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658
추천수 :
150
글자수 :
97,059

작성
24.09.14 17:00
조회
279
추천
5
글자
11쪽

트리거 건

DUMMY

틀림없이 성호 이 자식이 빗발치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올 것이 뻔하다.

그런 성호를 열 좀 받게 할 필요가 있다.


* * *


열 명.

내 앞에 있는 열 명만 배식을 받으면 내 차례다.

그런데······.

파, 파, 팟.

학생 식당 한쪽에서 재단 이사장이 좌우에 각각 한 명씩.

남녀 두 학생을 세워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뒤에는 배경으로 플래카드가 걸렸다.

흔한 말로 요즘 고물가이니 학생 식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재단에서 과감하게 식대 지원을 한다.

뭐 그런 홍보 행사 중이었다.


* * *


‘아, 놔아.’

저런 건. 정말 딱 질색이다.

일 년 등록금만 1천만 원이 넘는다.

게다가 이런저런 자잘한 구실로 학생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악질 교육 재단이다.

평소에 재학생들에게 베푸는 재단이라면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우라질.


* * *


한일자의 테이블에 식판을 내려놓았다.

빈 옆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은 후.

의자에 앉으며 수저를 들었다.

연후 고개를 숙이며 식판을 보았다.

‘X발.’

식판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확 분노가 치밀었다.

멀건 된장 국물.

혹시나 싶어 수저로 휘휘 저어 보았다.

건더기 제로.

내 장담하는데. 식당용 대용량 저질 된장을 그저 물에 푼 국이다.

‘아, 밥맛 떨어져.’

고개를 돌려 밥을 보는 순간.

‘이건 정말 너무 하잖아.’

분노가 증폭된다.

군대 짬밥.

일반인들은 모른다.

군대 밥.

개도 안 먹는다.

장기 보관한 정부미로 짓는다.

정부미의 생쌀을 손으로 떠 코로 냄새를 맡으면.

우욱.

절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심히 냄새가 고약하다.

그런 정부미를 증기로 찐 밥이 군대 짬밥이다.

왜 개도 안 먹느냐?

식으면 딱딱한 벽돌처럼 변한다.

군대에서 사람보다 군견으로 통칭되는 개가 더 잘 먹는다.

반찬?

콩나물, 무생채, 미나리 초절임.

장담하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식판의 학식은 무조건 원가가 5백 원 이하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학식을 X팔 5천 원이나 받아 처먹는다.

그런 주제에 홍보 행사까지.

흔히 말하는 머리가 돈다. 지금 당장 내 머리 뚜껑이 열릴 것 같다.

‘참자. 참아. 내 성질대로 하면 나만 피 본다.’

안다.

여기서 난장을 피우면 난 무조건 이사장에게 찍힌다.

운이 나쁘면 퇴학 아니면 교도소행이다.

운이 좋으면 제적 정도?

꾹 눌러 참으며 수저를 들어 억지로 된장 국물을 떠 입에 넣었다.

‘우웨에엑.’

못 먹겠다.

더럽게 짜다.

소금을 넣었다?

천만에 저질 대용량 된장의 품질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건더기를 넣으면 그나마 좀 낫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된장의 질 자체가 낮다.

그런 이유로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이런 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알바로 점철된 10년 세월이 그 답이다.

탁.

수저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

배는 고픈데. 입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속으로 불이 확확 인다.

부글부글.

필사적으로 참으려 했다.

‘참아야 해. 참아야 해.’

큰어머니 박영선을 생각했다.

만에 하나 내가 사고를 치면 100% 큰어머니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집안에서 사생아라고 냉대를 당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사고까지 치면?

‘주님. 요즘 자꾸 절 시험에 드시게 하시는데 말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

‘저요. 한 성깔 하는 놈입니다. 제 성깔 때문에 사고도 몇 번 쳤습니다. 잘 아시잖습니까?’

‘······.’

