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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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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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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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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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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 제약

DUMMY

“선배에게 말했다가는 온 여의도 증권가에 쫘악 퍼지는 건 시간문제야. 안 그래?”

윤주경의 눈이 반짝였다.

“호오. 우리 후배가 뭔가 물긴 물었구나.”

“선배.”

윤주경이 진중한 기색을 짓더니 물었다.

“그래. 금액은 얼마나?”

대꾸했다.

“올인.”

순간 윤주경이 깜짝 놀랐다.

“뭐어?”

태연히 다시 말했다.

“지금 계좌에 남아 있는 돈. 몽땅 다 태경 제약에 때려 넣을 생각이야. 선배.”

그러자 놀람이란 감정이 윤주경의 얼굴 곳곳으로 번졌다.

“훈아. 너어어 진짜······.”

빈말도 장난도 아니다.

장영훈이 가진 전 재산을 태경 제약에 모두 다 투자할 생각이다.

그동안 모친 병원비로 곳간에서 곶감을 하나둘 빼먹듯이 계좌에 모아 둔 돈을 야금야금 인출하였다.

그런 이유로 계좌에 남은 잔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돈을 모두 다 태경 제약에 밀어 넣겠다니.

윤주경은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설마, 너 태경 제약에 승부수를.”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있는 캐러멜마키아토 잔을 집어 들었다.

그사이 윤주경은 당황하는 한편으로 혼란스러웠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간혹 주식 투자를 하는 이가 특정 종목에 승부를 걸 때가 있다.

아닌 말로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대개의 경우.

갓 병아리 티를 벗고 중닭으로 올라서는 개미 투자자들 중에서 왕왕 자아도취에 빠져 그렇게 승부수를 던지곤 한다.

그런데 백이면 백 다 실패한다.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윤주경은 장영훈을 말렸다.

“훈아. 달걀을 몽땅 다 한 바구니에 담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포트폴리오가 뭔지는 나도 잘 알아. 선배.”

“아는 녀석이 가진 돈을 전부 다 태경 제약에 밀어 넣어?”

씩 미소 지었다.

“······.”

그리고 윤주경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마자.

따악.

윤주경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청 경악한 얼굴이었다.

“선배. 입 다물어. 파리 들어갈라.”

윤주경이 실태를 깨닫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너, 너어.”

윤주경이 말을 더듬거리며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맞은편에 앉은 장영훈을 가리켰다.

씨익 웃었다.

“주식 매입을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선배.”

“빌어먹을 자식, 사람 뒤통수를 그렇게 치면 재밌니?”

“훗.”

실소했다.

“지금 바로 처리해 줘. 선배.”

말하며 앉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가방을 챙겼다.

“어디 가는데?”

윤주경이 앉은 채 올려다보았다.

싱긋 웃었다.

“전주. 만나러.”

“뭐?”

반문하는 윤주경의 두 눈동자에서 의문이 번졌다.

느닷없이 전주라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 * *


부우우우웅.

시내버스 오른쪽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재물 운이 찾아왔다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돈을 벌 수 있는 운때가 제각각이다.

누구는 20대에, 다른 누구는 50대에 찾아오기도 한다.

또 30대에 있어 40대에 재물 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 재물 운이 날 찾아온 것을 인지했다.

‘돈을 벌 거야. 내가 벌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돈을.’

돈 때문에 두 번 다시는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대룡 그룹 일가에게 결코 손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

내 힘으로.

내가 벌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염두에 둔 내 구상을 펼칠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돈을 아주, 아주 왕창 벌어야 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단단히 결심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 * *


한참 후.

끼익.

버스가 모 정거장에 섰다.

이내 문이 열렸다.

덜컥.

버스에 내리자, 뒤이어 두어 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천천히 인도로 걸어가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섰다.

저벅저벅.

간만에 오는 길이라 조금 길이 낯설다.


* * *


북촌 외곽.

두어 명의 동시에 지나가기에 버거울 정도로 협소한 몇몇 골목 주변에 한옥이 자리해 있었다.

그중 한 골목.

쭉 골목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막다른 곳이 나온다.

밖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힌 한옥.


* * *


거산 의료원 VVIP 룸.

환자복 차림으로 창가에 서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권중돈 회장.

등 뒤.

왼쪽에 이문희 실장이 측면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권중돈 회장 등, 맞은편.

세 걸음 떨어진 곳에 마흔 중반의 이가 서 있다.

거산 그룹 법무실장 김경배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예의 장례식장 지하에서 일어난 일로.

대룡 그룹 법무 팀이 거산 그룹 법무 팀으로 증거인 예의 녹음 파일을 보내왔다.

김경배는 서 있는 권중돈 회장의 눈치를 보았다.

“······빼도 박도 못하는 허위 사실 직시로 인한 사자 명예 훼손죄가 성립됩니다.”

“······.”

“회장님. 최소 징역 2년 또는 금고이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

“대룡에서 워낙 강경하게 나와서 벌금형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김경배 실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담배를 피우던 권중돈 회장이 툭 던지듯 물었다.

“그래서 나더러 2년 동안 빵에 들어가 있으라고?”

폭발 직전의 음성이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김경배 실장이 급히 말했다.

“저는 단지 대룡 쪽과 협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협상?”

“네, 회장님. 굳이 재판으로 갈 것 없이. 두 그룹 법무 팀이 모여 적당히 이번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경배 실장의 말에 이어 이문희 실장이 말하고 나섰다.

“김 실장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회장님. 만약 소송으로 가시게 되면”

“······.”

“결국 저희 거산 그룹과 대룡 그룹이 동시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회장님.”

“······.”

“그리고 기자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어 저희 거산 그룹과 대룡 그룹의······.”

