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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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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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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27

작성
22.06.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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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피싱 vs 피싱 1

DUMMY

아트 팀과 회식 후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자기 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조직 운영 노하우의 핵심이었다니. 그동안 나는 상황별로 문제의 원인과 해답만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그런 내게 임아린 팀장님은 사고방식의 유연함을 더해주었다. 문제의 핵심은 지금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트 팀 회식 후 금요일. 이원하 대리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진수 씨 회식하고 잘 들어갔어? 많이 취해 보이던데.”

“네. 다행히 집에 잘 찾아갔어요.”

“ㅎㅎ 그렇구만. 혹시 내일 시간 돼?”

“내일이면 토요일요?”

“응. 우리 엄마가 요즘 건강이 좋아지셔서, 작은 가게 하나 차렸거든.”

“와~ 정말요 축하드려요!!”

“ㅎㅎ 고마워. 아무튼 미믹게임즈 인센티브 받은 거랑 내가 여기서 좀 모은 거랑 대출이랑 해서 아주 작은 가게 하나 차렸어. 다음 주에 개업하는데, 그 전에 어머니가 민희 씨랑 진수 씨한테 밥 한번 해주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혹시 이번 주 시간 되면 올래?”

“네. 저야 항상 시간 되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진수 씨 아니었으면, 이 가게 낼 엄두도 못 했을 거야. 내가 고맙지.”

“별말씀을요 ㅎㅎ”

“아무튼 회사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야. 민희 씨한테도 물어볼 게~”


내가 이원하 대리님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왜인지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고주영이 바로 옆에서 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진수 님 주말에 또 아트 팀이랑 놀러 가세요?”

“놀러 가는 건 아니고··· 주영 님도 같이 갈래요?”

“정말요?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네. 제가 말해 볼게요.”


나는 다시 이원하 대리님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대리님. 저 혹시 아트 팀 회식 때 저랑 같이 갔던, 고주영도 데리고 가도 되나요?”

“어~ 괜찮지~”

“네 그럼. 내일 봬요.”

“응 11시까지 오면 되고, 장소는 내가 핸드폰 문자로 보내줄게~”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와 고주영과 그리고 민희 씨는 토요일에 이원하 대리님의 어머니가 개업하기로 한 식당에서 모이기로 했다.


다음 날 11시 약속 장소. 모두 지각하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해 있었다.


이원하) 여~ 진수 씨 오늘은 길 안 헤맸나 보네?

이진수) 길 찾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좀 일찍 출발했어요.


옆에서 쭈뼛쭈뼛 고주영도 인사했다.

고주영) 안녕하세요. 고주영입니다. 전에 회식 때 한번 뵜었어요.

유민희) 안녕하세용 주영 님! 그날 잘 들어가셨죠?

주영) 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원하) 이제 인사 다 했으면 들어가 볼래? 다들 밥 안 먹었지

민희) 네! 원하 대리님이 밥 사주신다고 해서 안먹고! 배고파요!


우리는 이원하 대리님을 따라서 식당가 골목으로 갔다. 그곳에는 소박하지만 번쩍번쩍 빛이 나는 새 간판이 보였다.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원하 순댓국”


이진수) 헐~ 대리님 어머니 순댓국밥집 차리신 거예요?

이원하) 응. 원래 우리 엄마 식당 하셨었어. 몸이 안 좋아서 최근 몇 년 쉬시긴 했지만. 내가 미들 소프트 들어가고 잘 풀려서 그런지 어머니도 몸이 좋아지셨어. 그래서 작게나마 가게 다시 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렇게 됐지.

유민희) 우왕! 멋지다! 배고파요! 얼른 들어가요!

이원하) 하하 그럴까?


우리 넷은 원하 순댓국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원하 대리님의 어머니로 보이는 아줌마 한 분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이원하 대리님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달려갔다.


이원하) 엄마? 엄마 왜 그래! 정신 차려봐!

어머니) 어? 원하냐? 어떻게 된 거야?

이원하) 뭐가 어떻게 돼? 왜 바닥에 앉아 있어? 정신 잃고 쓰러진 거야?