‘그러니 제발 제가 이성을 잃지 않게 좀 해 주십시오. 정말 부탁드립니다. 네에에에?’

필사적으로 참고 또 참았다.

결국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음식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돈 아까워.

내 돈 5천 원.

배가 고프다.

지금 시간에 학교 매점이 문을 열었을 리 없다.

왕복 10분 이상이 걸리는 밖으로 나가.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라도 사 먹어야 할 것 같다.

막 식당 출입문으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꺄아아악.’

돌연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걸음을 멈추고 서서 비명이 들린 곳을 돌아보았다.

식당 안에 있는 애들 모두 나처럼 돌아보았다.

이사장 왼쪽에 서 있던 모 여학생.

잔뜩 몸을 움츠리며 양손을 들어 가슴에 모았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엄청 두려워하는 눈으로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이사장이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라고 생각해. 응. 내가 내 딸 같아서 어깨를 감싸 준 건데. 너 왜 그러니?”

여학생이 겁에 잔뜩 질린 눈으로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시, 싫어요.”

“뭐?”

이사장이 반문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서 있는 재단 관계자들.

다들 당황하고 있었다.

봐하니 이사장이 여학생에서 뭔 짓을 하긴 한 것 같은데.

다들 보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사장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주 가지가지 한다. 응.’

그때였다.

“안 먹어.”

돌연 식당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서 한 남학생이 앉은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더니.

양손으로 식판을 들자마자 냅다 이사장을 향해 집어 던졌다.

“난 사람이야. 개나 먹을 것 같은 밥은 죽어도 안 먹어.”

외치는 동안 식판이 허공을 날아가며 포물선을 그리더니.

정확히 이사장 발치 바로 앞 식당 바닥으로 떨어졌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된장 국물과 각종 반찬이 이사장의 구두와 바지 하단으로 튀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성깔은 내 전유물이 아님을.

나만 성깔이 있는 것이 아님을.

지금 내가 바라보는 남학생이 행동으로써 보여 주고 있었다.

남학생의 행동이 신호탄이었을까?

“나도 안 먹어.”

“이게 5천 원짜리 학식이야?”

“X팔.”

“해도 해도 정말 너무 하잖아.”

학생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려던 학생들이 너나없이 앉은 의자에서 벌떡벌떡 일어났다.

어럽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휘, 휘, 휘이익.

갑자기 사방으로 식판들이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된장 국물과 반찬들이 식당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난동?

아니다.

난장이다.

사람 먹는 밥 가지고 장난친 재단과 재단 이사장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삽시간에 식당 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우당탕탕······ 와장창창.

학생들이 너나없이 식판을 집어 던졌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짐승이야? 가축이야? 난 사람이라고. 사람.”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받고 싶다고.”

“X팔. 우리를 뭐로 생각하고 이따위 학식을 팔아.”

“야아. 이 사기꾼들아. 재단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사기 칠 수 있어. 이게 어떻게 5천 원짜리 학식이야.”

다들 화가 엄청났다.


* * *


돌아보았다.

식당 입구로 이사장과 재단 관계자들이 슬금슬금 도망치고 있었다.

배에 힘을 꽉 주고 찢어져라 입을 벌렸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이사장과 재단 관계자들을 가리켰다.

“이사장이 도망친다아아.”

온 식당 안이 떠나가라 혼신의 힘을 다해 외치고 또 외쳤다.

“이사장이 도망친다아아.”

식당 안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식당 입구를 쳐다보았다.


* * *


기겁한 이사장이다.

“히익.”

식당 안에 있는 학생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평소의 학생들이 아니다. 무슨 짐승 같은 모습으로, 살기 띤 눈으로 자신을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

겁먹은 이사장이 급히 식당 입구로 돌아서며 재단 관계자들에게 소리쳤다.

“막아. 경찰에 빨리 전화해. 학생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말이야.”

경황이 없었고 잔뜩 겁먹은 이사장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에?”

