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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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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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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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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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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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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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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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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천계(天界) - 6

DUMMY

그리고 만혼귀주문으로 이곳저곳에 떠도는 영혼들을 모았다.



-자, 이제 영혼들을 모았으니 누구에게 바칠 건지 정하거라.


“누구라니? 하늘은 그저 하늘 아니던가. 누군가를 특정해서 봉헌할 수 있는 게 아닐텐데.”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어떤 통로를 통해 하늘에 바치느냐는 또다른 의미다. 보통은 각(角)·항(亢)·저(氐)·방(房)·심(心)·미(尾)·기(箕)·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규(奎)·누(婁)·위(胃)·묘(昴)·필(畢)·자(觜)·삼(參)·정(井)·귀(鬼)·류(柳)·성(星)·장(張)·익(翼)·진(軫)의 28수나 북두성군(北斗星君)중 천추(天樞) · 천선(天璇) · 천기(天璣) · 천권(天權) · 옥형(玉衡) · 개양(開陽) · 요광(搖光)중 본인의 공법에 맞는 하늘의 통로 하나를 골라 공양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공력의 상승이 빠르고 천기를 더욱 능통하게 읽을 수 있느니라. 네 공법은 음하나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며 천리에 거스르지 않으니 경양이나 타라보다는 귀수(鬼宿)의 별들이나 미수의 천강(天江) 또는 태음성을 통해 하늘에 봉헌하는 게 나아 보인다.


“머리아프군. 분명 귀곡자에게 지식을 전수받았는데도 골치아파.”


-별 거 없다. 너는 천영근자이니 봉헌 자체는 매우 쉬울 것이다. 내가 저 별들에게 공력의 흐름을 인도해 줄 테니 그중 마음에 더 끌리는 곳으로 봉헌하거라.


“그러지.”



메제드의 말을 듣고 떠도는 영혼들을 전부 모아 하늘에 바치겠단 마음을 먹자 동굴의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뚫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내리쬐고 있는 듯한 느낌.


그걸 느끼자마자 아, 저게 바로 하늘이구나. 하고 선험적인 깨달음이 찾아왔다.


광대무변하고도 끝없이 적분되며 변화하는 무한한 해(解)와 근(根)의 기둥.



그래. 저것이 바로 하늘이구나.


알 수 없는 미지의 답이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천칭. 이지러지고 접히길 반복할 뿐인 무상의 삶에서 홀로 오롯한 존재.



하늘의 해를 온몸에 받아들이자 발끝까지 세상과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이다. 영을 끌어모아 바쳐라.



부정확한 설명이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영혼으로 하여금 내 몸을 통해 하늘의 기둥으로 보낸다. 그리하면 자연스레 영혼들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리라.



그리고 그 기둥의 종착점은 저 요요로이 빛나고 있는 두 별, 귀수와 염정성이다.



만혼귀주문으로 영혼들을 그러모은다. 그리고 그들을 내 몸에 집어넣은 순간.



두쿵.



심장이 옥죄였다.



하늘이 나와 연결된다.



그리고 그 하늘의 기둥들을 통해 영혼, 아니 업(業)들이 무수한 폐곡선을 그리며 상승한다.



마치 별들의 운행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속에는 삼라만상과 삼천세계의 모든 뜻이 있었다.



일원(一元)


양의(兩儀)


삼재(三才)


사방(四方)


오행(五行)


육합(六合)


칠성(七星)


팔괘(八卦)


구궁(九宮)


십익(十翼)



하지만 그 뜻을 미처 다 헤아리기도 전에 의미가 스러져간다.



한낱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들이 이해한 듯, 그러나 이해하지 못한 채로 휘발되어 간다.



나는 그것이 안타까워 팔을 내저었으나 영혼의 용오름과 함께 나에게 깃들었던 전지는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너.



주륵.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필육의 작용따위는 아무런 상관 없었다.


그저 저 먼 하늘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을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원숭이 굴에서 수도의 경지가 오르며 느꼈던 격상()의 환희.



그것은 비단 나 자신의 격이 올랐기에 느꼈던 존재의 기쁨만이 아니었다.


바로 저 전지의 덩어리, 하늘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졌기에 느꼈던 원초적인 기쁨이었던 것이다.



-영혼들이 중간에 사라졌다.. 대체 어디다가 공양한 것이냐.



메제드의 물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 그래. 분명 난 천제를 지내고 있었지.



“중간에 사라졌다니?”


-하늘로 올라가던 제물들이 어디 구멍에라도 빨려들어간듯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메제드는 말을 조심스레 고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건 직접 느껴보는 게 더 빠르겠군. 공력을 움직여봐라.



후웅!



그의 말에 따라 공력을 움직여보니 순간 휘청거릴 정도의 반탄력이 느껴졌다.



“이건?”


-넌 지금 연기기 7성에 달해있다. 천제를 단 한 번 지냈을 뿐인데 두 단계를 건너뛰다니. 천영근자라 해도 이런 건 처음 보는군.


“온전한 깨달음이 있으면 범인들이 나눈 경지야 한낱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모르는 소리. 검을 쓰는 야만인들이나 그렇게 생각하지 수도의 길을 걷는 자라면 두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일인지 알거다.


