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02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6.18 14:56
조회
67
추천
0
글자
10쪽

대원승천단 - 5

DUMMY

그의 말과 증거들로 보건대 분명히 이 시체와 영혼은 대장장이 야후의 것이 맞았다.


그렇다면 복희와 함께 나를 이곳까지 안내한 야후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생각이 거기까지 가 닿자 순간 등골에 어마어마한 섬짓함이 돋아올랐다.


당장. 당장 은신처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에 야후가 둘일 순 없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가짜이리라.


그리고 가짜 야후는 필연적으로 야후의 뇌를 먹어치웠다는 벌레일 가능성이 높았다.


허면 그 벌레가 내 은신처에서 사람들을 잡아먹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나는 무영신보를 전력으로 발휘해 은신처로 돌아갔다.


그러자 거기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의 복희와 여염, 그리고 여수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가!”



여수빈의 걱정섞인 울음소리와 함께 말랑한 가슴이 얼굴을 덮쳤다.


나는 그만 긴장이 탁 풀려버렸다.



“야후는, 야후는 돌아왔느냐?”


“네. 어르신은 가가와 함께 나간 뒤 방금 은신처에 들르셨다가 할 일이 있다며 나가셨어요. 가가. 그것보다 팔부터 치료하심이..”


“야후는 언제 여길 나갔는지 말해다오. 어서!”


“한 시진도 안 됐어요. 동쪽의 생문 쪽으로 나갔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찌릿 하고 왼팔에서 통증이 올라오더니 다시금 암창의 기운이 날뛰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격통이 찾아왔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만혼귀주문을 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가가..”


“아버지..”



염아와 여수빈의 걱정섞인 울먹임이 들려왔지만 달래줄 여유가 없었다.


곧 나는 내면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갔다.



그러니 심상 속에선 여느 때처럼 작은 발리 왕이 혼원신공의 구결을 읽고 있었다.



[주인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신경 끄고 네 취미 생활이나 마저 즐겨라.”


[그럽지요.]



나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본능적으로 지금 이 암창의 기운을 해결하지 않으면 진원진기가 상할 거라는 게 느껴졌다.



조금 더 들어가니 메제드가 보였다. 눈알만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천계의 괴물들 중 하나인 비홀더와 닮아보였다.



-쯧쯔. 무리하지 말거라. 가짜 야후의 정체와 목적이 뭔진 모르겠지만 여수빈과 여염은 무사하지 않느냐?


“아닐 수도 있다. 가짜 야후처럼 가짜 여수빈과 가짜 여염이 될 수도 있다.”


-영혼을 검증해보면 될 일이다. 너에게는 만혼귀주문이 있잖냐. 천천히 회복부터 하고 거처를 옮겨라. 성질머리하고는.


“닥쳐. 알아서 한다.”



대화는 거기서 끝. 더 깊숙한 내면으로 들어가니 도도한 대하처럼 흐르는 공력의 물결이 보였다.


천둔으로 발리 왕의 뇌전을 소화하고 있는 탓인지 공력에는 미미한 뇌전이 전체적으로 튀기고 있었으며 가장 바깥쪽이 옅은 황금색을 띄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가운데에는 아주 굵은 흑녹색 기운이 거세게 흘렀다. 아마 베파이로스에게서 흡수한 공력이리라.


마지막으로 맨 가운데에는 음유한 흰색 기운이 강줄기처럼 좁게 흘렀다. 영혼을 제련하며 떨어져나온 주력과 영력을 흡수한 만혼귀주문의 공력이었다.



이 공력들은 어떤 수법으로 펼치느냐에 따라 속성이 달라졌는데 가령 마기제본술로 공법을 펼치면 흑색 기운이 파괴력을 보태주고 혈음쇄마결로 주문을 외면 끈적한 흰색의 기운이 달라붙어 저주를 떨쳐내기 어려워지는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강신본경으로 몸에 강체술을 시전하면 전류가 튀는 것 까지. 내 공력엔 그 기원만큼이나 다양한 공능이 있었다.



나는 공력의 물결을 따라갔다. 그러니 중간에 검은 이끼같은 것이 대하의 흐름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이 암창의 기운임을 간파하고 천뢰의 기운을 이용해 조금씩 지져냈다.


