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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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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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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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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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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딜레마

DUMMY

고개를 돌리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금액이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면 그 돈을 내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2억 명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다.

“답을 못 찾겠어. 답을.”

중얼거리며 보던 논문을 덮었다.

탁.

스승님을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아신다면 틀림없이 날 엄히 꾸짖으셨을 것이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란 것이 있는 법이다. 훈아.”

하지만 내가 거산 의료원 원무과 창고에서 보았던 그 아줌마.

가난이 죄지. 사람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누가 좀 이 난제에 대한 답을 해 주면 좋겠는데.”

제발.

내가 지금 겪는 딜레마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없을까?


* * *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거산 그룹 법무 팀과 대룡 그룹 법무 팀이 협상하였고 결과를 도출해 냈다.

겉으로 보면 윈윈이지만. 실익을 본 것은 대룡 그룹이었다.

그에 장태준 회장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 * *


동서울 여대.

강의실을 살짝 손을 본 간이 탈의실.

조교의 말에 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 노오!

지저스.

어찌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소성호.

중학교 동창이며 친구다.

명색이 친구라는 그 개자식에게 그만 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내 뒤통수를 치다니.

이 때려죽일!

이 순간 성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엄청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그 개자식이 과연 내 친구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같으니라고.

내 뒤통수를 쳐도 어떻게 이렇게 칠 수가 있어?

그놈이 진짜 내 친구인지 심히 매우 의심스럽다.

그런 한편으로 내게 엄청 화가 난다.

멍청했다.

너무 어리석었다.

성호 그 자식이 내게 미끼를 휙 던졌다.

난 그 미끼를 그만 덥석 물고 말았다.

덜떨어진 장영훈.

이 바보 같은 자식아, 그걸 물면 어떻게 해에에에.

지금 이 순간.

난, 땅을 치고 후회한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였다.

이런 참변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두 번 세 번 성호에게 확인했다.

그런데 성호. 그 개자식이 날 감쪽같이 속였다.

일절 어떤 알바인지 소상히 말하지 않고 어물쩍 넘겼다.

난, 더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캐물었어야 했는데.

주여.

누드모델이라니요.

그것도 남녀 거시기에 관해서 알 것 다 아는 성숙한 여대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바로 코앞에서 팬티만 입고 무려 3시간 동안 특정 포즈를 취하라니요.

제게 정말 왜 이러세요?

주님.

재물 운이란 축복을 내려 주신 것에는 감사하지만요.

그 축복이 누드모델이라면 저요. 정말 사양입니다.

네에에에.


* * *


“빨리.”

여대생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날 독촉하는 조교가 내민 팬티.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눈앞이 정말이지 캄캄해진다.

동시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보디빌더들이 자신들이 공들여 키운 근육을 자랑하는 대회.

속칭 보디빌더 대회에 출전하는 보디빌더들이 입은 팬티를 본 이들이 혹 있는지 모르겠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쫄쫄이 팬티는 너무 작고 가늘었다.

입는 순간.

남성의 거기가 정말이지 적나라하게······.

여성 누드모델들은 모르겠다.

전문 누드모델들도 모르겠다.

그저 15만 원이라는 돈에 혹해 알바를 뛰려고 했을 뿐인 완전 초짜 누드모델.

불쌍한 장영훈.

주여.

차라리 절 죽여 주십시오.

이건 정말이지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수치심과 창피. 부끄러움 등등.

다 뭉쳐서 한마디로 말해 쪽팔려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습니다.

주님.

제게 정말 왜 이러십니까?

이런 알바인 줄 알았다면 아무리 15만 원이라고 해도.

아니 15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저요.

절대 안 뜁니다.

이런 알바를 뛰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는 것이 낫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쪽팔리잖아요.

네에에에.


* * *


다비드상 포즈를 취한 내 주변으로 여대생들이 원을 그리며 빙 둘러앉았다.

다들 앞에 있는 캔버스를 보지 않고 벌거벗은 나만 똑바로 바라보았다.

위아래로 내 몸을 훑는데 정말이지.

너무 수치스럽다.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소성호.

이 개자식을 그냥.

절대 가만히 안 놔둔다.

죽여 버릴 거야!


* * *


서른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조교가 원을 그리며 앉은 여대생들을 둘러보았다.

“······사람의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오늘은 남성미를 최대한 살려서······.”

아무래도 관련 경험이 풍부한 것 같다.

누드모델들을 질릴 정도로 많이 보아 이제는 대수롭지 않을 정도가 된 듯하다.

태연해도 너무 태연하다.

눈꺼풀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절대 무심이다.

얼굴에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사에 달관한 초연한 노승 같은 그런 모습이다.


* * *


꿀꺽······ 꾸울꺽.

앉은 여대생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묻어나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은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몇 들렸다.

내 몸에 날아가 비수처럼 마구 꽂히는 여대생들의 시선.

저게 무슨 미술학도의 눈이야.

죄다 발랑 까져 갖고는.

남자 여러 잡아먹고도 남을 불여우들이지.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버티고 버텼다.

정말 집에 가고 싶다.

이런 눈요깃감은 절대 되고 싶지 않다고.

정말이지.

너무 쪽팔린단 말이야.


* * *


한편.

“예, 저 사람 몸. 죽이지 않니? 근육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어.”

“어라, 너, 지금 어디 봐.”

“어머. 저 상처들 좀 봐. 근육하고 묘하게 어울리며 남성미가 느껴지지 않니?”

“너, 정신 안 차릴래?”

“그러게 말이야. 저 정도면 예술이야. 예술.”

“어머머. 애. 얼굴 빨개지네.”

“이번 누드모델을 아주 잘 섭외한 것 같은데.”

“야아. 침. 그만 흘려.”

