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2.07.17 19:5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7,491
추천수 :
1,103
글자수 :
233,327

작성
22.06.28 08:45
조회
236
추천
13
글자
12쪽

임아린의 노하우 2

DUMMY

나는 강압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30명이 넘는 조직원들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임아린 팀장님의 조직 운영 비법이 궁금해졌다.


우리가 한참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러자 내 옆에 앉아 있던 민희 씨는 내 스테이크를 자기 자리로 가져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그리고 스테이크 접시를 다시 내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유민희) 진수 씨 와인이 생각보다 빨리 취해요. 안주도 같이 먹으면서 마셔요.

임아린) 어머! 민희 씨! 너무 진수 씨만 챙기는 거 아니야? 나한테는 단무지 한번 집어 준 적 없으면서!

유민희) 네?? 음··· 그건 아니고 진수 씨는 이런 곳 어색할 거라··· 진수 씨는 양식을 별로 안좋아 하거든요···


내가 이런 분위기를 어색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 때문에 민희 씨가 괜한 오해를 사는 것 같아 대화 주제를 바꿨다.


이진수) 여기 고기 엄청 맛있네요! 와인도 맛있어요!

임아린) 민희 씨가 썰어줬으니 당연히 맛있겠죠 호호호.


아무래도 임아린 팀장님은 사람 놀리기 학원에 다닌 것 같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서야 저렇게 사람을 잘 놀리기도 힘들 거다.

나는 임아린 팀장님과 민희 씨에게 와인을 따라주고 그것을 마셨다. 고주영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주영이에게는 술을 따라주지 않았다.


임아린) 와인은 마실만해요? 제가 단맛을 별로 안 좋아해서 드라이한 맛으로 골랐는데.

이진수) 저 와인이 잘 맞나봐요. 맛있어요.

임아린) 다행이네요. 그러면 더 마셔요.

이진수) 네. 감사합니다.


임아린 팀장님은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취하는 줄도 모르고 음료수처럼 와인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이진수) 와인은 술 자체가 맛있어서 안주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임아린) 호호호. 제가 진수 씨 취향을 잘 맞췄나 보네요.

이진수) 그런데 팀장님. 개인적인 것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임아린) 네 물어보세요.

이진수) 팀장님의 매력이 뭐예요?

유민희) 어멋! 진수 씨 취했어요? 그런 건 대놓고 묻는 거 아니에요! 실례에요!

임아린) 괜찮아요. 민희 씨. 진수 씨가 뭘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아요. 저도 항상 고민하던 부분이거든요.

유민희) ??

임아린) 진수 씨가 민희 씨를 옆에두고, 인간으로써의 제 매력을 궁금해하지는 않을테고, 우리 팀원들이 왜 저를 잘 따르는지가 궁금한 거죠?

이진수) 네 맞아요!

임아린) CT 팀 박 팀장님은 권위적이기도 하시고, 말 수도 별로 없으시고··· 저와는 다른 리더쉽을 가지고 계시죠.

이진수) 네 맞아요! 그래서 임아린 팀장님의 노하우가 궁금해요. 사실 저희 팀은 모두 한곳을 바라보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트 팀은 사사로운 것 하나부터 분위기 통일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임아린) 이런 질문받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한잔하고 얘기할까요?


나는 임아린 팀장님과 술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벌컥벌컥 마셨다. 처음 마셨던 와인과는 조금 다른 맛이었지만, 이것도 역시 맛있는 와인이다.


내 질문에 임아린 팀장님이 입을 뗐다.

임아린) 별것 없어요.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그래서 팀원들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만들어 주면 돼요.


의외의 답이었다. 보통 팀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팀장이다. 팀원들은 팀장의 목표와 팀장의 체면을 위해 움직인다. 그런데 팀장이 아닌 팀원들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만든다고?


이진수) 보통 팀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팀장 아닌가요?

임아린) 그건 대체 언제적 리더쉽인가요? 싸움 제일 잘하는 사람이 골목대장 하는 것은 철없는 초등 학생 때나 하는 거죠.

이진수) 네??

임아린)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그 조직의 조직장이 되고, 그 조직장이 일을 제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초등학생 골목대장 놀이할 때나 쓰는 리더쉽이란 뜻이에요. 직무 능력이 좋은 사람이 성장해서 리더가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직무 능력과 리더쉽은 서로 다른 능력이에요. 리더들은 그것을 인정해야 해요. 내가 우리 팀에서 제일 잘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리더쉽? 내가 인생을 살면서 리더쉽이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던가?


임아린) 조직이 커지고 성숙할수록, 강한 리더쉽은 부러지기 쉬워요. 내가 추구하는 리더쉽은 윤활유 같은 리더쉽이에요.

