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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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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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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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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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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북촌 능구렁이

DUMMY

윤주경에게 말했다.

“선배.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투자입니다.”

“······.”

“그러나 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 역시 제가 지는 것이 옳고 맞습니다.”

“휴우우.”

폰 너머에서 윤주경 선배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난 모르겠다. 이 쇠고집아.”

웃었다.

“하하하하하.”

윤주경은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노리는지······.


* * *


영보당.

예서체로 멋들어지게 판각이 된 나무 편액.

누가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명필은 아니더라도 능히 달필 소리는 충분히 들을 것 같다.


* * *


멋들어진 병풍을 배경으로 보료에 앉아 있는 노인.

황점식.

사채 시장에서는 북촌 능구렁이로 통하는 큰손들 중 한 명이다.

가진 재산이 일설에 따르면 1조가 넘는다고 한다.

황점식은 가만히 작은 탁자 너머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장영훈을 바라보았다.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다.

단정하고 태연하다. 긴장한 티를 찾아볼 수 없다.

은근 당당한 것이 장난을 쳐 장영훈의 반응을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훗······.”

황점식이 실소하더니 탁자 오른쪽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서랍 중 제일 아래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드륵.

이어 봉투 하나를 꺼내더니 탁자에 내려놓았다.

“일전에 네가 말한 돈이다. 급히 마련하느라 똥줄 꽤나 탔다.”

“감사합니다.”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슥.

손을 내밀어 봉투를 집어 들었다. 이어 상의 안쪽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황점식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금액. 확인하지 않느냐?”

그를 쳐다보았다.

“어르신이 그런 장난을 칠 정도로 소인배는 아니시잖습니까?”

“뭐?”

황점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하하하하하하.”

턱을 들며 크게 웃었다.

그때였다.

“할아버님.”

등 뒤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황점식이 웃음을 그치고 앉아 있는 장영훈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열린 방문.

드리워진 발이 위로 들리더니 정갈한 한복을 입은 서른 초반의 여성이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다.

이어 중년의 두 여성이 각기 하나씩 상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 * *


탁자가 옆으로 치워지고 황점식과 내 앞에 하나씩 상이 놓였다.

오른쪽 옆에 앉은 여인이 차가 담긴 주전자를 들더니.

먼저 황점식의 찻잔에 인삼차를 따랐다. 이어 내 찻잔에도 인삼차를 따라 주었다.

쪼르르.

여인이 주전자를 내려놓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황점식이 여인을 쳐다보았다.

“거기 잠시 앉아라.”

“네에.”

여인이 대답하며 다시 바닥에 앉았다.

그사이 난 찻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으음.’

좋다.

최고급 인삼차다.

황점식이 날 보더니.

“이놈아. 어른인 내가 아직 찻잔을 들지도 않았는데. 어린 네 녀석이 먼저 차를 마시려는 게냐?”

그에 나도 쳐다보며 말했다.

“손님 대접이 말이 아니십니다.”

“뭐, 손님?”

“네에.”

대꾸하며 천천히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허. 그놈 참.”

황점식이 여인을 돌아보았다.

“연희야.”

“네에.”

황점식이 눈짓으로 날 가리켰다.

“저 녀석. 관상 좀 한번 봐 주렴.”

“예에.”

연희라고 불린 여인이 대답하며 날 쳐다보았다.

‘훗.’

고소했다.

21세기에 무슨 관상?

차를 몇 모금 마신 후. 상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연희라 불린 여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일순.

연희가 움찔하더니 당혹스러운 기색을 지었다. 그렇지만 기색은 이내 사라지고 그녀는 무표정해졌다.


* * *


잠시 뒤.

황점식과 연희.

두 사람만 방에 남았다.

황점식이 찻잔을 들며 물었다.

“네가 보기에 상이 어떠냐?”

“일국지재의 상입니다.”

“흠. 일국지재라.”