“아우 죽이네, 죽여.”

여대생들이 혹여 누가 들을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서로 속삭였다.

흑.

죽고 싶다.


* * *


뭐라 말할 수 없는 인고의 지옥 같은 3시간이 지났다.

조교가 수고했다고 말하며 건네는 봉투.

안에 든 15만 원.

이제까지 내가 알바하며 번 알바비 중 정말이지.

내 피눈물이 엄청 스며든 금액이다.

“다음에 또.”

조교가 거의 전속으로 누드모델로 날 뛰게 할 모양이다.

미쳤냐?

내가 또 이 짓을 하게.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두 번 다시는 이 짓 안 해!!


* * *


몇 시간 후.

콰아앙.

경제학과 강의실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막 수업이 끝난 터라.

주섬주섬 일어날 준비를 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뒷문을 열고 강의실로 뛰어온 날 돌아보았다.

“어?”

“영훈이잖아.”

“야아. 정외과가 우리 경제학과에 뭔 볼 일이야?”

“인마. 문 살살 열어. 그러다 부서지겠어.”

“어? 영훈이 쟤. 어째 평소와 다른 것 같은데.”

날 알아본 몇몇 학생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내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급히 강의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성호를 찾았다.

“성호. 못 봤어?”

“소성호. 어디 있는지 아니?”

난 소성호를 막 찾았다.

강의실에 있는 애들이 어리둥절했다.

“못 봤는데?”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다들 의아해하며 내게 반문했다.

급히 뒤돌아서며 조금 전 내가 열어젖힌 문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런 내 모습에.

강의실에 있는 몇몇 학생이 중얼거렸다.

“뭔가 일이 터진 모양인데.”

“성호를 찾는 걸 보면. 알바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성호, 자식. 알바 소개업 한다고 발품 팔고 다니더니. 결국 사고 친 모양이네.”

“놔둬. 제가 하겠다는데. 누가 말려.”

강의실에 남아 있던 학생들이 각자의 가방을 챙겨 하나둘 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 * *


소성호.

잡히면 죽여 버린다.

내가 오늘 그 개자식을 죽이지 않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다.


* * *


소성호를 찾아 온 캠퍼스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성호. 못 봤어?”

“못 봤어?”

“성호.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몰라?”

만나는 애들마다 성호에 관해 물었다.

다들 영문 몰라 했다.

그러다가.

“성호. 봤어?”

“어? 아까 수영부로 가는 거 같던데.”

드디어 성호의 꼬리를 밟았다.

신이시여.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에 아직 정의가 살아 있네요.

“땡큐. 넌 아마 하늘의 복을 왕창 받을 거야.”

말과 함께 뒤돌아섰다.

후다다다닥.

혼신의 힘을 다해 수영부를 향해 뛰었다.

전력 질주했다.

제발.

내가 갈 때까지 수영부에 있어라.

소성호.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다.

이 X팔 새끼야아아아.

혹여 놓칠세라 나는 수영부를 향해 전력 질주하며 하늘에 빌었다.

그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은 개자식이 부디 수영부에 그대로 있기를.

좀 도와주십시오.

주님.

소성호.

그 개자식을 꼭 제가 잡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제발요.


* * *


수영부에 속한 실내 풀장.

수영부 남녀 선수들이 부지런히 수영하며 풀장을 왕복 중이었다.

촤, 촤, 촤악.

막 풀장에서 나온 선수들이 긴 타월로 얼굴에 이어 몸을 닦으며 탈의실로 향했다.


* * *


소성호는 가지고 온 팸플릿을 수영부 선수들에게 나눠 주었다.

“자, 자아. 알바를 원하시는 분들을 언제든지 팸플릿에 기재된 제 폰으로 연락 주세요.”

“······.”

“최대한 고액의 알바비를 보장해 드립니다. 애를 돌보는 보모. 유아를 가르치는 과외. 집 안 청소 등등.”

“······.”

“편한 알바와 고액의 알바비 지급.”

소성호가 열심히 품을 팔며 알바하려는 애들을 구하려고 했다.

알바 시장도 최근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다들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편하고 쉬운 일을 골라 하며 최대한 많은 알바비를 받으려 한다.

고로 알바를 구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었다.

팸플릿을 받은 수영부 남녀 학생들은 호기심에 힐긋 손에 쥔 팸플릿을 보았다.

다들 늘 돈에 고프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는 대학생들의 지갑에서 먼지가 풀풀 날리게 만든다.


* * *


‘흐흐흐.’

소성호는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마음껏 눈요기했다.

알바생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수영부 풀장으로 기어들어 왔다.

남자 선수들은 관심이 없다.

여자 선수들.

다들 2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의 나이다.

육체적으로 만개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타이트한 수영복을 입고 있다.

한두 명이 아니다.

몸매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게다가 머리에 쓴 수영모를 벗는 순간.

촤르르르.

쏟아져 내리는 머리카락.

타월을 들며 고개를 옆으로 숙임과 동시에 머리의 물기를 닦는 여성 선수들.

남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과 사.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속으로 희희낙락 중인 소성호.

뜻하지 않은 눈요기에 내심 무척이나 들떴다.

그런데 돌연.

콰아아앙.

수영부 출입문이 부서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열렸다.

소리가 워낙 커. 수영부 풀장에 있던 남녀 학생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뭔 일이야?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냅다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장영훈을 쳐다보았다.


* * *


주님.

감사합니다.

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 * *


조금 전.

수영부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 소성호.

“허어억.”

순간 엄청 크게 헛바람을 삼켰다.

장영훈.

이성을 잃은 듯한 분노에 찬 얼굴이다.

갔었구나.

동서울 여대 알바.

누드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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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트리거 건 +1 24.09.14 279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3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399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1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6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29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3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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