“그렇게 말한다 해도 잘 와닿지 않는데.”


-네 번째 걸음을 세 번째 걸음을 걷지 않고 딛을 수 있겠느냐? 마찬가지다. 하. 참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왠지 모르게 툴툴대는 메제드.


나는 그런 놈을 무시하고는 만혼귀주문을 운용해보았다.


그러자 원래 66마리의 기령밖에 꺼내지지 않았던 것이 약 300마리 정도까지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능히 강신본경과 혈음쇄마결, 마기제본술을 동시에 운용해 볼 수 있음직한 숫자였다.


지금까지는 공력의 한계 때문에 세 수법을 따로 운용해야 돼서 방금같은 전투에서 선공과 전투의 흐름을 내어주는 일이 많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슴을 든든하게 했다.



-헌데 하늘이 공물을 받지 못했음에도 인과를 충족한 건 확실히 이상하다.


“인과라니? 영혼들이 바쳐져서 천제가 성립했기에 내가 연기기 7성에 오른 것이 아니더냐.”


-아냐. 그랬다면 네게 별들의 가호가 생겨야 한다. 연기기 6성에 오르면서 천제를 치뤄 하늘에 공양물을 봉헌했다면 축기기에 오르기까지 별들이 헌축을 해준다.


“딱히 그런 건 느끼지 못했는데.”


-공력을 백회혈에 집중해봐라. 그러면 상단전이 열린 탓에 줄기줄기 공력이 흘러나갈꺼다. 그 모양을 잘 보면 고리 모양으로 형상화되어있을 텐데 봉헌한 별에 따라 그 고리의 모양이 다르다.



메제드의 말에 따라 머리에 공력을 집중해 보니 갑자기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오소소소.



-봐봐. 고리가 형성되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져버리잖아. 별들은 커녕 하늘의 헌축도 못받았단 뜻이다. 태음의 가호였으면 도도한 대하, 귀수의 가호였으면 귀면상. 그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 전체에 봉헌했으면 은하수의 형상이라도 띄어야 할텐데..



그 후로 몇 번을 다시 시도해봤으나 여전히 공력은 일말의 불길한 기운만을 남긴 채 흩어지기 일쑤였다.



-후. 됐다. 어쨌거나 봉헌의 인과는 남아있으니 다행이라 해야할지. 하늘의 일은 항상 순리대로 흘러가는 법이니 뭔가가 잘못 된 건 아닐거다. 안심해라.


“안심이고 자시고 별 감흥도 없다만.”


-떼잉. 이래서 산수(散修)들이란.



나는 놈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인과니 헌축이니 하는 이야기는 부가적인 문제일 뿐이다. 당장 눈앞의 것만 좇기에도 골이 아프다.


일단 청소부터 하자. 이곳에 살던 원주민은 천계에서 온 그놈이 다 처리 해 뒀으니 뒤치닥꺼리만 대충 하면 그럭저럭 쓸만한 은신처가 되어줄 것이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도 토전문의 수사에게서 선인들간의 다툼이 있을 것을 전해듣고 은신처로 쓰기 위해 도망친 것 아니던가.


난 우선 지독한 냄새의 원인인 원숭이 시체들을 전부 치웠다.



푸스슥.



혈음쇄마결의 부패한 영혼들로 원숭이들의 시체를 전부 썩히니 지독한 시독과 함께 연기가 흘러나왔다.


이것들이 땅으로 스며들면 은신처로 쓸 수 없었기에 독들을 전부 걷어내 저물대 속에 넣었다.



그러자 그럭저럭 정리가 된 종유석 동굴.


내부는 의외로 깨끗하고 원숭이들의 생활 도구가 그대로 남아있어 꽤나 쓸만해 보였다.


동굴의 높낮이나 층고가 높아 벽을 타야 갈 수 있는 통로 등 인간에게 불편한 시설은 많았지만 제한적인 구역만 잠시 쓸 것이니 상관없었다.



대충 시체들의 정리가 끝나자 나는 피독주를 물고 숨어있던 두 모자에게 갔다.


그런데 숨어있어야 할 곳엔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종유석동굴 근처까지 두 모자가 걸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벌벌 떨고 있는 모습에 나는 두 모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나? 왜 얌전히 숨어있지 않고 여기까지 와 있는 거냐.”


“저도, 저도 모르겠습니다 천인님. 그런데 무언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목소리라니?”


“죄송, 죄송합니다. 말을 잘 못하겠어요. 그냥..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기억을 잃었어요.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까지 와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가 뭐라 했는지 기억나나?”


“헤일로타이들이여. 내가 돌아왔다. 라고 했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헤일로타이라.


분명 방금 만났던 그 베파이로스인가 뭔가 하는 유령 놈이 말했었던 말이다.



-놈이 싸우면서 원념이나 정신계통의 술법 따위를 이리저리 흩뿌렸나 보군. 채신머리 없는 놈 같으니라고.



두 모자의 영혼에선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일단 염아와 여수빈을 우리들의 새로운 거처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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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대원승천단 - 4 24.06.17 79 0 9쪽
29 대원승천단 - 3 24.06.16 67 0 9쪽
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27 대원승천단 - 1 24.06.14 9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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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리 왕 - 2 24.06.07 83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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