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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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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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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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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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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빽 만들기 2

DUMMY

나와 고주영은 과분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복귀하자 내 메일함에는 메일이 한 통 와있었다.


“3N 게임즈 채용팀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메일 내용은 2015년 3N게임즈 공채 서류 심사에 통과하였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적혀 있었다.

이 메일을 본 고주영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나도 기뻤다.


“진수 님 면접 날짜가 언제예요?”

“음··· 바로 다음 주 수요일인데? 너는?”

“저도 다음 주 수요일이에요. 같은 날 보나 봐요. 잘됐네요!”

“그러게.”

“진수 님은 경력이 있으시니까 면접 많이 봐보셨죠?”

“응. 두 번 봤었지.”

“꼴랑 두 번요?”

“응. 이전 회사는 면접은 20분인가 사장님이랑 했었고, 미들소프트도 엄청 짧게 했던 거 같은데···”

“왜요??”

“나 두 회사 다 낙하산이었어. 내가 얘기 안 했었나?”

“에···? 그럼 진수 님 이제 진짜 면접도 처음 보시는 거예요?”

“응. 제대로 된 면접은 처음이지.”

“···”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여태까지 내 면접 합격률은 100%야.”

“낙하산이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주영이는 또다시 걱정 모드가 되었다.

“진수 님. 이력서 합격 매일 보고 저녁은 진수 님한테 치킨이나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왜? 같이 가자 민희 씨도 부를 게 같이 치킨 먹으러 가자.”




<고기술 시점>

이진수와 고주영이 3N게임즈 이력서 합격 메일을 받은 날 오전 9시 30분. 판교역.

잘 다려진 베이지색 면바지와 3가지 이상 컬러가 조합된 체크무늬 셔츠. 물론 체크무늬 셔츠도 아주 반듯하게 잘 다림질되어있다. 이렇게 반듯하게 입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개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하철로 출근한다. 출퇴근하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좋다. 젊은이들이 각자의 꿈을 가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자전거 한 대만 있으면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 가진 것 없고 무모했던 그리운 시절이다.


높게 치솟은 3N게임즈 빌딩의 입구에 다다르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그들은 내게 가볍게 목례했고, 나도 그들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그런데, 건물 입구 바로 옆에서 멀대같이 키가 크고 깡마른 사람이 누군가를 혼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무슨 상황인지 확인했다.

가까이 가보니 깡마른 사람은 우리 회사 40대 중반인 인사 실장이었다. 그는 짝다리를 짚고 있었다. 한 손은 자신의 허리춤에 걸쳐놓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며 삿대질하고다. 그의 삿대질하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한 사람이 두 손 모아 고개 숙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은 나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대충 봐도 50살은 족히 넘는 아저씨였다.



인사실장) 쯧··· 사장님 제가 몇 번을 말했어요? 예?

50대 아저씨) 죄송합니다. 실장님.

인사실장) 아니··· 죄송한 걸 알면 하질 말았어야지··· 쯧···


50대 아저씨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50대 아저씨)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인사 실장은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50대 아저씨의 가슴팍을 콕콕 찌르면서 말했다.

“사장님. 내가 누군지 몰라? 내가 이러라고 당신네랑 계약한 줄 알아?”


나는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아 중간에 끼어들었다.


“부배 실장님?”

인사 실장의 이름은 부배다. 성이 부 씨고 이름이 배다. 그는 나를 보자 흠칫 놀랐다.


인사실장) 앗! 고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고기술) 네. 저분은 누구세요?


나는 50대 아저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실장) 아 네! 저분은 이번에 바뀐 경비 업체 사장님이세요.


인사실장은 50대 아저씨를 보며 재빠르게 손짓했다.

인사실장) 이분이 고기술 이사님이십니다. 그냥 이사님이 아니시고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3N게임즈 3대 창업자이자 주주님이십니다. 어서 인사하세요.


50대 아저씨는 90도로 크게 고개 숙이며 내게 인사했다.

50대 아저씨) 안녕하십니까!


나도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받았다.

고기술) 그런데 여기서 왜 이러고 계세요?

인사실장) 아니 그게 참나··· 어이가 없어서 말이에요··· 쯧··· 방금 전에 실장님들이 세 명이나 지나갔어요. 그런데 경비들이 실장님 세 분을 단 한 명도 못 알아보잖아요.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고기술) 그게 왜요?

인사실장) 아니··· 팀장급들은 그렇다고 해도 회사 내 중요 인물인 실장님들 얼굴은 다 파악하고 있어야죠. 그래야 임원들이 어디 불편···.


나는 인사실장의 말을 잘랐다.

고기술) 불편이요?


화가 났다. 사람들은 임원이 되면 자기들이 신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임원이라는 직책은 단지 그 당시 환경이 필요한 사람을 선택한 것뿐. 실력이나 인성의 높고 낮음을 나타내지 않는다.

고기술) 부배 실장님. 경비업체가 업무가 임원들 편의 봐주는 건가요?


나는 평소 화를 거의 내지 않는다. 내가 화내는 모습은 인사실장도 처음 봤을 거다. 그는 화내는 내 모습에 당황했다.

인사실장) 아··· 아니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요··· 혹시라도 위급 상황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임원들을···

고기술) 됐습니다.


나는 경비 업체 사장님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고기술) 죄송합니다. 사장님.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경비업체 사장님) 아이고···아닙니다··· 저희가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고기술) 부 실장님은 제 방으로 잠깐 오시죠.


