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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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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93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4.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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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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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천계(天界) - 5

DUMMY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의 비명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하늘에 떠 있던 천사의 눈 또한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아무래도 놈의 마력으로 만든 환상계 술법인 모양.



나는 놈의 비명을 감상하는 대신 검으로 혈음쇄마결의 수법을 이용해 각종 저주를 흘려보냈다.



“이, 이그낙투스!”


놈이 내 검에 꽂힌 채로 술법을 읊었다. 그러자 기괴한 살점이 공중에서 자라나 나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쓰걱.



검을 비틀자 형성되려던 술법이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단숨에 목을 베지 않고 폐와 심장을 일직선으로 찌른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놈의 경지가 게부라인 이상 가진 주술의 진체는 폐와 심장이다.


심지어 차원을 넘으며 경지가 거의 끝자락까지 격하됐으니 고작 이정도 충격을 주는 것 만으로도 주술을 전부 파훼할 수 있는 것이다.



“끄아악! 제, 제길. 파이.. 어흑!”



혈음쇄마결의 수법으로 66마리의 망령을 놈의 전신 곳곳에 집어넣어 저주를 뿌렸으니 이젠 마기제본술의 차례다.



나는 마기제본술로 만든 영혼의 사슬로 놈의 전신을 주박한 뒤 조심스레 놈의 머리를 파냈다.



그러자 보이는 탐스러운 분홍색 뇌.



“그, 그만. 네놈 지금 금기를..!”



아그작.



놈의 동공이 솟구치더니 허옇게 뒤집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멈추지 않고 놈의 뇌를 전부 다 먹어치웠다.


그러자 체내로 들어오는 강력한 마력.



주술의 도구를 없앴으니 이젠 안전하게 심장을 섭취할 수 있겠지.



나는 아직도 펄떡펄떡 뛰고 있는 심장을 가져다 그대로 꿀떡 삼켰다.



고오오오.



목구멍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힘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고작 연기기 4성의 힘으로는 제어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양의 마력.


그 마력의 소용돌이가 목구멍을 찢고 들어와 위장, 내장, 간, 이자, 골수를 전부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더니 이젠 공력의 기반인 단전까지 두들기기 시작했다.



-죽, 죽는다.



“안 죽어.”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나는 조용히 읊었다.



“금기를 범한 노여운 자를 바치나니, 부디 원래대로 돌아가게 하소서.”

















내면의 어두운 통로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순식간에 몸 안에서 검은 장미덩쿨이 돋아났다.



그리고 그 장미덩쿨은 내 내면의 힘을 가열차게 빨아들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자라나 내 몸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냈다.



그렇게 내부의 거대한 마력이 사라지니 그 속에서 초라한 혼령 하나가 보였다.



-이 녀석이 설마···.



“베파이로스.”



작은 혼령이 작게 떠는 것이 보였다.


나는 씨익 웃었다.



“잘 가라.”



서걱.



마기제본술의 칼날이 베파이로스의 영혼을 갈랐다.



그리고 떨어지는 영혼과 함께 나 또한 그대로 허물어져 내려앉았다.



ㅡㅡ



“으윽···”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니 머릿속에서 지잉ㅡ. 하고 이명이 울렸다.



-일어났나.



주위를 둘러보니 텅 빈 공동만이 보일 뿐 방금 처리했던 베파이로스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쓰러진 지 얼마나 지났나.”


-일 각도 되지 않았다.


“그럼 여기 있던 베파이로스의 시체는 어디갔지?”


-네가 다 먹었다.


“내가?”


-기억 안 나냐. 네가 방금 다 먹었잖아. 요사한 공법으로 피까지 쪽쪽 빨아먹으면서 말이지.



나는 메제드의 말에 무심코 입가를 더듬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느껴지는 짙은 혈향. 입가엔 온통 피가 묻어있었다.



“우웨에에엑!”



그 순간 참을 수 없이 역한 비린내가 느껴져 나는 바닥에 대고 구역질을 해댔다.



하지만 위장의 누런 신물만 올라올 뿐 입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엥. 이제 와서 웬 토악질이냐.


“그,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뭐가 네 의지가 아니었단 거냐. 방금 놈을 먹어치운 거?


“전부. 난.. 그래. 그때부터다. 랫 킹인가 하는 그 주술진을 봤을 때.


-잠시 미치기라도 했단 말이냐. 정신 오염의 흔적은 없었는데.


“그 눈깔. 그 혐오스러운 눈깔을 봤을 때 부터..”



말을 내뱉고도 나는 흠칫했다.


원숭이들의 시체가 가득한 공동에서 봤던 그 정체불명의 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고통이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라?”


-?


“아프.. 아프지 않다. 그거뿐만이 아니야. 이제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


-시선이라니?


“통로, 통로 말이다! 천계에 대한 지식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내면에 있던 심연의 통로가 사라졌어. 흐. 흐하하!”