그러자 조금씩 트이는 혈.


다소 시간이 걸리는 작업임을 직감하고는 나는 위의 발리 왕을 불러내었다.


그러자 퐁. 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발리 왕.



[주인님. 저 책 읽고 있었는데..]


“알았다. 알았어. 이번만 협력하면 당분간 안 부를 테니까 저 검은 이끼들을 전부 지져주거라.”


[일단 알겠습니다. 명령이라면 따라야죠 뭐.]



쓸모없는 놈 같으니. 7년이나 괴롭힘당하니 슬슬 고통에 익숙해졌는지 반항기가 보이는 발리 왕이었다.


하지만 내 의식 세계에서 천뢰의 기운을 가장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게 놈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메제드는 은신술과 안력, 치유공법에나 공력을 끌어다 쓸 수 있지 이런 섬세한 일엔 영 젬병이었으니.



나는 그렇게 내 혈을 뚫어주는 발리 왕을 뒤로하고 더 깊은 의식속으로 내려갔다.


원래는 전에도 내 의식의 심연을 구경하려 명상에 잠긴 일은 많았다. 하지만 저 거센 공력의 흐름이 고요함을 방해한 탓에 더 깊은 심연으로는 내려가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력이 많이 쇠해서 역설적으로 더 깊은 심연까지 내려가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왕 내려온 김에 끝까지 가 보는 것도 공법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공력이 흘러 모인 거대한 웅덩이에 도착했다.


그곳은 너비만 이십여 장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는데 지금은 공력이 다 말라버린 탓에 바닥이 거의 보였다.


나는 그 웅덩이의 바닥으로 내려가 웅덩이 바닥에 숭숭 뚫려있는 작은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끝없는 무저갱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저갱 안쪽에서는 끊임없이 속삭임이 들려왔다.


안력을 돋구어 보니 무저갱의 벽은 새하얀 눈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새하얀 안구와 대비되게 돋아난 혈관들이 상당히 혐오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끊임없이 지식이 흘러나왔다.


앎. 앎. 앎.


그리고 피.


나는 거기에서 가장 궁금한 것을 소리쳐 물어봤다.


야후는 누구인가.


그러자 메아리가 돌아왔다.


백면귀식충. 백면귀식충. 백면귀식충.


기억과 육신을 먹고 의태하는 등천암로의 마물.


나는 답을 듣고는 이것이 전에 내 내면에 뚫렸었던 심연으로의 통로임을 알아보고 더 깊이 들어가려 했다.


그만큼 앎이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누가 잡아끌기라도 한 듯 의식의 표면세계에서 깨어났다.



“가가!”


“쿨럭!”



잠에서 깨어나자 입에서 검은 토혈이 흘러나왔다. 뭉쳐진 부정한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온 것이었다.


왼팔은 어느새 치유되어 있는 상태.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이틀 지났어요.”


“야후는?”


“안 그래도 방금 돌아왔사옵니다. 다음에 찾아갈 천인의 위치를 특정했다고 하더군요.”


“염아와 복희는?”


“밖에서 수련중이와요.”


“그 둘을 여기로 불러와라.”



곧 내 침소로 들어오는 둘.


나는 만혼귀주문을 운용해 여수빈과 여염의 영혼을 살폈으나 아무런 이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복희의 영혼에서는 무언가 요상한 관 같은 것이 박혀있었다.


자세히 보니 작은 영혼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관이었다. 


그것들은 복희의 영혼에서 영력을 조금씩 흡수해 한창 자신의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복희를 따로 불러 만혼귀주문의 흡인력으로 관들을 전부 빼내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거라.”


“네, 천인님.”


“네 할아버지, 야후는 한 달 전에 죽었다.”


“네?”


“그리고 너와 함께 여기까지 온 할아버지 야후는 백면귀식충이라는 마물이 네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의태한 것이다.”


“천인님.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변했다면 누구보다 제가 잘 알아챘을 것입니다. 함께한 세월만 이십 년입니다. 그런데 어찌..”



울먹이는 복희. 억울함의 눈물이든 슬픔의 눈물이든 그 결은 비슷하리라.



“네가 납득하고 말고는 중요치 않다. 나는 솔직히 너도 믿지 못하겠노라.”


