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646
추천수 :
150
글자수 :
97,059

작성
24.09.02 17:00
조회
449
추천
10
글자
11쪽

결단의 모정

DUMMY

“······우리 훈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혼자 남게 될 훈이를 생각하면 이럴 수밖에 없네요.”

고영환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일간 제가 북창동 큰 사모님을 찾아뵙고 전후 사정을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 고 변호사님을 힘들게 해서.”

“아닙니다. 이 비서.”

“고 변호사님과 함께 일하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참 즐겁고 행복했었던 시절이었는데.”

이희수가 말끝을 흐리며 아련한 회상의 눈빛을 띠었다.

“이 비서.”

고영환 변호사가 가만히 이희수를 불렀다.

가련하고 측은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아니 죽은 장익수 회장에 의해 인생이 처참하게 바뀌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아들을 걱정한다.

죽어 가면서도 아들 장영훈의 장래에 관한 생각밖에 없다.

그 마음이 고영환 변호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때는 부하 여직원이었던 이희수.

그녀의 전후 사정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슴이 아려 오고 재차 먹먹해지는 고영환 변호사였다.


* * *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갔다.

저 앞에 다른 환자들과 함께 쓰는 어머니의 병실이 있다.


* * *


드륵.

병실의 문을 열고 한 장년인이 복도로 걸어 나왔다.

단정하고 말쑥한 차림의 장년인.

뭔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다른 환자 가족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년인을 바라보았다.

장년인은 오른쪽으로 돌아서더니 천천히 복도를 걸어갔다.

저벅저벅.


* * *


드륵.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왼쪽 끝에서 두 번째에 있는 침대를 바라보았다.

돌아보는 엄마.

“엄마. 나, 왔어.”

일부러 활짝 웃었다.

그러자 날 마주 보는 엄마가 밝게 웃었다.

“우리 아들. 왔니.”

“응.”

대답하며 엄마와 함께 병실을 쓰는 이들을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다들 환자를 돌보느라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날 보며 미소 지어 주었다.


* * *


엄마가 있는 침대 머리맡 의자에 앉았다.

털썩.

이어 엄마를 쳐다보며 물었다.

“오늘 컨디션 어때? 엄마.”

엄마가 미소 지었다.

“좋아.”

“다행이다. 벌써 5월이야. 엄마. 밖에 날씨가 엄청 좋아. 화창해. 조만간 공원 같은 곳에서 꽃들이 활짝 필 것 같아. 우리 구경 가자.”

엄마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마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 * *


며칠 후, 북창동.

창가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정갈한 한복을 입고 눈이 내린 듯한 하얀 백발이 인상적인 단아한 뒷모습.

박영선.

그녀는 창밖 5월의 풍경을 바라보며 고영환 변호사를 생각했다.

어제 자신을 찾아와 너무도 뜻밖의 것을 말했다.

“휴우.”

박영선이 한숨을 쉬는데.

또, 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박영선이 돌아보았다.

“들어와요.”

그러자 중년의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양 실장. 무슨 일이지?”

박영선의 물음에 양 실장이라 불린 양금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회장님이 오셨습니다. 사모님.”

박영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라고 해요.”

“네.”

양금희가 대답한 후. 다시금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이어 뒤돌아섰다.


* * *


둥그스름한 타원의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은 모자.

재계 순위 5위의 대룡 그룹 회장 장태준은 당혹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네에에?”

박영선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은 네 아버지의 죄다. 희수. 그 아이가 몇 달 살지 못한다고 한다.”

박영선은 고영환 변호사가 찾아와 한 말을 그대로 아들 장태준에게 말해 주었다.


* * *


잠깐 뒤.

장태준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우.”

이어 다소 힘없이 말했다.

“결국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예전에 부친 장익수 회장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소문이 돈 적 있다.

박영선이 장자 장태준을 불렀다.

“회장.”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듣습니다. 어머니. 그 모자에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만.”

장태준 회장은 말끝을 흐렸다.

아들뻘의 막냇동생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대룡 그룹 전반에 걸쳐 어떤 악영향을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영선이 말했다.

“그 아이의 어미는 그 어떤 상속도 원하지 않는다. 또한 네 아버지의 사생아로서의 그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다.”

“······.”

“그저 세상에 혼자가 된 그 아이가 평온하게 무탈하게 살 수 있게 조금만 도와 달라는 것이다. 나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만 말이다.”

장태준 회장이 불신의 기색을 지었다.

“어머니.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습니까? 사람이란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각기 다른 법입니다.”

“변호사의 공증을 받은 증빙 서류면 되겠느냐?”

박영선의 말에 장태준 회장이 흠칫했다.

“네 아버지의 사생아로서 재산 상속 포기를 포함하여 그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는 법적 효력이 있는 증빙 서류.”

“······.”

“너나 그룹에 그 어떤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게다.”

장태산 회장이 께름칙한 속내를 내비쳤다.

“어머니. 그래도 그 아이를 북창동에 들이면 돌아가신 아버지나 그룹의 명망에 흠집이 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박영선이 거침없이 대꾸했다.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어머니.”

장태준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영선이 언성을 높였다.

“죽은 네 아버지가 세상에 싸질러 놓은 똥이다. 그 똥을 아들인 네가 치우지 않는다면 누가 치운다는 말이냐?”

책망하는 박영선이었다.

장태준 회장이 곤혹스러워했다.

“어머니. 그냥 얼마간 돈이나 쥐어 주고 끝내는 것이······.”

박영선이 급히 장태준 회장을 부르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태준아.”

장태준 회장이 입을 다물었다.

