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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04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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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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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승천단 - 10

DUMMY

곧 뇌전이 잦아들고 놈에게는 아주 약간의 뇌전밖에 남지 않았다.


뇌검이라 해야 할까?


창이라기엔 너무 짧은 모양이니 뇌검의 형태만을 들고 있다 하는 게 맞으리라.



그 뇌검에서는 정말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목련운은 방심하지 않았다. 수도의 세계에서는 방심은 곧 죽음이니.



그가 덩쿨을 더욱 단단히 조이며 괴한을 주시하던 그때.



우우웅.



어디선가 청아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새의 울음소리인 듯 아니면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산보다도 거대한 어류의 소리인 듯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맑은 소리였다.


목련운은 순간 정신을 뺏겨 홀린 듯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때.



번쩍.



“어..?”



목련운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절대 뚫리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의 대라목불여식벽이 두동강 나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저게 두동강 났다면..



목련운은 순간 느껴진 섬짓한 기운에 목을 더듬었다. 하지만 손이 들어올려지지 않았다.



목련운의 입꼬리가 기이하게 비틀렸다.


그리고 마지막 단말마를 내뱉었다.



“이런.. 시...”



파아아아앗!



그러나 목련운의 유언이 마침표를 찍기도 전. 괴한의 뇌검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청색 기운이 발출되더니 마천루를 통째로 집어삼켜버렸다.


연기기 수사들은 목련운처럼 첫 공격에 당하진 않은 탓에 부랴부랴 방어수법을 흩뿌리거나 도주를 감행하려 했으나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뇌검에서부터 발출된 기운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기운은 마천루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버린 뒤 그 뒤의 동굴에까지 끝도 없는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기실 구멍이라기보다 숫제 하늘을 새로 만든 것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마치 태초의 거인이 천장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놓은 듯 전체 공동보다도 더 거대한 구멍이 끝없이 벽을 타고 올라가 이어져 있었다.



“허억.. 허억..”



나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바닥에 엎어졌다.



방금 뭐였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현실감이 없었다.


저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하늘을 내가 만들어 낸 건가?



빛이 들어오지 않는 하늘.


뇌신석이 빌려준 원영기 수사의 일격이란 정말 이 정도의 힘이란 말인가.



-당연하지. 원영기면 지형 정도 바꾸는 거야 일도 아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야.



메제드는 잠시 말을 고른 후 말했다.



-음.. 그니까. 너 어떻게 그 힘을 다룬 거냐? 적어도 결단기에 이르지 않고서는 뇌신석의 힘을 끌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텐데.


“나도 모른다.”


-그게 말이 되냐. 잘 생각해 봐. 이건 수선계의 혁명이라고!


“잠깐만. 잠깐만 조용히 해봐라.”


-...후.



손끝의 감각만은 생생했다. 뇌신석이 내 일격에 힘을 빌려준 것 또한 기억났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금 입술을 달싹여 보았다.



“일립속중장세계.”



우웅.



“반승쟁리자산천.”



우우웅.



나는 가슴에서 웅웅대는 천둔지서를 펼쳐 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2장의 내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고 황금빛 글자로 한자가 빛나고 있었다.



일립속중장세계.


반승쟁리자산천.



좁쌀 낟알 속에 세계를 감추고.


반 되 들이 솥에 산천을 넣어 삶네.



그것은 하나의 화두였다.


검무 속에서 본 노인이 나에게 던진 화두.



내 속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었다.


천둔으로 감춘 십만의 원숭이들과 일만의 아귀 영혼들과 네 명의 인간들.



또한 방금 나는 반 되도 되지 않는 검으로 산천을 넘어 하늘을 갈랐다.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하여야만 한다.



지금은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만 겁의 세월이 흘러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천둔이 날 숨겨줄 것이다.



그걸 깨닫자 나는 천둔지서가 어떤 존재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를테면 수도공법의 반대 개념 같은 것이다.


내가 익히고 있는 만혼귀주문과 같이 모든 수도자의 공법은 신선. 즉 격을 높여 하늘에 오르는 길이다.


그 길의 방법은 영혼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일 수도, 나무의 풀뿌리를 베어 먹는 것일 수도,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바로 수명이다.


하여 수사들은 더 높은 경지를 이뤄 하늘로부터 수명을 받아내 다시금 높은 경지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다.


즉 높은 격을 이룩하기 위해 하늘에 다가가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천둔은 반대다.


하늘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존재의 인력으로 격을 흡수해 수명을 숨긴 채 하늘에게 지어짐받지 않고 하늘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대체 이런 방법이 왜 존재하며 누가 만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은 이미 만혼귀주문을 익혀 하늘에 지어짐받은 존재 아니던가.



