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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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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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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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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327

작성
22.06.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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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임아린의 노하우 1

DUMMY

임아린 팀장님이 아트 팀 회식에 갑자기 나를 초대했다. 그래서 민희 씨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다.

민희 씨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저는 부담 안 가져요. 걱정하지 마세요. 민희 씨.”

“그게 사실··· 저희 팀 회식이 오늘이라서···”

“아?? 그건 몰랐네요. 전 또 언제 밥 한번 먹자 그런 약속 인줄 알았어요.”

“불편하시면 안 오셔도 돼요···”


공짜 밥에 공짜 술을 먹을 수 있는 회식. 나는 회식에 대해 호불호 중 호 쪽에 가깝다. 하지만 남의 팀 회식에 따라가는 것은 조금 민망할 것 같다.

“음··· 아무래도 아트팀엔 제가 아는 사람도 없고··· 제가 괜히 아트팀 회식에 따라가면 조금 민망하긴 할 것 같네요.”

“아니에요! 진수 씨! 아트팀에 아는 사람이 없다니요! 저도 있고 이원하 대리님도 있잖아요. 음··· 그리고 이제 임아린 팀장님이랑도 친하시잖아요···?”


내가 임아린 팀장님과 친했던가?? 생각해보니 내가 팀 직속으로 발령 났을 때, 임아린 팀장님이 날 도와줬었다. 임아린 팀장님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저희는 오늘 1시간 정도 일찍 나갈 거에요. 진수 씨는 7시 퇴근하고 오세요!”


민희 씨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후다닥 4층으로 올라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주영이 내게 말했다.


“엥? 진수 님?”

“네?”

“방금 오신 분 아트 팀 유민희 님 아니세요?”

“네 맞아요. 민희 씨를 아세요?”

“민희 님을 왜 몰라요? 우리 회사에서 귀엽고 착하기로 소문나있는데!”

“아? 정말요??”

“진수 님. 민희 님이랑 친해요??”

“네? 음··· 조금요?”

“헐 대박. 둘이 왜 친해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일했었어요.”

“네··· 그런데 아트 팀 회식하는데 왜 진수 님한테 오라는 거에요?”

“제가 전에 아트 팀 도와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트 팀 팀장님이 회식 때 한번 초대하겠다고 했었어요.”

“그러면 당연히 가야죠!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어차피 저도 아트 팀이 아닌데 주영 임 한 명 정도는 같이 가도 되지 않을까요?”

“앗싸~ 몇 시에 어디로 간대요?”

“6시인데··· 어디지? 어딘지 말을 못 들었네요?”


때마침 임아린 팀장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진수 씨. 저희 팀 회식 6시에 메드포마늘로 예약했어요. 진수 씨는 7시 퇴근하셔야 하니까 7시에 바로 퇴근하고 오세요.”

“네. 근데 제가 껴도 되는 자리인지···”

“팀장인 제가 우리 팀 회식에 초대했는데, 안될 게 있나요?”

“그럼 고주영이라고··· 저랑 같이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같이 가도 되나요?”

“아~ 그 싸움꾼?”

“ㅎㅎ 요즘은 아무랑도 안 싸워요.”

“네~ 진수 씨 혼자 오시기 부끄러울 수 있으니 같이 오세요.”

“네. 그러면 이따 뵙겠습니다.”


나는 옆자리에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는 고주영에게 말했다.

“오늘 7시에 메드포마늘로 오래요.”

“오~ 저 거기 가보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어딘지 알아요?”


나는 내가 메드포마늘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상상을 했다. 분명 나는 그 복잡한 양식집 메뉴를 보고 뇌 정지가 올 것이다. 끔찍했다.

“주영 님?”

“네?”

“이따 회식장소에 가서 메뉴 주문할 때··· 제 것도 같이 주문해주시면 안 될까요?”

“흐흐흐 알겠습니다. 사수님 저만 믿으세요.”

그제야 나는 안도했다.


그날 오후 7시. 퇴근 시간이다.

나와 고주영은 7시가 되자마자 바로 퇴근했다. 회식 장소는 회사에서 걸어 거리로 5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곳은 입구부터 평소 내가 술을 마시거나, CT 팀이 회식하던 장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는 사람만 오라는 듯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식당 이름만 내건 심플한 간판. 간판만 봐서는 도저히 이곳이 무엇을 파는 곳인지 유추할 수 없다. 식당의 이름만 봐서는 마늘 구이를 파는 곳인가 싶다.

고주영은 그 낯선 분위기의 식당을 거침없이 들어갔고, 나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주영을 뒤따라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잘 생기고 말끔한 웨이터가 우리를 보고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대답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던 나와 다르게 고주영은 당당했다.


“안에 일행 있어요. 단체석일 거예요.”

“아~ 6시에 예약된 테이블 말씀이시죠?”

“네.”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우리는 안내에 따라 식당 안쪽 대형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시끌벅적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30명이 넘는 많은 사람 중 남자는 10명도 안 되는 것 같았다. 100% 남자인 CT 팀의 클라이언트 파트랑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이곳에는 체크무늬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잘 꾸미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회사인 것이 놀라웠다.



우리를 처음 맞이해 준 사람은 임아린 팀장님이었다.

“초대 손님이 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고주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진수라고 합니다!”


이원하 대리님도 나를 반겨주었다.

“오~ 진수 씨 오랜만이야~”

이원하 대리님은 내게 인사한 뒤 다시 주변의 동료들과 즐겁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임아린 팀장님이 말했다.

“진수 씨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임아린 팀장님과 민희 씨 사이에 두 자리가 비어있었고, 나와 고주영은 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임아린 팀장님은 우리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


임아린) 저희는 이미 식사 마치고 와인 한 잔씩 하고 있었어요. 두 분 식사 주문하세요.