“네. 능히 한 나라를 감당할 만한 인재입니다. 한데······.”

“한데?”

연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평생 외로울 팔자입니다. 그리고 살이 낀 듯합니다.”

“살이 끼었다?”

황점식이 손에 쥔 찻잔을 상 위에 내려놓았다.

내심 당혹스러운 그였다.

연희가 이어 말했다.

“네. 이미 손에 사람의 피를 묻힌 듯합니다.”

“그 말은?”

“네에,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할아버님.”

황점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상을 보았다.

연희가 물었다.

“혹 그 사람이 일전에 찾아와 3억 달러를 빌려 달라고 한 그 사람입니까? 할아버님.”

황점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크게 신세를 진 이에게 준 명함을 가지고 왔더구나.”

“······.”

“그러고는 내게 한다는 말이 내 목숨 값으로 3억 달러를 빌려 달라고 하더구나.”

연희는 어이가 없었다.

한국 사채 시장의 큰손인 시조부 황점식의 면전에서 할 언행이 아니다.

“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잠시 녀석을 보았지. 그런데 그놈의 눈매가 범상치가 않았어. 내 평생 그런 눈매는 처음 보았다.”

“할아버님. 대체 어떤 눈매였기에 그러십니까?”

“좋든 나쁘든. 세상에 평지풍파를 불러올 그런 눈매였다.”

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점식이 고개를 들어 손자며느리인 연희를 바라보았다.

“연희야.”

“네에.”

“방금 전의 그놈.”

“······.”

“네가 한번 키워 보지 않으련?”

“네?”

반문하는 연희가 당황했다.

“잘만 키우면 나중에 네게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그런 녀석이다. 확실한 네 수족으로 한번 만들어 봐라.”

황점식의 말에 연희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생각하는 그녀다.

황점식이 측은한 눈으로 그런 연희를 바라보았다.

자식들이 있고 손자 손녀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만한 놈이 없다.

손자며느리인 이연희.

내심 그녀를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한 황점식이다.

그런 까닭에 이연희에게 힘이 되어 줄, 그녀의 수족이 될 만한 인재들을 오래전부터 몰래 수소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황점식의 눈에 장영훈이 들어왔다.


* * *


언제나 그렇듯.

저녁 8시에 맞춰 귀가했다.

“왔니?”

박영선이 밝게 미소 지으며 맞아 주었다.

“네.”

나는 빠르게 인사하고 나가려 했다.

“훈아.”

“네.”

“거기 좀 앉아 보렴.”

“네.”

대답한 후.

앉은 박영선의 맞은편 의자로 가 앉았다.

“낮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단다.”

박영선은 고영환 변호사의 사고사를 언급했다.

“일간 조문을 가야 할 것 같으니. 그리 알고 있거라.”

“네에, 큰어머님.”

“훈이 네게는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다.”

“네.”

공손히 대답했다.

박영선은 이후 소소한 일상을 화제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최대한 공손하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 * *


“후우우.”

날이 더워 샤워를 한 후.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책상에 앉았다.

누굴까?

고영환 변호사의 죽음.

박지원 경장을 만난 이후. 계속 내 머릿속에서 고 변호사의 죽음이 맴돈다.

대체 누가 왜 죽인 걸까?

음······.


* * *


몇십 분 후.

아무리 생각해도 오리무중과도 같은 고 변호사의 의문사를 잠시 내 머릿속 한편으로 미뤄 놓았다.

그리고 황점식으로부터 건네받은 봉투를 꺼냈다.

3억 달러.

현 환율로 약 4천억 원 정도 된다.

으음.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돈으로 내가 생각한 대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 * *


이틀 후.

언제나처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등에 가방을 메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갔다.

저벅저벅.

전날의 오픈카의 미친년.

혹시 다시 만날까? 은근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마주치지 않았다.

“언제 다시 한 번 마주치면?”

단단히 벼렀다.


