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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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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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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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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시 뛰는 알바 전선

DUMMY

왼쪽 벽에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삐이이이이.

신호가 가고.

이내 스피커에서 모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네에.”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영훈이입니다.”

“아, 도련님. 잠시만요.”

여성의 급한 음성에 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 * *


문이 열리고 양금희 실장이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양금희 실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양금희 실장이 주의를 주듯이 말했다.

“제게 고개를 숙이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아, 예에.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도 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럼.”

양금희 실장이 머리 숙여 인사한 후.

찬바람을 풀풀 날리며 서 있는 내 뒤로 걸어갔다.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무서워.”

서슬이 장난이 아니다.


* *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노년의 두 여성이 타원형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광경이 보였다.

두 노년의 여성이 거의 동시에 찻잔을 내려놓고 차례대로 날 돌아보았다.

박영선이 말했다.

“이제 오니?”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밥은?”

“밖에서 먹었습니다.”

“그래.”

박영선이 말하며 맞은편에 앉은 여성을 돌아보았다.

그러는 동안 여성이 탐탁지 않은 눈으로 장영훈을 쏘아보았다.

“저 아이에요? 언니.”

“네, 아가씨.”

박영선이 말하며 장영훈을 불렀다.

“훈아. 이리 와서 인사드려라. 네 고모님이시다.”

“아, 네에.”

대답하며 맞은편에 앉은 여성을 쳐다보았다.

고모 장금숙.

재계 순위 11위 신진 그룹 회장이다.

남편 사후 그룹을 맡아 무난하게 지금까지 잘 경영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경영자다.

공손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려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영훈이라고 합······.”

그런데.

장금숙이 냉정하게 말했다.

“됐다. 인사할 것 없다. 그만 나가 봐라.”

찬바람이 쌩쌩이다.

알 수 있었다.

날 싫어함을.

한편

“아가씨.”

박영선이 급히 장금숙을 불렀다.

의미를 모를 수 없다.

장금숙은 앞에 있는 찻잔을 들었다.

“지금 재계에 어떤 소문이 퍼졌는지 알아요. 언니.”

누가 여성 경영인 아니라고 할까 봐, 남자처럼 걸걸한 음성이었다.

말없이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이어 뒤돌아서며 곧바로 문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박영선이 안타까운 눈으로 걸어가는 장영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문이 열렸다가 닫히자마자 장금숙이 박영선에게 말했다.

“언니. 거둘 것이 있고, 거두어서는 안 될 것이 있어요. 어쩌자고 북창동에 저 애를 들였어요?”

항의조의 음성이었다.

박영선이 말했다.

“아가씨, 어린 조카에게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대해요?”

“방금 전 그 애는 내 조카 아니에요. 언니. 제 조카는 태준이, 태진이, 명희지.”

“아가씨.”

박영선이 힘주어 장금숙을 불렀다.

장금숙은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천천히 차를 몇 모금 마셨다.

박영선이 그런 장금숙에게 말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영훈이는 아가씨 오빠의 자식이에요.”

장금숙이 잔을 내려놓았다.

“언니, 대체 어쩌자고 혼외자를 자꾸 감싸고돌아요. 혼외자는 절대 집안에 들이는 것이 아니라고요.”

“아가씨.”

“지금 재계에서 죽은 오빠의 사생아가 대룡 오너 일가가 되었다고 다들 쑤군덕거려요.”

“······.”

“제가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요? 애들 얼굴을 못 보겠어요.”

장금숙의 말에 박영선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짐작한 바다.

죽은 남편 장익수 회장의 손자뻘이 되는 막내아들.

사생아.

다들 입방아를 찧어 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박영선이 장금숙을 마주 보았다.

“아가씨, 영훈이는······.”

장금숙이 오른손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됐어요. 언니. 그 얘기는 그만하시고 정열이 얘기 좀 해요.”

박영선이 입을 다물자 장금숙이 말했다.

