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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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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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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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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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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고기술의 두 번째 조언 1

DUMMY

민희 씨는 내게 다음 주에 무얼 하냐고 물어보고서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다음 주는 새로 오신 분들에게 인수인계해 줘야 해요.”


“아··· 진수 씨는 한 달 더 근무하시죠?”


“네 저는 아마 한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 달 초~중순까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네”


이원하 대리님은 나와 민희 씨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크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푸하하. 아이고 진수 씨. 지금 민희 씨가 일 얘기하는 게 아니잖··· 윽!”


민희 씨가 말하고 있던 이원하 대리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누가 봐도 아플 정도로 세게 찔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난 먼저 할게. 다음 달에 봐!”


“어멋! 같이 가요 대리님.”


민희 씨는 내게 인사도 없이 이원하 대리님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저 둘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 주 월요일.

나는 내 코드들을 설명하기 위한 문서를 하루 종일 썼다.

인수인계 문서다.

내 완벽한 모듈화로 인해, 기능들의 관계도를 나타내는 클래스 다이어그램은 깔끔하게 잘 나왔지만, 글로 설명하는 부분은 진도가 매우 더뎠다.

아무래도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은 없는 것 같다.

코드 한 줄 작성하는 것보다 문서 한 줄 쓰는 게 훨씬 더 어려웠다.


“아무래도 글쓰기 책이라도 읽어봐야겠어···”


며칠이 걸려 겨우 인수인계 문서를 완성했고, 나는 그것을 남 팀장님에게 보냈다.

내 인수인계 문서를 본 남 팀장님이 내게 와서 정중하게 부탁했다.


“진수 씨. 인수인계 문서 설명 좀 부탁해도 될까요?”


나는 남 팀장님에게 내가 여태까지 만든 레고 블록, 즉 기능별 모듈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 레고 블록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흠··· 흥미롭네요. 이렇게 기능별 캡슐화가 잘돼 있는 코드가 실무에 적용된 것은 처음 봐요.

진수 씨 코드는 기능별로 그룹이 아주 잘 묶여 있어요. 그래서 기능 추가나 변경을 아주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거군요.”


남 팀장님은 몇 시간 동안이나 내 코드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나는 내 코드를 게임에 빗대어 이리저리 설명했지만, 남 팀장님은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의 주요 관점은 순수하게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코드끼리의 관계였다.


“진수 씨는 왜 이직하세요? 제가 대표님에게 말해서 진수 씨 연봉을 더 올려달라고 할 테니 저와 같이 일해보는 건 어떠세요?”


나는 남 팀장님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남 팀장님은 제일 재미있게 한 게임이 뭐예요?”


“저는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진수 씨는 기획자도 아닌데 게임을 좋아하세요?”


“네? 당연하죠. 저는 내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프로그래머가 됐어요.”


남 팀장님은 나와 다르게 촌티 하나 없었고, 프로그래밍적으로 분명 배울 것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인수인계 후 바로 퇴사하겠다는 사장님과의 약속을 말할 수 없었고, 결정적으로 남 팀장님은 분명 좋은 프로그래머일 테지만, 게임 개발자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후로도 남 팀장님은 내게 몇 번인가 더 제안했지만, 그의 구애는 내게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미믹 게임즈 출근 마지막 날 점심쯤.

신세호 사장님은 없었고, 남 팀장님은 나를 전관예우 하듯 그 작은 꼬마 빌딩의 입구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배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언제든지 마음 바뀌면 다시 연락하세요. 저는 진수 씨 같은 사람들에게 흥미가 많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매일 저녁, 밤늦게 퇴근했던 이 출입구를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에 바라보니 어색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곳을 떠나도 되는 것인가?

이기백 차장님은 잘 지내시는 걸까?


미믹게임즈에서 정규직이 되고, 목표했던 게임도 출시했으니 이제 미련은 없어야 할 텐데.

4년 넘게 다닌 몸의 버릇 때문인지 떠나는 발걸음이 더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겨우 29살이었다.

떠나는 아쉬움보다, 다가오는 설렘이 더 큰 청춘이다.


민희 씨에게 전화를 해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사적인 민희 씨를 귀찮게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곧 볼 텐데··· 뭐···



미믹게임즈 퇴사 다음 날.

미들 소프트의 면접을 보기 위해 선릉의 한 건물 앞에 왔다.

미믹게임즈와는 도보로 15분 정도로 가까운 위치였다.

하지만 건물은 미믹게임즈와 비교하면 한참이나 신식으로 보였다.

