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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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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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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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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는 운명

DUMMY

플로리다 팜스 베이.

U자형의 만의 맞은편에서 대서양의 물결이 찰랑거렸다.

그런 U자형의 만 좌우와 대서양 맞은편에 각종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서 있다.

팜스 베이는 전형적인 휴양지였다.


* * *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장년의 백인.

그의 눈에 다수의 이들이 보인다.

거의 벗다시피 한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해변을 오가고.

그런 여인들을 수영 팬티를 입은 남자들이 뒤따랐다.

젊은 남녀들이 해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음······.”

나지막한 침음을 흘리는 장년의 백인의 얼굴과 두 눈동자에서 젊음에 대한 부러움과 진한 후회가 동시에 나타났다.

훌쩍 지나가 버린 지난 세월이다.

살아왔던 지난 생애를 달리 살았다면?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장년의 백인의 귀에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장년의 백인이 출입문을 힐긋거렸다.

“들어와.”

그의 말에 문이 열리더니 서른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미계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탁.

문을 닫은 서른 초반의 남자.

라미레즈가 곧바로 창가에 서 있는 장년의 백인에게 걸어갔다.

저벅저벅.

장년의 백인의 등 뒤.

세 걸음의 거리를 두고 라미레즈가 서더니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정중한 인사였다.

라미레즈가 장년의 백인의 등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장님.”

천천히 장년의 백인이 뒤돌아섰다.

“가지.”

라미레즈가 대답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네.”

장년의 백인이 라미레즈 앞을 지나갔다.

저벅저벅.

곧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아무도 없는 방에 깊고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 * *


몇 달 후, 한강 공원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한강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른쪽에 앉은 스무 초반의 이.

장영훈이 왼쪽에 앉은 장년인을 돌아보았다.

“다시 뵐 수 있습니까?”

장년인이 피식 웃었다.

“너와 내가 남은 인연이 있다면 다시 보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이 선연일지. 악연일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가능하면 우린 앞으로 서로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훈아.”

장년인이 고개를 돌려 장영훈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장년인이었다.

천천히 장영훈이 일어나더니 앉은 장년인에게 돌아섰다.

이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폴더 인사.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승님.”

장년인은 고마움을 가득 담아 인사하는 제자 장영훈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섰다.

“훈아.”

“예에.”

대답하며 장영훈이 자세를 바로 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

“경거망동하지 마라. 네 능력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면 필히 그 대가가 따를 것이다.”

장년인은 걱정했다.

남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제자 장영훈이다.

가진 능력을 무분별하게 마구 사용하면 필히 세상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그런 까닭에 스승으로서 걱정이 되었다.

장영훈은 스승을 마주 보았다.

“명심하겠습니다.”

장년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른손을 들어 서 있는 장영훈의 왼쪽 어깨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투, 툭.

이어 말없이 뒤돌아섰다.

저벅저벅.

걸어가는 장년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영훈.

눈가가 촉촉하다.

어느새 물기가 배어 나와 눈동자를 적셨다.

편모슬하.

이런저런 삶의 굴곡이 하나둘이 아니었고 나름 지금까지 힘든 삶의 여정을 보냈다.

그 세월이 보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스승과의 인연을 맺어 주었다.

그런 스승이 이제 곁을 떠난다.

가르칠 만큼 가르쳤으니.

더는 가르칠 것이 없으니.

떠나는 것이었다.

장영훈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장년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스승님. 당신은 제게 아버지와 같았습니다.”

일순

주룩.

장영훈의 눈가에 맺힌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가 눈을 떠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외로웠고 사람이 고팠다.

그것을 채워 준 것이 바로 지금 자신의 곁을 떠나는 장년인이다.

눈물을 흘리며 스승을 떠나보낸 장영훈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푸른 5월의 청명한 하늘.


* * *


거산 의료원.

재계 순위 2위의 거산 그룹의 계열사들 중 하나로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종합 병원이다.

원무과 앞 너른 공간에 다수의 의자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초췌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은 이들이 하염없이 원무과 창구를 바라보았다.

의료비를 계산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가족이다.

늘 적자임을 부르짖는 거산 의료원이다.

막대한 연봉으로 국내 최고의 의료진을 고용하고 서울 대학교 종합 병원에 뒤지지 않는 최첨단 의료 시설을 자랑한다.

하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지출이 많기에 적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희수 씨.”

창구들 중 하나에 앉은 병원 여직원이 어머니의 이름을 호명하였다.

벌떡.

서둘러 일어나 번호표를 들고 창구로 걸어갔다.


* * *


몇 분 후.

“휴우.”

한숨을 쉬고 병원비 영수증을 손에 쥐고 돌아섰다.

간신히 이번 달 병원비를 정산했다.

“다음 달은······.”

앞이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다음 달 병원비를 마련할 수 있을까?

질끈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를 추슬렀다.

‘힘을 내자. 영훈아.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엄마를 살려야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엄마를 살려야 한다.

이대로 엄마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기필코!!

엄마를 살려야 해에에에!

그때였다.

“제발요. 제발 이렇게 두 손 모아 빌게요. 이번 달 병원비를 반드시 낼 테니. 제발 조금만 말미를 주세요. 네에에.”

