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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수선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공모전참가작

심씀
작품등록일 :
2024.05.09 10:54
최근연재일 :
2024.06.21 23:5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8,726
추천수 :
667
글자수 :
307,356

작성
24.05.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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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4
추천
22
글자
16쪽

1화. 되는 게 없네.

DUMMY

“우리 헤어져.”


이것이 새해 첫날 내가 듣게 된 말이었다.


“뭐? 아니··· 왜?”

“진짜 몰라서 물어?”


이른 오후의 카페.

나를 마주하고 있던 여자친구가 대놓고 한숨을 뱉는다.


“내 친구들은 다 남친이랑 여행 간 사진 단톡방에 자랑하는데, 나만 맨날 그거 구경만 해.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비참해지는 줄 알아?”

“여행은··· 내가 여유가 생기면 가는 거로 했잖아.”

“그래서 그 여유가 언제 생기는데?”


잔에 담긴 얼음이 무너지며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내 가슴을 맴돌았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 이젠 못 참겠어. 그러니까 헤어져.”


여자친구는 슬픈 기색 하나 없이 핸드백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려던 그녀가 문득 내 곁에서 멈췄다.


“너, 민트초코 맛인 거 알아?”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엔 신기해서 호기심에 먹어봤는데, 맛은 별로 없더라.”

“······.”


여자친구.

아니 이제 남이 되어버린 그녀는 그대로 떠났다.

창밖으로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서울로 올라와 처음 하게 된 연애는 이렇게 끝났다.


“······에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한숨이 흘러나왔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잖아.


‘결국 난 아무 말도 못 했네.’


헤어지자는 말도, 헤어지기 싫다는 말도 그 자리에서 하지 못했다.

이렇듯 나는 늘 어중간한 사람이었다.

고향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서울로 상경한 것도 친구들이 그러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학생 시절 때는 나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게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띠링!


주머니에서 울리는 알림음에 얼른 스마트폰을 꺼냈다.

내 기대와는 달리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여자친구가 아니었다.


[web발신

안녕하세요. 미르인 IT 채용 담당자입니다. 신입사원 공채 결과 불합격 소식을 전달 드립니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드려······.]


툭 하면 면접에서 떨어지던 터라 놀라울 것도 없었다.


“꽃 사세요.”


내가 자주 걷던 길목에서 못 보던 할머니가 바구니에 든 꽃을 팔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있으면 비가 많이 내릴 거 같았다.


“그 꽃 다 주세요.”


나는 지갑에 있던 현금으로 할머니가 팔고 있던 꽃을 바구니째로 샀다.


“아이고 고마워요, 총각.”

“날씨도 안 좋은데 빨리 정리하고 들어가세요.”


내 수중에 돈은 늘 부족했지만, 오늘 데이트로 쓸 돈이었기에 아쉬울 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고향으로 돌아가자.

여자친구와 헤어진 데다가 면접도 떨어졌다.

이제 서울에 좋은 기억도, 머물 이유도 없다.


‘앞으로 뭘 하고 살지는 당분간 과수원 일을 도우면서 생각하고······.’


불현듯 눈앞이 흐려졌다.

처음엔 그저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잘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버티는 놈이 살아남는 거라 믿었다.

그리고 버티고 또 버틴 결과가 지금의 나였다.


빠아아앙―!


‘어?’


일순 날카로운 경적이 내 뺨을 후려쳤다.

고개를 돌리자 흐려진 눈앞으로 내가 자주 시키던 택배 로고가 보였다.


끼이이익!

쿵―


택배 트럭이 내 몸을 들이받았고.


‘오늘 되는 게 없네.’


나는 죽었다.


*


꿈을 꾸었다.

보통의 사랑을 하고.

보통의 직장을 다니며.

그렇게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는.


그래, 평범한 삶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것들조차 내겐 평범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노력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남들 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수능을 준비할 때 게임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데 혈안이었고.

남들 다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 웹툰이나 웹소설을 읽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비참하게 죽은 건 당연한 결과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삶은······.


“형님, 이 자식 이거 우는데요?”

“놔둬라. 슬픈 꿈이라도 꾸나 보지.”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근데 이 사람들은 누구지?’


내가 죽은 게 아닌가?

트럭에 치였으니 죽을 줄 알았는데······ 그럼 여긴 응급실인가?

그래도 사고가 크게 난 것은 아니었는지 몸이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오늘따라 되는 게 하나 없더니, 이렇게나마 목숨을 연명하려던 모양이었다.

한데 분위기가 뭔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보다 형님, 이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글쎄다. 일단 주머니부터 뒤져봐라.”


이제 확실히 알겠다.

이 자식들은 의사가 아니다.

한 가지 짐작되는 바는······.


‘날 쳤던 트럭 운전사.’


예상컨대 트럭 운전사는 질이 안 좋은 인간이었고, 날 병원으로 데려가는 척 이곳으로 끌고 온 게 틀림없다.


‘어쩌면 증거인멸을 위해 날 공구리쳐 버릴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나와 눈이 마주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기함하며 뒤로 나자빠졌다.


“헉! 뭐, 뭐야?”

“으아아아아!!”


