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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수선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공모전참가작

심씀
작품등록일 :
2024.05.09 10:54
최근연재일 :
2024.06.21 23:55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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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23
추천수 :
667
글자수 :
307,356

작성
24.05.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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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0화. 준연의 마음 (3)

DUMMY

[이것도 먹어 보시오! 고기 아주 기가 막히게 삶아졌소.]

[이 두부조림도 드셔 보세요, 선인님!]


“내가 알아서··· 꿀꺽,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다들 가서 할 일들 해.”


와구와구!


나는 천무진수제를 무사히 마치고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미친 듯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계속 입에 들어가는 게 먹는 내가 다 신기할 지경이었다.

나는 그 뒤로도 기장떡과 만두로 위를 꽉꽉 채운 후에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끄윽, 너무 잘 먹었는데?”


문득 물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자 라니는 물론 미호와 팔계까지 아직도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걸 깨달았다.

녀석들은 이렇게 많이 먹는 내가 신기하다기보다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도중에 몇 번 죽을 뻔하긴 했지.’


과장이 아니라 나는 총 네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처음 제의의 부작용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음양지기가 몸에 흡수되었을 때 한 번.

그 음양지기가 법화단전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한 번.

충격으로 단전이 부서졌을 때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서진 단전이 음양지기에 의해 제련되며 요단화될 때 한 번.

물론 이 외에 자잘한 것까지 합치면 네 번은 훌쩍 넘어가겠지만, 위험한 것을 넘어 죽겠다 싶은 생각이 든 건 이게 전부였다.


‘···중간에 누가 나한테 속삭이지 않았다면 진짜 죽었을 거야.’


나는 천무진수제 동안 끊임없이 내 귓가에 속삭였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너무 힘들었기에 그게 누구의 목소리였는진 모르겠으나, 덕분에 음양지기를 조금이나마 제어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건 화란의 목소리였겠지.’


나는 내 맞은편에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화란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분명 그 목소리는 화란이었을 것이다.

화란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다정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나를 격려해줄 사람은 이곳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때 나를 마주하던 화란이 찹쌀떡을 집어서 내게 내밀었다.


“이것도 먹어라.”

“감사드리지만 이제 배가 너무 불러서···.”

“어서.”


나는 화란이 강제로 입에 욱여넣은 찹쌀떡을 열심히 삼켰다.

화란은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내게 떡과 전병을 몇 개 더 먹였다.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손을 거둔 화란이 말했다.


“앞으로 며칠 간은 밭일도 공법 수행도 하지 말고 푹 쉬어라. 깨진 법화단전과 요단을 만드느라 지친 육신을 회복하려면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하겠느냐?”

“예. 화란 님의 말씀대로 당분간은 푹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뭔가 더 할 말이 있는지 말끝을 흐리는 화란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인연단을 만들고 남은 약재들을 우린 차를 홀짝이고 있자 마침내 화란이 말을 이었다.


“그대에게 묻겠다.”


화란이 저렇게 직접 ‘묻겠다’라고 말할 때마다 예상할 수 없는 말들이 오갔기에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말씀하시지요.”

“그대에게 ‘말’이란 무엇인가?”

“······예?”


역시나.

이번에도 화란은 내가 예상은 물론 아예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멍청히 멀뚱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던 나는 ‘말’에 관해 생각했다.

나는 잠시간 고민한 뒤 화란의 물음에 답했다.


“말은······ 그저 말이 아닙니다.”

“그럼 그대는 말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화란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말’이란 단어에 담긴 의미를 더 자세히 사고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힘이 있다?”

“예. 정확히는 저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힘이죠.”


말하고 보니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한 번 입을 연 이상 이게 틀리든 맞든 이어나가기로 했다.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제 마음을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감사한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결국은 말로 해야 전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대로 화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감사합니다. 제가 라니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화란 님.”


어쩌다 보니 화란의 물음으로 시작해 내가 화란에게 이번 일에 감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내가 화두를 돌리려 할 때였다.


“수.”


화란이 그 말을 내뱉은 동시에 그녀의 손 위로 주먹만 한 물방울이 생겨났다.

화란이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다. 말에는 힘이 있지. 그리고 그것을 언령이라 한다.”

“언령······.”

“그대의 말처럼 언령은 마음을 전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이처럼 허구를 실재로 만들기도 하지.”


조금.

아주 조금은 화란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말이란 곧 의지를 의미하는 거겠군요.”

“맞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자신에 한정되지 않고 타인에게까지 확장되기도 하지. 그대가 라니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이치이니라.”


말에는 힘이 있다.

이 문장에 조금 더 살을 붙인다면 ‘말에는 자신과 타인을 바꾸고자 하는 힘이 있다’가 될 것이었다.

다만 나는 굳이 살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을 전하든, 상상을 현실로 만들든, 거기서 나아가 자신과 타인을 바꾸는 의지를 의미하든.

말에는 힘이 있다는 이 진리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대도 내게 한 가지 약조해주겠느냐?”

“예?”


나는 정신을 차리곤 화란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녀는 어딘가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시는 함부로 목숨을 버리려 하지 말아라. 이것을··· 나와 약조할 수 있느냐?”


