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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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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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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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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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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고주영과 최적화 4

DUMMY

나와 고주영 님은 스킬들에 대한 최적화를 한 달 동안 진행했다.

프로파일 해보고, 원인을 분석해보고, 해결하고··· 아저씨는 이것을 노가다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고주영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 재미있는 과정을 통해 우리 게임의 성능은 점점 좋아졌고, 이제 캐릭터가 스킬을 써도 랙이란 것이 없다.

우리 게임은 이제 랙 없이 쾌적하다.


나의 이런 감정을 고주영도 느낀 것 같다. 그는 한 달 만에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표정이 온화해졌으며, 더 이상 나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떠한 질문이든 반론을 즐겨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내 말에 대해 무비판적 수용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의 재능과 열정을 알아봐 주고 진심으로 칭찬해준 나를 신뢰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고주영의 변화를 보면서, 동료를 만드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 아저씨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조직력.

평생을 게임과 게임을 만들기 위해 코딩만 생각하던 내게 좋은 동료를 만들고, 그 동료들로 인하여 조직력이 좋아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한 달 동안의 최적화 결과에 만족했다.

“주영 님. 어때요? 이쯤이면 한번 결과를 보고해도 되지 않겠어요?”

“이 정도면 충분하죠! 아마 다들 깜짝 놀랄걸요?”

“그럼 이번 주 팀 주간 회의 날에 시연할 수 있도록 준비해가죠.”

“넵.”



수요일. 팀 주간 회의 날이다.

우리는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인 9시에 출근했다.


“주영 님. 팀 회의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테스트 한 번 해봐야겠죠?”

“넵.”


나와 주영 님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게임을 설치했다.

“유저용 빌드로 잘 빌드됐네요.”

“네. 저는 스킬 사용해 볼게요. 문제없네요.”


우리는 기본적인 테스트를 했고, 이상 없었다.

“오케이! 이제 회의 들어가요!”



오전 11시 30분. 팀 주간 회의 시간.

우리 팀원 전체, 그리고 아트 팀 대표로 임아린 팀장님도 참석했다.


박 팀장님이 얘기했다.

“자··· 이번 주는 특별히 공지 사항 없습니다. 공유해 주실 것 있으신 분 있나요? 없으면 각자 주간 보고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번쩍 손을 들었다. 이목이 내게 집중됐다.

“진수 님. 공유해 주실 것 있나요?”

“팀장님 저희 최적화한 것 1차 결과 나와서 이거 시연하고 싶습니다.”


“네. 안 그래도 중간 점검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잘되고 있나요?”

“일단,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주영 님에게 눈짓을 했고, 주영 님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주영 님의 핸드폰은 S4입니다.”


내게 주목됐던 시선은 주영 님에게 들려있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옮겨졌다.

몇몇 사람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주영 님 뒤에 서서 구경했다.


고주영 님이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게임을 켜자 CT 팀의 마크가 당당하게 보였다. 그리고 바로 시작되는 튜토리얼 전투. 이미 수 십번 테스트해봤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시연하려니 또다시 긴장됐다.


“주영 님. fps 표시하게 치트키 켜주세요.”

“넵.”


캐릭터가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30fps(33ms)라고 표시됐다.

“아이들 상태에서 fps는 최대치인 30입니다. 이제 스킬을 써보겠습니다.”


주영 님은 사내 테스트 때 문제가 됐던 베기 스킬을 사용했다. 허공에 사용하는 간단한 베기 스킬. fps는 미동도 없이 30을 유지했다.

회의실에서 조용한 감탄사가 나왔다.


“오···.”


메롱님이 말했다.

“진수 님, 스킬 쪽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최적화도 잘하시네~”


반면 박 팀장님은 조금 더 신중했다.

“주영 님. 다른 스킬도 써보세요.”


주영 님은 나를 바라봤고, 나는 오케이 사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러 스킬 쭉 써보겠습니다.”


