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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01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6.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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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발리 왕 - 2

DUMMY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나는 아홉째를 믿었기에 그가 강제로 날 시험에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일이란 것이 생각대로만 흘러가진 않지 않는가. 몇 년의 세월 사이에 아홉째의 성정이 난폭하게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홉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혼자 가는 수 밖에.”


“날 찾아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니었나? 그리도 간단히 포기하다니.”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소승이 이곳에 올 때 까지만 해도 여러분이 있으리란 사실을 상상조차 못했거든요.”


“그렇다면 원숭이 굴을 찾아온 거로군.”


“맞습니다. 시험의 관 입구가 이곳에 숨겨져 있어 찾아온 겁니다. 원래는 혼자 도전할 계획이었는걸요.”


날 찾아온 게 아니었군.


나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무안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입구까지만 동행할 수 있겠나? 어떤 시험인지 직접 보고 나서 결정하고 싶군.”


“그러지요. 사실 소승도 그리 제안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고맙네. 시험의 관 입구는 어딘가?”


“지저입니다. 저희가 원숭이 왕을 잡았던 곳이지요.”


“알겠네. 잠시 일 각의 시간만 주게나.”


“천천히 일 보시고 오시지요.”


나는 아홉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수빈에게 다가가 말했다.



“부인. 아홉째와는 구면이겠구려. 내 잠시 그와 어디 좀 다녀오도록 하지.”


“가가. 그러면 그동안 메제드님이 만든 은암혈음진(隱暗血陰陣)에 들어가 있을까요?”


“그게 낫겠군. 오래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청파적을 불테니 염아를 데리고 들어가있도록.”


“조심히 다녀오셔요.”


아쉬움이 남는 듯 눈을 내리깔며 슥 흘기는 여수빈.


소매를 잡아보려 어설프게 들었던 손이 내려가는 모습이 짠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흐레 안에는 돌아오지.”


“결국 아홉째님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으셨군요.”


“그래.”


역시 살을 맞댄 사이라 이건가. 눈치가 빨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아홉째는 믿을 수 있다. 이미 나는 그에게 목숨을 한 번 빚졌다. 그 덕에 널 만나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덜컥 가버리시다니..”


“괜찮다. 금방 돌아올 테니 걱정 말아라.”


“그렇다면 이걸 가져가시길.”


여수빈이 하늘옷 하나를 건네주었다. 3개월 전 천계에서 넘어온 도사와 싸울 때 찢어졌던 옷이 말끔하게 복구되어 있었다.


각종 생활도구나 집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걸로 보아 여수빈의 손재주가 범상치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소소랑의 하늘옷마저 수선할 수 있을 줄은 몰랐기에 나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무엇으로 수선했지? 이건 나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물건인데..”


“끊어진 실을 맞대어 이으니 조금씩 자라나더군요. 하여 그렇게 자라난 실을 바늘로 엮었을 뿐입니다.”


“고맙다.”


나 또한 자동 수복 기능이 있는 것 자체는 알았으나 그 속도가 매우 느려 없는 것 치부했던 기능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찢어진 것도 시간을 들여 수선할 수 있을 줄은 몰랐기에 여수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염아를 잘 돌보고 있거라.”


“네, 낭군. 다녀오시와요.”


아홉째는 이채로운 눈빛을 띈 채 나에게 물었다.


“색채가 아름답군요. 진실로 부부의 연을 맺으신 겁니까?”

“부부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를 위한다는 것만은 확실하지.”


“과연. 답이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뇌신석을 수거한 뒤 휘적휘적 지하로 내려가는 아홉째.


나는 여수빈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남기고는 아홉째를 따라 원숭이 왕을 잡았던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하의 공동에 도달하자 아홉째가 말했다.


“무언가.. 불순한, 아니 순수한 광기가 침범한 흔적이 있군요.”


“아, 천계에서 시체를 사용하는 괴이한 수도자 하나가 흘러왔었다네.”


“천계 말씀이십니까?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체입니다만.”

“천계는 단체가 아니라···”



두근.


천계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순간 심장이 두방망이질치며 깨질 듯한 두통이 몰려왔다.


말해선 안된다. 거짓. 거짓을 말해라.


오른쪽 눈이 아파온다.


그리고 머릿속에 속삭임이 흘러들어온다.


내가 진실을 빌려주겠노라. 하고.


그러자 어째서인지 입술이 자동으로 열리며 기이한 금빛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계는 상계에 속한 비밀 조직이다. 아홉째, 너와 소소랑을 잡기 위해 파견한 수사들이지.”


“아, 그들 말입니까. 저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 흔적은 아닌데..”


“그럼 나는 잘 모르겠네.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군.”


내 안색은 평온했지만 속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동시에 드는 안도감.


왜지?


왜 난 그에게 굳이 거짓말을 했지?