고주영) 감사합니다.

임아린) 아~ 주영 님 고기 좋아하시니까 스테이크로 주문하세요.

고주영) 저 고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고주영은 임아린 팀장님이 자신의 이름조차 모를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음식 취향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임아린) 주영 님은 기억 못할 수도 있겠네요. 주영 님 처음 입사했을 때, 주영 님네 팀 주간 회의 참석 후 같이 식사한 적 있었어요. 그때 알았죠.

고주영) 아··· 기억나요. 근데 저를 기억하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임아린) 주영 님 같은 슈퍼 루키를 못 알아보면 되겠어요?

고주영) 슈퍼 루키요? 아··· 넵!


고주영은 자기 이름과 음식 취향을 기억해주는 데다, 자신을 좋은 신입이라고 칭찬해주는 임아린 팀장님에게 좋은 인상이 생겼다.


나는 메뉴판을 바라봤다. 봉골레··· 립 아이··· 링귀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일까 궁금했다.

나는 주영 님에게 메뉴판을 넘기며 슬쩍 눈치를 줬고, 고주영은 당당하게 메뉴판을 받아들였다.


고주영) 음··· 스테이크 먹죠. 여기 서로인 스테이크 2인분 주세요.

식당 직원) 네 알겠습니다. 익힘 정도는 어떻게 준비해드릴까요?

고주영) 익힘? 아~ 저 스테이크 익숙합니다.


식당 직원은 당황했다. 식당 직원이 당황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왔다. 나도 당황했다.

식당 직원) 아··· 그럼 고기 굽기 정도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때 진짜 오리지널 서울 사람 민희 씨가 나섰다.

유민희) 고기 다 익혀 드시나요? 아니면 핏기 있게 덜 익혀 드시나요?

고주영) 고기는 당연히 다 익혀 먹어야죠! 고기 덜 익혀 먹으면 기생충 걸린대요!

유민희) 네 그럼 웰던으로요.


장공건설 시절. 이 식당처럼 분위기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가끔 회식으로 아저씨들과 소고기를 구워 먹으러 갔었다. 그때마다 아저씨들은 버릇처럼 말했다.


“소고기는 미디움레어지! 이렇게 핏물이 뚝뚝 떨어질 때 먹어야 맛있는 거야.”

아저씨의 말에 나는 몇 번 반박했다.

“아저씨 그래도 고기는 다 익혀 먹어야죠. 기생충에 감염되면 어떻게 해요?”

“진수야 너 소고기 육회 안 먹어? 안 좋아해?”

“좋아는 하는데, 비싸서 자주 못 먹죠?”

“그래 이놈아 하나도 안 익힌 육회로도 먹으면서 구워 먹는 것은 덜 익었다고 못 먹는 게 말이 돼?

나는 그 뒤로 아저씨의 말에 수긍하고 소고기는 항상 미디엄 레어! 라고 배웠다. 미디엄 레어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민희 씨가 주문을 정정했다.


유민희) 둘 다 웰던으로 주세요.

식당 직원) 네 서로인 스테이크 웰던으로 2인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진수) 저는 미디엄 레어로 먹을래요.

유민희) 진수 씨 미디엄 레어는 겉만 익힌 거예요. 속은 거의 안 익었어요.

이진수) 소고기는 핏물이 보일 때 먹어야 제맛이죠.


나는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로 주문하게 됐다.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우리 팀이 20명 조금 넘는데, 아트 팀은 3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젊은 사람이 많았고, 우리 팀과는 다르게 여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주영) 와~ 아트 팀 엄청 사람이 많네요.

임아린) 우리 회사 프로젝트 아트 부분은 전부 담당하니까 사실 지금도 사람이 부족해요. 그래서 계속 채용 중이에요.

고주영) 이렇게 큰 팀을 리드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임아린) 그렇지도 않아요. 다들 알아서 잘해서요. 호호호.


임아린 팀장님은 나와 고주영에게 와인을 한 잔씩 따라주었다.


임아린) 우리 손님도 왔는데, 건배 한번 할까요?”


임아린 팀장님의 한 마디에 30명이 넘는 아트 팀 사람들은 일제히 하던 것을 멈추고 잔을 들었다. 그리고 임아린 팀장님에게 집중했다.


임아린) 우리를 위하여~

아트 팀 일동) 위하여~!


나와 고주영도 한 박자 늦게 “위하여~”을 외치며 잔을 높이 들었다.


와인은 태어나서 처음 마셔본다. 내 예상보다 달지 않았고, 알코올 향도 그다지 많이 나지 않았다. 이게 유럽의 막걸리인가? 마음에 들었다.

임아린 팀장님은 나와 고주영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그 덕에 처음 보는 아트 팀 사람들과도 대화가 잘 섞였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임아린 팀장님은 강압적인 대화를 하지도 않았고, 큰 소리로 대화를 집중시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 임아린 팀장님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의 모든 행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한 때 파이터로 소문 난 고주영까지도 임아린 팀장님이 얘기할 때는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 상관없는 대화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임아린 팀장님의 숨은 매력이 궁금했다. 거의 대부분의 팀장님 들은 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고, 모두 자신의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길 바란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두 한 명에게 집중하거나, 의견이 모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보통의 팀장들은 자신의 팀장 직위를 이용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목소리를 키우거나 한다. 그런데 임아린 팀장님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나는 임아린 팀장님의 조직 운영 비법이 궁금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 ki****
    작성일
    22.06.26 13:31
    No. 1

    으앗 월요일에 예약으로 올려야 하는데 바로 올라가버렸네요. 이번 편 다음 화인 40화는 화요일 8시 45분에 올라갑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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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고주영과 최적화 2 +1 22.06.17 293 21 12쪽
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296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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