맞은편에 앉은 모친 박영선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에는 회장이라 부르지만 태준이라고 이름을 부른 것은 화가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태준 회장은 입을 꾹 다물며 박영선의 눈치를 보았다.

박영선이 말했다.

“······그런 아이다. 지금까지 네 아비에게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지금까지 홀로 아들을 키웠다.”

“······.”

“누가 뭐라고 하던. 그 아이는 네 아버지로부터 피와 살을 물려받고 세상에 태어난 네 이복동생이다.”

박영선이 성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보란 듯이 내보였다.

장태준 회장은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거 참.’

조금 전에 모친이 말한 것처럼 죽은 부친 장익수 회장이 세상에 싸질러 놓은 똥을 아들로서 치워야 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아버지의 큰아들로 태어난 게 죄지. 젠장.’

장태준 회장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러는 동안 박영선이 언성을 높였다.

“······그 아이가 어디 태어나고 싶어서 이 세상에 태어났겠느냐? 아무리 이복이라고 하지만. 명색이 형이라는 녀석이 아들뻘 되는 동생을 외면하려고 해?”

“어머니······.”

장태준 회장은 죽을 맛이었다.

자타가 인정하는 현모양처에다가 심성이 남다른 모친 박영선이다.

어느 한 곳 흠잡을 곳이 없다.

죽은 부친 장익수 회장은 그런 아내 박영선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혼외자이자 사생아.

약점이 잡혀도 아주 단단히 잡혀 죽을 때까지 기를 펴지 못하고 아내 박영선의 눈치만 보았다.

딸뻘인 어린 이희수를 건드려 장영훈이란 사생아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죄.

아내 박영선이 길길이 뛰어도 하등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던 장익수 회장이었다.


* * *


사리 분별이 확실하고 대룡 그룹 안팎으로 두루 명망이 높은 박영선이다.

배포가 남달라 여걸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모친 박영선의 고집에 결국 장태준 회장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숙일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일 났군. 일 났어.’

두 동생이 이 사실을 알면 입에 거품을 물고 방방 뛸 것이 자명하다.


[장태진 그룹 부회장.

장명희 대룡 재단 이사장.]


집안이 아마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휴우우.’

장태준 회장은 한숨을 쉬며 죽은 부친 장익수 회장을 생각했다.

아버지이지만 정말 화가 난다.

싸질러 놓은 똥 정도는 본인이 알아서 수습하고 죽을 것이지.

왜 세상에 남겨 두어 아들인 자신을 이리 머리 아프게 만드는 건지.

원망스럽다.

정말이지.

화가 너무 치민다.


* * *


두 달 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던 엄마가······.

임종하셨다.

이창용 교수가 도와주어 거산 의료원 지하에 있는 장례식장 한편에 빈소를 마련했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었다.

쓸쓸히.

빈소를 지켰다.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각종 조문객을 위한 음식을 주문해야 했지만.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을 것이기에 주문할 경우 결국 버릴 수밖에 없을 터.

그런 사정을 장례식장에 전달했다.

좋아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진상 고객.

나는 그들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나마 이창용 교수님이 뒤를 봐주어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었다.


* * *


텅 빈 빈소.

정면에는 달랑 액자 하나밖에 없다.

조화, 향, 촛불도 없다.

혼자 상복을 입고 팔뚝에 완장을 차고 벽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바닥에 앉았다.

주변에 있는 빈소에는 조문객들이 바삐 오갔다.

조문객들이 오가는 기척과 대화 등.

이런저런 소리가 한층 더 내 슬픔을 더한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엄마는 죽었고.

나는 이제 홀로다.

혼자서 이 세상을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스승님이 지난 10년이 조금 넘는 세월 동안 가르쳐 주신 것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지.

그런데······.

서럽고 아프고 슬프다.

혼자라는 거.

이 세상에 달랑 나 혼자라는 거.

이제 스물한 살.

천애 고아라는 것이 날 더 힘들게 한다.

그리고 엄마와의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머릿속에서 떠오르며 사라지지 않는 것이.

너무······.

너무······.

슬프다!!


* * *


오후 20시 30분쯤 되었을까?

고급 세단 한 대가 거산 의료원 장례식장 입구 앞에 섰다.

끼익.

이내 조수석에서 양금희가 내렸다. 그녀가 돌아서며 뒷문을 열자.

스윽.

상복을 입은 박영선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고영환 변호사가 내리더니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이쪽입니다. 큰 사모님.”

고영환 변호사의 말에 박영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걸어가는 박영선의 뒤를 양금희 실장이 재빨리 따라붙었다.


* * *


장례식장 지하.

확연히 차이가 나는, 달랑 상주 한 명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빈소.

그저 액자 하나만 달랑 있을 뿐인 빈소의 광경에 박영선이 그만 걸음을 멈추며 서고 말았다.

“허······.”

어이가 없는 그녀다.

죽은 남편이 싸질러 놓은 똥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대룡 장씨 집안 핏줄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현 장씨 집안 큰 어른인 그녀의 눈에 보이는 남편 장익수 회장의 사생아 장영훈은 그야말로 〈상갓집 똥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룡의 사생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대룡의 사생아> 연재 안내: 매일 오후 5시 24.09.02 268 0 -
19 주식회사 승아 산업 NEW +1 10시간 전 100 5 11쪽
18 상황 유발자 +1 24.09.17 183 4 12쪽
17 동아리 방 +1 24.09.16 204 4 12쪽
16 잡았다 요놈 +1 24.09.15 273 6 11쪽
15 트리거 건 +1 24.09.14 279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7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3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399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1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6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29 10 11쪽
»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3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1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