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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님의 서재입니다.

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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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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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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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DUMMY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몇 살쯤 되어 보이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것 같다.

운전석에 앉은 여자가 서 있는 날 돌아보더니 손을 들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아래로 쓱 내렸다.

“어이. 거기.”

대뜸 반말 투로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없다.

운전석의 여자를 쳐다보며 오른손을 들었다. 이어 검지로 내 가슴을 가리켰다.

저요?

운전석의 여자가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밀어 올렸다.

“누구니?”

“네?”

반문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생전 처음 보는 여자다.

피식.

여자가 웃더니 말했다.

“내가 동네 어지간한 애들 얼굴은 다 알거든. 그런데 넌 못 보던 얼굴이라서 말이야.”

“저······ 누구신데요?”

물었다.

“아, 나.”

운전석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오른쪽 뒤로 돌리며 오른손을 들더니.

검지로 꽤 떨어진 하얀 담의 고급 주택을 가리켰다.

“저 집에 살거든. 어려서부터 이 동네에서 쭈욱 지금까지 살아서······.”

동네 사람들에 관해 빠삭하다.

그런데 내가 못 보던 얼굴이라서 호기심에 차를 세웠다고 한다.

자세를 바로 한 운전석의 여자가 날 쳐다보더니 물었다.

“너, 어느 집에서 사니?”

“아, 네에. 저는.”

별생각 없이 박영선의 주택을 말했다.

“어?”

여자가 당혹스러워하더니.

“혹시 너. 소문의 그 사생아니? 죽은 장익수 회장님 막내아들 말이야.”

세상에 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어?

나도 모르게 울컥 화가 난다.

당사자 면전에서 기분 나쁘게.

언성을 높였다.

“저기요.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아무리 제가 사생아라고 해도 그렇지.”

“······.”

“본인 면전에서 사생아라고 말하면 듣는 사생아 기분이 좋겠어요? 나쁘겠어요?”

운전석에 앉은 여자가 피식 웃었다.

“어쭈구리. 너, 성깔 꽤 있다. 응.”

“이보세요. 아무리 내가 그쪽보다 어려 보인다고 해도요.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내가 말을 하는데.

“다음에 보자. 사생아.”

운전석의 여자가 말과 함께 오픈카가.

부와아아앙.

사람이 깜짝 놀라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리와 함께 다시 맹렬한 속도로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순식간에 나와 몇 미터의 거리를 벌렸다.

운전석의 여자가 오른손을 머리 높이 들더니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아아. 이 미친년아아.”

아침부터 똥 밟았다.

그것도 엄청 더러운 똥을.


* * *


점심시간.

학식을 사 먹기 위해 학생 식당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벌써 줄이 상당히 길었다.

맨 뒤로 가서 서며 폰을 꺼냈다.

그리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폰을 만지작거렸다.

수업 중이라 폰을 진동 모드로 돌려놓았다.

그사이 문자 메시지가 몇 통 왔다.

그중 하나.

윤주경 선배가 보낸 문자 메시지.

[일전에 말한 대로 태경 제약 건. 다 처리해 놨다.]

씨익 미소 지으며 바로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땡큐요. 선배. 나중에 밥 한번 제대로 쏠게요.]

메시지를 보낸 후.

폰으로 각종 경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서울 시내 모 호텔 비즈니스 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거산 그룹 법무 팀과 대룡 그룹 법무 팀이 룸에서 만났다.

그들은 회동하자마자 즉시 모종의 협상에 들어갔다.

김경배 거산 그룹 법무실장이 언성을 높였다.

“요구가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파트너격인 대룡 그룹 법무실장 박만원이 뒤질세라 마주 언성을 높였다.

“그럼. 소송으로 가면 되겠군요.”

마치 전가의 보도인 양 소송을 입에 올렸다.

“이봐요.”

김경배 실장이 성난 어조로 말했다.

박만원 실장은 태연했다.

“지금 협상을 하자는 겁니까? 말자는 겁니까?”

