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6,652
추천수 :
150
글자수 :
97,059

작성
24.09.02 17:00
조회
473
추천
10
글자
11쪽

거산 의료원

DUMMY

저벅저벅.

권중돈 회장이 거산 의료원 현관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의료원을 만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지 않느냐? 첫째야.”

말하며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장년인 권일형이 대답했다.

“네에 아버님. 아버님이 지난 10년 동안 하신 일들 중에서 가장 잘하신 것이 의료원 설립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친 권중돈 회장의 기분을 띄우는 권일형이었다.

“의료원을 설립하여 많은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셨고. 이렇게 정기 검진을 받으시며 몸의 건강도 돌보시고 여러모로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중돈 회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씨익.

이어 왼쪽을 돌아보았다.

“둘째야.”

권일형보다 서너 살 연하의 장년인 권일도.

“네, 회장님.”

“녀석. 여기가 회사냐? 회장님은 무슨.”

“의료원은 저희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회장님. 엄연히 공적인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넌. 너무 딱딱한 것이 문제야. 쯧쯧.”

권중돈 회장이 혀를 차며 왼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이 실장.”

“네, 회장님.”

권중돈 회장의 비서실장 이문희가 재빨리 대답하며 곁으로 다가서더니.

권중돈 회장의 왼손을 쥐며 부축했다.

“올해 의료원 적자가 얼마라고?”

물음에 이문희 실장이 즉시 대답했다.

“네, 회장님. 약 120억 원입니다.”

“쯧쯧.”

권중돈 회장이 혀를 차더니 장기영 원장을 돌아보았다.

“장 원장.”

“네, 회장님.”

“분발 좀 해.”

“네에, 회장님. 송구합니다.”

“송구는 무슨. 어여 가자. 걸으려니 힘들어.”

“네, 회장님.”

이문희 실장이 권중돈 회장을 부축하며 바삐 현관을 지나 로비로 들어섰다.


* * *


병원 보안 직원들에게 밀려 옆에 있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하였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데 꽤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런데 별안간 다른 보안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잠시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뒤로요.”

“잠시면 됩니다.”

보안 직원들에 의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던 이들이 뒤로 2, 3미터 물러나 섰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겁니까?”

“무슨 일이 있어요?”

“우린 급하다고요.”

“왜 이래요?”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이들이 항의조로 말했다.

병원 보안 직원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사람들의 불평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 * *


잠시 뒤.

권중돈 회장과 장기영 원장을 포함한 일단의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양쪽으로 늘어서서 통로를 확보한 병원 보안 직원들 사이를 지나갔다.

저벅저벅.

병원 보안 직원들은 권중돈 회장의 일행들을 향해 깍듯하게 머리를 깊이 숙였다 들었다.

권중돈 회장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선점하고 대기 중이던 보안 직원들 역시 똑같이 깍듯하게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일련의 광경을 지켜보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던 이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서서 권중돈 회장과 일행들을 지켜보았다.

‘이!’

화가 난다.

겨우 저런 사람들이 이용할 엘리베이터 때문에 환자 가족들을 이렇게 홀대하다니.

권중돈 회장을 안다.

간혹 경제 관련 뉴스에 얼굴이 나오고 경제 관련 잡지나 책에서도 사진을 통해 얼굴을 볼 수 있다.

자본주의가 현실로 내게 다가온다.

더불어 왜 공산주의라는 사상이 이 세상에 태동했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악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다!!


* * *


권중돈 회장을 포함하여 일행들이 하나둘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닫혔다.

그 틈 사이.

활활 불타는 분노 어린 한 쌍의 눈동자.

권중돈 회장과 눈이 딱 마주쳤다.

“응?”

권중돈 회장이 일순 어리둥절했다.

분노에 찬 한 쌍의 눈동자.

왜일까?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려지는 것은.


* * *


맺지 말아야 할 악연이다.

운명이 장영훈과 권중돈 회장을 악연이란 실타래로 함께 묶어 버렸다.


* * *


5층 암 병동, 이창용 교수실.

“휴우우.”

시름 깊은 한숨을 쉬는 장년인 이창용 교수.

의사로서 가장 힘든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교수님.”

이창용 교수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이창용 교수의 처연한 음성을 듣는 순간 절망을 느꼈다.

“영훈이. 네가 준비를 해야겠다.”

“교, 교수님.”

말을 더듬으며 이창용 교수를 바라보았다.

“곧 어머니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창용 교수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진료 포기.

의사로서 환자에게 더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임종을 목전에 둔 환자에게 최대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돌보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 다다.

의자로서 한계를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체감하는 이창용 교수였다.

옆에 서 있는 간호사가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이창용 교수에게 매달렸다.

“교수님. 이대로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할 수 없습니다. 보세요.”

“······.”

“이렇게 이번 달 병원비도 완납했습니다. 교수님. 제발요. 어머니 좀 살려 주십시오. 교수님. 제,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사무실 바닥에 두 무릎을 꿇으며 책상에 앉은 이창용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이창용 교수는 숙인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의사로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한계.

의사의 한계이고 현대 의학의 한계다.

말기 암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는 의료법이······.

없다!!

애원했다.

“교수님. 제발요. 엄마 좀 살려 주세요. 돈이 얼마나 들든. 제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다 마련하겠습니다. 교수님.”

“······.”

“이대로 엄마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교수님. 제발요. 엄마 좀 살려 주세요. 네에에 교수님.”

