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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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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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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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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메롱님은 스킬이 개발된 방식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 같다.


“네 코드로 봤을 때는 그래요. 원래 기획 의도가 맞나요?”

“설마요. 잠시만요··· 기획서 좀 찾아보고 올게요”


5분 뒤 메롱님은 내게 기획서 링크를 보내줬다.

“여기 봐보세요. 이 스킬을 제가 기획한 건 아니지만, 과거 스킬 기획을 보면 스킬 선딜이 100ms 이상이면 딜레이가 10ms 이상 늘어날 때마다 공속이 5초 동안 10%씩 늘어나게 되어있어요.”


“그럼 누군가가 기획 의도를 잘 못 파악하고 만든 게 맞네요.”

“네 맞아요! 버그에요 버그! 크흠··· 저기 진수 님 혹시···”

“네?”

“초면에 이런 부탁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메롱님은 뜸을 들였다.

“이거 이왕 코드 봐주신 김에 원래 기획 의도대로 수정해 주시면 안 될까요?”

“스킬 쪽 담당 클라이언트가 원래 누구였나요?”

“이수영 님요···”


수영 님이라면 퇴사 예정자다. 그렇다면 딱히 클라이언트 쪽은 담당자도 없으니 내가 직접 수정해도 될 것 같았다.


“네. 그럼 제가 작업할게요. 잠시만요.”

“앗싸~ 감사합니다. 진수 님!”


공격 속도 상승 수치에 대한 수정은 아주아주 간단하다. 그냥 곱하기 나누기 순서만 바꿔주면 끝이다. 코드 수정하는데 3분 테스트하는 데 6분. 작업은 9분 만에 끝났다. 나는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메롱 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롱 님?”

“네네 진수 님. 앗! 헉! 혹시 바빠서 못 봐준다는 말은 아니겠죠? ㅠㅠ”

“아 ㅎㅎ 아니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지금 클라이언트 파트는 뭐만 물어보면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만 해서요 ㅠㅠ 혹시 기획서 이해 안 되시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그게 아니라 원래 기획안대로 방금 수정해서 커밋했는데, 업데이트 받고 테스트 좀 부탁드려요.”

“오잉? 공속 증가 계산식 수정해서 커밋했다고요?”

“네. 제가 테스트해봤을 때는 이상 없이 잘 동작하는 것 같아요.”

“와~ 빨라야 내일쯤 되겠지 생각했는데. 우리 CT 팀에 엄청난 인재가 들어왔군요!!”


과한 칭찬이었다. 지금 작업은 신입이 했어도 간단한 산수만 알면 10분 이내로 작업이 가능하다.


“아니에요··· 이건 너무 간단한 거라 일이라고 하기도 뭣하네요 ㅎㅎ”

“겸손은 잠시 기다려주시고요! 테스트 후딱 해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답!!”


20분쯤 뒤 메롱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역시 진수 님 당신은 인재가 틀림없군요! 원래 기획대로 훌륭하게 동작합니답!!”

“ㅎㅎ 다행이네요.”


메롱 님은 내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나 보다.

“저기요··· 진수 님··· 그런데 혹시···”

“네 편하게 물어보세요. 저 어차피 아직 맡은 업무가 없어요.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요.”

“그렇다면, 공격 속도 증가 수치에 대한 값을 기획자가 수정할 수 있도록 기회 데이터로 분리해주실 수 있나요??”


보통 기획자는 코드를 직접 수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벨런스 변경을 위한 것처럼 기획자의 요구에 의해 자주 변경되는 값들은 기획 데이터로 분리해둔다. 기획 데이터로 분리해두면, 기획자가 프로그래머한테 부탁하지 않고 직접 이런저런 값의 수치들을 수정해가면서 쉽게 테스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파이어볼 스킬의 사정거리 값을 기획자가 프로그래머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믹게임즈 시절, 이기백 차장님이 내게 알려줬다. 기획자가 스스로 충분히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값을 기획 데이터로 옮겨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기획자도 프로그래머도 서로 편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기획 데이터로 값을 빼는 작업은 내게는 당연하면서도 익숙한 작업이다.


“네 당연히 가능하죠. 어떤 값들을 빼 드릴까요?”

“이야~ 감사합니다. 일단 공격 속도가 얼마나 늘어나냐의 값을 빼주실래요?”

“네 잠시만요.”


이 작업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 전에 작업했던 계산식보다 좀 더 귀찮을 뿐이지 난이도 자체는 매우 쉬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메롱 님이 커밋한 SVN 로그를 봤었기 때문에, 이미 이 스킬의 기획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메롱님의 요청 외의 변경될 것 같은 데이터는 모조리 기획 데이터로 뺐다.


두 시간 뒤. 메롱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롱 님, 작업해서 커밋했어요.”

“올~ 벌써요 감사감사”

“네 제가 기획 데이터도 값 넣어서 올렸어요. 제가 올린 테이블 보시면 칼럼이 몇 개 늘어났을 텐데, 각 칼럼의 의미를 주석에 남겨놨으니 보시고 적용해보세요.”

“이야~ 진수 님은 사람 마음을 참 잘 아시네요. 제가 처음에 데이터 옮길 수 있는 것들은 전부 기획 데이터로 옮겨달라고 부탁하려 했거든요 ㅠㅠ 근데 진수 님한테 너무 많이 부탁하는 것 같아서 자제했는데!!! 부탁하지 않은 부분까지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역시나 누군가를 도와주고 칭찬을 듣는 것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다.