나는 곧장 시야가 트인 곳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주변이 온통 나무인 걸 보니 저 자식들은 역시 날 죽일 생각이 분명했다.


‘상대는 남자 둘.’


산적같이 생긴 얼굴 아래로는 헬스 좀 했는지 얼굴만큼이나 우락부락한 몸집이었다.


‘이대로 인적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면 살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 이곳은 산.

여기서 얼마나 더 달려야 이곳을 벗어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내가 달리는 방향이 틀렸다면?


‘······뭐라도 찾아야 해.’


무기를 찾는다 해도 그들을 죽일 깜냥은 못 된다.

김준연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붙잡혔을 때 적어도 어깨나 허벅지를 찔러 도망칠 빈틈을 만든다.’


나는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눈동자를 굴려 바닥을 훑었다.


‘저거다!’


나는 십여 미터 정도 앞에 떨어진 돌멩이를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역사책에서 보았던 뗀석기처럼 주먹만 한 돌멩이.

저 정도라면 상대가 방심했을 때 휘둘러 치명상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앞으로 열 걸음···.’


세 걸음쯤 남았을 무렵에 고개를 숙여 주울 준비를 한다.


‘지금―!’


내가 돌멩이를 주우려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읏차!”

“······커억!”


어느새 따라온 놈들 중 하나가 내 목덜미를 낚아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딱딱한 바닥에 부딪힌 충격보다 뒤로 끌려간 목덜미에 목이 걸린 고통이 더 컸다.

한참을 켁켁거리던 내게 놈들이 다가왔다.


“너 그게 달리는 거냐?”

“······.”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운동 좀 해둘걸.


“······되는 게 없네.”


내 대답을 듣자 놈들이 껄껄대며 웃었다.

무심결에 내뱉은 속마음이었다.

정말 오늘은,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었다.


“니들 맘대로 해라.”

“뭣?”

“날 바다에 던지든 회를 떠서 장기를 빼가든 맘대로 하라고.”


이 정도로 하루가 꼬여버리니 살려달라고 애원할 마음도 사라진다.

애원해 봤자 이놈들이 나를 살려줄 것 같지도 않고.


“이놈이 지금 뭐라 떠드는 거냐?”

“그러게 말입니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형님?”

“일단 싹 다 벗겨라. 돈 되는 것부터 찾아.”

“옙!”


똘마니로 보이는 남자가 게걸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제야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녀석들 옷이 왜 저러지?’


평범한 조폭이라면 금목걸이를 베이스로 명품을 도배하고 있겠건만.

이 자식들은 뭐 어디 사극 영화에서나 볼 법한 누더기를 몸에 걸치고······.


“너희는 누구냐.”


그때였다.


“산적 둘에 행인 하나. 다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기이한 목소리였다.

마치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들려올 것만 같은.


“어쨌든 이곳은 본녀의 영역. 너희의 처우는 본녀의 의지대로 결정될 것이니라.”


마치 머나먼 세상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듯한 울림이었다.


“흥, 본녀의 영역?”


그러자 형님 소리를 듣던 산적 남자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네년이 누군진 몰라도 우린 이번에 녹림칠십이채에서 이곳 천원산을 점거하기 위해 파견된···.”

“혀, 형님!”

“이 새끼가 내가 말하고 있는데··· 너 안색이 왜 그러냐?”


산적 남자와 나는 동시에 부하를 돌아봤다.

부하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돌아본 건 다른 의미에서였다.


‘녹림칠십이채?’


웹소설이라면 장르 가리지 않고 읽던 나에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설마 여기 무림인가?’


무림.

수많은 무협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심심하면 칼춤을 추는 더럽게 위험한 곳!

그중에서 녹림칠십이채는 정파와 반대되는 사파이자 산을 지나려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통행세를 요구하는 녀석들이었다.


‘뭐 소설마다 설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다만······.’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부하가 말을 이었다.


“저 여자, 아니 저분이··· 천원산주 같습니다!”


천원산주?

그러고 보니 아까 여기가 천원산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한데······ 이곳의 주인이라는 건가?


“설마설마했는데 구육이의 말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천원산주? 흥! 그래 봤자 꼴랑 계집 아니냐?”

“혀, 형님! 소문에 의하면 천원산주는 수도자라고 했단 말입니다!”

“수도자······?”


부하의 말에 산적 남자의 안색도 하얗게 질렸다.

그건 내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수도자라니?’


내가 아는 그 수도자?

그럼 여기가······.


‘무협이 아니라 선협이라고?’


*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천하제일검이 되는 로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협은 아니다.


그나마 낭만이 존재하는 무협과 달리, 범인은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수도자들이 득실거리는 선협 세계관에서 살아가라고?


‘차라리 트럭에 치여서 죽는 게 낫지.’


선협 세계관은 범인.

그러니까 아무런 영근도 없어 수선의 길을 걸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산지옥이나 다름없다.

삼화취정이나 오기조원 같은 경지의 무림최고수들도 벌레처럼 죽어 나가는데 나 같은 일반인은 오죽할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가 이 세상에 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는 건가······.’


선협물이라면 나도 몇 번 읽어 봤다.

