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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07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6.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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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대원승천단 - 13

DUMMY

“흐아아아악! 내 몸이. 내 몸이!”


“머리가 이상해.. 으흐흐흐. 하하하하!”



급히 달려가보니 그곳에선 지저인 수십이 무릎을 꿇고 웃거나 흐느끼고 있었다.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대원승천단에서 검은 고양이 손 같은 것이 수십개가 나와 지저인들의 영혼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소소랑이 추가해뒀다는 기능이 이런 거였나.


대원승천단 주변의 검푸른 진법들이 고양이의 손으로 끌어온 영혼들을 정제해 대원승천단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명백히 은빛 빛깔의 진법이던 때보다 향상된 듯한 성능.



나는 그에 만혼귀주문을 발출해 고양이의 손에 맞서려 했으나 손짓 한번에 내 원숭이 기령들이 찢겨나가더니 도리어 내 만혼귀주문에 귀속된 영혼들조차 대원승천단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저 대원승천단의 거대한 인력. 라(Ra)의 태양에 비하면 하잘것없지만 그럼에도 꽤나 인상깊은 구조다.


“제길! 인상깊은 구조고 뭐고 이것좀 어떻게 해 봐!”


-그럴 수 없다. 설사 네가 축기기 5성에 달했어도 이 인력의 흐름은 막을 수 없어. 이건 영혼의 법칙이다. 이건 마치 가짜 하늘을 만들어 낸 것과 같아. 조잡한 유사품이지만 하찮은 영혼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들 그런 빛을 품고 있는..


“이 쓸모없는!”



나는 내가 지닌 영혼들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가자 어쩔 수 없이 본신의 공력만으로 지저인들의 영혼을 다시 끌어오려 했다.


하지만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하고 전부 뻇겨버렸다.



“후욱. 후욱.”



촌각도 지나지 않아 모든 지저인들이 피륙만 남은 채 공동에 엎어져있었다.


그들의 심장은 여전히 뛰지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허공만 응시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개중에는 어기적거리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무리가 대다수였는데 혼이 빠져나가고 백만이 남아 의미없는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곧 저곳엔 따뜻한 무덤이 생기겠지.


나는 무기력함에 젖어 그대로 쓰러졌다.



이미 저들은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다. 그리고 여수빈을 이리로 데려오는 순간 저들과 같이 혼이 빨려나가버리겠지.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올 순 없다. 무력감이 전신을 감싸안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놓고 엎어져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여수빈. 그녀를 살려야 한다.



나는 여수빈에게 붙은 원숭이 영령에게 심어놓았던 검은 장미를 통해 여수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



순간 그녀를 보곤 충격에 숨이 멎었다. 시체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약하게 숨이 붙어있었다.



핏기 하나 없는 피부. 미약한 맥박. 죽은 듯 누워 호흡 하나 없는 모습.



그나마 간신히 원숭이 영령들이 물을 먹이고 술법으로 생명활동을 연장시키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혼백이 반쯤 이탈해 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나 또한 이미 이성이 끊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하나의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가야 한다. 가야 한다. 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고통이 엄습해온다. 온몸이 마비된다. 금령제환충의 공력이 내 온몸을 제어한다. 그 탓에 만혼귀주문의 술 또한 쓸 수가 없어 온전히 내 다리로만 걸어야 했다. 


순간 마비된 다리에 나는 푹 고꾸라졌다. 하지만 그게 뭐가 어쨌단 말이냐.



나는 손에 검의 형태로 공력을 모아 내 다리를 베었다. 고통에 마비된 다리 대신 새 다리를 재생시켜 걸을 생각이었다.



츠칵.



그러자 고통에 물든 육신이 허물어지고 허벅지에서부터 다시금 신체가 자라났다.


하지만 다리가 돋아나는 속도보다 마비되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미친 짓 하지 말아라. 그런다고 몇 걸음이나 내딛을 성 싶으냐?



걷는다. 걷는다.



온몸의 진신공력을 쥐어짜낸다. 금령제환충의 공력따위 알 게 뭐냐. 그녀에게 가야 한다.



-자. 그러지 말고 네 진심을 말해 보아라. 한낱 지저인 하나가 그렇게도 소중하더냐? 네 공력과 목숨과도 맞바꿀 만큼? 넌 분명히 수도의 길과 격상의 환희가 더 중요하다 하지 않았더냐.



그러자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수십년동안 걸어왔던 검의 길을 포기할 정도로 감미로웠던 수도의 길. 격 자체가 느껴지는, 생물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위의 희(喜).



삐익. 삐익.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는 신호가 온몸에서 울려퍼졌다. 고작 여섯 걸음을 밖으로 내딛었을 뿐인데 이토록 나약한 육신은 벌써부터 스러지려 하고 있었다.



-목숨은 수도자에게 전부다. 하지만 도(道)에 달하는 것 또한 수도자에게 전부다. 그러나 너는 그 중 그 무엇도 아니다.



그래서 무엇이 어쨌느냐는 말이냐. 세상은 연(喜)이 전부다. 도와 법(法)따위는 하찮은 것이다.



-쯔쯔.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나. 언제부터 그렇게 변했느냐. 오롯이 걸어온 검의 길을 포기하고 수도의 길을 택했을 때? 안온하고 얄량한 동정심에 지저인 여인 하나를 구해줬을 때? 도와 선이란 버리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거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딱 열 다섯 걸음. 그정도만 더 걸어가면 대원승천단의 영역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여수빈을 불러와 치료하면 된다. 여수빈을 불러와..



