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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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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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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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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승천단 - 12

DUMMY

“아귀의 영혼을 처음 내 몸에 받아들였던 그 순간부터다.”


-잠깐. 생각해보니 야후의 영혼을 다룬 수법도 만혼귀주문에는 수록되어있지 않은 수법이었는데.


“만혼귀주문을 수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더군. 그리고 방금, 천인들을 쳐죽이고 연기기 12성에 오르며 지저인들에게 알 수 없는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 이유를 알 수 있게 됐다.“


 


나는 얼굴에 묻은 피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지저인. 원숭이도 아홉째나 소소랑같은 수도자도 아닌 오직 지저인들의 영혼만이 나와 동등하다. 같다. 같은 종족이다.”


-잠깐. 이봐. 그건 틀렸어. 내가 엄청 예엣날에 영혼들 인도하는 일을 했었거든? 근데 영혼들의 본질은 종족과 관계없이 똑같아. 그게 아니라면 인간은 인간으로만 환생해야 하는데 실제론 식물이나 무생물로도 환생하거든? 영혼은 전부 본질이 같단 말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지금도 느껴진다.”



그러고는 대원승천단을 쓰다듬자 찢어질 듯한 비명이 손끝으로 딸려나왔다.



내가 그 비명을 손가락으로 흔들. 하고 돌리니 귀곡성에 딸려나온 영혼들의 피가 씻겨내려갔다.



“수십만의 영혼이 모인 탓에 그 어느때보다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들 하나하나가 나와 동일하고 동등하며 동질한 존재들이다.”



메제드는 첨언하기보다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자신의 눈동자이기에 들여다 볼 수 없는 신념이란 대개 고집불통에다 독불장군인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수도자들? 그들의 영혼은 뒤틀렸다.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뜯어보면 완전히 다른 존재야. 벌레나 원숭이는 말 할 것도 없고.”


-...네게 영매의 자질이 있는 줄은 몰랐군.


“그러니 지저인들을 외면하고 싶어도 직접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못하겠더군. 그래서 미칠 지경이다.”


-대원승천단 속에 있는 수십만의 영혼들 때문이냐?


“맞다. 이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줘야 하는데,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대원승천단이라는 사술에 묶여있는 영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선 우선 그 업을 씻어내야 한다.


하지만 업을 씻어내기 위해 밖으로 나가 천인들을 족치며 지저인 마을을 구원하자니 금제가 걸려있어 나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걸 옮기거나 직접 영혼을 해방하려면 이 연단실에 어떤 공법이 쓰이고 어떤 경로로 공력이 흐르는지 진법을 역산해야 했는데 관련 지식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 단약을 먹는 건 더더욱 안 됐고 말이다.



잠깐. 주술진을 역산한다고? 


나는 문득 과거의 일에 생각이 가 닿았다.



분명 이전에 랫 킹 앞에서 주술진을 역산해 베파이로스의 영혼을 불러낸 적이 있었지 않은가?



하지만 그때의 일을 떠올리려 하자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했었던 것 까지는 기억나지만 어떻게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실마리는 잡을 수 있었다.  



분명 3년이 걸린다 하였다. 그렇다면 그 동안 메제드의 도움을 받아 이 영혼술식을 역산해 진법의 구조를 바꾸면 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제물로 흘러들어가는 영혼의 움직임이나 공력의 작용 따위는 아홉째가 준 황룡금안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귀곡자가 전수해준 지식 중에는 귀문진(鬼門陣)에 관한 지식도 상당수 있었으니 그걸 기반으로 공부할 수도 있었다.



나는 이와 같은 생각을 메제드에게 말하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여 희망 한 줄기를 얻은 듯 했다.