“정열이는 우리 장씨 장손이에요. 이제 그룹 내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

“그러니 슬슬 약혼을 진행시키는 것이 어때요?”

“아가씨, 그 문제는 태준이 내외가 결정할 문제예요. 난 정열이 혼사에 낄 생각이 없어요.”

“태평한 소리네요.”

장금숙이 힘주어 말했다.

“정열이는 차기 대룡 그룹의 회장이 될 거예요.”

“······.”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정열이의 반려를 두루 잘 살펴 집안에 들여야죠.”

“······.”

“그래야 정열이가 회장이 되었을 때. 처가의 든든한 지원을 받을······.”

장금숙은 장손자 장정열을 끔찍이도 챙겼다.

혹여 굴러온 돌인 장영훈이 박힌 돌인 장손자 장정열을 위협하지 않을까?

마음 한구석으로 우려하는 눈치다.


* * *


3층 내 방.

휘익.

가방을 책상에 던지고 그대로 침대로 걸어가 털썩 드러누웠다.

양손을 들어 머리 뒤를 받치며 천장을 보았다.

“후우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미 각오한 바다. 나는 장씨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생아다.

그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게 고모라는 장금숙이 모질게 날 대하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그런 냉대를 받아야 하나 싶다.

천장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내가 꼭 앞으로 9년 동안 이 집 안에 있어야 해······ 응?’

엄마의 유언이다.

가능하면 지키고 싶지만 정말 힘들다.

이 집을 나가고 싶다.

정말.

그때였다.

띠리리리링.

폰이 울렸다.

흠칫하며 급히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이어 폰을 꺼내 액정을 보았다.

아는 번호다.

급히 폰 하단의 통화 버튼을 옆으로 휙 젖히고 귀에 댔다.

“여보세요.”

폰 너머에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렸다.

“여어. 알바생. 알바 하나 안 뛸래?”

픽 실소했다.

“아이고. 우리 소 사장님이 소인에게 전화를 다 주시고. 그런데 페이는 얼마나?”

“이런 썩을. 아직 어떤 일인지 말도 안 꺼냈는데. 페이부터 물어? 응. 이 알바하다 접시 물에 빠져 죽을 놈아.”

“아이고. 소 사장님. 소인이 요즘 하도 형편이 안 좋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 죄다 돈으로 보입니다요.”

내 말에 폰 너머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낄낄낄.”

오랜 친구이자 알바 일자리를 이리저리 알아봐 주는 소성호.

성호 덕분에 한때 꽤 짭짤했었다.

폰 너머에서 성호가 말했다.

“동서울 여대 알지?”

“알지.”

“거기 미대에서 데생 모델을 구해. 시간은 단 3시간. 페이는 15만 원.”

눈살을 찌푸렸다.

“성호야.”

“왜?”

“우리 친구지? 그렇지?”

“갑자기 친구는 왜 찾아. 인마.”

의심스러운 점을 말했다.

“야아아. 페이가 너무 세잖아. 겨우 3시간 일하는데. 15만 원이라니.”

“······.”

“이런 젖과 꿀이 넘쳐 나는 알바가 세상에 어디 있어.”

성호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너, 내게 숨기는 거 있지? 그렇지?”

내 말에.

“관둬라. 네가 하기 싫으면 다른 놈을 보내면 돼.”

“······.”

“참. 아깝네. 간만에 들어온 젖과 꿀이 왕창 흘러넘치는 알반데.”

성호의 말에 순간 고민이 되었다.

3시간 알바에 현금 15만 원.

뭔가 꺼림직하지만.

현금 15만 원이 날 유혹한다.

폰 너머에서 성호가 말했다.

“넌. 거절한 거다. 영훈아.”

“자, 잠깐.”

급히 말했다.

“한다. 해. 일시, 장소 등······.”

“짜식이. 어차피 할 거면서 빼기는. 아무튼 15만 원 중 수수료는 3만원이다.”

“야아. 친구 등골 빼먹을 일 있냐? 뭔 구전이 3만 원이나 해에에.”