어머니) 너 괜찮은 거야? 너 사고 쳐서 검찰에 잡혀간 거 아니었어?

이원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고주영) 잠시만요. 누가 이원하 대리님이 검찰에 잡혀갔다고 한 거예요?

어머니) 조금 전에 서울 검찰청에서 전화가 왔어.

고주영) 혹시 돈을 요구하던가요?

어머니) 응··· 일단 합의금이 있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원하가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그랬어. 합의금이 오천만 원 필요하다고 했는데, 당장 천만 원밖에 없다고 하니까 그거라도 이체하라고 해서··· 그래서 방금 천만 원 입금하고 왔어···

고주영) 이거 아무래도 보이스 피싱 같은데요? 원하 님한테는 검찰에서 연락 온 것 없죠?

이원하) 무슨 소리야? 검찰이 나한테 연락을 왜 해?

어머니) 뭐? 보이스 피싱? 그럼 내 돈··· 내 돈 천만 원은?

이원하) 엄마가 천만 원이 어디서 나서 이체를 했어?

어머니) 이 가게 인수할 권리금··· 나 사기 당한거야? 어쩌지 원하야?


어머니는 자신이 보이스 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자 크게 소리 내 울었다. 우리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고주영은 냉정하고 논리적이다.

고주영) 일단 경찰에 신고하셔야죠.

이원하) 어··· 그래 일단 내가 경찰에 신고 먼저 할게.


경찰에 보이스 피싱 신고 한 이원하 대리님은 더 낙담한 표정이었다.

고주영) 경찰에서 뭐래요?

이원하) 접수는 했는데··· 현장에서 잡지 않는 이상 돈을 돌려받기는 힘들 거래···

유민희) 어떡해요···


나는 이원하 대리님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았기 때문에 더 속상했다.

보이스피싱범을 현장에서 잡아야 한다고? 현장에서 잡으려면 보이스 피싱범의 위치를 알아야 할 텐데··· 나는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고민해보자··· 돈을 돌려받으려면 범인을 잡아야 하고··· 범인을 잡으려면 범인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이진수) 어머니 전화 온 번호가 핸드폰이었나요?

어머니) 응···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였어···

이진수) 대리님 경찰에서 위치 추적 못 한대요?

이원하) 보이스피싱범들은 위치추적 안 당하려고 계속 이동하고 있어서 위치 추적이 별로 의미가 없데··· GPS는 분명히 꺼놨을 거고···

이진수) 음··· 잠시만요. 생각 좀 해볼게요···


생각하자. 생각하자···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진수) 어머니. 원래 오천만 원 달라고 했었죠?

어머니) 응···

이진수) 그럼 피싱범한테 연락해서, 지금 돈 준비하고 있으니까 내일 아침에 나머지 사천만 원 준다고 하세요.

어머니) 우리한테 그 돈이 어디 있어? 그리고 그 사람들 사기꾼이라며?

이진수) 진짜로 돈을 주지는 않을 거예요. 저희가 다시 낚을 겁니다.


다시 낚는다는 내 말에 모두 나를 쳐다봤다.


이진수) 대리님은 여기서 어머니 보살펴 주세요. 그리고 보이스 피싱범이랑 되도록 문자로 연락하세요. 그놈들도 그걸 더 원할 거예요.

이원하) 어··· 알았어··· 무슨 생각이 있는거야?

이진수) 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준비해볼게요. 실패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이원하) 알았어. 일단 문자로 내일 나머지 사천만 원 주겠다고 하면 되는 거지?

이진수) 네.


나는 민희 씨와 고주영을 보고 말했다.


이진수) 우리도 가요.

고주영) 어딜요?

이진수) 우리도 무기를 가지러 가야지.

유민희) 무기요??

이진수) 네. 우리 무기가 있는 곳으로 가요. 미들소프트로.


우리 셋은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갔다. 토요일이라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주영) 우리 무기가 뭐예요?

이진수) 여기 있잖아 우리 무기.


나는 컴퓨터를 가리켰다.


유민희) 컴퓨터 들고 가서 보이스 피싱범한테 던지려고요?