“이, 이사장님.”

“네에?”

재단 관계자들이 당황했다.

다들 현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사장이 재단 관계자들을 닦달하듯이 소리치며 삽시간에 식당 밖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경찰. 불러.”

그 말이 일종의 트리거 건이 되었다.

대번에.

“이사장 새끼. 잡아아.”

“우리가 얼마나 화났는지 보여 주자.”

“이사장실 점거해에에.”

“가자아아.”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X파아아아알.”

학생들이 엄청 흥분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전통적인 코스가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총장실 점거다.

대학 본부에 있는 총장실 점거는 곧바로 대학 학사 일정의 올 스톱으로 이어진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간 것이 학교 재단 이사장실 점거다.

이 사태까지 가면 상황은 대단히 심각해진다.

재단에서 점거한 학생들을 본보기로 퇴학시키려고 기를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사장실을 점거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을 퇴학시킨다?

법정에서 불법이라고 100% 선고한다.

아무튼.

일이 터졌다.

아침부터 학교가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 * *


“어라?”

우르르.

이사장을 뒤쫓기 위해 식당 입구로 몰려가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똑같은데. 그래.”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분노를 다른 사람들 역시 느끼고 있었다.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나만 성깔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초의 행동 유발자.

그 남학생.

누구인지 모르지만 성깔이 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아무래도 상황이 엄청 급박하게 돌아갈 것 같은데.”

불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문제는 학생회다.

학생회가 나서느냐? 나서지 않느냐?

학생회가 학생들 편을 드느냐? 학교 편을 드느냐?

현 상황의 향방을 좌우할 일종의 치명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쩝. 배고파 죽겠는데.”

중얼거리며 나는 천천히 식당 입구로 걸어갔다.

터벅터벅.


* * *


교문이 한눈에 훤히 들어오는 편의점 창문가 시식대에 섰다.

후루룩.

컵라면을 먹으면서 옆에 있는 삶은 계란을 깨서 껍질을 벗긴 다음에 한입 베어 먹었다.

우물우물.

그렇게 허기를 면하는데.

애애애애앵.

별안간 사방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설마?”

급히 창가에 얼굴을 내밀며 좌우를 살펴보았다.

다수의 경찰차.

“미친.”

이사장이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이다.

학내 일로 경찰을 부르다니.

대한민국 대학가의 불문율.

경찰이나 군 병력이 학내로 들어오면 전쟁이다!!

일반적인 절도나 성폭력 등.

범죄 때문에 경찰이 학내로 들어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데모나 시위 등과 같은 명목으로 학내로 들어갔다가는 대학교 내 모든 학생들이 들고일어난다.

그럼. 전쟁이다.

“이사장. 그 인간 완전 돌았네, 돌았어.”

사건을 만들고 부풀렸다.

이 모든 발단에 대한 책임이 원가 5백 원 이하의 학식을 5천 원에 판 재단에 있다.

그동안 재단의 횡포에 꾹꾹 눌러 참았던 남녀 학생들이 학식 때문에 그만 폭발하고 만 것이다.

트리거 건.

“사람이 먹는 음식 갖고 장난치면 천벌을 받아.”

라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이사장이 그 말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저 상황에 어떻게 학교로 들어가지. 아놔. 아무래도 오늘 수업은 날아간 것 같은데.”

아직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이다.

학생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아이들은 대개가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들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학식을 이용하는 건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룡의 사생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대룡의 사생아> 연재 안내: 매일 오후 5시 24.09.02 269 0 -
19 주식회사 승아 산업 NEW +1 11시간 전 100 5 11쪽
18 상황 유발자 +1 24.09.17 183 4 12쪽
17 동아리 방 +1 24.09.16 204 4 12쪽
16 잡았다 요놈 +1 24.09.15 274 6 11쪽
» 트리거 건 +1 24.09.14 280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4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400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2 9 11쪽
6 난장 +1 24.09.05 406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7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30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4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3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