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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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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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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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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만의 빽 만들기 3

DUMMY

<고기술 시점>

진수는 내게 3N게임즈에 지원했다고 했다. 진수가 성장한다면, 언젠가 우리 회사에 지원할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진수가 우리 회사에 온다면, 진수나 우리 회사에나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아쉬웠다. 내가 3N게임즈 이사라는 것을 알게 돼도 진수가 지금처럼 나를 편하게 대할 수 있을까? 우리 회사가 대기업이 되고 난 후부터, 주변 사람들은 나를 고기술로 봐주지 않는다. 대신 나를 3N게임즈의 이사로 대한다. 높은 직위는 나름 편하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립다. 나를 막 대하고, 서로 막말하고, 서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가식 없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립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지 않고 가볍게 내뱉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내가 내 일상을 가식 없이 얘기할 수 있으면서,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진수다. 그런 진수가 내 직위를 알게 돼서 나를 불편해한다면, 나는 조금 서운할 것 같다.

그런데 진수가 어떻게 우리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지?


나는 진수의 물음에 답했다.

“그럼요. 잘 알죠. 3N게임즈는 언제부터 출근해요?”

“저도 몰라요. 아직 합격한건 아니에요.”

“그럼 이력서만 낸거에요?”

“네.”


이런··· 이진수는 실제로 실력이 좋다. 하지만 진수가 추천인 없이 이력서만 제출했다면,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학벌이나 수상경력 등 이력서의 컨텍스트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수는 아마 이력서 합격하기 힘들텐데···


“3N게임즈 지원서 넣을 거면 나한테 먼저 말을 하지···”

“그래도 저 서류 심사는 통과했어요.”

“오? 정말요? 축하해요. 아니 어떻게 합격했어요?”

“그냥 합격했어요 흐흐흐. 오늘 저 이력서 합격한 기념으로 아저씨한테 고기 사는 거예요!”

“허허허. 그럼 잘 얻어먹을게요. 이거 진수 씨한테는 매번 얻어먹기만 하는 것 같네요.”


우리는 과하게 익히지 않은 삼겹살과 함께 소주를 마셨다. 제주식 삼겹살은 두껍게 서빙된다. 이 두꺼운 삼겹살은 살짝 덜 익었나? 싶을 때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

역시 나는 고급 술집에서 회사 사람들과 마시는 술보다, 이진수와 함께 먹는 소주와 삼겹살이 더 낫다. 진수는 잠시나마 내 삶의 무게를 잊게 해준다.


“아저씨. 그런데 저 면접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면접 잘 보는 비법이 있을까요?”

“음··· 면접의 핵심은 지식수준도 있지만, 그것보다 면접관 질문의 의도를 얼마나 잘 파악해서 대답하냐인데··· 진수 씨는 남의 말귀를 잘 알아듣는 타입은 아니니까. 면접관과 질의응답 시간을 최대한 줄이세요.”

“면접인데, 질문과 답변을 줄이면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물론 최고의 방법은 면접관이 하는 질문의 요지를 파악해서 전문적인 지식으로 대답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안 될 거 같으면 그냥 면접관이 질문할 틈을 주지 마세요.”

“면접관이 질문할 틈을 주지 말라니··· 저 놀리는거 아니죠?”

“아니요. 진수 씨만 할 수 있는 면접 필살기를 알려드리는 거예요. 대신 이 방법을 쓰려면, 진수 씨의 답변이 임펙트 있고 정교해야 할 거예요.”

“그렇다면··· 음···”

“면접관이 진수 씨의 답변에 호기심을 가질만한 것을 찾아봐요.”


진수는 내 조언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그사이 나는 김치찌개와 소주 한 병을 추가 주문했다. 그리고 소주를 마셨다.


“아저씨! 생각났어요! 임펙트 있으면서 정교한 대답! 프로그래머인 면접관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대답!”

“허허허. 행운을 빌어요.”

“네! 감사합니다! 제가 진짜 3N게임즈에 입사하게되면 고기 한 번 더 살게요!”



진수와 헤어진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이진수의 이력서가 궁금했다. 나는 사내 인사 시스템에 접속해 진수의 이력서를 검색했다.

이력서의 첫 페이지는 역시나 단출했다. 고등학교 졸업, 미믹소프트 입사, 미들 소프트 입사. 보통 적혀 있는 토익점수나 자격증. 혹은 대회 수상 경력도 일절 없었다. 이런 이력서가 어떻게 우리 회사에 합격했지?

나는 이력서가 진짜 합격했는지 다시 확인했다. 놀랍게도 진수의 이력서는 3명이나 이력서를 합격시켰다. 이런 별 볼 일 없는 이력서를 세 팀이나 합격을 시켰다고?

나는 이력서의 다음 페이지를 봤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진수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7년 차인 경력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은 맞지만, 겨우 이 정도로 세 팀에서 합격시켰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력서의 다음 페이지에는 포트폴리오가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진수의 포트폴리오를 다운로드 받았다. 그 안에는 놀랄만한 것이 있었다.

진수는 우리 회사 대표 게임 중 3개를 거의 똑같이 만들었다. 단지 포트폴리오 용으로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이정도 수준으로 따라 만들려면 아마도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을 거다.

나는 진수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감탄했다. 하지만 그 감탄의 끝은 여기가 아니었다. 진수는 자신이 포트폴리오로 만든 게임 3종에 대해서 최적화 리포트를 썼다. 아주 정교하고 놀라운 노하우들로.

반년 전, 진수가 최적화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프로파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 준 적이 있다. 프로파일을 하나도 모르던 진수가 반년만에 프로파일 전문가가되어 있었다.