한 아줌마가 창구 여직원에게 통사정했다.

여직원이 이를 악물며 냉정하게 대꾸했다.

“병원비 정산이 안 되면 수술할 수 없습니다. 병원 규정이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발요. 제발요. 수술하지 않으면 애들 아버지는 죽어요. 네에에. 제발요. 이렇게 빌게요. 제발 좀 며칠만 말미를 주세요. 네에에.”

창구 여직원에게 머리를 깊이 숙이며 양손을 들어 싹싹 비는 아줌마.

남편을 살리고자 자존심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창구 여직원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이들.

그들 모두가 부유한 이는 아니다. 사정을 봐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이 잘린다.

남의 사정을 봐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여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했다.

그사이 아줌마가 계속 애원하자 다른 창구의 여직원들이 일손을 놓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다. 일상처럼 겪는 일이다. 하지만 여직원들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아프다.


* * *


결국······.

원무과장이 병원 보안 직원들을 불렀다.

그들에 의해 끌려가며 목 놓아 울며 그 와중에도 애원하는 아줌마.

“제발요. 애들 아빠는 수술을 받아야 해요. 안 받으며 죽어요. 죽는다고요. 제발요. 제발 수술을 받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숙연해졌다.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일이다.

지금은 병원비를 내지만 과연 언제까지 낼 수 있을까?

잠깐 몇 번 병원을 찾는 이들이라면 몰라도.

암 병동처럼 장기 입원 환자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아무리 건강 보험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장기 입원 중인 암 환자들의 치료비는 감당하기 벅차다.

돈이 썩어 나는 부유한 자산가나 재벌이라면 몰라도 평범한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 * *


다 지켜보았다.

양손을 힘주어 쥐며 보안 직원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아줌마를 외면하듯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정신 차려. 장영훈. 정신 차리라고. 넌, 지금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엄마가 죽어 가고 있어. 죽어 가고 있다고.’

엄마를 살리는 것만도 벅차다.

다른 이들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 따윈 없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 죄송······. 흐흐흐흑.’

마음속으로 흐느껴 울었다.

자신이 나쁜 놈인 것 같다.

정말 나쁜 놈이다.

엄마를 살리려고 어려운 다른 이들을 외면한다.

자신이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미안하다.

남들은 나약하다 말하지만. 선함이고 착함이다.

사람의 심성이 착한 것을 어찌 나약하다고 탓할 수 있겠는가?


* * *


터벅터벅.

힘없이 병원 로비를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5층에 있는 암 병동으로 가려고 했다.

눈에 들어오는 병원 로비의 온갖 사람들.


* * *


병원 직원들.

바삐 오가는 한눈에 봐도 환자들과 관련이 있는 이들.

병원 로비 곳곳에 있는 제과점, 편의점, 커피숍 등과 관련이 있는 이들.

청소하는 병원 직원들.


* * *


많은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막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는데.

돌연.

우르르르르.

병원 보안 직원인 듯한 정장을 입은 다수의 건장한 이들이 뛰어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최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순식간에 차지하고 섰다.

“죄송합니다.”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주십시오.”

“자, 자아. 저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세요.”

보안 직원들에 의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옆으로 밀려났다.

“어, 어?”

“밀지 말아요. 알아서 옆으로 갈 테니깐.”

“별안간 뭔 일이야?”

“도대체 왜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하나같이 의문을 내색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 * *


거산 의료원 원장 장기영과 각과의 과장들.

거산 의료원에서 목에 힘깨나 준다는 이들이 모두 의료원 현관 앞에 도열했다.

병원 보안 직원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오가는 차량들과 사람들을 통제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저 멀리에서 몇몇 차량 엔진 소리가 들렸다.

부, 부, 부우우웅.

고급 외제 세단을 선두로 세 대의 대형 승용차가 의료원 현관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윽고 고급 세단과 세 대의 승용차가 현관 앞에 정차했다.

끼, 끼, 끼이익.

고급 세단의 조수석 문이 열리고 서른 중반의 여성이 내렸다.

커리어우먼.

보자마자 한눈에 그런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여성이다.

여성이 곧바로 돌아서더니 뒷문을 열었다.

덜컥.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내렸다.

한눈에 보아도 고가의 최고급 슈트인 양복을 입은 근엄한 노신사.

거산 그룹 회장 권중돈.

그가 고급 세단을 배경으로 잠시 서서 오른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짚는 사이.

뒤따라 정차한 세 대의 대형 승용차에서 권중돈 회장의 자녀들과 측근들이 내렸다.

그들은 서둘러 서 있는 권중돈 회장에게 뛰어갔다.

후다닥.

이르러 그들이 권중돈 회장의 뒤에 도열하는 사이

장기영 원장이 정중하게 권중돈 회장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권중돈 회장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여어, 장 원장 오랜만이야.”

장기영 원장이 역시나 정중하게 대답했다.

“네.”

“허허허. 정기 검진 때가 아니면 우리 장 원장 얼굴을 볼 기회가 없어.”

장기영 원장이 말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가시죠. 회장님.”

권중돈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러지.”

이어 지팡이로 몸을 지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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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트리거 건 +1 24.09.14 279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4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399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2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7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30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4 10 11쪽
»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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