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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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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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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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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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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질 하는 녀석

DUMMY

긴장감이 감돈다.

단단히 한 사고 친 장영훈이다.

탁자에 앉은 큰어머니 박영선.

그 앞.

바닥에 두 무릎을 꿇은 장영훈.

그런 장영훈의 앞에 놓인 폰에서 녹음 파일이 재생 중이었다.

“······장익수 회장. 그 친구. 그렇게 여자를 밝히는 타입이 아니었는데.”

“······.”

“제주도 좋지.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딸뻘인 애를 올라타서는······.”

“······.”

“아마 그 어린년이 장익수 회장에게 눈웃음치며 살랑살랑 꼬리를 쳤을 거야.”

“······.”

“그러니 장익수 회장이 거기에 홀라당 넘어가서는 그 어린애를 자빠뜨리고 올라타서는······.”

심하다.

농담도 정도가 있지.

다른 장소도 아니고 빈소 입구 복도에서 고인을 상대로 저런 말을 하다니.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큰어머님.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이마를 댔다.

박영선이 장영훈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우.”

“······.”

“일어나거라. 훈이. 넌 아무 잘못이 없다.”

“······.”

“세상 어느 아들이 제 부모를 욕하는데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더냐?”

“······.”

“가만히 있는 놈은 개후레자식이야. 암. 그렇고 말고.”

박영선이 장영훈을 편들었다.

그러자 장태준 회장이 눈치를 보며 말하고 나섰다.

“어머니. 상대가 거산 그룹 권 회장님이십니다.”

박영선이 장태준 회장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태준이 너는. 권 회장이 이 어미를 그렇게 말로 희롱한다면 가만히 있겠다는 거냐?”

“아, 아니. 어머니. 그런 것이 아니고요.”

당황한 장태준 회장이었다.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최연숙이 재빨리 말하고 나섰다.

“어머님. 아무리 거산 권 회장님이시라고는 하지만 도가 지나치셨어요.”

“······.”

“이번에 단단히 따져 물으셔야 해요. 우리 대룡의 명예 문제에요.”

최연숙이 왼손을 슬그머니 뒤로 돌려 앞뒤로 흔들었다.

뒤로 물러나라.

아내 최연숙의 수신호에 장태준 회장이 박영선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휴우.’

죽다 살아난 기분이다.

아내 최연숙 덕분에 봉변 아닌 봉변을 모면했다.

한편 장태진 부회장과 장명희 이사장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방금 전 장태준 회장이 괜히 말하고 나섰다가 모친 박영선에게 한소리 단단히 들었다.

그 점을 염두에 둔 남매였다.

그사이 최연숙에 이어 허영희가 말하고 나섰다.

“어머님. 거산 권 회장님이 명백히 사자의 명예를······.”

친정이 법조계에 뿌리를 둔 것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허영희였다.

사자 명예 훼손죄를 언급했다.

장명희가 돌아가는 추이를 살피며 모친 박영선에게 말했다.

“어머니. 그룹 법무 팀에 일러 거산 권 회장님을 고소하라고 지시를······.”

박영선이 장명희를 돌아보았다.

“너, 지금 제정신인 게냐?”

“네?”

장명희가 반문하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박영선이 말했다.

“그랬다가는 거산에서 맞고소를 할 게다. 당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권 회장이야.”

“······.”

“권 회장 성격 몰라. 자칫 거산과 우리 대룡 사이에 기업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할 참이냐?”

박영선의 물음에 장명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후회하는 장명희였다. 말 한번 잘못 꺼냈다가 모친에게 된통 면박을 당했다.


* * *


“저어······.”

박영선을 바라보았다.

돌아보는 박영선.

“할 말이 있느냐? 훈아.”

“네에. 큰 어머님. 저는 대룡 그룹이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개인적으로 소송을 할까 합니다.”

박영선이 어리둥절했다.

“네가?”