성호가 말했다.

“야아. 구전은 에누리 없이 무조건 20%. 아무리 친구 사이지만 우리 계산은 똑바로 하자. 응.”

“인마. 20%는 너무 많아.”

“싫어? 그럼 딴 놈에게······.”

급히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20%. 이 악랄한 소 사장 놈아.”

“낄낄낄. 문자 메시지로 일시 등을 보낼 테니깐.”

“······.”

“알바 펑크 내지 마라. 응. 이 바닥도 신용이 없으면 일감이 안 들어와.”

“알았어. 인마. 내가 지금까지 알바 펑크 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어?”

“없었지. 그래서 내가 늘 널 챙기잖아.”

“빌어먹을. 거간꾼.”

“크크크큭. 나중에 학교에서 보자.”

“오냐. 들어가라.”

말한 후. 통화를 끊었다.

“휴우우. 그래도 일감이 들어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식 투자를 하면 적어도 몇 달 동안 갭이 생긴다.

주식 투자는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몇 달은 두고 봐야 최종적으로 주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를 알 수 있다.

그동안 알바를 뛰었다.

닥치는 대로 알바를 뛰며 번 돈.

주식 투자로 번 돈.

그 돈들을 모아 지금까지 엄마 병원비를 내고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주식 투자로 쓰는 돈은 지금까지 내가 알바를 뛰며 나름 모은 돈이다.

누구처럼 몇 억씩 주식 투자를 할 형편이 지금까지 되지 못했었다.

게다가 학자금 융자를 받은 것도 있기에.

융자를 갚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하며, 학교 성적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

부디 내게 찾아온 재물 운이 대박을 터트려 주기를.


* * *


새벽 2시, 서울 외곽 순환 도로 분기점.

한 대의 중형차가 도로 바깥에 세워져 있다.

주변 도로에는 각종 차량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하나같이 천천히 서행했다.

승용차의 운전석은 안으로 움푹 들어갔다.

차체 지붕이 아래로 폭삭 찌그러져 있다.

운전자나 탑승자가 모르긴 몰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 얼추 짐작되는 차량 상태다.

주변에서 몇몇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 * *


이른 아침.

정확히 정각 6시에 서둘러 집을 나왔다.

“늘 학교에 일찍 가서 공부를 하거든요.”

박영선에게 그렇게 말한 후.

백을 메고 후다닥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가 적당히 늦은 시간에 귀가하여 잠만 자는 이런 생활을 지난 한 달 동안 반복했다.

집이 불편하다.

고용되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

“휴우우우우.”

앞으로 9년.

막막하다.

언제 9년이 흐를까······.


* * *


가방을 짊어지고

터벅터벅.

다소 경사진 길을 내려갔다.

나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유, 신문, 각종 배달.

그들을 지나쳐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갑자기.

부와아아아앙.

크고 요란한 배기음이 뒤에서 들렸다.

뭔가 싶어 뒤돌아보는 순간.

“히이익.”

깜짝 놀라며 급히 길가로 이동했다.

“어느 미친놈이?”

새벽 동네 길을 맹렬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한눈에 척 봐도 고가임을 알 수 있는 외제 오픈카.

차 디자인 하나는 기차게 빠졌다.

게다가 붉은색으로 멋들어진 문양을 차체에 그려 넣었다.

오픈카가 매우 빠르게 다가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오픈카를 바라보았다.

날 지나간 후.

다시 걸어가는 게. 아무래도 안전할 것 같다.

그런데 오픈카가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옆으로 오더니.

일순간.

끼이이이익.

엄청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섰다.

제동 장치가 끝내주는 건지.

아니면······.

운전자의 운전 실력이 끝내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한데······.

“오 마이 갓.”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정차한 오픈카의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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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트리거 건 +1 24.09.14 280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4 9 11쪽
»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80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400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2 9 11쪽
6 난장 +1 24.09.05 406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7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30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4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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