을 걸어둔 사이트 리스트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건 뭐지? 오성전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방금 취약점 스캔 결과에 걸려들었다.


‘대박! 여기 서버 관리자는 뭐하는 거야? 놀고 있나?’


CVE-2099-1099(보안취약점 고유표기).

일단 유저로 데이터베이스에 로그인하면 관리자의 권한을 탈취할 수 있는 취약점이다.


‘뭐 좀 건질만한 게 있을까?’


오랜만에 흥분으로 온 몸이 떨렸다.

나는 VPN을 이용해 에콰도르, 르완다, 이스라엘을 경유해 국내 지방대의 IP를 얻고 작업에 착수했다.


홈페이지와 구글을 뒤져가며 전략기획팀 이메일을 찾아냈다.


같은 아이디로 가입된 허접한 쇼핑몰을 뚫어 패스워드를 탈취했다.


오성전자 원격접속 프로그램을 통해 시스템에 접속했다.


[OTP 를 입력하세요.]


‘망할.’


이중인증이 걸려있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기본이지.


나는 키보드를 두들겨 시스템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됐어.’


OTP인증은 단순히 창을 하나 더 띄우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그대로 바이패스를 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 시스템을 우회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군. 솔루션만 사다 붙였잖아.’


나는 기분 좋게 시스템에 접속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했다.


‘백 날, 천 날 버전업 해봐야 버그는 또 생기고.’


완벽한 프로그램은 없다.

그게 내가 먹고 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알려진 취약점이기에 뚫고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권한을 탈취하고 테이블을 보며 쓸 만한 정보를 추려내던 중.


‘응? 이건 뭐지?’


레코드(데이터)에 이상한 게 있었다.

다른 건들은 정상적인데 유독 한 개의 레코드만 등록자도, 등록일시도 없었다.


Description(명세)에 있는 Onion(딥웹)주소 한줄.

애초에 등록될 수 없는 비정상 데이터였다.


‘이거 봐라? 뭔가 있는데?’


거대한 대기업이라면 구린 일쯤이야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증거만 확실히 잡으면, 익명으로 접근해 전자화폐로 수금하면 그만이다.


나는 기록된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 이건······.’


너무 큰 건이 걸려버렸다.


* * *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 Ko$H@라고 자신을 밝힌 해커가 인터넷에 무차별 살포한 문서가 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 문건에는 오성전자가 최근 이어지는 실종사건을 주도하여 사람들을 납치······.


- 오성전자는 성명을 통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명예훼손, 영업방해 등으로 Ko$H@를 고소할 것이라고······.


- 문건에 적힌 ‘보안팀’이라는 부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 상세 계획서와 실행일, 실종자의 세부정보까지 일치하면서 오성전자 사옥 앞에는 밀려드는 성난 민심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협박도 어지간해야지.’


접속한 사이트에는 파일 수천 개가 있었다.

대기업이 사람들을 납치했다.

이유 따위는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대상자의 상세한 인적사항과 주요 이동경로, 실행 예정일 등이 저장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문서에는 완료라 적혀있었다.


‘수백 명 수준이 아니잖아?’


오성은 상세한 조사를 통해 무작위에 가까운 사람들을 납치했다.

공무원, 음식점 사장, 군인, 야채가게 아줌마, 공장 근로자 등등.


‘마치 샘플링을 하듯이······.’


이런 건은 먹어봐야 탈만 난다.

나는 엄청난 윤리의식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상식은 있다.


사람들을 무차별로 납치하는 건 내가 가진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그래서 인터넷과 모든 언론사를 대상으로 자료를 공개해버렸다.


물론, 새로 만든 아이디로.


2100년 1월 1일.


대한민국은 내가 공개한 정보로 들끓었다.


* * *


추운 밤.

오랜만에 밖을 나와 편의점에 들렀다.

간단하게 먹거리를 사들고 골목길에 들어섰다.


“장선우 씨?”


“예? 우웁!”


입에 무언가가 쑤셔들어오는 느낌과 함께 눈앞이 캄캄하게 암전되었다.

거친 손길 몇이 다가와 나를 붙잡아 들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스름슬려, 으으으읍!”


온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허사였다.


탁.


부우우웅.


차에 태워졌는지 엔진소리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대상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누구랑 통화를 하는지 꽤나 정중한 말투였다.


“으으으읍! 으으읍!”


나는 계속해서 온 몸을 버둥거렸다.


퍽! 퍽! 퍽!


무차별 폭행이 시작되었다.

온 몸이 부셔지는 기분.


“끄으으읍. 쿨럭.”


“얌전히 있어라.”


두꺼운 밧줄로 손발이 묶였다.

한참을 이동하던 차가 멈추고, 나는 다시 어딘가로 정신없이 끌려갔다.


쏴아아아아.


물소리가 들렸다.


“빨리하고 들어가자.”


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


퉁퉁퉁퉁.


‘배?’


잠시 후, 몸이 출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어딘가로 다시 한참을 이동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이 벗겨졌다.

순간적인 빛에 눈을 찡그렸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검은 망망대해에 내가 탄 배만 덩그러니 떠 있었다.