“네에. 제가 전면에 나서면 거산에서는 대룡 그룹이 나설 생각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

“그럼 거산 그룹과 대룡 그룹이 서로 부딪칠 일은 없을 겁니다.”

“흠.”

박영선이 낮은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제가 명백한 증거인 녹음 파일을 갖고 있으니.”

“······.”

“이걸 소송을 제기하면서 거산 그룹 법무 팀에 보낸다면?”

“······.”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틀림없이 거산 그룹 법무 팀에서 협상을 제의해 올 겁니다.”

“······.”

“그때 대룡 법무 팀에서 나서서 그룹에 도움이 되는 요구 조건을 제시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돌연.

“호호호호.”

박영선이 크게 웃었다.


* * *


한편 장태진이 슬쩍 서 있는 형 장태준 회장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형.”

장태준 회장이 웃는 모친 박영선을 바라보았다가 장태진 부회장을 돌아보았다.

“왜?”

장태진 부회장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우리 그룹에서 거산 그룹에 받아 내야 할 미수금이 있잖아.”

장태준 회장이 일순 흠칫했다.

“지금까지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며 우리 속을 박박 긁어 댄 거산 건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지 않아?”

장태진 부회장의 말에 순간 솔깃해진 장태준 회장이었다.

장태진 부회장이 눈짓으로 장영훈을 가리켰다.

“저 녀석 말대로 상황이 흐른다면? 우리에게 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되는 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장태준 회장이 장태진 부회장을 돌아보았다.

“넌. 지금 상황에 그렇게밖에 머리가 안 돌아가냐?”

장태진 부회장이 장태준 회장을 마주 보았다.

“뭔 소리야?”

“야.”

장태준 회장이 눈짓으로 장영훈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 어머니를 웃게 만들었잖아. 인마. 뭔 말인지 못 알아들어?”

장태진 부회장이 일순 움찔했다.

능력을 인정받았다?

장태준 회장이 장태진 부회장에게 말했다.

“안쓰러워서 도와주는 거랑. 안쓰러운데 싹수가 보이는 놈은 전적으로 달라. 알겠어?”

정태진 부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박영선이 장영훈에게서 싹수를 과연 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빈소에 있는 이들.

특히 김민정, 장정열, 장정식은 뜻밖이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드러내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막내 삼촌.

그 존재가 한 싸움한다. 게다가 머리 회전이 빠르다.

은근 신경이 쓰이는 존재였다.

법적으로 그룹 경영이나 계열사 지배 구조. 그리고 지분 구조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만.

조모 박영선이 만에 하나라도 자신의 지분을 덜컥 상속해 주는 날에는 상황이 급반전된다.

속칭 말하는 캐스팅 보드와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큰 장영훈이다.

그런 이유로 장영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세 남매였다.


* * *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계절이 초여름으로 접어들며 은근 날이 무더워졌다.

여의도 증권가 거리에 위치한 모 카페.

에어컨 바로 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마주 보며 앉은 두 남녀.

장영훈과 윤주경.

윤주경은 앞에 놓인 빙수를 티스푼으로 떠먹으며 맞은편에 앉은 장영훈을 쳐다보았다.

“주식 투자를 다시 한다라.”

“응, 선배. 나, 돈을 왕창 벌어야겠어.”

“풋.”

윤주경이 실소했다.

“주식 투자로 재미를 조금 보더니 애가 완전 돈독이 올랐네. 올랐어.”

말하며 윤주경이 티스푼으로 뜬 빙수를 입에 넣었다.

“선배.”

“알았어. 마아. 그래 업종은?”

“제약.”

“종목?”

“태경 제약.”

“태경 제약?”

윤주경이 반문하며 의아한 기색을 지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거긴 파스 전문 생신업체잖아. 회사야 괜찮긴 하지만.”

“단순히 실적만 놓고 보면 무난한 회사지.”

“태경 제약은 주식 상승 여력이 별로 없어. 안전빵으로 간다면 모를까?”