그러나 의문을 해소할 새도 없이 아홉째가 공동의 중앙에 양 끝이 불룩한 짧은 막대기같은 것을 놓더니 주변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시험관 입구는 제대로 작동하는군요. 자, 우선 이것부터 받으시지요.”


나는 아홉째에게 뇌신석 다섯 개와 알록달록한 실 하나를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놓았던 양 끝이 불룩한 짧은 막대기를 가리키며 말하는 아홉째.


“제가 이 바즈라(वज्र)를 들고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제가 준 실을 허리춤에 잘 묶고 절 따라오시지요. 절대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져서는 안 됩니다.”


“자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맞습니다. 일주일동안 길을 따라 걸으면 발리 왕을 만날 수 있지요. 그에게 도달한 자는 누구든간에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고 합니다.”


“만나기만 해도 소원을 들어준다니. 오만하군. 발리 왕이란 자는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정확히는 혈족이지요. 심지어 본체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연기기 1성의 경지를 단숨에 12성까지 달하게 해주는 절세의 영약을 준다거나 단순 법기가 아닌 법보 수준의 물건을 하사받을 수도 있는 정도는 됩니다.”


그런 귀한 기회를 단순히 아홉째를 따라감으로써 얻을 수 있다니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홉째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다. 허나 세상엔 형편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닌 것이 법도 아니던가.


“혹시 이 시험의 정체와 목적이 뭔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그러지요. 사실 이곳에 사는 원숭이들은 전부 발리 왕의 후손입니다. 이 시험 또한 그들을 위해 만들어졌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을 살해하고 무단침입하는 셈 아닌가. 시험을 통과하고 발리 왕을 만난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인데.”


그러자 아홉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무단침입이 아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험에 응하는 것이니까요. 설령 발리 왕이 무피원들을 죽여서 화가 났다 하더라도 보상은 받을 수 있습니다.”


“알려줘서 고맙네. 그럼 들어가지.”


“그러지요.”


아홉째가 건네준 알록달록한 실을 허리춤에 묶자 그와 나 사이에 반투명한 줄이 생겼다.


그리고 잠시 후.


쩌저저적!


아홉째가 바즈라를 공동의 중앙, 과거 시체 산이 있던 그곳에 둥근 균열이 열리더니 점점 커져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균열 안쪽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푸른 뇌전으로 뒤덮여 있었다. 범인이라면 쳐다보는 것만으로 오금을 지릴 정도로 몰아치는 번개의 물결.


그 빛뿐인 세계 속으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아홉째가 발을 들였다.


“오시지요.”


나 또한 홀린 듯이 그의 뒤를 따랐다.






ㅡㅡㅡ


파지지직!


시험관의 안은 그야말로 눈이 멀 정도의 빛을 발하는 번개밖에 없었다.


내가 땅을 딛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굉음과 빛이 난무하는 세계.


하지만 뇌신석이 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자 번개들이 모조리 빨려들어가 반구형의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이쪽입니다. 따라오시지요.”


굉음으로 귀가 멀 것 같은 와중에도 아홉째의 목소리만은 또렷이 들렸다.


아마 아홉째가 건네준 알록달록한 실의 영향인 듯 싶었다.


그 다음은 걷기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에 난무하는 번개들이 두려워 몸을 떨었으나 채 두 시진도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그러니 자연스레 아홉째와 잡담을 하며 걷게 되었다. 내용은 주로 나 수도자나 공법에 대한 정보 또는 상계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아홉째가 왜 등천암로에 들어왔는지, 어째서 수도자들이 그를 쫒고 있는지 등에 대한 주제는 그 스스로가 중간에 끊고 더이상 얘기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러다보니 얻는 게 많았다. 법기 중에서 귀한 걸 법보라 하고 신선이 만든 법보를 신기라 한다든지 하는 기초적인 수도계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루는 거대한 날짐승같은 것이 나타났다.


시야가 온통 청색의 빛뿐임에도 그걸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짐승이 홀로 붉은 빛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었다.


독수리를 닮은 그 짐승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듯 했으나 아홉째가 바즈라를 들어 보이자 두려워하며 물러났다.


나는 기이하게 여겨 바즈라에 대해 물어봤다. 아무리 봐도 이런 번개 속에서 다닐 정도로 강한 짐승이 물건 하나 들었다고 물러나는 것이 말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 바즈라는 신기(神器)입니다. 아수라들이 두려워 마지않는 물건이지요.”


“신기라니. 대체 그런 물건을 어떻게 손에 넣었단 말인가?”


“글쎄요. 그저 흘러가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손에 있더군요.”


이후에도 형형색색의 짐승 여러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오려다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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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27 대원승천단 - 1 24.06.14 9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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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발리 왕 - 3 24.06.08 74 1 10쪽
» 발리 왕 - 2 24.06.07 84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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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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