“누가 할 소리를 지금 하고 있는 겁니까?”

“거산 그룹 권 회장님. 이번 기회에 단단히 망신살 한번 뻗치게 해 드려요?”

박만원 실장이 거산 권중돈 회장을 입에 올렸다.

그러자 김경배 실장이 불같이 화냈다.

“협상. 파투 내고 싶습니까?”

“그걸 원하는 것은 그쪽 아닙니까? 모름지기 협상이라면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을······.”

“요구 조건이 어느 정도껏이어야 받아 주죠.”

“그러니깐 소송으로 가자고요. 소송으로.”

박만원 실장은 소송으로 김경배 실장을 압박했다.

김경배 실장은 내심 난감했다.

소송을 피하기 위해 지금 이렇게 앉아 협상 중이다.

그런데 소송으로 간다?

피해야 할 일이다.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권중돈 회장의 재판장 출석이 무조건이다.

그럼.

기자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이런저런 추측성 기사를 마구 써 댈 것이다.

온 대한민국에 망신살이 단단히 뻗치는 일이다.

그런 일을 피하고자 지금 대룡 그룹 법무 팀과 협상 중이다.

그리고 그 협상에 있어 칼자루를 쥔 것은 박만원 실장을 필두로 하는 대룡 법무 팀이었다.

그런 까닭에 대룡 그룹 법무 팀은 거산 그룹 법무 팀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자신들도 과도한 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장태준 그룹 회장이 다시없을 좋은 기회라고.

무조건 협상 조건을 관철시키라고 단단히 엄명을 내렸다.

회장 지시를 안 따를 수 없는 대룡 그룹 법무 팀이다.

그런 이유로 거산 그룹 법무 팀과 대룡 그룹 법무 팀 사이에 고성이 그치지 않고 오갔다.

양측 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상을 주도하려 하였다.


* * *


자판기 커피가 든 종이컵을 손에 쥐고 벤치에 앉았다.

초여름의 날씨를 음미하며 달달한 자판기 커피를 막 마시려는데.

돌연 성호가 다가오더니 내 옆에 털썩 앉았다.

돌아보았다.

“밥 먹었냐?”

묻자.

“야아. 요즘 나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휴우. 죽겠다. 응.”

“왜에? 또 알바 펑크가 났냐?”

성호가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요즘 MZ 세대 애들 대체 왜 이러냐? 응.”

“······.”

“알바가 힘들면 안 하려고 들어. 그런데도 페이는 무조건 많이 받으려고 해.”

“······.”

“아니 세상에 편하고 페이가 높은 알바가 어디 있냐? 안 그래.”

“······.”

“그런 알바 있으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몽땅 다 때려치우고 그 알바만 하지.”

성호의 말에 픽 실소했다.

“알바하려는 애들을 못 구했냐?”

성호가 피식 웃었다.

“짜식이. 언제 이 형님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가 다시 쏙 나갔냐?”

“지랄한다. 지랄해.”

성호가 손을 뻗더니 내가 마시던 종이컵을 뺏어 갔다.

“야아. 내가 마시던 거야.”

“괜찮아. 먹고 안 죽으면 돼.”

말과 함께 성호가 커피를 몇 모금 마신 후. 종이컵을 내게 다시 내밀었다.

받아 들며 물었다.

“참.”

동서울 여대 알바 건에 관해 물었다.

“진짜 깨끗한 거지? 이상한 거 없는 거지?”

두 번 세 번 확인차 물었다.

“짜식이. 안 그래도 이 형님이 지금 알바할 놈 못 구해서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

“거기다 기름을 부어. 하기 싫음 지금 당장 다 때려 쳐. 마아아.”

“야아. 누가 안 한데. 어째 께적지근한 것이 영 찝찝해서 물어보는 거야.”

“아무튼. 펑크 내지 말고 잘하기나 해.”

말과 함께 성호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빨리 알바할 놈을 구해야 해. 제기랄. 내가 왜 알바 소개업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응.”