또한 내가 나가지 못하는 것이지 만혼귀주문으로 불러낸 빙의령들은 내보낼 수 있어 가축화된 지저인 마을을 부수고 다니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게 나는 약 1년의 세월동안 대원승천단에 걸려있는 술식의 연구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동안 꽤 자주 천인들이 대원승천단을 탐해 찾아왔으나 술식을 연구하며 시험용으로 둘러놓은 각종 귀문진과 대원승천단의 기운에 의해 강화된 만혼귀주문의 기령들로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쓸만한 법기들을 지니고 있어 나중에 여수빈에게 선물로 줄 하늘옷이나 천단목으로 만든 바늘 등을 노획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때. 


우리는 대원승천단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호법진은 어느 정도 걷어냈으나 정작 본질적인 연단법에 대한 진척이 없어 두 달 동안 죽만 쑤고 있었다.


하여 만혼귀주문으로 불러낸 기령들로 하여금 어떻게 대원승천단 안쪽으로 들어가게 하려던 연구가 한창이던 와중 소소랑이 찾아왔다.



“흐흥. 생각보다 많이 컸네? 영혼이 적어도 오십만은 되겠어.”



다시 나타난 그녀는 왼쪽 어깨에는 앵무새, 오른쪽 어깨에는 검은 고양이를 얹고 있었는데 둘 다 천계의 존재와 매우 유사한 향기가 났다.


나는 전투 태세를 한껏 갖춘 채 그녀와 대치했다.



“3년 뒤에 온다더니, 일찍 왔군.”


“에이. 3년 뒤에 이걸 먹으러 올거니 지키고 있으라 그랬지 아예 안 들른다고는 안 했어. 그건 그렇고 꽤 앙큼한 짓을 해놨네?”



소소랑이 대원승천단쪽으로 다가가자 나는 그에 맞섰으나 소소랑의 손짓 한 번에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소소랑은 대원승천단 곳곳을 만지더니 이번엔 판관필로 은빛 문자를 수백 자를 써붙이기 시작했다.


그 문자들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보니 이전보다 그리 강해지지는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소소랑의 오른 어깨에 앉아있던 고양이가 입김을 훅 불자 문자가 묵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더니 문자들은 제멋대로 변형하며 이전과 달리 꺼림칙하고 더욱 괴기스러운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호호. 이건 몇 년 걸리려나? 2년? 열심히 딴짓 하고 있도록 해. 난 그 사이에 네가 공법 수련이나 해서 축기기에 오르려고 할 줄 알았는데. 귀여운 짓 하기는. 천영근의 자질이 아까울 지경이야.”


“쿨럭..”



단 한 번의 손짓에 무력화되자 분한 마음이 들었으나 수가 없었다.


저 괴물에게는 내가 가진 힘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이기기 힘들었다.


그나마 뇌신석의 힘이 있었다면 그녀를 노려봄직 했으나 그마저도 천인들을 쳐죽일 때 소모해버린 탓에 분노를 목구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좋아 좋아. 모든 건 인과율대로. 알고는 있었는데 눈으로 확인하니 기분좋네. 후후. 앞으로 조금만 더 수고해줘.”



야옹.



소소랑의 어깨에 있던 고양이가 한 번 울더니 검푸른 구멍이 허공에 생겨났다.



“아, 그리고 외롭지 말라고 재밌는 기능을 추가해뒀으니 애용해줘. 호호호. 그럼 이만. 나중에 봐.”



검푸른 구멍의 입구가 닫히고 소소랑의 모습이 사라지니 나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1년여를 노력해 간신히 대원승천단을 둘러싸고 있는 진법을 깨어냈거늘 그것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래도 진법의 의(意)는 깨달았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니겠냐. 흐흐.


“뭐가 그리 좋다고 웃더냐. 이대로라면 지저인의 영혼들을 해방시키기는 커녕 억겁의 고통속에 방치하게 생겼거늘.”


-그거야 그냥 대원승천단을 먹으면 될 일 아니겠냐. 다른 놈들이 먹을 바엔 네가 먹는 게 낫다니깐?