이진수) 윤활유요?

임아린) 네. 제 역할은 그저 우리 팀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거예요.

이진수) 보통은 팀원들이 팀장을 서포트하지 않나요?

임아린) 뭐~ 이런 팀도 있고, 저런 팀도 있는 거죠. 다 같으면 재미없잖아요?

이진수) 음··· 조금만 더 얘기해주세요. 궁금해요.

임아린) 그럼 이거 한잔 더 마셔요. 와인 한잔 더 마시면 제 노하우를 조금 더 알려드릴게요.


나는 와인 한 잔을 원샷했고, 민희 씨가 집어 준 크래커를 한입 먹었다.


이진수) 다 마셨습니다. 이제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임아린) 진수 씨는 제 리더쉽이 왜 궁금해요?

이진수)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아트 팀 사람들은 전부 임아린 팀장님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리고 팀장님이 말을 신뢰하기도 하고요··· 저희 팀은 그렇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우리 회사는 아트 팀을 외주 운영하듯 운영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아트팀은 프로젝트 소속감이 없어서 관리가 잘 안될 거란 걱정을 많이 하시던데, 실제로는 아트 팀이 제일 조직력이 좋아 보였어요. 적어도 제 눈에는요.

임아린) 호호호. 제 리더쉽을 칭찬해 주시는 건가요?

이진수) 그리고 고기술 아저씨가 알려줬어요. 조직이 커질수록 개개인의 능력보다 조직력이 더 중요해진다고요. 그래서 조직력이 무얼까? 궁금했었어요.

임아린) 고기술이요?? 3N게임즈 고기술 이사님????이진수) 아니요. 그 아저씨는 이사님은 아니고 미믹게임즈 인턴 프로그래머였어요.

임아린) 음~ 흔한 이름은 아닌데··· 뭐 고 이사님이 진수 님한테 조언을 해줬을 확률보다는 동명이인일 높겠죠?

이진수) 네. 임아린 팀장님은 모르시는 분일 거예요.

임아린) 아무튼 그 아저씨라는 분이 좋은 얘길 해주셨네요. 그런 생각 하는 사람 별로 없거든요.


나는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갔다.

이진수) 그래서 임아린 팀장님은 왜 윤활유가 되신 건가요?

임아린) 저는 우리 팀 30명을 다 합친 것 보다 일을 더 잘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서포터를 하기로 한 거죠.

이진수) 쉽지 않은 결정 있을 것 같네요.

임아린) 진수 씨는 의외로 공감 능력이 좋은 것 같네요? 보통은 그런 생각 잘하지 못하던데. 아무튼 맞아요. 쉬운 일은 아니죠. 나보다 능력이 좋은 팀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자존심 상하거든요.


나는 이영식 클라이언트 파트장을 떠올렸다. 그는 파트원인 내가 파트장인 자신과 경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를 배척했다. 그리고 내가 자신보다 실력이 낮다고 어필하자 나를 다시 자기 식구로 받아주었다.

미믹게임즈 사장님도, 자신의 카리스마를 지키기 위해 기존 맴버들을 모두 쫓아냈다.

모두가 자신의 카리스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위엄에 해가 될 만한 사람들을 배척한다. 하지만 임아린 팀장님은 반대로 자기보다 더 나은 팀원을 인정하고 그들의 서포터로 자처했다. 그것도 30명이나 되는 팀원들에게.


이진수) 모든 조직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카리스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에서 의사 결정할 때, 팀원들이 자기 말에 귀 기울이고 찬성해줄 테니까···

임아린) 자신감 없는 리더들이 겪는 공통적인 함정이죠. 저는 자신 있거든요.

이진수) 아까는 팀원들보다 더 잘할 자신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임아린) 아니요. 그 자신감 말고요. 저는 누구보다 우리 팀과 팀원을 좋아할 자신이 있어요.


임아린 팀장님의 말을 듣고 있던 몇몇 아트 팀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환호했다.

“오오~ 저희도 팀장님을 제일 좋아할 자신 있어요~”

임아린 팀장님은 개구쟁이처럼 그들에게 윙크하며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임아린) 제가 팀원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우리 팀이 잘 돌아가는 비법이에요.

이진수)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임아린) 그럼 한 잔 더 해야죠?


나는 와인을 따랐다. 그리고 다시 벌컥벌컥 마셨다.


이진수) 다 마셨습니다. 이제 말씀해주세요.

임아린) 아까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연봉을 올리는 그것보다도 더 큰 욕망이죠. 그럼 자기가 소중하다고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진수) 글쎄요?

임아린)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면 되죠. 그럼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껴져요. 사람들은 본인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내면서 업무 집중도 잘 되죠.