한때 한국식 선협이 크게 유행했던 덕분이었다.


‘······아니. 다행일 리가 없잖아.’


나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무의식적으로 백합이 떠오르는 소복의 여인.

처음 이곳이 무림이란 걸 깨달았을 땐 단순히 정파에 속한 무림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


‘안일한 새끼.’


그러나 무림인이 아닌 수도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 애초에 이야기는 한결같았다.

아무리 정파에 속한 무림인이라도 대놓고 돈이나 대가를 요구하면서 “오늘도 세상에 도를 전파했군. 그럼 즐거운 무림 생활 되시오, 껄껄껄!” 하는 미친놈들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저 존재는 수도자.

우리와는 생각하는 방식부터가 다른.


“단약이 좋을까, 법기가 좋을까. 너희는 뭐가 좋으냐?”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세계의 포식자다.


“허, 헛소리 집어치워라! 수도자인 게 뭐 어쩌라는 거냐?”


산적 남자가 등으로 손을 가져갔다.

떨리는 목소리와 반대로 그의 손에 들린 벌목 도끼의 날이 햇살을 반사하며 섬뜩한 서슬을 뿜었다.

그 모습에 경악한 부하가 남자의 팔에 매달렸다.


“목숨을 구걸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이러십니까, 형님!”

“저 계집이 수도자라고? 그딴 건 뜬구름 잡는 소문일 뿐, 수도자는 그렇게 흔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형님, 그 소문을 알려준 게 개방의 구육이입니다! 형님도 구육이 아시잖습니까? 더욱이 개방의 정보는······.”

“시끄럽다!”


쿠웅!


발을 크게 굴러 위축된 분위기를 흩어버린 산적 남자가 수도자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하긴 모르면 두려울 것도 없지.’


내 눈앞으로 저 녀석의 최후가 그려졌다.

과연 저놈은 어떻게 죽을까.

갈기갈기 찢겨 죽을까, 아니면 동그랗게 말린 살점 덩어리가 될까.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군.


“애당초 수도자란 건 도가 놈들이 떠드는 허구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이다! 불가의 미륵이나 반선라마와 다를 바가 없는 것들이라고!”


역시 모르는 게 약이었다.

저 산적을 봐라.

수도자들만 아는 ‘법기’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데도 부정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이 세계의 사람들에겐 수도자란 흔한 존재가 아닌 듯했다.


“천원산주라 했던가? 흥, 분명 요사스러운 수법으로 사람들을 홀려 주인 행세를 하고 있던 게 틀림없을 터. 널 요절내면 내가 이곳의 산주가 되겠군.”

“요절?”

“날 원망 마라, 계집!”


옹골찬 기합과 함께 도끼를 치켜든 산적 두목이 수도자에게 달려들었다.

수도자를 중심으로 풍경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건 그 순간이었다.


“녹림왕에겐 이전에 본보기를 보였으니 녹림의 소행은 아닐 테고.”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벌레가 고막을 갉아 먹는 듯한 기이한 소음 속에서 깨질 듯한 두통이 밀려온다.


“하면 네가 녹림의 이름을 팔아 본녀를 기만한 게로구나.”

“커어어······!”


산적 놈들은 물론이고 나까지 스스로 목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눈알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시야가 떨리고 입에선 피거품이 올라온다.

수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

시선!

시선만으로 우리의 목숨을 짓밟고 있었다!


‘이게 수도자······!’


눈으로 읽었을 땐 막연히 이런 존재들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마주한 그 힘은 단순한 활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살고싶다살고싶다살고싶다살고싶다살고싶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눈앞으로 스친다.

살고자 하는 욕구가 나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도저히 그 욕구를 해소할 방도가 없다.

지금으로는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그 어디에도―


“······됐다. 썩 재미는 없구나.”


한순간 나를 짓눌렀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자 산적들은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일단 나도 기절한 척하자.’


수도자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무슨 트집이 잡힐지 모른다.

갑자기 나한테 “어라? 넌 의식을 잃지 않았구나. 신기하니 단약으로 만들어 맛을 봐야겠어.”라고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제발 이대로 가라··· 제발······.’


나는 눈을 꼭 감은 채 수도자가 사라질 때까지 기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이 사라졌다.


‘됐다. 이제 눈을 떠도······.’


“······엇?”


눈을 뜸과 동시에 내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수도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윽고.


“흐, 흐아아아아!!”

“······?”

“흐아, 흐아아아아! 수도자님! 전 생긴 것도 별로라 단약으로 만들어도 맛없고 몸도 허약해서 법기로도 못 쓸 겁니다아아!”


너무 놀란 나머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흐아아!’만 외치던 나는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조금씩 진정이 됐다.


“······.”

“······.”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문득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너, 단약과 법기에 관해 아는 모양이로구나?”

“예? 그게······.”

“영근조차 없는 범인이 그런 정보를 알고 있다니, 이거 꽤 기이하군. 입은 옷도 이 세상엔 없는 재질이고.”


손끝으로 내 옷깃을 만지던 수도자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끄덕였다.


“날 따라오거라.”

“······.”


아무래도 조진 거 같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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