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일이 생기면, 내 방으로 부르지 않고 내가 상대방 자리로 찾아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 실장을 내 방으로 불렀다. 부 실장이 경비업체 사장님에게 갑질을 했던 것처럼, 당신도 갑질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벌을 내릴 생각이다.



내 방에 도착 후 나는 내 의자에 앉았다. 인사 실장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부 실장에게 말했다.


고기술) 오늘 일도 잘 안 되실 텐데, 그만 퇴근하시고 쉬 에요.

인사 실장) 네?? 아직 11시도 안 됐는데요?

고기술) 네. 저도 죄송해서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퇴근하세요.

인사 실장) 그래도··· 제가 없으면 인사실 업무가···

고기술) 그러면 오늘 출근한 인사실 소속 팀장님들 다 불러 주세요. 제가 직접 처리하도록 하죠.

인사 실장) ···

고기술)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세요. 진심입니다.


나는 오늘 회사에 별다른 이슈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부배 인사실장처럼 권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는 것이다. 그 이유는 본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진짜 자기의 능력이 좋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자기 능력과 권위가 생긴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만약 본인이 지금 자리에 없으면 자기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다. 본인이 없어도 인사실은 아무 문제없이 돌아 간다는 것을.


인사 실장) 고 이사님··· 제가 잘못 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고기술) 더 이상 말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가서 쉬시고, 내일 좋은 기분으로 얘기하시죠. 지금 바로 퇴근하세요. 인사 본부장님에게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인사 실장) 네··· 알겠습니다.



누군가를 질책한다는 것은 나나 상대나 서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일이다. 인사실장 일로 나도 기분이 나빠졌다.

“아침에 기분 좋게 출근하고 있었는데··· 흠···”


그때 이진수에게 메시지가 왔다. 반가운 메시지다.


“아저씨!”

“진수 씨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네··· 뭐 저야···”

“오늘 저녁 같이 드실래요?”

“뭐 먹을 건데요?”

“전에 저희 같이 갔던 제주식 삼겹살집이요!”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마침 잘 됐다.

“허허허 그럴까요? 제가 시간 맞춰서 진수 씨 회사로 갈게요.”



나는 6시쯤 퇴근해서 진수가 다니고 있는 강남의 미들소프트 회사 앞으로 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젊고 매력적인 여자 목소리였다.


“어머! 이사님?”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임아린이 서 있었다. 임아린은 첫 회사 생활을 3N게임즈에서 시작했다. 적당히 좋은 그림 실력과 매우 좋은 대인관계로 3N게임즈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임아린은 엉뚱하게도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인간관계로 인해 3N게임즈에서 퇴사하게 됐다. 나와 회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임아린 씨?”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나를 반가워해 줬다.



“고 이사님! 너무 반가워요! 잘 지내셨죠?”

“네. 저는 항상 똑같죠. 임아린 씨도 잘 지냈어요?”

“네. 이사님 덕분에요. 호호호. 그런데 강남엔 무슨 일이세요? 그것도 혼자?”

“친구 좀 만나러 왔어요.”

“어머! 정말요 얼마나 대단한 친구분이시길래 고 이사님을 이렇게 길 한복판에서 기다리게 해요?”

“그냥 옛날 친구예요.”

“저도 아는 분이세요?”

“아니요. 아닐 거예요···”

“그나저나 딱 봐도 개발자처럼 입고 다니시는 패션은 여전하시네요?”

“음? 나름 개발자처럼 안 보이게 입은 건데···”

“그 베이지색 면바지는 그렇다 쳐도 체크무늬 난방이라도 좀 어떻게 해보세요.”

“허허허··· 이렇게 화려한 셔츠인데··· 무려 색이 3가지나 조합된···”

“전에 신세 진 것도 있으니 제가 티셔츠라도 하나 선물해드려야겠네요. 호호호.”


나는 시계를 봤다. 7시 정각이었다. 이제 곧 이진수가 나올 시간이다. 나는 괜히 복잡한 상황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아린에게 급하게 인사를 했다.


“아~ 그래요. 이제 제가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기회 되면 또 봐요.”

“네~ 다음에는 제가 3N게임즈로 찾아갈게요~”


역시나 7시 1분이 되자 바로 진수에게 전화가 왔다.

“아저씨 어디세요?”

“아~ 저 그 삼겹살집으로 가 있을게요. 거기서 만나요.”

“네. 저도 지금 출발해요.”


내가 삼겹살집에 도착하자. 곧 진수도 도착했다.

“아저씨 뭐 드실래요?”

“물론 고기죠.”

“네. 그럼 삼겹살 3인분 시킬게요.”


진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삼겹살 3인분과 소주를 한 병 주문했다. 그리고 삼겹살이 다 익기도 전에 내가 말했다.


“아저씨. 저 이직하려고요.”

“왜요? 미들소프트 입사해서 좋아했었잖아요.”

“더 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더 체계적이고 더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요.”

“거기가 어딘데요?”

“3N게임즈라고··· 아저씨도 들어보셨죠?”


미믹게임즈 수습 시절, 코딩을 잘 못 해서 어필 포인트로 사무실을 청소하던 이진수. 진수가 성장하면, 언젠가 우리 회사에 지원할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쁨보다 슬픈 감정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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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296 15 11쪽
31 적응 8 +2 22.06.15 298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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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적응 4 +1 22.06.09 296 20 12쪽
26 적응 3 +3 22.06.08 310 19 12쪽
25 적응 2 +2 22.06.07 31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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