돈 많은 것을 자랑하듯, 열에너지 보존을 포기한 채 단지 멋만을 위해 삐까뻔적 통유리로 된 빌딩.

그리고 그 빌딩의 문을 열면 손님들을 맞이해주는 단정하고 우아한 인포메이션.

그 인포메이션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여자랑 대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거기다 저렇게 예쁜 여자와는 더더욱.


“아··· 네···. 저는 이··· 진수···”


내가 어버버 대고 있을 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여기야.”


이원하 대리님과 민희 씨다.

반가운 얼굴이다.


“진수 씨. 뭘 그렇게 얼어 있어?”


“아하하··· 제가 여자랑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요.”


“무슨 소리야? 민희 씨랑은 잘 만 말하더니?”


민희 씨가 말했다.


“뭐에요? 저는 여자 같지도 않아요?”


이원하 대리님이 말했다.


“에이 설마. 민희 씨처럼 여자다운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 이 회사에서 민희 씨 돌아다니면 예쁜 신입 들어왔다고 사람들이 다 쳐다봐. 민희 씨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그래?”


그러고 보니 민희 씨는 얼굴도 말투도 귀여운 것 같긴 하다.

그때 멀리서 미들소프트 강신구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들에게 미들소프트로 입사를 제안한 사람이다.

미믹게임즈는 반말 혹은 아무개 씨 씨로 불렀지만, 미들소프트는 님문화였다.

그래서 미들소프트 사람들은 나는 이제 진수 씨가 아닌 진수 님으로 부른다.


“여어~ 진수 님. 일찍 왔네요?”


“네 안녕하세요 팀장님.”


“진수 님 오늘 그냥 한 번에 1, 2차 면접 다 보기로 했어요. 제가 말 잘 해뒀으니까. 긴장하지 말고 대충 보고 와요. 면접관에게 욕만 안 하시면 될 거예요. 하하하”



나는 강신구 팀장님을 따라 면접장으로 갔다.


“여기 앉아 있어요. 면접은 11시에 시작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면접은 순조로웠다.

그동안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고 갔지만, 기술적인 질문은 거의 없었고, 이전 회사인 미믹게임즈에서 만든 게임에 대한 감탄과 칭찬이 주를 이루었다.

낙하산으로 입사한 미믹게임즈보다 더 순조로운 면접이었다.


“진수 님은 꿈이 뭐에요?”


“저는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유저들이 재미있어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럼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으세요?”


“내일부터 가능합니다.”


“하하하. 호탕한 친구네. 저희야 빨리 입사할수록 좋지만, 퇴사하고 하루도 안 쉬고 바로 입사해도 괜찮겠어요?”


“네. 하루라도 더 빨리 입사해서 하루라도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나는 예정된 대로 당일 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했다.



미들소프트 첫 출근 날.

인사팀으로부터 사원증과 필기구나 USB 메모리 따위가 들어 있는 입사 선물 상자를 받았다.

사무실은 건물뿐 아니라 책상, 의자 등 사무용품까지 모두 새것이었다.

거기다 책상은 L자형으로 미믹게임즈의 책상보다 1.5배는 더 넓었다.

별것 아닌 내게 과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사팀 직원은 나를 앞으로 내가 사용할 3층 자리로 안내해줬다.


“여기가 근무하시게 될 CT 팀이에요.”


“네. 그런데 아무도 없네요?”


“아~ 네 지금 9시 30분이고 우리 회사 출근은 10시부터예요. 자리에서 조금 기다리고 계시면 출근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오전 9시 30분.

출근 시간까지는 30분이 남았다.

혼자 할 것도 없어서 PC에 메신져를 설치하고 아저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저씨. 잘 지내시죠? 저 미들소프트 입사했어요! 여기 사무실 엄청 좋아요!”


“축하해요 진수 씨~”


“네. 아저씨 미들소프트라는 회사 아세요?”


“네 아주 잘 알죠.”


“아저씨도 이곳에 같이 오면 좋았을 텐데···”


“하하하 걱정 말아요. 말했듯이 저는 본업이 있어요.”


“네··· 아저씨 조언 덕분에 좋은 회사까지 취업할 수 있었어요. 언제 제가 고기 한번 사드릴게요!”


“그래요. 조만간 그쪽 갈 일 있으면 연락할게요.”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 더 조언하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흐음··· 미들소프트라고 했죠?”


“네.”


“미들소프트처럼 급하게 성장한 회사는 성장통이 있기 마련이에요.”


“회사도 성장통이 있나요?”


“내 얘길 잘 들어봐요. 왜 회사도 성장통이 있고,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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