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99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6.25 12:41
조회
53
추천
0
글자
11쪽

대원승천단 - 11

DUMMY

소소랑의 날개옷은 띠로 되어있어 유륜이 아슬하게 가려보일 정도로 뇌쇄적인 관능미를 뿜어내었다.

심지어 몸 곳곳의 털이 끈으로 된 옷에 눌려 비죽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습은 음공(陰功)에 맞은 것처럼 강렬한 유혹을 안겨다주었다.



“10년.. 그것보다 더 됐지.”


“고작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연기기 12성에 달하다니. 너도 천영근자였구나? 아홉째가 데려왔던 이유가 있었네.”


“그대는 내가 알아보지 못할 경지까지 올랐구려.”


“그럼. 그 때 동굴에서 아홉째에게 밑천까지 털린 이후로 얼마나 정진했는데.”



그러며 살풋 웃는 소소랑.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저 미소는 위험했다.



“참. 그 때 진실을 밝혀낸다는 아홉째의 황룡금안을 속이려고 본가의 비전인 아뢰아식에 연결된 성물까지 썼는데 누구 때문에 제 거짓말이 들통나 소득이 아무것도 없었지 뭐야.”



나는 그녀가 나를 지칭해 말하는 것임을 알고 즉시 고개를 숙였다.



“그 때 일은 미안했소. 나도 고의가 아니었소. 하지만 그 때 아홉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나도 죽었을 것 아니오?”


“음. 아마도. 그는 인간도 신도 아니니까. 뭐. 아무튼 나도 그 때 일 가지고 트집잡을 생각은 없어. 오히려 지금은 그 덕에 더 큰 기회를 잡았으니까.”



소소랑이 손을 휘젓자 주변에서 은빛 문자들이 나타나더니 나를 둘러쌌다.


척 봐도 하나하나가 내 전력을 다한 일격보다 강한 기운을 품고 있어 나는 감히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하는데.”


“사정상 오래 걸리는 부탁은 받을 수 없소만.”


“후후. 배짱도 좋네.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야. 한 3년 정도만 있으면 돼.”


“3년이라. 무슨 부탁이길래 그러시나.”


“단약 하나를 지켜줘.”


“단약? 설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야. 대원승천단을 지켜줘.”


“지키다니, 누구로부터 말인가?”


“너도 그게 뭔지는 알지?”


“수십만 명의 영혼과 피를 연단해 만든 천하의 마물인 건 알고 있다.”


“응. 그거. 대원승천단을 먹으려는 모든 존재들로부터 지키면 돼. 아무도 못 먹게. 물론 나도 포함이야.”


“그건 조금 이상한 요구같구려. 단약을 지켜달라 부탁을 하는 자가 그 자신조차 먹지 못하게 하라니. 이율배반 아니던가.”



그러자 소소랑이 오연한 얼굴로 말했다.



“상관없어. 그렇게 안 하면 안 지킬거잖아? 그리고 어짜피 네가 지킨들 내가 힘으로 뚫고 들어가 단약을 탈취하면 되는 일 아니겠어?”


“그걸 어떻게 장담하나. 날 힘으로 억압해 단약을 지키게 하는 게 훨씬 확실한 일 아닌가? 내가 단약을 홀랑 먹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니 그녀가 확신에 깃든 눈으로 말했다.



“안 그럴 거잖아?”


“...”


“너는 날 10년만에 봤겠지만, 나는 널 7년동안 지켜봤거든.”


“7년동안 지켜봤다고?”


“그거야 나와 아홉째가 살았던 거처나 원숭이들이 살던 동굴에 들락날락거렸는데 내가 모를 수가 있겠어?”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뭐, 수도경지가 낮아서 그런 거지. 보니까 지저인들과 소꿉놀이도 하고 그들을 위해 은잠법진까지 깔아놓을 정도로 아끼던데.”



그러고선 나에게 다가와 턱을 들어 보이는 그녀.



“음, 새삼 생각해도 그냥 확 세뇌해서 성노예로 쓰고싶을 만큼 맛있는 얼굴이네. 하지만 그러면 장기말로 못 쓸 정도로 약해지니까. 아쉽다. 지저인들은 다 원숭이같이 생겼단 말이지.”



나는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어느새 무형의 힘이 나를 꽉 얽매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전력을 다해 떨쳐내려면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은 상황을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신념도 귀여워. 벌레만도 못한 단약 재료들을 동등하게, 풉. 대한다니. 푸흐흡.”



무엇이 그리 웃긴지 웃음을 참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천인의 머리통 하나를 잡아 쥐는 소소랑.