주영 님은 베기 외에 여러 스킬을 마구잡이로 썼다. 모두 화면 상단에 작게 쓰여 있는 FPS 숫자를 관찰했다.

FPS는 큰 기술을 사용할 때 순간적으로 28~29로 떨어졌지만, 큰 수치도 아니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 화면에서 랙은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의 감탄사를 짊어지고 내가 말했다.

“주영 님. 이제 허공에다 말고 실제 적을 소환해서 때려보세요.”

“넵.”


실제 적을 타격해도 FPS는 큰 변화 없이 쾌적했다.

모두 우리의 최적화 작업에 만족했지만, 클라이언트 파트만 만족하지 못했다.


이영식 파트장님이 말했다.

“진수 님. 지금 테스트한 건 싱글이잖아요. 사내 테스트할 때도 싱글은 많이 느리지 않았어요.”


나와 고주영의 업적을 어떻게든 깎아내려야 하는 이영식 파트장의 이런 반응은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내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하나 더 꺼냈다.


“이제 파티 플레이로 시연해보겠습니다.”


주영 님과 나는 파티를 맺고, 던전에 입장했다.

던전 로딩이 끝나고 우리 둘은 전장에 서 있었다.


“주영 님 스킬 한번 써보세요.”


멀티플레이 환경에서도 우리가 프리로드를 잘해둔 덕에, 첫 스킬도 랙 없이 잘 나갔다.


“이제 함께 몬스터 잡아 볼까요?”

“넵.”


우리는 몬스터를 상대로 격렬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화려하게 난무하는 스킬 들 속에서 디버깅용으로 띄워둔 fps 표시는 25에서 30을 왔다 갔다 했다.

2인으로 진행한 멀티플레이 시연도 쾌적했다.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지난 한 달 간 멀티 플레이에서 성능 테스트를 수백 번 이상했었다.

심각하게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박 팀장님 양옆으로 서버 프로그래머와 기획자들의 탄성이 나왔다.


“오··· 진짜 안 느리네···”

“이야 잘되네요! 이제 우리 출시하는데 문제없는 거죠?”


모두 환호하는 가운데, 클라이언트 파트만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획파트 전승수 파트장님이 말했다.


“아니요. 이대로 출시는 힘들 거 같아요. 요즘 스킬이나 관련 툴 쪽으로 클라이언트 지원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메롱님도 거들었다.

“맞아요. 문제가 있습니다. 뭐 물어보려고 해도 클라 파트는 자리에 잘 있지도 않아요. 진수 님이 스킬 담당이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어요.”


나와 주영 님의 성공적인 최적화.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영식 파트장님이 이끌고 있는 클라이언트 파트의 무능함을 말했다.


나는 이영식 파트장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시뻘게져 있었다.

이영식 파트장님은 힘들게 입을 뗐다.

“그··· 아시다시피 저희 클라이언트 맴버들이 물갈이가 한번 돼서 속도가 좀 더디네요.”


메롱 님은 그간 쌓인 것이 많았나 보다. 그의 발언에 거침이 없다.

“진수 님이 지금 클라이언트 파트보다 더 늦게 입사하지 않았어요? 진수님이 스킬 담당했을 때는 스킬에 문제없었어요. 오히려 이런저런 툴을 많이 만들어 줘서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영식 파트장님네도 물갈이된 지 이미 1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적응을 못 하셨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팀장님이 중재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진수 님. 최적화된 빌드 저한테 공유해주세요. 실장님께 보고하겠습니다.”


나는 오늘 완벽하게 승리했다. 그것도 모두가 함께 일하기 꺼려하는 고주영과 함께!



팀 주간 회의가 끝난 뒤 내 자리로 돌아왔다.

메롱님한테 오랜만에 메시지가 왔다. 내가 최적화 작업을 하는 한 달 동안 메롱 님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진수 님?”

“메롱 님 오랜만이네요?”

“고주영 님 어때요?

