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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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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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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이수영 님은 퇴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 회사에 이미 악감정이 생겨서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내게 이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아··· 그럼 이영식 파트장님도 그렇게 해서 들어오신 건가요?”

“네 맞아요. 영식 님도 입사한 지 두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아무리 모바일 게임 개발자가 귀하다고 해도 겨우 경력 5년 차를 파트장 시키고··· 쯥···”

“영식님이 5년 차면 저랑 같네요? 경력이 더 많으실 줄 알았는데···”

“네 경력 얼마 안 되세요. 만 4년 겨우 넘었을걸요? 원래 클라 파트장님이 계셨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퇴사하시고 나머지 분들도 따라서 줄퇴사 하니까. 할 사람 없으니 영식 님이 그냥 파트장 된 거에요.”


영식 님은 나보다 나이가 2살 많았지만, 그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나는 2년 동안 장공건설에서 일했기 때문에 경력은 나와 비슷했다.

“5년 차에 파트장이면 그래도 실력이 좋으시니까 승진하신 거 아닐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신입 한 분 빼면 나머지 분들도 영식님이 입사하고 영식님 추천으로 입사하신 분들이고요. 경력도 다 3~4년 차로 고만고만할 거예요. 그런데 기존 클라가 한 명도 안 남고 모조리 퇴사한다고 하니 위에서 좀 급했는지 추가 채용을 막 하더라고요. 참고로 영식 님 들어오자마자 퇴사하신 분들도 몇 있고, 저희 셋도 바로 퇴사한다고 말했는데, 인수인계 발목 잡혀서 이번 주까지는 다니기로 한 거예요.”


수영 님의 내용으로 보자면, 기존 클라이언트 개발진들이 이번 조직개편에 불만을 품고 다 같이 퇴사한 것 같다. 그래서 영식님과 그의 지인들이 급하게 입사한 것 같다.

이원하 대리님과 민희 씨가 있는 아트팀의 사정도 궁금해졌다.

“혹시 아트 쪽도 그런가요?”

“아트 쪽이 제일 심하죠. 지금은 또 효율성을 높인다고 아트 직군을 프로젝트별이 아닌 아트팀을 따로 만들어서 다 그곳으로 모았어요. 같은 회사지만 외주처럼 일하게 된 거죠. 아시다시피 게임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이 좋아서 이쪽 일을 하고 있는 건대, 저렇게 “내 게임” 없이 외주처럼 일을 줘버리니까 다들 흥미를 잃죠. 다행인건 아트팀 팀장님이 팀원들 관리를 잘해서 퇴사자는 얼마 없다고는 하더라고요”


아저씨의 조언처럼 미들소프트는 성장통을 겪고 있나 보다. 그 덕에 퇴사자도 생기고, 그 퇴사자 덕에 나와 민희 씨와 이원하 대리님이 미들소프트에 쉽게 입사할 수 있었나보다.

“아무튼 여기는 사람들을 부품 취급하는 곳이니까. 큰 기대하지 마세요. 반대로 열정과 기대 없이 안정적으로 다니긴 좋습니다.”

“기획파트는 어때요?”

“가장 먼저 물갈이된 게 기획파트에요. 우리 프로젝트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지금 기획파트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 반년 정도 됐을 거예요. 진수 님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 저희마저 퇴사하면 이 프로젝트의 개발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모두 다 퇴사하는 겁니다.”


수영 님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나도 미믹게임즈에 있었을 때, 회사에 여유가 생기자마자 내 위로 사람들이 꽂혔고 그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가실 곳은 정하고 가시는 건가요?”

“네 당연하죠. 갈 데는 있고, 어디를 가는지는 비밀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넵 파이팅입니다!”



출근 이틀째.

여전히 나는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영식 파트장님은 본인도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수영 님 등 기존 맴버가 전부 퇴사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인수인계 받아야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이미 80% 이상 만들어진 게임을 불만을 갖고 퇴사하는 사람에게 인수인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기다 같은 모바일이긴 했지만, 멀티플레이까지 되는 미들소프트 CT팀의 게임은 미믹게임즈에서 만든 게임보다 스펙이 10배는 더 크니 인수인계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장공건설에서 일하게 된 첫날 강일이형은 내게 말했다.


“저기 빨간 장갑이랑 헬멧 있으니까 챙겨서 따라와. 그리고 이 벽돌을 저기까지 나르면 돼.”


강일이형의 이 한마디가 내 행동양식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게 빨간 장갑의 위치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근육맨 실장님이 내게 말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혹시 내게도 후임이 생긴다면, 어쩔 줄 몰라 하는 후임에게 행동 양식을 정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신규 입사자가 오면 빨간 장갑의 위치를 알려줘야 한다.”