“봐봐. 정작 우리와 동등하게 대해야 할 수도자들은 이렇게 벌레처럼 썰어제끼면서.”



퍽!


소소랑이 머리를 터뜨리자 육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고는 저 멀리서 허공섭물로 지저인 소녀 하나를 데려오더니 다시금 손아귀를 소녀의 머리에 올리는 소소랑.



“이렇게 지저인 하나를 죽이려고 하면..”



파지지직!



왼팔에서 천뢰가 미친듯이 튀었다.



끼아아아악!



다음에는 원숭이 요괴의 영혼 666마리가 만혼귀주문의 부름에 응답해 가슴께에서 쏟아져나왔다.



영혼으로 밀어내고 천뢰로 베어낸다.


압축의 묘를 살려 검의 형태로 발리 왕의 뇌격을 쥐자 은빛 문자들의 결계가 나를 더욱 거세게 속박했다.



“호호호호! 그래. 이렇게 바로 반응이 오잖아?”



그리고 그 너머에는 실실 웃는 얼굴로 소녀의 머리를 쥐고 있는 소소랑이 보였다.


피. 소녀의 관자놀이에 소소랑의 손톱이 살짝 파고들자 피가 흘러내렸다.



“그ㅡ 손ㅡ 놔라!”



사자후를 터뜨림과 동시에 손에 들린 천뢰가 은빛 문자들을 베어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은빛 문자들이 소름끼치는 핏빛으로 변하며 천뢰를 끈덕지게 옭아맸다.


나는 끈적거리는 핏빛 늪에서 벗어나려 모든 공력을 끌어다 썼지만 오히려 공력을 흡수당할 뿐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



곧 모든 공력이 흡수당하고 근육조차 한 톨 힘도 남지 않았을 무렵에야 나는 아귀같은 핏빛 문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력했다. 소소랑이 축기기에 달했다 하여 격차가 날 것은 알았으나 이렇게 장난감 다루어지듯 압도당할 줄은 몰랐다.



“지저인에게 여 씨 성을 받은 수선자야.”


“크으윽..”


“네가 단약을 먹는 순간, 수십만 지저인들의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 채 네 위장에서 소화되어 영겁의 고통을 찰나에 느끼며 소멸할텐데, 네가 그럴 깜냥이 되겠느냐?”


“개같은.. 년..”


“후후. 이제 알았니?”



퍽!



소소랑이 벌벌 떨고 있는 지저인 소녀의 머리통을 터뜨리자 혈액이 내 얼굴 위로 후두둑 하고 떨어졌다.



“나 혹은 천인문의 다른 수도자들이 저 단약을 먹은들 똑같겠지.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저 단약을 먹지 않고 지키는 것 뿐이란다?”


“개소리..”



퍽.



소소랑이 내 머리에 발을 올린 채 지근거리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금제도 하나 걸어놓도록 하마. 전에 먹어본 적 있지? 걱정은 하지 마. 너무 많이 정신금제를 걸면 약해지니 딱 한 개만 걸거야.”



그리고 입으로 벌레 한 마리가 기어왔다.


검은 색 털이 돋아있는 청색의 벌레. 금령제환충이었다.



꿀꺽.


강제로 벌려진 식도에 금령제환충이 들어와 자리잡자 심상 속에 여섯 개의 대못이 원을 그리며 박혔다.


대원승천단 부근을 벗어나지 말아라.

대원승천단 부근을 벗어나지 말아라.

대원승천단 부근을 벗어나지 말아라.


“제길..”


나는 금제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발걸음을 돌리려 하자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몰려오며 몸이 마비되었다.

그저 고통만이라면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으나 통각으로 근육이 마비되고 금제로 공력이 제한되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후후. 잘 작동하는 거 같네. 드디어 천둔을 찾아 떠날 수 있겠구나. 자 그럼 3년 뒤에 보자고.”


소소랑은 희열에 찬 목소리로 말하더니 나를 들어 이 지옥같은 도시의 지하로 옮겨놓고는 휙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소소랑이 데려다준 이 거대한 도시의 지하에는 짙다 못해 질식할 것 같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검붉은색 구체가 떠 있었는데 높이가 3장여에 달했다.


이 구체는 곳곳에 부적이 덧붙여진 채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핏빛 기운을 받아먹고 실시간으로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는 곧 일다경도 안되어 공력과 기력을 회복해 구체를 살펴보니 이것이 바로 대원승천단임을 알 수 있었다.


-호오. 이건.. 아름답군.

“메제드. 지랄 마라.”

