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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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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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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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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술의 두 번째 조언 2

DUMMY

내 질문에 고기술 아저씨는 회사의 성장통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장통은 회사가 사람보다 더 크게 있죠. 사람의 성장통은 부모나 친구 같은 주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의 경우 회사 자체적으로 성장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육체는 신경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디가 아픈지 바로바로 알 수 있지만, 회사의 경우 경영진과 실무진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거시적 의사 결정을 하는 경영진이 어디서 아픔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확실히 직원 수가 적어서 직원끼리 모두 서로 아는 사이인 미믹게임즈랑은 다르겠네요.”


“맞아요. 이런 문제들은 규모의 차이에서 옵니다. 덩치에 비해 관리 능력이 부족하면 성장통이 발생하죠.”


“관리 능력이요?”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력이 더 중요해져요. 하지만, 갑자기 성장한 회사는 인재 욕심 생깁니다. IT업계는 유능한 인재가 곧 회사의 능력이니까요. 조직 관리 능력을 키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진수 씨처럼 젊고 유능해 보이는 사람들을 무비판적인 사고방식으로 채용합니다.”


“유능한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더 좋아지는 거 아니에요?”


“그들이 진짜 유능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서로 합을 잘 맞출 수 있게 잘 관리가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보통은 두 가지 다 안 되죠. 유능하다고 소문나서 채용된 사람들 중 진짜 유능한 사람은 별로 없을 거고, 그조차도 잘 관리되지 않아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둘이 싸우지 않으면 다행이죠.”


“그럼 전 어떻게 하죠? 제가 조직력을 키울 수는 없잖아요?”


“허허허. 일단 겪어 보세요. 운 좋게 좋은 중간관리자가 있어서 그 팀은 조직력이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라도 아니면요?”


“그럼 조직이 아닌 진수 씨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볼까요? 조직력이 약하다는 것은 팀의 최고 의사 결정자와 말단 사원과 싱크가 잘 안 맞는다는 얘기도 되요. 그것의 단점이 무엇일까요?”


“팀장과 팀원의 동상이몽요?”


“대충은 맞아요. 좀 더 설명하면 팀장이 팀원들 하나하나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는 거예요. 회사가 커지면 팀도 많아지고, 그러면 팀장은 팀 외부적인 업무도 많아지거든요.”


“흠··· 좋지 않네요. 그래도 이기백 차장님은 제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상세히 알고 계셨는데···”


“뭐 그때는 회사 규모도 작고 이 차장 자체도 좋은 선임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이런 관리의 부재인 상황에 휘말리지 말고 그 상황을 잘 이용해보세요.”


“팀원들에게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하는 팀에서 저는 어떤 것을 이용하면 좋을까요?”


“그건 진수 씨 판단에 맡길게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아까 말했듯이 혹시 좋은 중간관리자가 있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들입니다.”


“감사합니다.”


“허허허. 감사하긴요. 입사 첫날부터 부정적인 얘기만 한 것 같아서 오히려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아저씨의 짬바를 믿습니다.”



급하게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특히나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아저씨의 조언.

이번에도 아저씨의 조언이 맞을까?

뭐가 됐든 아저씨의 인생 짬바에서 나오는 조언은 내 경험상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쩌면 우리팀에 정말 좋은 중간관리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겪어 보기로 했다.



10시가 되니 한두 명씩 출근을 하기 시작했지만, 내 주변 책상의 사람들은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출근하기 시작했다.

매일 1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했었던 나에게 30분 지각이란 매우 어색한 일이었다.

10시 35분.

나이 들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젊은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진수 님 맞으시죠?”


나는 벌떡 일어나 이름 모를 노안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입사한 이진수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클라이언트 파트장 맡고 있는 이영식이라고 해요. 파트 원들이랑 같이 내려가서 차 한잔하실래요? 소개도 할 겸.”


그는 나를 포함해 클라이언트 파트 5명을 데리고 카페테리아로 갔다.

처음 보는 카페테리아.

이런 곳을 카페테리아라고 하는군.

카페테리아는 탕비실이라기보다는 그냥 커피숍 같았다.


우리들은 각자 주문했고, 나는 내 음료값을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 들고 서 있었다.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수님. 오늘은 제가 살게요.”


이영식 파트장이 자신의 사원증을 태그했다.

확정할 순 없지만 보아하니 사내 카페테리아에서는 사원증으로 결제하는 것 같다.

나는 미믹게임즈에서나 여기서나 촌티를 벗지 못했나 보다.