얼마나 멀리 왔는지 육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저기 넣어라.”


탁한 목소리의 남자가 옆을 향해 턱짓했다.

역광이라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예.”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 세 명이 나를 들어 올려 드럼통에 집어넣었다.


“읍! 으으읍!”


탁. 탁.


탁한 목소리의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물고,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재갈을 내렸다.


“누, 누구신데······.”


“우리? 알 거 없잖아?”


“왜, 왜 이러세요. 저는 그냥······.”


“이유는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나? 거 아이디가 뭐? 코샤?”


‘씨, 씨발.’


“오, 오성전자?”


공허한 되물음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왜 지랄을 하셨어요, 지랄을! 그냥 평소처럼 푼돈 조금 받고 꺼지면 좀 좋아? 에이 씨. 새해부터 이게 뭔 쌩쇼냐. 짜증나게. 퉷.”


남자가 내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나는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드럼통에 앉아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샌 거지? 우회까지 완벽했는데.’


제보 메일도 IP를 몇 번이나 우회하고, 새로 만든 메일 계정에 PGP(암호화)까지 사용했다.


추적이 불가능했을 텐데.

아니, 하더라도 이렇게 빠르게는 더욱 불가능하다.


“어, 어떻게······.”


나도 모르게 말을 중얼거렸다.

남자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왼쪽 눈 위부터 턱 아래까지 쭉 찢어진 깊은 상처가 보였다.


“세상에 컴퓨터 뭐 그런 거 너만 잘하냐? 나이도 젊은 새끼가. 야, 빨리하고 가자. 춥다.”


“예.”


드럼통에 금속들이 채워졌다.


‘납? 이 새끼들 날 산채로?’


“잠깐만요. 잠깐!”


말할 새도 없이 드럼통 뚜껑이 닫혔다.


타다다닷.


용접을 하는지 팝콘 튀는 소리가 이어졌다.


“야! 이 개새끼들아! 씨발놈들아! 나 사라지면 언론사에 자동으로 행적이 제보되게 되어있어!”


쿵. 쿵. 쿵.


나는 있는 힘껏 드럼통을 들이 받으며 악을 썼다.


“예약 메일 걸어두고 하루 한 번씩 미루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보 된다고. 개새끼들아! 내가 혼자 죽을 거 같냐?”


쿵.


“컥.”


드럼통이 옆으로 뉘어졌다.


잠깐의 부유감.


쾅.


온 몸을 때리는 강력한 충격과 함께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씨, 씨발······ 이렇게 뒈지는 거야?”


용접이나 제대로 해주지.

틈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개새끼들. 내가 죽어 귀신이 되서라도 꼭 찾아간다.”


폐에 물이 차는 끔찍한 느낌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System Loading······.]

[Target Identified.]

[Adjustment Completed.]

[Visudo -f /etc/sudoers.]

[Ko$H@ ALL=(ALL) NOPASSWD:ALL.]

[Start Batch Initialize.]


점점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 익숙한 글자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 * *


낯선 천장이다.


‘눈이······ 떠진 거야?’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내가 구조가 된 걸까?

아니면 높으신 분이 전화를 걸어 다시 꺼내오라고 시켰을까?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협박용?

아니면 여긴 죽어서 오는······ 사후세계?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소리를 내질렀다.


“끄으으으으!”


“어? 이럴 수가······ 막내가 정신이 들었어! 의전에 빨리 이 사실을 알려라.”


“헉. 예! 대사형.”


주변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잘생긴 남자 얼굴 하나가 쑥 나타났다.


“막내야, 정신이 들었느냐? 다행이다, 다행이야!”


“으윽. 여, 여긴 어디······ 응?”


그런데, 목소리가 영 이상하다.

여전히 몸은 꼼짝도 할 수 없다.


남자가 놀란 날 진정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막내야. 내가 기억나느냐? 대사형이다.”


‘대사형? 대체 뭔 소리야? 앞에는 뭐지? 유리?’


통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복장도 독특하다.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복장.

머리를 길게 길러 뒤로 묶었다.

저 하늘거리는 옷은 아무리 봐도 한복 같지는 않았다.


‘아, 혹시 차이나타운인가?’


지나가던 어선이 날 구조해 가장 가까운 육지에 도착했는데, 그곳이 마침 차이나타운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일단은 현실일 가능성이 크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할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현진 도장이 정신을 차렸다고? 어서 회복기에서 꺼내게.”


“괜찮을까요? 높은데서 떨어지며 사혈을 찔렸는데.”


“하필 절벽에서 떨어져도 그렇게 떨어질 건 또 뭔가? 검사결과 뇌에 산소공급이 떨어져 기억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팔 할이라네. 허나, 몸은 어디 이상이 없을 걸세.”


“감사합니다.”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렸다.


삑. 삐. 삑.


“회복이 완료되었습니다.”


익숙한 비프음과 기계음이 동시에 들렸다.


푸쉬이익-.


압력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유리가 걷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하거라.”


주변 사람들이 조심스레 나를 부축하며 꺼냈다.


‘이, 이게 뭐야······.’


뒤를 돌아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누워있던 곳은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하얀색의 첨단 회복장치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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