남은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모조리 먹고 있던 고주영이 대화에 참여했다.

고주영) 임아린 팀장님이 하신 말 진짜 맞아요. 저 이전 팀에 있었을 때는 맨날 구박만 받으니까 제가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아서 위축되고, 불안해지고··· 그러니까 잘하던 일도 못 하게 되고, 회사에 있으면 짜증만 났거든요. 아무튼 그랬는데 CT 팀으로 오고 나서 진수 님이랑 같이 일하니까 진수 님이 저를 칭찬해주더라고요.

임아린) 칭찬받으니까 어땠어요?

고주영) 구박받을 때 보다 훨씬 낫죠. 제가 한 작업을 누군가 칭찬해주고 좋아해 주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집중도 잘 되고, 일도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고··· 제가 불만이 없어지니까 사람들이랑 싸울 일도 없어지고요···

임아린) 진수 씨. 생각해보세요. 만약 진수 씨가 주영 씨를 싫어했다면, 주영 씨에게 진심으로 칭찬을 해 줄 수 있었을까요?

이진수) 그렇네요··· 팀원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임아린 팀장님의 노하우인 거죠?

임아린) 네~ 저의 제1 법칙이죠. 호호호.


나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손 노트를 꺼내 적었다.

“관계의 핵심은 상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와인은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아서 음료처럼 와인을 마시던 나는 특히나 많이 취했다.


임아린) 사람을 좋아하는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저도 개인적인 것 하나 물어봐도 되요?

이진수) 네! 당연하죠! 오늘 저한테 많은 것을 알려주셨는데 저도 보답하겠습니다!

임아린) 민희 씨 마음은 언제 받아 줄 거예요?


괜히 옆에서 과자를 집어먹고 있던 민희 씨가 화들짝 놀랐다.

유민희) 어머! 팀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임아린) 아~ 오케이 알았어! 미안. 다시 물어볼게. 진수 씨는 언제부터 우리 민희 씨를 좋아했어?

이진수) 아··· 저는···

임아린) 설마 이렇게 예쁜 민희 씨가 싫은 건 아니지?


나는 손사래를 쳤다.

이진수) 아니요. 싫어하긴요. 절대 아니에요.

임아린) 서로 좋아한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잘 해봐~ 청춘이잖아~

고주영) 헐! 대박! 두 분 사귀는 거였어요??


임아린 팀장님은 짓궂은 장난을 많이 친다. 나와 민희 씨는 그날의 일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휴제하려고 합니다. 22.07.24 122 0 -
공지 연재 주기를 변경하려고 합니다. 22.07.10 56 0 -
공지 다음 주(6월 20일~) 연재는 이번주 주말에 몰아서 하겠습니다 22.06.17 267 0 -
50 리펙토링 2 +2 22.07.17 177 14 12쪽
49 리펙토링 1 22.07.10 175 9 11쪽
48 사실 진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22.07.08 161 10 11쪽
47 나만의 빽 만들기 3 22.07.07 164 9 11쪽
46 나만의 빽 만들기 2 22.07.06 181 12 12쪽
45 나만의 빽 만들기 1 22.07.05 171 9 11쪽
44 나만 몰랐던 고백 22.07.04 196 12 11쪽
43 고구마는 최대한 짧게 22.07.01 229 15 11쪽
42 피싱 vs 피싱 2 22.06.30 216 13 12쪽
41 피싱 vs 피싱 1 22.06.29 218 12 11쪽
» 임아린의 노하우 2 22.06.28 237 13 12쪽
39 임아린의 노하우 1 +1 22.06.26 267 14 11쪽
38 파트장 변화시키기 2 +1 22.06.19 279 14 12쪽
37 파트장 변화시키기 1 22.06.19 302 14 11쪽
36 민희 씨와 의지 +2 22.06.18 291 16 12쪽
35 고주영과 최적화 4 +2 22.06.18 307 16 11쪽
34 고주영과 최적화 3 +2 22.06.17 303 20 11쪽
33 고주영과 최적화 2 +1 22.06.17 298 21 12쪽
32 고주영과 최적화 1 +1 22.06.16 304 15 11쪽
31 적응 8 +2 22.06.15 302 16 11쪽
30 적응 7 +3 22.06.14 312 19 11쪽
29 적응 6 +9 22.06.13 369 17 11쪽
28 적응 5 +3 22.06.10 316 19 12쪽
27 적응 4 +1 22.06.09 302 20 12쪽
26 적응 3 +3 22.06.08 313 19 12쪽
25 적응 2 +2 22.06.07 323 19 12쪽
24 적응 1 +2 22.06.06 332 2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