-아니, 영혼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다. 연단로의 이 수식. 이 방정식. 가장 야만적이면서도 효율적이야. 재료가 인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축기단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연단로다.

“제길. 소소랑 개 같은 년. 이런 데서 발목을 붙잡힐 줄은 몰랐는데. 이봐. 금령제환충을 제거할 방법은 없나?”

-있기야 하지. 그런데 이 금령제환충, 너보다 경지가 높다. 벌레 주제에 축기기 1성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

“미물도 수도에 이르는 것이 가능한가? 어찌 벌레따위가 그 정도 힘을..”

-당연히 가능하지. 그런데 이 금령제환충은 충수선사나 요괴와 같이 스스로 수행한 건 아닌 것 같고 소소랑의 경지에 따라 진화하는 특수한 귀물같다.


나는 메제드의 말을 듣고 내 체내에 자리잡은 금령제환충을 찾아보려 했으나 아무리 훑어봐도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서라. 섣불리 제거하려다가 금제가 폭주하면 너도 뇌수가 터져 죽을거다.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강제로 밖을 나가거나, 나 자신의 인지를 속이거나, 만혼귀주문으로 원숭이 영령을 나에게 빙의시켜 내보내는 등 갖은 수를 써 보았으나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봐. 그러지 말고 내 얘기좀 들어 봐라.

“네 조언이 쓸모있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

-어허. 일단 들어봐. 이건 기회다. 소소랑 저 놈이 뭘 믿고 네게 저런 어설픈 금제만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둘도 없는 기연이다.

“기연은 개뿔. 소소랑한테 발리고 집 지키는 개로 전직한게 기연이냐?”

-대원승천단을 먹어라.

“싫어.”

-왜냐? 설마 정말로 지저인들에게 온정따위라도 느끼는 거냐? 정신 차려라. 네가 여수빈인가 뭔가 하는 년이랑 떡정이 붙은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름 모를 지저인들까지 네가 신경을 왜 써?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이름 모를 수많은 영혼들까지 고통 속에 소멸시킬 순 없다.”

-미치겠네. 너 왜 그러냐? 저 단약을 먹기만 해도 단숨에 축기기까지 올라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다. 애초에 여수빈의 수명을 늘리려 떠난 것 아니더냐. 이런 곳에 묶여있어 봤자 네 손해라니까?

“메제드. 넌 영혼들의 공명을 느껴본 적 있나.”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난 하루에도 수없이 느낀다. 만혼귀주문을 수련하면 수련할수록 높은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목소리가 들려와.”

-목소리? 귀곡성이나 령음을 말하는 거냐? 영근도 없는데 신통이 트여 헛소리 해대는 애들이 듣는 건 아닐테고.

“말 그대로 목소리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 속의 뿌리식물부터 버섯들의 포자, 벌레, 원숭이, 사람, 동굴 벽에 눌어붙은 원령들까지. 듣고 있노라면 거대한 중창단의 합주같지.”

-...합주라니. 귀주문은 영혼을 공법의 형태로 제련하는 술법일 뿐. 영혼의 메아리따위를 들으려면 따로 관련 공법을 수련해야 할 터인데. 하지만 만혼귀주문은 섭혼술이나 영통술이라기보다 제령술, 조종술에 가까운 공법이다. 그건 비정상적이야. 언제부터 그랬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대원승천단 - 13 +1 24.06.28 49 0 11쪽
38 대원승천단 - 12 24.06.26 35 0 11쪽
» 대원승천단 - 11 24.06.25 54 0 11쪽
36 대원승천단 - 10 24.06.23 56 0 9쪽
35 대원승천단 - 9 24.06.22 54 0 9쪽
34 대원승천단 - 8 24.06.21 63 0 9쪽
33 대원승천단 - 7 24.06.20 61 0 10쪽
32 대원승천단 - 6 24.06.19 54 0 10쪽
31 대원승천단 - 5 24.06.18 67 0 10쪽
30 대원승천단 - 4 24.06.17 79 0 9쪽
29 대원승천단 - 3 24.06.16 67 0 9쪽
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27 대원승천단 - 1 24.06.14 93 1 10쪽
26 발리 왕 - 5 24.06.12 66 1 12쪽
25 발리 왕 - 4 24.06.10 87 1 9쪽
24 발리 왕 - 3 24.06.08 74 1 10쪽
23 발리 왕 - 2 24.06.07 83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7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14 등천암로(登天暗路) - 12 24.04.08 170 2 11쪽
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11 등천암로(登天暗路) - 9 24.04.04 187 2 11쪽
10 등천암로(登天暗路) - 8 24.04.01 200 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