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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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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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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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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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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싱 vs 피싱 2

DUMMY

우리의 가짜 은행 앱은 꽤 그럴싸했다.

우선 앱이 설치되고 처음 실행되면, 앱이 위치와 화면 저장 기능에 대한 권한을 묻는다. 범인들이 제발 글을 대충 보고 확인을 눌러주길 바란다.

권한을 승인하고 나면, 앱 메인화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어떤 버튼을 누르든 잠시 후 다시 시도 하라는 메시지만 뜬다. 그럼 이제부터 앱은 일정 시간마다 위치 정보와 화면 스크린샷을 찍어서 내가 만든 서버로 전송한다.

우리 테스트에서 가짜 은행 앱은 의도대로 잘 작동했다.


이진수) 내가 이원하 대리님한테 전화할게.

나는 이원하 대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진수) 대리님. 어머니는 좀 어떠세요?

이원하) 많이 속상해하시지··· 이 돈 없으면 가게 오픈도 못해···

이진수) 대리님. 제가 링크 하나 보낼게요. 보이스 피싱범한테 자연스럽게 보내세요. 4,000만 원 이체됐다는 문자 메시지 보내면서 링크 보내면 아마 눌러 볼 거예요.

이원하) 알았어. 4,000만 원 보냈다고 속이면서 이 링크를 같이 보내라는 거지?

이진수) 네. 맞아요. 링크 뭐냐고 물어보면 금액이 커서 서로 인증하는 은행 앱을 설치해야 이체가 된다고 대충 둘러대세요. 그 다음은 은행이 점검이다 뭐다 하면서 계속 시간을 끌어 주세요.

이원하) 알았어. 지금 바로 보낼게.


이원하 대리는 어머님의 핸드폰으로 보이스 피싱범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 내용은 4,000만 원을 범인에게 보냈으나, 큰 금액임으로 은행 앱을 설치해서 간단한 인증을 해야 한다는 것.


이제부터 기도의 시간이다. 피싱범이 멍청하게 걸려들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컴퓨터 화면에 집중돼있었다. 보이스 피싱범이 우리의 가짜 은행 앱을 설치하면, 그 앱은 스크린샷과 위치 정보를 우리 컴퓨터로 전송할 예정이다.


그때 알림음이 들렸다.

“꼬르륵···”

민희 씨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유민희) 아··· 죄송해요··· 저희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그러는가 봐요···

이진수)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네요. 밥 먹고 올까요?


우리는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순댓국집으로 갔다.


유민희) 진수 씨랑 순댓국집 오니까.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고주영) 순댓국이 왜요?

유민희) 전에 같이 다니던 회사에 있었을 때, 우리 다 망해갔거든. 그래서 모두 포기하고 있었는데, 진수 씨가 우리 의지를 다시 살려줬어요. 그때 우리가 다시 열심히 하기로 다짐한 장소가 순댓국집이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환한 낮이었는데. 그쵸? 진수 씨?

이진수)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저희가 다시 한번 이원하 대리님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무튼 얼른 먹고 가요. 범인이 언제 앱을 설치할지 몰라요.

고주영) 회사가 망했는데 의지···가 왜 필요 해요···?

이진수) 얼른 먹고 올라가요.


우리는 순댓국을 20분 만에 후다닥 먹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리고 서버가 설치되어 있는 고주영의 컴퓨터 화면을 봤다.


고주영) 어?! 진수 님!! 그놈들이 앱 설치했나 봐요. 위치랑 화면이 나왔어요.

이진수) 정말이네. 역시 평범한 아줌마에게 자신들이 반대로 낚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야.

고주영) 위치는 애매하네요...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위치가 막 찍혀요. 이제 어떻게 하죠?

이진수) 잠깐만 기다려보자.


범인들은 핸드폰의 GPS를 꺼뒀는지 정확한 위치가 잡히지 않았다.

고주영) 역시··· 경찰이 위치 추적할 것을 대비해서 뭔가 조치를 해 놨나 봐요.