나는 앞으로 나와 함께 일할 4명의 클라이언트 개발자들과 설레는 첫 만남을 가졌다.

나의 직속상관인 이영식 파트장님은 겉모습은 이기백 차장님 또래처럼 보였지만, 실제 나이는 나보다 겨우 2살 많았다.

나머지 2명도 나와 비슷한 연배였고, 나보다 어린 신입 막내 1명이 더 있었다.

이렇게 나를 포함한 총 5명이 클라이언트 파트였다.

다들 자신감 넘쳐 보였고, 서로 경직된 것 없이 화기애애한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아저씨의 걱정은 기우였을까?

이들은 미들소프트처럼 화려한 곳에 잘 어울리는 좋은 개발자일 것 같다.

그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우리들은 오전 업무 시간에 1시간이나 카페테리아에 있었다.

5분 정도 각자 소개해주고 나머지 55분은 각자의 취미와 예능 TV 프로그램 얘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클라이언트 파트 티타임을 마치고12시쯤 자리로 올라오니 내 주변에, 정확히는 클라이언트 파트 자리 안쪽에 3명이 더 출근해 있었다.

지나가면서 모니터를 슬쩍 보니 듀얼 모니터에 각각 윤희티 게임 엔진과 코드 편집툴이 띄워져 있었다.

저들은 딱 봐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다.

나는 이영식 파트장 자리로 가서 조용히 물어봤다.


“저분들은 누구세요?”


카페테리아에서 줄곧 웃기만 했던 이영식 파트장은 조금 짜증 난 듯 혹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곧 나갈 사람들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3명 다요?”


“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에 너무 깊게 질문하는 것이 실례일 것 같아 화제를 돌려 내 업무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럼 저는 오늘 어떤 일을 하면 될까요?”


“네, 오늘은 입사 첫날이시니까 그냥 컴퓨터 세팅만 하세요.”



이렇게 좋은 사무실에, 이렇게 화기애애한 동료들이 있는데 3명이나 퇴사를 한다고??

큰 회사의 좋은 점은 기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입사를 하자마자 회사가 만들어준 메신져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회사 사람 전부가 팀별로 분류되어 이미 친구로 등록되어 있다.

나는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저들은 왜 이 좋은 회사에서 퇴사하려는 것일까?

나는 퇴사가 예정된 클라이언트 개발자 중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오늘 새로 입사하게 된 클라이언트 개발자 이진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진짜 이름이 이진수 님이에요?”


“네.”


“와~ 그럼 영어 이름은 바이러니에요?”


“그런 소리 종종 들어요.”


“저는 이수영이에요. 투 스위밍!”


처음 보는 내게 이름으로 농담하는 걸 보니 스스럼없고 장난기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잘됐다.

이러면 내가 뭘 물어보기 더 편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가르쳐주세요!”


“아앗··· 저도 많이 가르쳐드리고 싶지만··· 저는 이번 달까지만 다니기로 해서···”


나는 모르는 척 계속 물어봤다.


“이렇게 좋은 회사를 놔두고 어딜 가세요??”


“이 회사 피지컬은 좋은데, 멘탈이 썩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오늘 새로 입사하신 분한테 이런말 하긴 좀 그렇지만, 바이너리님이 먼저 인사해준 보답으로 회사 사정을 좀 알려드릴까요?”


내가 바라던 바다.


“네. 그럼 저야 좋죠.”


“일단 오피스 커디션이나 복지 같은 것들은 보시다시피 좋아요. 하지만 운영이 개판입니다. 게임 운영 말고 조직 운영요. 회사에 돈이 많아서 그런가 직원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을 관리하는 관리자들도 이렇게 큰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조직도 계속 개편되어요.”


느낌이 싸했다.

미믹게임즈에서는 사람도 적고 프로젝트도 하나였기 때문에 조직개편이란 것이 있을 수가 없는 구조였다.


“조직 개편하면 어떻게 돼요?”


“저처럼 되는 거죠 ㅎㅎ··· 어느 날 높으신 분이 TO 늘려서 재정비하자~ 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입사해요. 그때 파트장이나 팀장급이 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그 팀 중 원래 맴버였던 사람들은 배척당하고 또 우르르 퇴사하죠. 저도 그렇게 퇴사하는 케이스고요. 한마디로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작업자들을 갈아엎는 거예요.”


이런···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첫날 바로 발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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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피싱 vs 피싱 1 22.06.29 216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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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297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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