이문희 실장이 말끝을 흐렸다.

언론의 주목을 받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이번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

하지만 권중돈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

엄청 신경질적으로 피우던 담배를 껐다.

홰액.

거칠게 뒤돌아서며 언성을 높였다.

“손자뻘 되는 새파란 놈에게 망신을 당했어. 그런데 겨우 한다는 짓이 뭐 협상?”

김경배 실장이 화들짝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회, 회장님.”

말을 더듬으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그런 김경배 실장의 귀에 권중돈 회장의 성난 질타가 들렸다.

“내가 거산 법무 팀에 한 해에 지출하는 돈만 해도 수십억 원이야. 그런데 너희들 지금 그 돈값을 제대로 하고 있어?”

성난 권중돈 회장이었다.

이문희 실장이 급히 나섰다.

“고정하십시오. 회장님.”

권중돈 회장이 이문희를 돌아보았다.

“이 실장은 빠져.”

이문희 실장이 침착하게 말했다.

“회장님. 상대가 대룡 그룹입니다.”

권중돈 회장이 버럭 소리쳤다.

“그래서?”

“재계에 퍼진 대룡 그룹 혼맥을 잘 아시잖습니까? 회장님.”

권중돈 회장이 이문희 실장에게 언성을 높였다.

“우리 거산 그룹의 혼맥도 대룡 그룹 못지않아.”

“회장님. 대룡 그룹과 각을 세우시면 기자들이 냄새를 맡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이문희 실장이 언론을 에둘러 언급하자 권중돈 회장이 입을 다물었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피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장님.”

“이!”

권중돈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잇몸을 드러내더니.

김경배 실장을 바라보았다.

“너희 법무 팀에서 깔끔하게 처리해.”

“네, 네에.”

김경배 실장이 급히 대답하며 머리를 들더니.

룸 출입문으로 급히 빠져나갔다.


* * *


잠시 뒤.

룸에 권중돈 회장과 이문희 실장. 두 사람만이 남았다.

“회장님. 고정하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

대번에 이문희 실장의 말투가 확 바뀌었다.

권중돈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희야. 난.”

“알아요. 회장님. 많이 화나신 거. 하지만 모르는 척 넘기세요.”

“······.”

“상대가 대룡 그룹이잖아요. 설마 대룡 그룹과 기업 전쟁이라도 하시게요. 회장님.”

권중돈 회장이 입을 다물었다.

그 정도 일로 대룡 그룹과 기업 전쟁을 한다면 재계의 자타가 아마 크게 웃을 것이다.

“회장님. 누가 뭐라고 해도 회장님은 재계 순위 2위의 대거산 그룹의 오너세요.”

“······.”

“그러시니 그런 자잘한 일은 신경 쓰시지 마시고.”

“······.”

“재계 1순위인 삼영 그룹을 따라잡는 것만 생각하세요. 언제까지 삼영 그룹이 우리 거산 그룹의 앞에 있어야 해요?”

권중돈 회장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

“그러게 말이다. 그 빌어먹을 김택천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를 않으니.”

권중돈 회장이 짜증 냈다.

국내 재계 1순위.

넘버원인 삼영 그룹이다.

그 삼영 그룹의 회장 김택천.

속칭 경제 대통령이라 불린다.

재계를 한 손아귀에 꽉 틀어쥔 자타가 공인하는 재계 제일인자다.

그리고 권중돈 회장에게는 필생의 호적수다.

지금까지 김택천 회장의 삼영 그룹과 치열한 승부를 거듭해 왔다.

이길 때도 있었고 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길 때보다 질 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럴수록 권중돈 회장은 승부욕을 불살랐다.

그런 권중돈 회장의 품에 이문희 실장이 살며시 안겼다.

그러자 권중돈 회장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이문희 실장의 허리를 둘렀다.

“하긴. 장익수 회장. 그 친구를 뭐라 말할 수 없긴 하지. 흐흐흐.”

그 역시 이문희 실장을 내연녀로 두고 있었다.

세상 그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아들, 손자들도 말이다.

오직 두 사람.

권중돈 회장과 이문희 실장.

나이를 초월한 두 연인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 * *


저녁 8시.

밤이라 주변은 어두웠다.

북창동 고급 주택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다.

그런 이유로 밤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밝았다.

부우우우웅.

간혹 지나가는 차량들이 죄다 수입차다.

한눈에 고가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특정 자동차 브랜드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소 경사진 언덕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한데 걸어가는 주변에 있는 고급 주택 담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돌아가며 렌즈의 초점을 내게 맞추는 것 같았다.

불쾌하게.

못 본 척하며 바삐 걸었다.

저벅저벅.

의도적으로 걸어가는 보폭을 넓히고 속도를 높였다.

엄마와 내가 살았던 미아리와 북창동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천국과 지옥.

그렇게 말하며 좀 과장된 표현이려나.

하지만 단지 슬쩍 주변을 둘러만 보아도 빈부의 격차가 한눈에 보인다.

문득.


[사람은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일하는 시간만 놓고 보면 부자보다 가난한 자가 압도적으로 노동 시간이 많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결정적인 차이를 아느냐?

훈아.

그 차이는 바로 선함과 악함의 차이다.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아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사회적 모순점을 가진 것이 바로 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한번 생각해 보아라.

왜 이 나라 대한민국이 그와 같은 모순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언제고 스승님이 해 주신 말이 생각난다.

대체 어떤 사회 구조적 모순점이 있는 걸까?

난,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 * *


철문 오른쪽에 있는 작은 쪽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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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잡았다 요놈 +1 24.09.15 274 6 11쪽
15 트리거 건 +1 24.09.14 279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4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 태경 제약 +1 24.09.07 400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2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7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30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4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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