하지만 30분쯤 지났을 때, 우리는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다.

고주영) 진수 님. 이거 보세요. 그놈들이 문자를 보내고 있나 봐요.


범인은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스크린샷으로 찍힌 그들의 문자 내용은 이랬다.

“네. 그럼 저희가 2시에 설곶 항구로 가겠습니다.”

“그래. 돈은 다 오만 원권 현금으로 찾아와”


고주영) 저희? 범인은 한 명이 아닌가봐요.

이진수) 요즘 보이스피싱은 조직적으로 일어나니까. 혼자가 아닐거야. 그런데 설곶 항구가 어디지?

유민희) 여기서 멀지 않아요. 경기도에요!

이진수) 그렇군요! 주영아 얼른 경찰한테 신고해.


우리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쉽게도 경찰은 우리의 정보를 믿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직접 범인들의 접선 장소로 가볼 생각이다.

혹시라도 범인을 내가 직접 만나게 된다면 몸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나는 몸싸움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몸싸움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해봤다. 그건 바로 장공건설 근육맨 실장님!! 근육맨 실장님은 아시안 게임 유도 은메달리스트다. 분명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힘쓰는 것에 대해 가장 전문가다.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와 근육맨 실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 진수냐? 잘 지내지?”

“네. 실장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응 물어봐.”

“혹시 제가 조폭이나 건달들이랑 싸울 일이 생기면, 어떻게 싸워야 할까요??”

“뭐?”

“급소 공격이나 눈 찌르기 같은 거요. 뭐가 제일 현실적인가요?”

“네가 왜 조폭이랑 싸워?”

“아··· 그게요···”


나는 근육맨 실장님에게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서 말했다.

“하··· 그래서 네가 직접 가서 범인들을 잡으려고?”

“네.”

“기다려봐. 2시 설곶 항구라고 했지?”

“네.”

“다시 전화할게.”


근육맨 실장님은 5분쯤 후에 다시 내게 전화했다.

“네 실장님.”

“진수야. 2시에 설곶 항구로 경찰들 갈 거야.”

“경찰을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저희 말은 안 믿던데.”

“설득할 게 뭐 있어? 강력계 형사 애들이 다 내 후배들인데.”

“??”

“운동선수들은 원래 강력계 특채로 많이들 가. 내가 유도 선수였던 거 잊은 건 아니지?”

“아··· 알죠··· 그것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그래. 형사들이 직접 가서 수색한다고 했으니까. 너는 그 근처 얼씬도 하지 마. 위험해.”

“감사합니다!”

“그리고 네 번호 알려줬으니까 곧 전화 갈 거야.”


근육맨 실장님 후배 중에 경찰이 여럿 있다니! 왜 진작에 근육맨 실장님에게 연락하지 않았을까??

잠시 뒤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해줬고, 경찰은 알겠다고 했다.


고주영) 경찰이 뭐래요?

이진수) 어 2시에 항구로 가본대.

유민희) 어머! 잘됐네요!

이진수) 그런데···항구 어딘지 정확히 몰라서 잡을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일단 나는 항구 쪽으로 가볼게.

유민희) 네? 너무 위험해요. 거길 왜 가요!

이진수) 그냥 근처에만 있을 거예요.

고주영)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이진수) 그래. 민희 씨는 남아서 컴퓨터 계속 봐주세요. 위치나 스크린샷에 도움 될만한 정보가 있으면 바로 전화 주세요.

유민희) 알겠어요··· 범인 만나도 직접 잡으려고 하지 말고 경찰한테 연락만 하세요. 알겠죠?

이진수) 네. 저 그렇게 용감하지 못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민희 씨는 회사에 남고, 나와 고주영은 무작정 항구로 갔다. 하지만 범인들의 위치는 큰 오차 범위로 계속 변하고 있어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고주영) 곧 2시에요 이제 어쩌죠?

이진수) 기다려봐. 내가 형사님한테 전화해 볼게.