“네. 이해합니다. 외인이니 믿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제 할아버지는 살아 있습니다. 지금도 멀쩡히 저 동굴 뒤편에 계신걸요.”


“따라와라.”



나는 복희를 데리고 야후에게 갔다.


야후는 우리 둘을 반기며 먹고있던 버섯죽을 권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야후를 공격할 준비를  하며 만혼귀주문을 운용했다.



그러자 역겨운 향취가 올라왔다.


놈의 영혼의 형태는 상당히 기괴했는데 덩어리진 중앙의 구더기 위로 수십의 뇌와 두개골이 층층이 쌓여있었다.


 


“하나만 묻지.”


“무엇이든 물어보게나.”


“네놈은 벌레가 아닌, 지저인 야후가 맞나?”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맞지. 그러고보니 자네 말투도 조금 이상한데.. 혹시 무슨 일 있나?”



거짓.


나는 즉시 마기제본술로 놈의 발목을 잘랐다.



푸확!


그러자 인간의 그것과 같은 골격이 나오며 잘리는 발목.



“크악! 지, 지금 무슨!”



그리고 다음은 목이었다.



서걱.


데구르르..



그러자 떨어진 놈의 머리통에서 목구멍을 통해 하얀 벌레가 기어나왔다.


백면귀식충이었다.


나는 즉시 그 벌레를 잡아 토막낸 뒤 만혼귀주문으로 영혼을 붙잡았다.


분명 기억을 읽고 의태를 한다고 했었으니 이 능력이 쓸모가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흐, 흐아아악!”



복희는 소스라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적이 충격을 받은 모양.



“네 할아버지의 영혼을 불러줄 테니 잘 대화해 보거라.”



나는 야후의 영혼을 혈음쇄마결의 저주술법을 이용해 복희에게 붙였다.


그러자 복희는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는 것 같더니 흐느끼며 나에게 말했다.



“천인님. 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가 한달도 전에 죽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요. 그 놈들을 피해 간신히 도망쳐 자유를 얻었는데.. 어째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유품같은 게 있나?”


“있어요. 여기..”



작은 토기를 내미는 복희.


공법의 회로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토속성 공법이 새겨진 법기로 보였다. 


나는 거기에 혈음쇄마결의 저주를 강하게 담아 야후를 빙의시켰다.



“이 토기에 네 할아버지의 영혼을 붙박혀놓았다. 하지만 영혼은 하늘로 회귀하려는 성질이 있는지라 오래 붙잡진 못할 거다.”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건.. 그건 할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길인걸요.”


“아니다. 네 할아버지도 널 두고 하늘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기에 토기에 남아있는 거 아니겠나.”


“흑.. 하지만.”


“십 년. 십 년 후에 영혼은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그때까지 잘 간직해 놓거라.”


“할아버지..”



그러고선 복희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이 되더니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대원승천단 - 13 +1 24.06.28 49 0 11쪽
38 대원승천단 - 12 24.06.26 35 0 11쪽
37 대원승천단 - 11 24.06.25 54 0 11쪽
36 대원승천단 - 10 24.06.23 56 0 9쪽
35 대원승천단 - 9 24.06.22 54 0 9쪽
34 대원승천단 - 8 24.06.21 63 0 9쪽
33 대원승천단 - 7 24.06.20 61 0 10쪽
32 대원승천단 - 6 24.06.19 54 0 10쪽
» 대원승천단 - 5 24.06.18 68 0 10쪽
30 대원승천단 - 4 24.06.17 79 0 9쪽
29 대원승천단 - 3 24.06.16 67 0 9쪽
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27 대원승천단 - 1 24.06.14 93 1 10쪽
26 발리 왕 - 5 24.06.12 66 1 12쪽
25 발리 왕 - 4 24.06.10 87 1 9쪽
24 발리 왕 - 3 24.06.08 74 1 10쪽
23 발리 왕 - 2 24.06.07 84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8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9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14 등천암로(登天暗路) - 12 24.04.08 170 2 11쪽
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4 2 10쪽
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11 등천암로(登天暗路) - 9 24.04.04 187 2 11쪽
10 등천암로(登天暗路) - 8 24.04.01 200 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