기존 클라이언트 개발자들은 곧 퇴사하고, 이영식 파트장님이 데리고 온 새로운 클라이언트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파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해주고도 폭풍 칭찬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



그 뒤로도 메롱 님은 내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주로 “이 스킬에서 데이터 테이블 3번째 값은 어떤 용도예요?” 혹은 정상 작동하지 않는 스킬에 대한 질문이었다.

기획파트 사람들도 대부분 새로 입사하신 분이었고, 클라이언트 파트와는 서로 협조가 잘 안되었던 상태라, 내가 이렇게 코드를 봐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듯했다.

메롱 님 질문을 몇 번 답하다 보니 모르는 아이디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무엇이든 알 봐준다는 이진수 님 맞으시죠?”

“네 안녕하세요.”

“혹시 저도 이거 코드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어차피 할 것도 없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기획 파트의 질문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코드를 찾아보고 답변해줬다.



다음 날. 출근 둘째 날이다.

나는 평소처럼 9시 30분에 출근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파트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10시 30분이 되자 이영식 파트장님과 클라이언트 파트원들이 출근했다. 저렇게 30분씩 지각해도 되는가 싶었지만, 당장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영식 파트장님에게 가서 물었다.


“안녕하세요. 파트장님 PC 세팅은 모두 끝났는데요. 오늘은 무얼 하면 될까요?”


“아~ 네 잠시만요. 지금 급히 보고 있는 게 있어서 이것만 보고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그 잠시는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그는 오후가 되어서도 내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차라리 지금은 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쉬고 있던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라고 했다면 자의적으로 뭐라도 해봤을 텐데, 그냥 기다리라고 하고 회신이 없으니 나는 이도 저도 못 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나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의 질문에 기다리라는 답변만 하고 회신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영식 파트장님은 내 업무를 관리해야 할 파트장이었지만, 아직 파트원을 챙겨줄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갖지 못한 것 같다.

할 일이 없어진 나는 SVN 로그를 봤지만, 올라오는 커밋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볼 것이 별로 없었다.

나는 메롱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롱님···”

“오~ 진수 님.”

“저 오늘도 할 것이 없는데, 혹시 제가 봐 드렸으면 하는 것 없나요?”

“정말이야?! 그럼 나야 좋지. 나 말고도 기획파트에서 진수 님 한가할 때만 기다리는 사람 많아!”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런데, 저 없을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긴요? 그냥 일이 진행이 안 됐어요. 영식님 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하루빨리 적응해서 정상적으로 좀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더디네요.”



다음 날 아침. 내가 출근한 지 3일째 되던 날이다.

오늘은 이영식 파트장도 지각하지 않고 제시간에 출근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어떤 일을 맡게 될까? 설레였다.


“진수 님 이따 10시 30분에 팀 전체 회의 있으니까 늦지 말고 제일 큰 회의실로 오세요.”

“네.”


아쉽게도 업무 오더는 아니었지만, 출근 3일 만에 모든 팀원을 다 같이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10시 30분 미들소프트 빌딩 3층 대회의실.

회의실에 참석한 인원수를 대충 세어보니 20여 명 정도였다. 나는 출근 3일 만에 20여 명 되는 팀원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나 말고도 기획 파트에 신규 입사자가 두 명 있는 것 같다.

기획 신규 입사자 둘과 나는 짧게 자기소개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신구 입사자인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지만, 최근 신규 입사자가 너무 많았던 탓인가 우리들에 대한 새로움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차례는 주간 보고.

나이가 들어 보이고 덩치가 큰 팀장님이 주간 보고 첫 타자를 지목했고, 그 뒤로 오른쪽으로 돌면서 한 명씩 일주일 동안 한 일을 말했다.

클라이언트 파트와 다른 파트들의 주간 보고를 들어보니 다들 일주일 동안 이것저것 열심히 한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실제로 SVN 로그에는 작업 내역은 거의 없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내 차례가 되었다. 입사 3일 만에 주간 보고를 하려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에 PC 세팅을 하고··· SVN 로그를 보고··· 음···”


따로 오더받은 일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보고 할 말도 없어서 민망해하고 있을 찰나 누군가 끼어들었다.


“진수 님 스킬 데이터 구조 파악 해주셨잖아요.”


소리 나는 쪽을 보니 살집이 있어서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남자가 손을 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여 내게 인사를 했다.


“진수 님 제가 메롱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메롱님!”

“아무튼 진수 님은 이번 주에 스킬 코드 봐주셨어요.”


나는 메롱님 덕분에 뻘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메롱님은 이영식 파트장님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영식 파트장님?”

“네?”

“저희 스킬 수정할 것들이 많은데, 클라이언트 코드 관련 문의는 누구한테 하면 좋을까요?”


영식 파트장님은 자신의 클라이언트파트 사람들을 훑어봤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계속 일없이 있을 것이 걱정돼 파트장님에게 먼저 말했다.


“제가 해도 되면 제가 하고 싶습니다.”


메롱님이 내 말을 거들었다.

“진수 님이 하시면 저희도 좋습니다.”


이영식 파트장님이 대답했다.

“네. 저도 진수 님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럼 앞으로 스킬은 진수 님이 담당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메롱님은 입사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은 나를 왜 지목했을까 궁금했지만, 중요한 것은 나도 내 담당 업무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스킬 코드 전담자가 됐다. 이영식 파트장도 이것저것 챙기기 정신없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나 보다.

좋은 회사에 오면 이기백 차장님 같은 멋진 사수가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사수 없이 혼자 일해야 하는 형편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도 엄연한 만 4년이 넘은 경력직이었기 때문에 불만 없이 스스로 헤쳐 나가기로 했다.

뭐가 됐든 내가 스킬을 맡게 된 이상 앞으로 스킬 쪽에서 구멍은 없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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