-내가 보기엔 지금이 더 미친 거 같은데.



‘눈’을 봤을 때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생겨났던 어둠의 통로가 사라졌다.


그에 따라 흘러들어왔던 어둠의 지식도 사라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머리 한 구석에 있던 해묵은 고통이 사라진 것만 같은 상쾌함이 전신을 감쌌다.


‘눈’의 형상도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추상적이고 공포스러운 하나의 이미지로서만 남아있을 뿐 그 이상의 어떤 정보도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오직 꿈을 꾼 듯 머릿속에 펼쳐지는 방금의 일들 뿐이다.


마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몸을 조종했던 것만 같은 감각.



그때.



우우웅.



품 속에서 뭔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곡자가 줬던 서책, 천둔이었다.



펼쳐보니 첫 페이지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자로 가득 차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채워졌군. 일종의 암호같은 모양인데.


“아니다. 이건 문자다.”


-문자라니? 도저히 그렇게는 안보인다만. 문자라면 최소한의 식과 형은 있어야 할 터인데 이건 숫제 휘갈겨놓은 낙서에 가깝지않나.



메제드는 의뭉스러운 모양. 하지만 난 기묘한 확신을 가진 채 말했다.


티끌이나마 남은 어둠의 지식의 잔재가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형식이 없다 할지라도 이건 천계의 언어. 그중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종류의 언어다.”


-또 천계인가. 하지만 이건 분명 귀곡자가 줬던 서책 아니더냐. 그 자에겐 천계의 냄새 같은 건 전혀 나지 않았는데.


“그 자가 쓴 서책이 아닐지도 모르지.”



어찌 된 일이든간에 해석할 수 없는 문자이니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서책을 접어 품 안에 넣으려던 찰나.



금빛?



파앗.



글자들에서 환한 금빛이 나더니 그대로 떠올라 내 왼팔에 흡착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피부 속에 녹아드는 문자들.



황망한 마음에 서책을 다시 보니 천둔지서의 첫 페이지가 어느새 찢겨나가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무언가 바뀐 게 있나 싶어 왼팔을 휘둘러도 보고 서책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력을 운용해보려던 순간.



“어?”



나는 전신에 휘몰아치는 강력한 공력을 느끼고는 당황했다.


마치 대해와도 같이 힘차게 넘쳐흐르는 공력의 파도.



그 힘에 취해 무심코 마기제본술의 검귀들을 벽에 그대로 내보내봤다.



우르릉!



그러자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그 전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던 동굴의 벽면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강력함.



“갑자기 왜 이렇게 공력이 많아진 거지?”


-그거야 당연히 네가 놈을 먹었으니깐.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베파이로스인가 하는 놈의 공력을 그대로 꿀꺽한 것 같은데.


“분명 방금 내가 놈을 먹어치우긴 했다만.. 그게 가능한가?”


-나도 처음 보는 수법이다. 흡성대법이나 흡령결따위와는 흡수력의 결이 다른 건 알겠군. 덕분에 연기단도 필요없이 천제만 치르면 연기기 6성까지는 금방 도달하겠어.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천제라는 건 어떻게 치루는 거지?”


-별 거 없다. 연기기 6성에 오르기 위해서 필요한 약소한 의식일 뿐이다. 봉헌물을 준비하고 공력을 운용하며 하늘에 고사를 지내면 된다. 다만 축기기에 이를 때엔 태을과 사상, 칠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으로 예를 갖춰야 천겁을 맞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럼 지금도 천제를 치룰 수 있겠군.”


-보통은 길일을 잡는 것이 기본이나 지금 네 공력 수준으로 보면 길일까진 잡지 않아도 무난히 의식을 치룰 수 있겠군. 우선 위로 올라가도록 하지.


“그 원숭이 시체들이 늘어선 곳 말하는 건가?”


-맞다. 보아하니 그것들 아직 영혼이 붙들려 있는 거 같던데 그걸로 천제를 치르면 딱일 것이다.


“설마.. 영혼을 하늘에 봉헌하는 건가? 굳이 영혼을 봉헌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다른 귀물들도 많은데.”


-왜, 거부감이라도 생기나? 어짜피 사람을 잡아먹는 요수들의 영혼이다. 게다가 냅둬봤자 원령귀나 될 영혼들, 차라리 하늘에 봉헌해 해방시켜 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



나는 메제드의 말에 잠시 고민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놈들의 영혼을 봉헌하지 않으면 어짜피 만혼귀주문의 기령으로 제련당할 처지니 그게 더 낫겠지. 이미 나부터가 영혼을 부리는 술사인데 무엇을 그르다 하리요.”


-정해졌으면 어서 위로 가지.



나는 메제드의 말에 따라 원숭이 시체가 가득한 공동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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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대원승천단 - 2 24.06.15 8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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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리 왕 - 2 24.06.07 83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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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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