“······.”

“저는 엄마 없으면 죽어요. 엄마를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다고요. 네에에. 흐흐흐흐흑.”

울었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슬픔이 밀어닥치고.

그 슬픔이 나로 하여금 대성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토하게 한다.

책상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뒤돌아섰다.

후다다닥.

황급히 사무실 출입문으로 뛰어가는 간호사의 얼굴을 가린 양손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흐른다.

사람이기에.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환자의 아들.

그 아들의 바람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창용 교수.

서럽고 서러운 울음이 이창용 교수의 사무실을 하나 가득 메웠다.

“엄마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앙······ 엄마아아아아.”

엄마에게 죽음을 선고한 이창용 교수가 책상에 머리를 대고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죽어라, 죽어. 이창용. 이 개자식아. 명색이 의사라면서. 의사라면서······.’

자신의 한계에.

현대 의학의 한계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이창용 교수였다.

사람의 삶과 죽음은 의사의 손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의해 결정되기에.


* * *


몇 십여 분 후.

남자 화장실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쏴아아아아.

세찬 물줄기가 삽시간에 세면대를 그득 채웠다.

어푸, 어푸.

양 손바닥으로 물을 떠 쉴 새 없이 얼굴에 끼얹었다.

운 흔적을 지어야 한다. 운 얼굴로 엄마를 만날 수는 없다.

틀림없이 엄마가 운 이유를 캐물을 것이고.

자신 때문에 아들이 울었다고 심하게 자책할 것이다.

그러니 운 흔적을 모두 다 지워야 한다.

그런데 눈물이······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울음을 그치고 싶은데 그칠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일찍.

엄마기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암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온다.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다.

엄마 곁에 있었으면서.

엄마가 암에 걸린 것을 말기가 될 때까지 몰랐다니.

“내, 내가 엄마를 죽인 거야. 장영훈. 내가아아아.”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엄청 화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밉다.

내가 밉다.

이대로 엄마를 죽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내가 너무도 밉다.

홰액.

뒤돌아섰다.

쏴아아아아아아.

계속 흘러내리는 물을 뒤로하고.

콰앙.

화장살 칸막이들 중 하나로 뛰어 들어가 변기에 털썩 주저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어어엉.

미안해. 엄마.

정말 미안해.

내가, 내가 엄마를 죽였어.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아아, 엄마아아아아, 엄마아아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살릴 수 없다.

두 눈 질끈 감고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면?

스승님의 엄명을 어겼더라면?

엄마는 조금 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명감?

X까라고오오오오 그래에에에에에.

엄마도 못 살리면서 무엇을 지킨다고.

엄마아아아아아.

미안해······.


* * *


남자 화장실에서 성인 남자의 서럽고 서러운 울음이 들렸다.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남자 화장실에 들어서던 이들이 하나같이 움찔거리며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들은 침묵했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있는 곳이 거산 의료원 5층. 암 병동이다.

암 환자 가족들이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종종 남자 화장실에서 환자 가족들 중 한 명이 서럽게 우는 경우가 있다.

백이면 백.

암 환자 가족이고.

상황이 절망적임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동병상련.

똑같은 고통을 안고 있기에 이해하고 공감한다.


* * *


6명이 함께 사용하는 입원실.

수척한 얼굴의 여성 이희수.

초췌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그녀의 침대 오른쪽 머리맡 의자에 앉은 장년인.

변호사 고영환.

이희수가 말했다.

“죄송해요. 이 변호사님. 연락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끝을 흐렸다.

정말 연락하고 싶지 않았음을 모를 수 없다.

이미 이창용 교수를 면담하고 지금 이렇게 앉아 이희수를 대하는 고영환 변호사였다.

“아닙니다. 이 비서.”

“이 비서? 참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네요.”

이희수가 아련한 기색을 지었다.

“진작 연락을 주었다면.”

고영환 변호사가 말끝을 흐렸다.

어떻게 하든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이희수가 처연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었어요. 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훈이를 안고 그렇게 도망치지는 않았을 거예요.”

후회하는 그녀다.

“이 비서.”

고영환 변호사가 처연한 음성으로 이희수를 불렀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를 탓할 수 없다.

이희수가 힘없이 웃었다.

“고 변호사님.”

“네.”

“저.”

“······.”

“곧 죽어요.”

이희수의 말에 고영환 변호사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이희수가 최대한 밝게 웃으며 말하려 애썼다.

“재가 죽으면 우리 훈이가 혼자가 돼요. 이 세상천지에 달랑 혼자요.”

“이 비서.”

고영환 변호사가 가만히 이희수를 불렀다.

“큰 사모님에게는 정말 죄송하고 죽을죄를 짓는 거지만. 우리 훈이. 북창동으로 들여보냈으면 해요.”

이희수의 말에 고영환 변호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다.

이희수가 이어 말했다.

“이미 장익수 회장님이 작고하신 북창동에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룡의 사생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대룡의 사생아> 연재 안내: 매일 오후 5시 24.09.02 269 0 -
19 주식회사 승아 산업 NEW +1 11시간 전 100 5 11쪽
18 상황 유발자 +1 24.09.17 183 4 12쪽
17 동아리 방 +1 24.09.16 204 4 12쪽
16 잡았다 요놈 +1 24.09.15 274 6 11쪽
15 트리거 건 +1 24.09.14 279 5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4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399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2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6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30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 거산 의료원 +1 24.09.02 474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1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