어째서 화란이 이런 약속을 해달라는지 나는 모르지 않았다.

눈앞에서 라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대로 이성이 끊어지고 말았다.

나도 안다.

그건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이성을 잃고 날뛰었는지 나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거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그때 라니가 아닌 미호나 팔계가 그리되었을지라도, 나는 똑같이 그 녀석들을 살리기 위해 발버둥 쳤을 것이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나는 수선이란 나눔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 한 가지만큼은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의 나눔은 이기적이다.

모두와 나눌 생각은 없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나는.


“만약 제 벗이 또다시 위험해진다면, 그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벗을 구할 겁니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것이다.


*


화란과의 담론이 끝난 뒤.

나는 라니와 팔계를 데리고 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저 소화도 시킬 겸 산책 삼아 나왔을 뿐, 딱히 밭일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천상천하 유··· 아무튼 그때 그건 왜 외친 거요?]


“응? 아 그거?”


나는 팔계에게 답했다.


“그냥. 새로 태어난 기분이어서.”


[새로 태어난 기분? 그게 뭔 뜻이길래?]


“나도 몰라 인마. 그러는 넌 그때 왜 울고 있었냐?”


나는 그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분명 팔계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내가 언제 울었다고? 난 그런 적 없소!]


“이 녀석 봐라··· 라니야. 얘 그때 울고 있었지?”


[음··· 저도 정신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은데 그럴 거예요.]


라니까지 증언하자 팔계가 길길이 날뛰었다.


[다들 지금 무슨 소리를! 그, 그래! 그때 눈에 눈이 들어가서 그런 거요!]


“그래그래. 그런 거라고 치자.”


[아니 그런 거라고 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 됐소. 내 말을 말아야지.]


잔뜩 삐진 팔계가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나갔다.

그렇게 사합원 근처를 한 바퀴 정도 돌았을 무렵이었다.


[그보다 준연 도우.]


······뭐?


[도우가 우리를 벗으로 생각하는진 미처 몰랐소.]


나는 갑자기 호칭을 선인에서 도우라 부르기 시작한 팔계를 내려다보았다.

팔계가 친근한 척 내 다리에 바짝 붙어 걷고 있었다.


[이제 다 알았소. 도우가 평소에 우리에게 툴툴거리며 대하던 것을. 필경 부끄러운 마음에 그런 것이었겠지. 괜찮소. 이제 나도 알게 되었으니. 그러니 앞으로 나도 당신을 선인이 아닌 도우로 부르······.]


“누가 네 친구래?”


[뭣? 그럼 아까 천원산주님 앞에서 벗 운운했던 건 뭐였소?]


“그야 나중에 나도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될 테니 그 친구들 말한 거고!”


[이 무슨······ 아하, 알겠소. 부끄러운 게지?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마시오. 이미 우린 다 준연 도우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그보다 좀 의외요. 도우가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을 줄이야. 내 이런 줄 알았으면 진즉 도우라 불러줬을 것을―]


퍼억!


나는 팔계가 더 헛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볼기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저게 오냐오냐해주니까 또······ 그리고 인마! 엄밀히 따지면 내가 너보다 선배인데 어떻게 도우냐?”


내 외침에 비탈길을 구르던 팔계가 자리에 멈춰 답했다.


[흥! 저 저 부끄러워하는 거 보라지. 하여간 가만 보면 도우도 귀여운 구석이···.]


“라니야. 가서 연단통 뚜껑 열어놔라.”


[네에.]

[······잘못했습니다. 선인님.]


팔계가 반성의 의미로 땅에 구멍을 파 머리를 박은 사이, 나는 라니와 함께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나긋나긋하게 걸었다.


[······선인님.]


라니의 목소리에 나는 일부러 녀석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답했다.


“왜?”


[감사드려요.]


“고맙긴 무슨. 다 지난 일인데.”


[그래도 선인님께서 절 위해······.]


맑은 하늘 아래로 축축하게 젖은 라니의 음성이 내 귓가에 스쳤다.

지금의 풍경을 더 즐기고 싶었던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약속했잖아.”


[그래도······.]


“그 약속 지켰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도 마음에 담아두지 마. 알겠냐?”


[네······.]


힘없는 라니의 목소리에 하늘이 우중충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기분을 날리고자 화제를 바꿨다.


“그보다 연기기가 된 기분은 어때?”


[맞네요! 저 연기기가 됐었죠, 참!]


역시 라니는 단순한 녀석이다.

금세 해맑아진 라니가 이전보다 걸음을 폴짝거렸다.


[이거 보세요. 전보다 몸이 더 가벼워졌어요!]


“또?”


[음··· 이젠 왠지 마차에 치여도 살아남을 거 같은 기분?]


“······그건 또 뭔 소리냐.”


[헤헤, 아무튼 막 그런 기분이에요!]


라니는 부끄러운지 내 허리에 머리를 마구 비벼댔다.

그런 라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나는 사합원 근처를 몇 바퀴 더 돌고 도착한 밭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거 설마······.”


또 자랐다.