역시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아저씨는 종종 내게 말했었다. SVN(프로젝트 형상 관리 툴, 프로젝트 모든 구성원의 작업 내역을 볼 수 있다) 로그를 보면 프로젝트가 보인다고.

나는 SVN을 설치하고 프로젝트에 연결했다. 그리고 로그들을 쭉 봤다. 서버, 클라, 기획만 20명 정도 되는 팀치고는 하루에 올라오는 커밋 횟수 너무 적었다.

프로젝트 구성원 중 누군가가 자신이 작업한 것을 프로젝트에 적용하려면 커밋을 해야 한다. 커밋이 적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프로젝트의 작업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뜻이다.

아트 쪽은 같은 프로젝트에 소속된 것이 아닌 별도의 팀으로 외주화되어 있다 보니, 작업 자체를 주 단위로 쪼개서 커밋하는 것 같았다. 클라이언트 쪽은 급하게 인수·인계받고 있는 시점이니 작업이 잘 안 되고 있을 것이고, 클라이언트 직군의 작업이 멈춰있으니 서버나 기획 직군도 모조리 작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아이디가 하나 보였다.


“MeRong”


아이디가 메롱이야?

메롱 혼자만 하루 10번 넘게 커밋하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파일을 계속 수정해가면서.

로그를 좀 더 자세히보니, 스킬의 어떠한 옵션을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메롱님이 수정하려고 했던 데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클라이언트 코드를 찾아봤다.

코드를 보니, 메롱님이 수정한 값은 선 딜레이(Pre Delay) 즉, 스킬 버튼을 누르고 나서 스킬의 발사체가 실제로 발사되기 직전 전까지의 시간을 정하는 값이었다. 선 딜레이를 투수가 던지는 공으로 예를 들면, 투수의 선 딜레이가 크다는 것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자세를 취하고 난 뒤부터 실제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반대로 후 딜레이가 크다는 것은 야구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고 난 다음, 투수가 다시 자세를 정비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선 딜레이와 후 딜레이를 합치면 하나의 스킬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총 시간이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선 딜레이의 값이 100ms(0.1초)보다 크면서 10의 배수일 때는 캐릭터가 선 딜레이 모션을 취하는 도중 공격 속도 10% 상승이라는 버프를 받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은 특이한 구조였다.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기획자의 니즈를 잘못 알아듣고 구현했을 것이다.

나는 사내 메신져에서 MeRong 아이디를 찾았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입사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이진수라고 합니다.”

“아 넵··· 안녕하세요.”

“혹시 메롱 님이신가요?”

“앗 초면에 메롱이라뇨!”

“아··· 죄송합니다. 아이디가 MeRong 아니신가요?”

“네 제가 그 메롱 맞습니다. 흐흐흐.”


미들 소프트 사람들은 좋은 회사에 다녀서 그런지 유쾌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SVN 로그를 봤더니, 메롱님이 워리어 스킬을 계속 바꾸고 계시더라고요. 혹시 뭐가 잘 안되시나요?”

“네. 선 딜레이에 따라서 공격 속도가 달라지는 것 같은데 기준을 못 찾겠어요 ㅠㅠ”

“클라 프로그래머한테 물어보시지··· 왜 혼자···”

“양쪽에 이미 물어봤죠. 근데 한 무리는 퇴사한다고 흐지부지, 한쪽은 자기들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른다고 흐지부지. 그래서 제가 데이터 노가다 하고 있었어요.”


메롱님이 말하는 양쪽이라는 것은 이제 퇴사할 수영 님 쪽이었을 것이고, 나머지 한쪽은 영식님 쪽을 얘기하는 것 같다.

“진수 님도 프로그래머니까. 그러면 진수 님이 좀 알려주실래요? 당장 아니고, 코드 좀 파악되시면요.”

“잠시만요. 저도 아까 메롱님 SVN로그보고 궁금해서 코드 좀 찾아봤어요.”


나는 얼굴도 모르는 메롱님에게 로직을 알려줬다.

“if(선딜 >= 100 && 선딜%10 == 0) 이속 증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

“메롱님이 데이터 테이블에 입력하신 선 딜레이 값이 100보다 크면서 10의 배수면 공격 속도가 증가해요. 단위는 milli second고요. 그러니까 선 딜레이 값이 100, 110, 120 이런 식이면 공 속이 증가하고, 선 딜레이 값이 100보다 작거나 105처럼 10의 배수가 아니면 공 속이 증가하지 않아요.”

“맙소사! 정말인가요? 이게 왜 이렇게 되어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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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고주영과 최적화 2 +1 22.06.17 292 21 12쪽
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29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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