“······.”

“돈을 벌 목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비추천이야.”

윤주경이 말하며 의아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렇긴 하지만. 파스 외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복제 약이 의외로 짭짤해. 선배.”

“······.”

“국내에서 제일 많은 복제 약을 생산, 판매하잖아. 덕분에 사내 유보금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어.”

윤주경이 티스푼으로 빙수를 떠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태경 제약 사장이 구두쇠라서 그런 거고.”

“······.”

“돈이 아까워 특허권을 사들이지 않고 허구한 날 복제 약만 생산, 판매한다고.”

윤주경은 이해되지 않았다.

돈을 벌 목적의 주식 투자라면 좀 더 과감하게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장영훈은 보수적인 성향의 태경 제약을 선택했다.

어딘가 모르게 어긋난 느낌이다.

윤주경은 빙수를 떠먹으며 가만히 맞은편에 앉은 장영훈을 쳐다보았다.

“훈아.”

“응.”

“너, 뭔가 있지? 그치?”

윤주경이 뭔가 눈치를 챈 듯 은근 따져 물었다.

말없이 빙긋 웃었다.

윤주경은 장영훈의 웃음을 보고 확신했다.

뭔가 있다고.

윤주경이 말했다.

“사랑하는 후배야. 어디서 박씨를 물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

“얼른 이 선배의 손바닥 위에 물고 온 박씨를 툭 떨어뜨리렴.”

윤주경의 말장난에 피식 웃었다.

“이거 왜 이래 선배. 그동안 내 투자 따라 하면서 제법 쏠쏠하게 재미를 봤잖아.”

“인마. 그건 네가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잖아.”

“······.”

“주가 상승 여력을 보다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내게 정보를 흘린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와아아. 완전 여우네. 선배.”

의외다.

윤주경이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이 잡것아. 네가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상승한 것이 다 누구 덕분인데.”

“······.”

“그리고 이 선배가 중간에서 적당히 구전 좀 먹었기로서니 그게 뭐 어때서?”

“······.”

“그건 이 선배의 노동력 제공에 따른 합법적이고 정당한 보상이야. 인마.”

낮게 웃었다.

“크크큭. 애 밴 처녀도 할 말이 있다더니.”

“야아. 난, 아직 임신 전이야. 나중에 임신하게 되면 그때 말해 줄 테니.”

“······.”

“네 조카 옷이랑 신발이랑. 맛있는 이유식들을 부지런히 잔뜩 진상해 주렴.”

“선배. 무슨 여자가 그렇게 얼굴 거죽이 두꺼워. 학교 다닐 때는 안 그랬잖아.”

윤주경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티스푼으로 빙수를 떠먹었다.

“너도 증권사 사람이 한번 되어 봐. 나처럼 사람이 확 변하는 건 시간문제야. 알겠니?”

“선배. 수십만 취준생이 지금 선배 말을 들으면 틀림없이 공분할 거야. 내 장담한다고.”

“말장난은 그만하고. 어서 말해 봐.”

“······.”

“대체 어디서 무슨 정보를 알아냈기에 태경 제약에 투자하려는 거야?”

윤주경이 사냥감을 노려보는 사냥꾼의 눈으로 장영훈을 쳐다보았다.

씨이익.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비밀.”

“야아아.”

윤주경이 목청을 높였다.

“선배가 뭐라고 말하든.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 나중에 다 말해 줄게.”

윤주경이 언성을 높였다.

“야아아. 후배야. 너 치사하게 그러는 거 아니다. 봐하니 뭔가 큰 건을 문 것 같은데. 같이 좀 먹고 살자. 응.”

“······.”

“이 선배가 그동안 널 위해 불철주야 얼마나 비진 땀을 흘렸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응.”

냉정하게 대꾸했다.

“선배. 감성에 호소해 봐도 아무 소용없어.”

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자 윤주경이 날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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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399 10 11쪽
»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2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6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29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3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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