그동안 인연단을 만드느라 밭일을 좀 소홀히 하긴 했지만, 그래도 틈틈이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약재를 심어둔 밭에 또다시 영초들이 한 무더기 자라 있었다.


‘저걸 심은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보름?

아니. 한 달은 족히 지났다.

화란의 말대로 시기상 내 만생체의 신통이 발현될 시기였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오히려 이번엔 자라는 시기가 더 늦어졌어.’


두 번째로 영약들이 자랐을 땐 대충 보름 정도 걸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보다 영력이 늘고 이젠 연기 중기까지 코앞에 두고 있었음에도 내 만생체의 능력이 발현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는 건 신통의 발동 조건이 시간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 그 조건이 무엇일까.


‘깨달음? 아니야. 그랬다면 연기기가 된 이후에 바로 자랐어야지, 두 번째로 자랐을 땐 화양현에 다녀온 뒤였잖아.’


만생체의 발동 조건이 내 예상을 모두 벗어나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건 혼란스러운 거고 할 일부터 해야겠지.

나는 터덜거리며 뒤따라온 팔계와 라니를 향해 서둘러 영약을 뽑으라고 지시했다.

녀석들과 함께 수확한 영약을 살펴보던 나는 마음이 절로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전에 수확한 것까지 합치면 이제 영약이 꽤 많이 모였어.’


영초들이 부족해 인연단을 산삼 같은 약재들로밖에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영초가 또 자라 여유가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으로 네 번, 아니 세 번 정도만 영초들을 더 수확하면 새로운 단약 제조에 도전할 수 있겠어.’


원래라면 서너 번이 아니라 열 번을 더 수확해도 재료가 부족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에겐 팔계의 절대미각이 있다.

인연단 때처럼 녀석의 미각을 활용한다면 재료를 획기적으로 절약하는 한편 완성도도 높은 단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수확한 영약들도 분명 축기기 이상에서도 수행에 도움이 되겠지.’


나는 수확한 영약들을 더 자세히 살폈다.

이번에도 원영하수오를 포함해 각각 다섯 속성을 품은 오행초, 그리고 설삼과 열삼의 기형이자 각자 음과 양의 기운을 잔뜩 품은 진혼삼과 진백삼 등등의 영약들을 수확했다.


‘근데 이 이상의 효과를 지닌 영약은 없네.’


있는 놈이 더한다고, 솔직히 나도 아쉬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내 기준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지닌 영약들이었다.

당장 원영하수오만 하더라도 복용하면 연기기 후기까지는 경지가 반드시 한 단계 오르고, 오행초와 일선시는 오행구족단을 만들어 앞으로의 속성 공법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결단기만 되도 지금 가진 영약 대부분은 결국은 회복제 신세가 될 텐데······.’


당연히 효과가 아예 없진 않을 거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법.


‘하긴 화란도 이 정도 수준의 영약만 하더라도 이런 하계에선 절대 구할 수 없다고 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도 연단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고, 연단술의 이해도가 높아지면 그때 또 해결책이 생길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축기기니 결단기니 원영기니 떠들고 있지만, 실상 그것들은 이런 하계에선 함부로 논할 수도 없는 아득한 경지다.

쉽게 말하자면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이걸 다 먹고 배가 터져 죽으면 어쩌나 고민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리고 딱히 해결책이 없어도 상관없어.’


나 역시 더는 영약으로 경지를 올릴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의식공법을 연마해 자력으로 경지를 돌파하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애초에 이런 고민은 지금 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더구나 누군가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기기조차 되지 못하는 마당에 이런 고민은 사치였다.


[어라? 여기 웬 처음 보는 꽃이······.]


그때였다.


[선인님. 이건 무슨 꽃이에요?]


라니의 물음에 나는 작물들을 심었던 밭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니가 주둥이로 가리킨 곳에 이전에는 못 보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이 겨울에 뭔 꽃이······.”


적어도 저 꽃은 내가 심은 게 아니었다.

아무리 내 능력으로 재배한 작물들이 자라곤 있다지만 지금은 겨울.

내가 심지 않은 것이 자연적으로 자랄 순 없을 것이었다.


“뭔 꽃이지?”


나는 조심스럽게 뿌리까지 캐낸 꽃을 자세히 살폈다.

겉보기엔 연꽃 같았으나 꽃잎이 더 많고 색깔도 흰색이었다.

무엇보다 수분에 필요한 암술이나 수술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엄지손톱만 한 보석······.


“보석?”


잠깐.

전에도 이거랑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지 않았었나?

그때 내가 그걸 어떻게 했더라?

화란한테 공양했던가?


‘뭐지? 갑자기 왜 생각이 안 나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저물계에 그 꽃을 집어넣었다.

대충 화란이라면 이 꽃도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화란은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후후······.]


그리고 다음 순간.

우리와 조금 떨어진 수풀 앞에 새하얀 토끼 한 마리가 뒷짐을 쥔 채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토끼가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도우.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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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얘기 좀 나눌까? 24.06.20 247 8 14쪽
43 43화. 하나 만들자. 24.06.19 272 13 14쪽
42 42화. 내가 누구냐고? 24.06.18 305 9 12쪽
41 41화. 다녀오겠습니다. 24.06.17 297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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