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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91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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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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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원승천단 - 7

DUMMY

나는 한걸음에 염아와 복희에게 달려가 복수를 도와줄테니 은신처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니 복희는 양심에 찔렸는지 황송해하며 거절했지만 염아와 여수빈의 관계를 들먹이자 수긍하고 다시 은신처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여수빈에게 가 말했다.



“3년 정도 이곳을 떠나 있을 예정이오.”


“그렇게 오래나요?”


“하늘옷은 저번에 준 3겹짜리 하늘옷이면 충분하오. 스스로 수선해 쓰겠소.”



그녀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종종 들리시와요.”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소. 아홉째를 찾아 떠나는 거라서.”


“또 대업을 이루러 가시는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꼭 몸 성히 돌아오시와요.”



그러며 부적을 건네는 여수빈.


아무런 효험도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했지만 삐뚤빼뚤하게 무사귀환이라 적힌 글자에서 그 마음이 느껴졌다.



“하계의 언어는 또 언제 공부했소?”


“염아가 가진 서적을 보며 글자만 익혔습니다.”


“해설서도 없었을텐데.. 대단한 재능이구려.”


“아녀자의 소일거리에 불과하지요. 남편이 나고 자란 곳의 언어니 알고 싶었습니다.”


“정말 고맙소. 진작에 말했으면 더 공부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줬을 터인데..”


“아닙니다. 어찌 제가 수련할 시간을 뺏어 제 사익을 취하겠습니까. 저것으로 충분합니다.”


“내 가는 길에 논어와 사경을 지저인들의 언어로 써놓을테니 더 배우고 싶으면 참고하시오. 이 부적은 내 꼭 소중하게 갖고 있으리다.”


“고마워요 가가. 꼭 무사귀환하셔야 됩니다.”



나는 부적을 저물대에 넣고 길을 나섰다.


여수빈의 경우에는 혼원신공을 제대로 익히지 않았다. 


일전에 염아와 같이 혼원신공을 익히다 기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낸 적이 있기 떄문이다.



하여 혈은 뚫어놓은 상태로 혼원신공만 익히지 않은 순수한 몸이었는데 이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는 염아가 꼭 필요했다.



나는 연기기 8성과 9성에 달하는 원숭이 요수선사를 각각 은신처와 여수빈에게 붙여놓고 주기적으로 보고하러 오도록 시켰다.


또한 토전문의 수사에게서 얻은 청파식적과 정토를 쓰고 남은 호리병, 그리고 남아있는 바즈라의 꺠진 조각 전부를 사용해 더욱 강력한 은신결계를 만들었다.


메제드의 술법경지가 상상이상으로 높은 탓에 연기기 11성인 내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축기기 수도자까지 속일 수 있는 법진이 되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나는 홀로 길을 나섰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챙길 것이 나밖에 없다는 건 외로운 동시에 쾌적한 것이었다.


아홉째를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다고? 아니면 저번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또는 용건을 바로 꺼내 범인에게 영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알려달라고 하는 게 나으려나?



수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으나 발걸음을 딛기 시작하자 잡념이 바람과 함께 날라가버렸다.


시원했다.


그리고 뺨에 느껴지는 청량함.


바람이 거셌다.



눈을 잠시 감았다.



순간 느껴진 붕 하는 부유감. 모든 것을 떨어뜨릴 듯한 속도감. 허무함마저 날려버릴 어지러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찰나의 시간 속에서 의미없어질 종극.


모든 것이 한없이 가벼웠다. 광풍에 몸을 맡기고 홀홀단신으로 동굴을 질주하며 나는 그대로 증발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찰나가 영원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지만 나에겐 시간을 휘두를 힘은 없었다.


그러나 상관 없는 일이다. 삶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것을 나라고 믿으면 될 일이니.



감상에 젖은 채 달리다 보니 곧 마을이 보였다. 도착해 주위를 살펴보니 일단의 사람들이 시체를 치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거니 그들은 자신들을 천인교 소속의 번견이라고 소개했다.



“천인교라니. 내가 사람들과 따로 떨어져 살아서 그런데 이 등천암로에도 종교가 있소?”


“흐흐. 당연하지. 우리 번견들은 현인신인 천라성녀님과 그 주변의 천인님들을 모시고 있느니라. 그런데 너..”



시체들을 치우다 말고 무기를 꺼내드는 번견들.



“신성모독을 범했으니 내 노예가 되어라!”


“아니, 내꺼다. 놈을 먼저 잡는 놈이 임자야!”



그러며 한꺼번에 달려드는 번견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손짓 한 번으로 혈음쇄마결의 속박귀술을 발동해 놈들을 전부 공중에 매달아 묶어버렸다.



“천, 천인님!”


“천인님이셨습니까. 감히 불경을. 죽여주시옵소서!”



그러자 일제히 부복하며 울부짖는 지저인들.


나는 그들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었다.



이 지저인 마을에서 정체모를 등천암로의 괴수에 의해 천인과 마을 하나가 통째로 도륙당했고 자신들은 그 뒤처리를 하기 위해 파견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인교라 함은 소소랑이 속해있는 목여수라문과 적토문을 흡수한 그 조직이 종교화되어 이름만 천인교로 바꾼 것이었다.


또 이들 번견들이란 천인들의 수발을 직접 드는 지저인들로써 번견단이란 것을 상시 품에 지니고 다니며 지저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호오.”


“저, 저 그런데 천인님.”


“왜 그러느냐.”