“고주영 님 있던 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고주영 완전 똘아이 싸이코라고 하던데. 데리고 있기 안 힘들어요?”

“전혀요. 엄청 싹싹하고 일 잘해요.”

“고주영이 싹싹하다고요? 음··· 못 믿겠는데.”

“진짜예요. 제가 한번 소개해 줄까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진수 님이 고주영을 너무 쉽게 적응시켜서 그걸 못 믿겠다는 거예요.”

“저는 특별히 한 게 없는데···”

“어쩌면 진수 님은 사람 관리에 더 소질이 있을 수도??”

“설마요 ㅎㅎ”


메롱님의 말을 들으니 진짜 궁금해졌다. 그 싸움꾼 고주영은 왜 나랑 한 번도 싸우지 않았을까?

나는 옆자리의 고주영 님을 쳐다봤다. 고주영도 나를 쳐다봤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주영 님. 오랜만에 옥상 갈래요?”

“넵.”


옥상에 도착 후 내가 고주영 님에게 말했다.

“주영 님 고생 많았어요. 주영 님이 꼼꼼하게 잘 체크해줘서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주영 님처럼 꼼꼼한 프로그래머는 처음 봐요.”

“별말씀을요.”

“그런데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넵.”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괜찮아요?”

“넵.”

“주영 님 전 팀에서는 사람들이랑 많이 싸웠잖아요.”

“자주 싸웠죠.”

“근데 왜 저랑은 안 싸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전 팀에서도 누구랑 싸운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 사람들이 저랑 싸웠다고 하니까 아 싸웠구나 하는거지.”

“그럼 그 사람들은 왜 주영 님이랑 싸웠다고 생각할까요?”

“제 말버릇이 안 좋데요. 저는 왜곡 없이 사실만 말하는 건데, 그게 불편한가봐요. 막내인 제가 가르치려고 든다나 뭐라나.”

“그렇군요···”

“근데, 제가 막내든 선배든 무언가 잘못된 것 같으면 괜찮은 거냐고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진수 님도 제가 가르치려 드는 것 같아요?”

“잘못된 건 물어보고 고쳐야죠. 그리고 저는 누가 저 가르쳐주는 거 좋아해요.”


주영 님이 나랑은 싸우지 않은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평소 주영 님의 지적처럼 나는 근본 없는 고졸 비전공자다. 그리고 오랫동안 프로그래밍과 게임 제작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경력이 많든 적든, 나이가 적든 많든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구라도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고, 나는 항상 그들에게서 뭐라도 배우고 싶다.

어찌보면 미련한 이런 나의 태도가 빠릿빠릿 일을 잘하면서 위아래 없이 솔직한 타입의 고주영 님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이전 팀에서는 재미가 없었어요. 일하면 칭찬받는 게 아니라 욕을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진수 님이랑 일하니까 재밌어요. 배울 것도 많고요.”


나는 주영 님을 바라보며 찡긋 웃었다.

“저도요.”

“앞으로 계속 진수 님이랑 같이하고 싶어요. 저를 부사수로 받아주세요.”

“네? 전 누구를 가르치고 할 만큼 잘 알지 못해요···”

“괜찮아요. 그냥 제가 진수 님 부사수 할래요. 앞으로 저를 편하게 대해 주세요! 사수님! 앞으로 말도 편하게 놓으세요!”


먼 훗날 진짜 내 팀의 첫 동료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다음 날.

이영식 파트장과 팀장님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둘은 한 시간 넘게 대화하고 나서야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이영식 파트장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 뒤로 이영식 파트장님은 축 처져 지냈고, 클라이언트 파트의 티타임도 빈도수가 확 줄었다.

매일 티타임에 쓰이던 2시간이 추가로 생겼으니, 나는 클라이언트 파트 사람들이 업무에 더 집중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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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고주영과 최적화 3 +2 22.06.17 297 20 11쪽
33 고주영과 최적화 2 +1 22.06.17 292 21 12쪽
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29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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