이미 나 자신의 이름은 하늘에 기록되어 수명을 내려받았음에도 대체 무엇을 숨긴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발리 왕의 뇌전을 흡수해 부리고, 원숭이 세계를 흡수해 만혼귀주문으로 제련하는 것들 또한 천둔의 부가적인 효과일 뿐 정작 천둔은 이름값을 못하는 상태 아니던가.


아마 두 번째 장을 지나 다음 장으로 진입해야 하늘로부터 나를 숨기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세계를 내 안에 숨기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다.


그것부터 할 수 있어야 된다. 그래야 세계로부터 나를 숨길 수 있으리라.



하나의 생각이 끝나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뇌전의 검 속에서 봤던 노인의 화두. 일립속중장세계.


참으로 오묘하고 뜻깊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을 혼자서 궁구해서는 찾을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노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립속중장세계. 그것에 비하면 원영기의 힘이 담긴 뇌신석을 다루는 법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알면 알수록 목이 탔다, 더 높은 격에 오르면 알 수 있을까? 하늘을 엿보고 심연을 엿보고 세계를 엿보면 알 수 있을까?


나는 고뇌 속에서 문득 내 힘이 연기기 12성에 달했음을 꺠달았다. 천기가 어슴푸레하게나마 읽혔기 때문이다.


메제드에게 듣기로 천기를 읽는 것은 연기기 12성에 달해 상단전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체가 하늘을 향해 트여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연기기 1성부터 12성의 과정은 곧 몸을 하늘에 일체시키는 행위.


거기서부터 축기를 시작해 몸에 또다른 하늘을 만드는 것이 축기기 1성의 시작이니 축기를 시작하기 위해선 단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이제 막 천기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를 지닌 나조차도 알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흉이 내려앉아 있었다.



대흉도 아닌 태흉.



흉한 기운은 이제 막 생겨난 것인지 천장에서 조금씩 내려앉아 공동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들러붙는 끈적한 존재들을 털어내려 했으나 흉들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천둔 또한 무용지물.



나는 어서 이 장소를 떠나려 했다. 이건 좋지 않았다.



그때.



찰나의 순간. 내가 천장에 내놓은 거대한 구멍 사이로 거대한 눈이 보였다.



“...!”


-저번에도 비슷한 광경을 봤던 거 같은데. 시팔. 이거 단단히 잘못 걸렸을지도?



눈은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분명 날 봤었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존재를 봤었다.


그 중에서도 무언가를 특히 유심히 본 것 같았지만 다행히 나는 아니었다.



사위에는 어느새 내려앉았던 거대한 흉이 사라져있었고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



-음, 확실한 건 아닌데. 저 눈의 정체에 대해 대충은 알 거 같다.



나는 놀라 말했다.



“저 존재에 대해 아는 게 있나?”


-감시자들 중 하나일거다. 등천암로의 상층부에 사는 존재지.


“감시자들?”


-이 등천암로 하층부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런 변두리엔 어지간한 일로는 모습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데 네가 날린 일격이 그들의 주의를 끌었나 보군.


“눈만으로도 저런 거대한 존재감이라니.”


-뭐 기본적으로는 전부 원영기 이상의 선사들이니까. 종류도 다양하긴 한데. 등천암로 하층부 출신 요수선사도 있고 외부에서 들어온 인간족 원영기 수사나 가끔 신화적 존재도 있긴 해. 하지만 등천암로 하층부에는 용과 맺은 언약 때문에 섣불리 그들이 간섭할 수 없으니 괜찮을거다.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분명 거대한 흉이 내려앉았는데.”


-넌 괜찮을 거다. 보아하니 이 흉은 네가 아니라 천라성녀가 만들고 있다는 그 단약에 내려앉은 거 같은데 넌 이대로 빠져나가면 무슨 일 없을 거다.


“그러면 일단 자리를 피해야겠군.”




그렇게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어머. 오랜만이네.”



잊을 리 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앞을 바라보니 새하얗다 못해 백옥같은 피부의 선녀가 하늘에서 강림하고 있었다.


“소소랑.”


“기억하고 있구나? 후후. 10년 만인가?”



소소랑의 날개옷은 띠로 되어있어 유륜이 아슬하게 가려보일 정도로 뇌쇄적인 관능미를 뿜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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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대원승천단 - 3 24.06.16 67 0 9쪽
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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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발리 왕 - 4 24.06.10 87 1 9쪽
24 발리 왕 - 3 24.06.08 74 1 10쪽
23 발리 왕 - 2 24.06.07 84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9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14 등천암로(登天暗路) - 12 24.04.08 170 2 11쪽
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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