* * *


아침을 학식으로 해결했다.

요즘 고물가라 의외로 학식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 식당 앞에 길게 늘어진 줄 중간쯤에 서서 하염없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며 성호를 생각했다.

‘이 자식을 어떻게 잡는다?’

캠퍼스는 의외로 넓다. 숨기로 작정하고 모습을 감추면 절대 못 찾는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 분명 수업은 들을 거란 말이지.’

강의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하지만 내가 아는 성호라면 여장을 해서라도 내 눈을 피하려고 할 거란 말이지.

만에 하나.

성호 그 자식이 강의에 안 들어가고 한 3일 정도만 결석한다면?

적어도 출석 미달로 인한 휴학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 내 앞에 안 나타날 텐데.

성호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심 중이었다.

돌연.

띠리링.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알림 벨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협상하자.]

성호 이 자식이. 어디서 대가리를 굴려.

꾹꾹.

신경질적으로 폰 버튼을 눌러 문장을 작성한 후.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곧 성호의 매시지가 들어왔다.

[그런 말에 넘어갈 것 같아?]

아우. 이 자식이 진짜.

[엄마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메시지를 보내기가 무섭게 성호가 메시지를 보냈다.

[다 좋은데. 일단 누드모델 건은 없던 일로.]

성호의 문자 메시지를 보는 순간.

치, 치이이익.

내 머리에서 하얀 수증기가 하늘로 피어오를 것 같았다.

이 자식이. 진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좋게 말할 때. 내 앞에 나타나라. 만약 안 나타났다가 내게 잡히면? 충주에 계신 네 부모님에게 네가 술집 여자에게 반해서 사채 썼던 거 다 일러바친다. 응.]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호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너, 그러기만 해 봐. 평생 네 얼굴 안 봐.]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난 이미 네 얼굴 평생 안 보기로 작정했어. 이 X팔 놈아. 어떻게 네가 내 뒤통수를 쳐? 내가 그랬지. 혹 이상한 거 아니냐고? 그런데 누드모델? 너 이 새끼. 내가 그러고도 친구야. 엉.]

이번에는 조금 늦게 메시지가 들어왔다.

[쏘리.]

바로 메시지를 작성해서 보냈다.

[쏘리 같은 소리 한다. 너어 그 15만 원에서 20% 수수료까지 내게서 떼어 갈려고 했어. 이 개자식아.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친구야?]

[쏘리.]

[쏘리는 무슨. 안 통하니깐. 당장 내 눈앞에 나타나라. 응?]

[나타나는 순간. 너, 날 죽일 거잖아.]

[아우우. 이 자식을 그냥. 안 죽여. 안 죽일 테니깐. 빨리 나타나라. 좀.]

[너무 불안해서 네 앞에 못 나타나겠어. 내가 네 성격 모르니?]

[30분 안으로 안 나타나면 너. 두 번 다시 안 본다. 소성호. 이건 최후통첩이야. 알겠어?]

[영훈이 널 잃는 것보다 너한테 맞아 죽는 게 난 더 무서워. 그래서 그냥 훈이 너 포기할래. 안녕. 내 친구야. 정말 미안했다.]

들어온 성호의 문자 메시지를 보자마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 자식이. 끝까지 약을 팔아.”

성호가 날 아는 만큼. 나도 성호를 안다.

들어온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믿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폰을 상의에 집어넣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자식이.”

틀림없다.

지금 내 주변 어딘가에서 성호가 숨어서 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한다?

슥.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그사이 줄이 반 이상 줄었다.

‘일단 아침밥은 먹어야지.’

지금 이 순간.

성호보다는 아침밥이다.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은 다음.

자판기 커피 한잔하면서 성호에 관해 생각하자.

그 전에······.

심리적으로 성호 이 자식을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는데.

그런 이유로 간단한 문자 메시지 하나와 사진을 보낸 후.

폰의 전원을 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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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5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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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7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30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4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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