이진수) 아니요. 보이스피싱범한테 앱 피싱을 할 거예요.

고주영) 앱 피싱이 뭔데요?

이진수) 가짜 은행 앱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앱에 실시간 위치 추적기능과 화면 스크린샷 기능을 넣을 거야.

고주영) 그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가짜 앱에 속겠어요?

이진수) 걱정하지마. 속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그놈들이 속을 만큼 잘 만들 거거든.

고주영) 돈은 내일 아침에 주기로 했잖아요? 만 하루도 남지 않았는데요? 하루 만에 은행 앱을 만들려고요?

이진수) 응 그 정도면 충분하지. 우리에게는 최고의 UI 디자이너가 있잖아.

유민희) 네? 저요??


내 계획은 이랬다. 시중 은행 앱을 따라 만든다. 그리고 그 앱으로 범인의 위치와 범인 핸드폰의 화면을 스크린샷 찍어서 전송할 거다. 그러면 보이스피싱범이 보내는 문자 내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앱의 권한이다. 우리가 만든 앱이 스크린샷과 위치 추적 권한을 얻으려면 범인 손으로 직접 우리 앱에 권한을 줘야 한다.


고주영) 그놈들이 설마 아무 생각 없이 우리가 만든 앱에 권한을 줄 리 없잖아요?

이진수) 보통은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은행 앱을 만드는 거야. 잘 생각해봐. 그들은 순진한 아줌마 한 명을 속여서 천만 원이나 얻었어. 그런데 그 아줌마가 사천만 원이나 더 준다잖아. 분명 혹할 거야.

유민희) 움···

이진수) 그리고 아줌마가 피싱 앱을 만들어서 본인들을 역으로 낚을 거라는 상상은 절대 못 할 거예요.

유민희) 그래요. 우리 해봐요! 어쩌면 진짜 진수 님 말처럼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럼 뭐부터 할까요?

이진수) 민희 씨는 우선, 우리나라 메이저 은행 아이콘이랑 메인 화면 UI 똑같이 디자인해주세요.

고주영) 저는요?

이진수) 위치 추적이랑 스크린샷 찍는 기능을 먼저 만들어. 코드는 간단할 거야. 나는 우리 앱이 보낸 데이터를 받는 서버를 만들어 볼게.

고주영) 진수 님 서버도 할 줄 아세요?

이진수) 간단한 것만.



민희 씨는 곧 메인 UI를 만들어냈다.


유민희) 그냥 진짜 은행 앱이랑 똑같이 만들었어요.

이진수) 이거면 충분합니다.

고주영) 범인들이 분명 우리가 만든 앱에서 버튼을 이것저것 막 누를 텐데··· 메인화면만 있어도 될까요?

이진수) 응. 처음 메인화면 들어갔을 때, 권한만 얻으면 그 뒤로는 뭘 누르던 그냥 오류입니다. 메시지만 출력시킬 거야.

고주영) 오··· 그러다 앱을 삭제하면요?

이진수) 걱정하지마. 그건 이원하 대리님이 잘해줄 거야.

고주영) ??

이진수) 원하 대리님이 돈을 보냈다는 내역의 문자를 보이스 피싱범에게 보낼거고, 그 문자에 우리가 만든 가짜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낼거야. 그러면 그들은 링크를 눌러볼 거고 은행 앱이 설치되겠지. 그리고 나면 이원하 대리님이 자기도 은행 앱에서 에러가 난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라 점검시간 일지 모르니 은행에 전화해서 확인해보겠다 하면서 시간을 끌어 줄 거야.



다음 날 새벽 5시. 우리의 초 간단 가짜 은행 앱이 완성됐다.

이진수) 자 테스트해보자. 내 핸드폰에 설치해볼게. 그리고 주영이 너는 컴퓨터로 내 핸드폰에서 보내는 데이터 잘 오는지 확인하고.

고주영) 넵.


우리가 만든 가짜 은행 앱이 잘 동작 하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나는 이원하 대리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계획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이원하) 알겠어. 이번에도 진수 씨만 믿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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