“천인님께서는 천인교를 모르시는 것으로 보아 이쪽 소속이 아니신 모양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를 말이냐.”


“그것이.. 저희를 죽이면 저희 교 소속의 천인님이 나설 수도..”



나는 그 말을 듣자 푸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아니, 그니까 니네 죽이지 말라고? 니네 죽이면 교가 복수할 거라고?”


“그것이 아니옵고..”



나는 안색을 싹 바꾸고는 말했다.



“건방지구나. 어디 감히.”



그러고는 나는 질문한 놈의 목을 베어버렸다.


기우뚱 뒹구는 놈의 몸체와 기겁하는 번견들.


나는 그런 뒤 잽싸게 놈의 몸을 다시 붙인 뒤 영혼이 떠나가지 않도록 붙들고 메제드에게 치료공법을 부탁했다.



-칫. 이런 사소한 쇼에 날 일일히 부르지 말란 말이다.



그러자 목이 도로 붙고 까뒤집은 눈을 되돌리며 헉헉대는 번견.



“다음은 없다.”


“네, 넵!”



눈앞에서 사람의 목이 잘렸다 붙는 신기를 봐서인지 번견들은 그 후로 내 말을 아주 잘 들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원래 다른 마을로 호송하려던 시체를 중앙 제단으로 모은 뒤 불을 붙여 태웠다.


그러자 시체에 남아있던 잔념과 사기들이 검은 그을음에 묻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경로를 확인하고는 이전에 삼천 명의 영혼을 담아두었던 항아리를 꺼내 그들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영혼들은 갈 길을 잃은 듯 방황하다 시체가 타는 연기를 발견하고는 검은 연기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늘에 생긴 구멍이 점점 넓어지더니 인력이 발생하며 영혼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승천문이 열린 셈이다. 영혼이 자연적으로 대량발생해 하늘로 올라갈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나는 그들의 영혼을 제물로 삼아 하늘에 공양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때 발리 왕이 나에게 궁금한 목소리로 묻는 것이 느껴졌다.



[주인님. 왜 저 영혼을 취하지 않으십니까?]


-냅둬. 고상한 취미시랜다.


[허나 취미로 소비하기에는 지나치게 아까운 영혼들이 아닌가. 저 영혼들만 취해도 지금 경지에서 일 할은 더 올라갈 수 있을 터인데.]


-내 말이.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시끄러워. 인신공양에는 취미 없다.”


-그런 것 치고는 원숭이들의 영혼은 잘만 공양하던데.


[뭣이?]


“아. 그 베파이로스와 싸운 후에?”


-어. 그때.


“걔네는 원숭이다. 인간이 아냐.”



그러자 발리 왕이 섭섭한 듯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나는 발리 왕의 입을 막아버린 뒤 말했다.



“물론 내 내면의 바나라족 영혼들은 분명 쓸모있다. 하지만 지저인을 그렇게 다루고 싶진 않군.”


-허? 본질적으로는 걔네 원숭이들도 지저인들이랑 다를 바 없잖아. 오히려 더 고등한 생물이면 생물이지.


“내 맘이다. 내가 공양하기 싫으면 안 하고, 공양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불만 있냐?”


-그럴 줄 알았다. 논리가 안 통하는 놈만큼 키배에서 골치아픈 애도 없지.


“어쩌라고. 내가 인간이라서 인간은 공양하지 않겠다는데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메제드 저놈이랑 말을 섞으면 어쩐지 유치해지고 저능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대충 놈이 뭐라 구시렁대는 걸 무시한 뒤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들을 바라보았다.


아, 그래.


나는 문득 백면귀충의 영혼이 떠올라 만혼귀주문을 운용해 놈을 밖으로 꺼냈다.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그러자 사람의 머리가 여러 개 달려있는 모양의 백면귀충이 나와 고개를 흔들었다.


놈이 하늘에 열린 문을 느꼈는지 승천하려는 인력이 느껴졌지만 만혼귀주문으로 단단히 붙들어놓은 탓에 놈은 옴짝달싹 못했다.



“백면귀충. 올라가는 영혼들의 의식을 나에게 공유해봐라.”



그러자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백면귀충.


자신은 기억을 먹고 의태나 가능하지 그런 건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그래서 저물대에서 검은 장미를 꺼내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에 붙였다.



“이 검은 장미는 내 기의 흐름과 연동되는 효과가 있다. 가령 내가 여기서 나에게 은잠술을 걸면 이 영혼 또한 은잠술이 걸리는 방식이지.”



백면귀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미를 올라가는 영혼에게 붙이고 네가 강신본경으로 빙의해 바로 앞의 영혼의 기억을 먹는 술법을 행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 술법으로 순간적으로 떠오른 감정들만 먹는 것이다.”



그러자 가능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놈.


나는 즉시 만혼귀주문으로 혼을 둘 불러내 한쪽 혼에 검은 장미를 붙이고 다른 한쪽 혼을 앞세워 하늘로 보냈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백면귀충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에 올라갈 때 영혼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알고 싶었다.


영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경지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도 있고 승천문이 열렸을 때에만 인력이 발생해 만혼귀주문으로 묶인 영혼들을 하늘에 억지로 올려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혼과 감각을 공명한 채 하늘로 올라가니 처음에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차츰 환희, 기쁨, 웅장함, 일체감을 느끼더니 곧 승천문의 근처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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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발리 왕 - 2 24.06.07 83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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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8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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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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