뚜둑.



의식이 순간 끊겼다. 금령제환충의 공력이 골수를 타고 소뇌까지 치민 탓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라. 이겨내는 거다.  



그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봐. 여동빈. 너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여수빈을 살릴 방법이 있다.



메제드가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원승천단을 먹으면 되는 일 아니더냐? 그렇게 하면 금령제환충의 금제에 걸릴 일도 없을 뿐더러 단숨에 축기기에 이르러 여수빈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순..



있나?



온통 절망에 가득차있던 심상속에서 작은 희망이 설핏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희망은 조심스레 뿌리를 내뻗더니 곧 온몸을 게걸스레 먹어치워 들어갔다.


살릴 수 있나? 그녀를? 대원승천단을 먹는다면?



문득 든 한줄기 희망이 내 폐부를 날카롭게 찢어놓을 때.


돌연 무언가가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에 있을 리 없는 존재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존재들. 하계에서 검을 휘두르던 시절에 만났던 존재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기이한 체험이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 금령제환충의 공력에 잠식되어 환각을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미 나는 금령제환충의 공력이 뇌수까지 미쳐서 죽은 것이고 찰나의 순간이 무한히 쪼개져 죽음 속을 무한히 유영하고 있는 것 말이다.


하지만 죽음의 찰나 속에서도 정신만은 또렷했다.


세상 만물이. 세상 바깥의 존재가. 메제드가. 발리 왕이. 소소랑이. 아홉째조차도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여태껏 만나왔던 모든 존재가 나를 가만히 응시하며 날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그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추스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곧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대원승천단을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저건 연단술 따위가 아닌, 악마소환술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게 어째서 악마소환술이란 말인가. 그리고 난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해답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전에 천계의 존재와 싸울 때 ‘눈’을 통해 뚫린 어디로 연결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심상 속의 통로가 하나 있었다.



그 통로가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다시금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 통로를 통해 비밀스러운 지식이 뇌리에 흘러들어왔다.


소소랑이 데리고 다니는 고양이의 정체는 라플라스의 악마다.


또한 대원승천단을 먹은 자는 악마의 그릇이 되어 세피로트의 역(逆), 클리포트로 통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먹어야 한다. 먹어라. 먹어치워라.



결론을 내리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수한 인영들이 사라졌다.


결론을 내리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수한 인영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방금까지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일어나 대원승천단을 향해 턱턱 걸어갔다.



-음? 이렇게 바로 설득될 줄은 몰랐는데. 흐흐. 좋다. 그래. 대원승천단을 먹어라. 그게 널 신선의 길로 이끌 것이다.



나는 손짓 한 번에 대원승천단을 둘러싸고 있는 수호법진을 해제했다.


그리고 검붉은 대원승천단 속, 포도나무 줄기 속에 잠든 뱀의 알을 보았다.



“...”



뱀의 알 속에서 새끼 뱀이 똬리를 튼 채 지저인들의 영혼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있었다.


나는 새끼 뱀의 목을 틀어쥐고는 그대로 머리부터 와그작. 하고 씹어먹었다.



그러자 역천의 힘이 뱃속에 똬리를 틀고는 내 전신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힘은 곧 새끼 뱀의 형태를 갖추더니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후후후. 내 계약자가 일을 잘 해준 모양이군. 벌써 나 사마엘의 그릇을 찾다니. 게다가 이 정도의 영성이라면 일급.. 아니 특급. 천계에서도 몇 없는 어두운 영성이야..]


“닥쳐.”


[뭣?]


“그거 네 진짜 이름 아니잖아. 그러니 닥치라고.”


[이런 건방진.. 흡!]



나는 놈이 나에게 펼치려는 클리포트의 뿌리를 역으로 해석해 걷어내었다.


인간이 악마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클리포트의 뿌리는 수도의 길과는 전혀 다른 체계의 것. 


그것이 내 몸에 전개됐다간 그대로 영혼까지 터져버릴 수 있기에 흘러들어온 천계의 지식을 이용해 몸에 새겨지는 악마의 회로를 그대로 걷어내버렸다.


그러자 당황한 듯한 악마.


나는 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사마엘이라 밝힌 악마의 공력을 유도해 그대로 금령제환충이 있는 위치로 부딪혀버렸다.


통로로부터 이어진 속삭임이 나에게 금령제환충의 위치를 알려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가만히 구경하고 있다 날벼락을 맞은 금령제환충은 축기기 1성에 달하는 공력을 이용해 사마엘을 공격했다.


하지만 사마엘은 노련하게 금령제환충의 공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더니 마침내 금령제환충의 공력마저 제 것으로 만들더니 놈의 목을 물어 죽이기에 이르렀다.



[흐하하! 고작 네헤모트(Nehemoth)의 끝자락에 이른 벌레 따위가 날 막는단 말이냐. 그릇아, 반항하지 말고 어서 나를 받들어 모시거라!]



사마엘은 금령제환충을 죽인 뒤 즉시 내 전신을 장악하려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3 sg*****
    작성일
    24.07.14 20:24
    No. 1

    언제쯤 어린애 유아원 졸업 후를 볼수 있을까...
    작가님 혼자 기분만 내지 마시고 보는사람 지루함도 생각해주기 바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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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리 왕 - 1 24.04.27 10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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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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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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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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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11 등천암로(登天暗路) - 9 24.04.04 18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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