놀라운 발전이다. 진수가 특별 할 것 없는 이력서로, 세 개나되는 팀에게 합격을 받은 이유는 그의 포트폴리오에 있었다. 내가 이력서를 봤어도 이정도 정성과 노하우를 가진 포트폴리오라면 합격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회사로 갔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테크니컬 프로그래밍으로 뛰어난 박영진 팀장에게 갔다. 그는 내가 맡고 있는 개발 기술지원 본부의 직속 팀인 테크니컬 팀의 팀장이다. 박영진 팀장은 나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 이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번 공채 말인데요. 면접 일정이 어떻게 돼요?”

“공채 면접 말씀하시는 거면, 다음 주부터 시작됩니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중에 이진수라는 사람이 지원했던데, 이 사람 1차 기술 면접은 박 팀장님이 직접 봐주실래요?”

“네 알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꼼꼼하게 봐주세요.”

“저기 이사님? 꼼꼼하게 라면··· 꼼꼼하게 봐서 탈락시킬까요?”

“아니요···”

“그럼··· 합격시킬까요?”


회사는 아무래도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과잉 충성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요. 합격이나 불합격해달라고 청탁하러 온 거 아닙니다. 그냥 포트폴리오가 독특하길래 관심이 생긴 것뿐이에요.”

“네··· 그럼 면접 결과는 어떻게···할까요?”

“그냥··· 다른 면접자들이랑 똑같이 판단하시면 돼요. 대답을 잘하면 합격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네. 알겠습니다.”


내가 이진수를 위해 해주는 것은 이 정도뿐이다. 학력이나 이력보다 실제 기술을 중요시하는 기술력 좋은 면접관에게 면접을 보라고 하는 것. 이 이상 참견하면, 진수가 합격하더라도 찝찝할 거다. 나도 진수도 말이다.




<이진수 시점>

나는 남은 일주일 동안 아저씨에게 배운 면접 필살기를 준비했다. 일주일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 문제는 내가 코딩을 공부하는 동안 항상 궁금해하던 문제였기 때문에 면접 필살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했다.

내 면접 필살기의 이름은 바로 “i++(아이 플러스 플러스)” 다!



면접 당일 나와 고주영은 오전 9시 판교역에서 만났다. 신도시답게 잘 정리되고 깨끗한 도시. 우리는 그 정갈한 거리에서 순댓국집을 찾았다. 이제 순댓국은 우리에게 행운의 음식이었다.


“어어! 진수 님 저기 있네요. 토종 순댓국!”

“그래 좋아 저기로 가자.”


우리 둘은 쪼르르 순댓국집으로 가서 순댓국 두 그릇을 주문했다.

푹푹 퍼먹는 나와 달리 주영이는 물가의 사슴처럼 국물만 간신히 떠먹고 있었다.


“주영아 왜 안 먹어? 맛이 이상해?”

“아니요. 저 밖을 보세요.”


순댓국집 창밖에는 하나둘 IT업계의 인재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저도 이제 다음 달이면 저 사람들과 함께 판교에서 출근하고 있겠죠? 설레어서 밥을 못 먹겠어요.”


주영이는 면접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면접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내고 싶지 않으면 좀 먹어둬···”

“아 참! 진수 님은 면접 준비 잘하셨어요?”

“응. 나는 i++ 할 거야”

i++란, i의 값에 1을 더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코딩의 기초 중의 기초며, 수학으로 예를 들면 1+1 정도의 난이도다.


주영이가 i++를 모를 일은 없지만, 프로그래밍 기술 면접에서 i++를 설명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주영이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i++가 뭔데요?”

“아이 플러스 플러스”

“그냥 아이 플러스 플러스요??? 그··· 숫자에 1 더하는 거요??”

“응. 이거로 면접 시간 한 시간 채울 거야.”

“··· 요즘 초등학생도 코딩 배웠으면 i++ 정도는 알걸요? 그런데 이거로 1시간 동안 얘기한다고요?”

“응.”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할지도 모르잖아요? 저거 하나만 준비해오신 거예요?”

“응. 걱정하지 마. 열심히 준비했어.”

“네. 이해는 안 되지만, 진수 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걱정하지 말아야죠.”

“너는 준비 잘했어?”

“네. 문제없죠.”

“그래 네가 문제없다고 하면, 문제없는 거지.”


고주영과 나는 순댓국을 마저 먹고 3N게임즈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빌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큰 건물에 딱 하나의 회사가 들어가 있다니. 중견기업인 미들소프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3N게임즈의 크기에 놀랐다.


“미믹게임즈를 다니다가, 미들소프트로 이직했을 때 말이야. 건물이 너무 좋아서 놀랐어.”

“그렇군요.”

“그런데 3N게임즈 건물을 보니 미들소프트도 스타트업이었구나 싶네.”

“네. 미들소프트도 확실히 좋은 회사지만, 3N게임즈에 비할덴 아니죠.”

“그래. 그럼 행운을 빌어!”

“네 진수 님도요.”

우리는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각자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실 안.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조금 마르고 날카롭게 생긴 단 한 명.

그는 나를 보자 마치 로봇인 양 감정 없이 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진수 님?”

“네 안녕하세요. 이진수라고 합니다.”

“저는 3N게임즈 테크티컬팀 팀장인 박영진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진수라고 합니다.”

“네. 면접 시간은 50분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자기소개 먼저 간단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자기소개하고 바로 기술 질문하겠습니다.”


나는 내 소개를 정말 간단하게 했다. 그리고 내 소개 마지막 말귀에 이렇게 첨언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i++에 대해서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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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고주영과 최적화 2 +1 22.06.17 293 21 12쪽
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296 15 11쪽
31 적응 8 +2 22.06.15 298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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