“마아아. 그래도 넌 그 일 덕분에 등록금 꼬박꼬박 내잖아. 게다가 학교 앞 근사한 곳에 원룸도 구했고.”

“야아. 그게 집이냐? 사무실이지. 제기랄. 나, 간다. 영훈아. 또 보자.”

“그래 수고.”

말하며 바삐 뛰어가는 성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2년 차 대학생이다.

대학에 들어오면 별의별 인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다들 저마다의 삶과 일로 바쁘다.

집에서 등록금을 꼬박꼬박 내주고.

매달 용돈도 챙겨 주며.

하숙비나 자취 비용을 챙겨 주는 애들은 정말 복 받은 애들이다.

등록금을 내고 돌아서며 언제 다시 시간이 흘렀는지.

다시 등록금을 내야 하는 기간이 눈앞에 확 다가온다.

정말 등록금 때문에 미친 듯이 알바를 뛰고 또 뛰었다.

덕분에 알바 전선 생존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알바가 힘들다.

그러니 다른 애들이야 오죽할까?

페이는 쥐꼬리만큼 주려고 하지.

노동 강도는 엄청 올리려고 하지.

노동 강도에 따른 페이.

그 정상적인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 * *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경제학과 양우종 교수님 사무실로 뛰어갔다.

후다다닥.

교수님의 사무실을 하루 한 번 청소해 드리는 대신.

교수님 사무실에 있는 각종 논문, 자료들을 실컷 보았다.

내가 그런 알바 아닌 알바를 하는 이유는.

양우종 교수님이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우리 학교로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신 논문과 자료.

국내에서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 이유로 청소를 해 드리고 내가 보고 싶은 논문과 자료를 마음껏 보았다.


* * *


청소를 끝내고 낡은 다인용 소파에 앉아 한 논문을 펼쳐 읽었다.


[CFA Franc.

세네갈, 기니비사우, 코트디부아르, 말리, 브루키나 파소, 베닌, 토고, 니제르, 차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카메룬, 적도 기니, 가봉, 콩고.

그들 서아프리카 14개국이 사용하는 공용 화폐다.]


“으음.”

침음을 흘리며 논문을 매우 꼼꼼하게 정독했다.

돈이 보인다.

그것도 엄청난 거액이.

세파 프랑을 사용하는 서아프리카 14개국의 인구가 도합 2억 명 정도 된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상황이 술술 잘 풀리게 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난 수십억 달러를 단숨에 벌 수 있다.

하지만 그 여파로 2억 명의 사람이 자칫 경제적 고통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내 고민이 거기에 있다.

개인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무려 2억 명의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고통을 전가시키는 행위.

대단히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행위다.

양심에 찔린다.

아닌 말로 내가 살기 위해 생판 모르는 타인을 찔러 죽이려는 것과도 같다.

자본주의와 경제 윤리.

난 그 두 부딪침이란 갈등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돈을 보면 윤리에 등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니 너무 내 양심에 걸린다.

단 한 사람의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무려 2억 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어떻게 보면 2억 명에게 돌아가야 할 그들의 정당한 돈을.

단 한 사람이 갈취하는 것과 같다.

포기하자니 수십억 달러라는 이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하자니 내 양심이 너무 걸린다.

아무리 돈을 벌고 싶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인 줄 뻔히 알면서 과연 그 짓을 해야 할까?

난, 답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뻔히 돈이 눈에 보이는데. 계속 주저하고 있다.

“딜레마.”

나직이 중얼거렸다.

“수십억 달러라는 돈만을 보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가슴이 답답하다.

“2억 명이라는 사람을 돌아볼 것인가?”

수십억 달러.

최소 30억 달러라는 엄청난 거액이 눈에 선하다.

한화 약 4조 1,6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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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297 6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32 7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34 8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48 8 11쪽
»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374 9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379 9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399 10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01 9 11쪽
6 난장 +1 24.09.05 405 9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16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29 10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50 10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473 10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5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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