“싫다. 그리고 대원승천단에 저 요녀가 무슨 짓을 해놓았을지 알고 저걸 꿀꺽 삼킨단 말이냐.”


-그건 맞지. 진법의 해독도 끝나지 않았는데 대뜸 영문 모를 저런 사악한 영단따위를 집어먹었다가는 평생 꼭두각시로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금 진법의 해석작업에 들어갔다.


이러나 저러나 대원승천단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되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그래도 진법의 식과 형에 정통한 메제드가 있었고 또 나름 나 자신도 진법에 대한 성취가 있었으니 이번엔 더 빠르게 대원승천단의 수호진법을 해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작업을 재개하려는 순간 원숭이 영령이 강하게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 느껴졌다.



확인해 보니 여수빈에게 붙여놓았던 영령이었다.



“네가 여기까진 무슨 일이냐.”


[주인님. 거추꾼 사오공이 연락드리옵니다. 현재 부인의 용태가 심상치 아니하여 급히 직보(直報)하오니 용서를 바랍니다.]


“격식은 됐다. 용태가 심상치 않다니?”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부인이 낭종지(浪從㱴)라는 토착병에 걸렸사옵니다. 하여 제가 치료해보려 하였으나 나아지지 않고 출면하여 보고드립니다.]


“낭종지? 병에 걸린 지는 얼마나 되었나.”


[나달여정도 되었습니다.]


“5일이나 지났다니. 그동안 나에게 알리지 않고 대체 뭘 했는가!”


[송구하옵니다. 허나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기침 정도였기에···]



갑자기 이런 변고라니.


나는 머리에 돌을 얻어맞은 듯 정신이 확 깨었다.


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게다가 여수빈이 정확히 어떤 병에 걸렸는지조차 정보가 부족했다.



나는 낭종지라는 병명을 처음 들어보았기에 대원승천단으로 흘러들어가는 영혼들을 죄다 붙잡아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니 그 중 큰 마을의 제사장을 맡았다는 지저인 하나가 말했다.



임산부에게만 걸리는 신병. 혹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


걸리는 이도 희귀하고 걸렸다 하면 엿새를 넘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저인들의 토착병이라 하였다.


게다가 엿새가 지나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증발하듯 사라져버리니 일컫기를 신병이라.


누군가 낭종지가 걸려 사라지면 원한을 품고 죽은 아기가 저주를 내리기에 반드시 제를 지내야 하느니라.



뭐라고?


나는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한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는 그 지저인 영혼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더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원숭이 영령을 시켜 닥치는 대로 지저인들을 붙잡아 와 낭종지에 걸렸다는 이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영혼과 살아있는 사람을 포함해 약 천명에 달하는 이들을 대질했음에도 낭종지에 걸렸다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낭종지에 걸린 이들을 본 적 있다는 증언만 무수할 뿐.


게다가 낭종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등천암로의 정상에 있는 꽃을 달여먹어야 한다는 속설만 나돌 뿐 정확한 증상이나 치료법에 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여수빈을 직접 만나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상태를 진찰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으리라.


나는 급한 마음에 대원승천단의 영역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힘줄이 울긋불긋 올라오더니 기어코 터져버리며 기혈이 역류했다.


무림인이었다면 단숨에 절명했을 정도의 부상.


하지만 나는 채 일다경도 안돼서 몸을 전부 회복해버리고는 절망에 빠졌다.


나갈 수 없었다.



내가 대원승천단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금령제환충의 공력이 역류해 전신을 지배했다.


그때 얼핏 느껴진 금령제환충의 공력은 못해도 축기기 1성급 이상.


벌레따위가 이토록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여전히 믿겨지지 않았지만 도저히 금령제환충을 제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후우. 침착하자.


내가 가지 못하면 그녀를 데려오면 될 일 아니겠는가.



그때 낭종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으로 데려온 지저인 무리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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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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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11 등천암로(登天暗路) - 9 24.04.04 18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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