나는 근육맨 실장님의 후배인 강력계 형사님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봤다. 형사님도 항구에 도착했지만, 아직 범인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때 민희 씨한테 전화가 왔다.


유민희) 진수 씨! 범인들이 지도 앱으로 위치를 검색하고 있어요!

이진수) 어디죠?

유민희) 설곶항구 3번 항구라고 검색했어요.

이진수) 거기가 약속 장소군요! 알겠어요!


3번 항구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뛰면 5분 거리.

이진수) 주영아. 나 먼저 가 있을게. 형사님한테 전화해서 위치 알려주고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해.

고주영) 네? 거길 혼자 가서 어쩌려고요?

이진수) 몰라 일단 가볼게. 넌 형사님한테 전화해!


그리고 나는 보이스피싱 범들의 접선 장소로 뛰어갔다. 그냥 나라도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민희 씨가 알려준 위치는 바다 바로 앞 상가 밀집 지역이었다. 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다.

문자 내용으로 유추했을 때, 이들은 최소 3명 이상이다. 그리고 최소 수천만 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을 테니 가방도 가지고 있을 거다. 나는 주변에서 가방을 들고 3명 이상 모여있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고주영도 도착했다.


고주영) 형사님들도 곧 온대요. 범인은 찾았어요?

이진수) 아니야. 3명 이상 모여있고 가방 든 사람을 찾아봐.


고주영도 합세해서 같이 범인을 찾았다. 그때 젊은 남자 2명이 보스턴백을 하나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중년의 남성 두 명이 서 있었다. 젊은 남자 둘은 중년의 남성 둘 앞에 도착하자.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들고 있던 가방을 두 손으로 공손히 넘겨줬다. 가방을 건네받은 중년의 남성은 가방을 아주 살짝 열어 가방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표정의 미소를 지으며 젊은 남성들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내 몸은 머리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그들에게 달려가 가방을 낚아챘다. 그리고 전력으로 뛰어 도망쳤다.

젊은 남자 둘과 중년 남자 둘까지 총 4명은 필사적으로 나를 쫓아왔다. 나도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내 몸의 아드레날린은 솓구쳤고, 한껏 예민해진 내 신경은 주변 사물들을 슬로우모션처럼 보이게 했다. 그 슬로우 모션 앞에는 나를 가로 가로막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험악한 인상에 건들거리는 커다란 덩치를 가졌다. 나는 이런 덩치에 익숙하다. 그들은 바로 근육맨 실장님의 후배들이었다! 나는 곧장 그들에게 달려가 가장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사람 뒤에 숨었다.

나를 쫓던 보이스피싱범 4인은 그 모습을 보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고, 근육맨 실장님의 후배인 형사들은 보이스 피싱범들을 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날 처음 알았다. 저렇게 덩치가 큰 사람들도 빠르게 뛸 수 있다는 것을. 역시나 운동선수들은 괜히 선수가 아니다.

형사들이 범인을 잡으러 간 사이. 나와 고주영은 가방 안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오만원권 지폐가 수북이 있었다.


고주영) 와··· 이게 도대체 얼마에요?

이진수) 잘 모르겠지만, 천만 원은 확실히 넘겠네. 이원하 대리님 어머니 말고도 피해자가 더 많은가봐.

고주영) 진수 님. 용감하시네요. 어떻게 범인한테 그렇게 달려갈 수가 있어요? 저는 겁먹어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이진수) 무슨 소리야? 나도 지금 무서워 죽겠어. 얼른 안전한 곳으로 피하자.


고주영은 1초의 생각도 없이 범인에게 뛰어든 이진수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진수 님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겨우 천만 원 때문에 조폭일지도 모르는 범죄자들이 들고 있는 가방을 낚아채서 도망친다고? 그것도 자기 돈도 아니고 남의 돈 천만 원 때문에? 오늘 이진수의 행동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고주영에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고주영은 오늘 무언가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진수라면··· 자신에게 해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나를 도와주러 올 것 같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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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나만의 빽 만들기 2 22.07.06 177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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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나만 몰랐던 고백 22.07.04 19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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