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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95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6.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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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대원승천단 - 2

DUMMY

“으랏챠!”



깡!


노인은 그에 도끼를 들어 내리쳤으나 금속성 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튕겨나가 버렸다.



“제길. 호로 잡놈의 천인새끼들 같으니라고..”



곧이어 두 노소를 휘감는 촉수들.


이내 살덩어리에서 거대한 입이 생겨나더니 촉수들이 두 노소를 입가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할아부지!”

“희아야!”



그 와중에도 대장장이 야후는 어떻게든 도끼를 던져 손녀라도 살리려 했지만 역부족. 


여인의 머릿속에선 후회가, 노인의 머릿속에선 어떻게든 빠져나가겠다는 집념이 흘렀다.



하지만 살덩어리의 입이 시시각각 가까워져 오자 절망의 빛이 노소의 동공에 떠올랐다.



개같은 천인놈들.


안 된다. 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정말 이렇게 끝난다고?



살덩어리의 입에서 느껴지는 역취가 피부로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먼저 노인의 발부터 놈의 목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무릎, 허리를 거쳐 노인의 전신이 살덩어리에게 먹히려는 그 순간.



서걱.



살덩어리가 잘려나갔다.



“아..?”



여인은 순간 눈앞의 광경이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구속했던 촉수들은 언제 잘렸는지 십사분되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고 할아버지를 삼켰던 살덩어리 또한 두동강 나 청록색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발이 검게 쪼그라든 채 누군가에게 안겨 있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용태를 보고 슬픔이 차올랐다.


그때 발목이 괴사한 할아버지를 업어드는 청년이 보였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괴물을 썰어버렸던 청년이었다.



“이야, 큰일날 뻔했다. 이것들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잖아?”


“흑.. 흐윽..”


“어..? 어? 잠시만. 야. 울지 마. 왜 울어.”



꿈이었다. 이건 분명 내가 죽기 직전에 환상을 보는 것이리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수 개월을 도망친 끝에 맞이한 죽음이 이런 환각 속이라니.


게다가 하필 천인에게 구함받는 환상이라니. 그녀는 비참함에 눈물을 흘렸다.



“흐아아앙!”


“하이고. 미치겠네. 이 할아범 목숨은 지장 없으니 안 울어도 되는데.”


“발, 발목이.”


“아 그거? 집에 가면 아버지가 치료해 주실 거야.”


“흐으윽!”


“근데.. 이 우는 모습. 뭔가 익숙한 얼굴인데.”



짙푸른 검을 든 청년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듯 손가락을 딱 하고 튀겼다.


“아, 잠깐. 알겠다.”



그리고 다음 순간.



따뜻한 무언가가 목 뒤를 감쌌다.



부르르.



“너, 복희 맞지? 나 여염이야. 개 흉내 잘 내던. 우리 종유석 동굴에서 맨날 놀았잖아?”



그제서야 여인은 청년의 얼굴을 보았다.


거기엔 분명 낯설지만 익숙한, 옛 기억의 향취가 짙게 녹은 얼굴이 있었다.



그러자 긴장이 탁 하고 풀려버린 복희.



“하. 진짜 다행이다. 아니 글쎄 어머니가 하도 닦달하는 탓에 답답해서 몰래 나왔거든. 근데 그때 딱 너네를 발견해서.. 어? 야! 정신차려. 야!”



쓰러지는 복희의 눈에 마지막으로 맺힌 형상은 아직 앳되지만 강파른 턱을 지닌 청년, 염아의 모습이었다.



못 본 새 엄청 잘생겨졌구나. 이거 꿈 아니지?


아. 모르겠다. 자야지.


머리 아파.



복희는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하. 이거 큰일났네. 또 엄청 혼나겠구만..”



염아는 이 둘을 데려갔을 때 몇 일이나 면벽수련을 해야 될지 가늠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하루 뒤.



복희가 깨어나자마자 본 광경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옷을 입은 선녀가 자신과 할아버지에게 버섯죽을 끓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 깨어났니?”



옥구슬같은 목소리가 떨어지자 복희는 황급히 대답했다.



“당, 당신은?”


“나 기억 안나니? 수빈이 이모라고 부르던 게 엊그제같은데.”


“여수빈.. 이모?”



복희는 그제서야 자신이 혼절하기 직전의 일들이 기억났다.


단약을 먹더니 괴물로 변한 천인의 수하들과 그들에게서 자신들을 구해준 청년, 여염.


분명 그들은 같은 마을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그렇게도 찾던 여씨 부부의 은신처에 그들이 들어왔단 얘기가 되었다.



“쿨럭, 쿨럭!”



그때 옆에서 기침소리와 함께 야후가 깨어났다.



“할아버지!”


“희아야!”



잠시간의 상봉 후, 야후는 복희와 여수빈에게서 자초지종을 설명들었다.


하루종일 무공 수련만 하다 답답해진 여염이 은신처 밖으로 나왔을 때 천인의 수하들에게 야후와 복희를 발견해 구해줬다는 얘기였다.


야후는 분명 지저인일 터인 여염이 어찌하여 그렇게 강력한 무공을 배울 수 있는지 의아해했지만 여수빈이 바깥의 사정을 궁금해하자 잠시 여염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고 말했다.


“밖은 지금 지옥도가 펼쳐져있다. 한 구역에 한 명 있을까말까한 천인들이 무더기로 나타나 원숭이고 인간이고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노예가 된 인간들은 그들의 경지를 높이기 위해 산 채로 인신공양되지.”


“그게 무슨..”


“그나마 원숭이가 적으로 있을 때는 나았어. 그땐 저항이라도 할 수 있었지. 지금은 가축 신세라네.”



그러면서 팔목의 긴 흉터를 보여주는 야후.



“매달 이렇게 노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피를 한 말씩 쏟아내야 하네. 그리고 그걸 버티지 못한 이들은 인육 육포로 만들어 배급하지. 듣기로는 우리의 영혼은 천인들의 수장, 천음마녀가 빨아먹고 피는 천인들이 먹은 뒤 남은 고기를 우리에게 준다고 그랬네.”



복희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그런 생지옥에서 믿을 건 선견지명이 있던 자네 부부라는 생각이 들더군. 나는 괜찮으니 희아라도 맡아주게나. 이렇게 부탁함세.”



그러며 침대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머리를 찧고 절하는 야후.



여수빈은 그에 몹시 당황해하며 말렸으나 야후는 노쇠해도 대장장이였던 몸.


아녀자의 힘으로 말릴 수 없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다 못해 은잠술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여보!”


“여 씨 총각!”



그러자 야후와 여수빈이 동시에 나를 불렀다.



“그만하시지요 어르신. 어르신의 손녀는 잘 맡아두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야후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주륵 하고 흘렀다. 그동안 겪은 고초가 말이 아닌 모양.



나는 그가 방금 한 얘기중에 걸리는 것이 있어 물었다.



“헌데 어르신께서 방금 하신 얘기 중에 천인들의 수장이 천음마녀란 소리가 들렸는데 그들에 대해 자세히 얘기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고 말고. 지금은 괴멸했지만 나름 결사대에 있었던 몸이네. 천인들도 조직이 있어. 각각 토전대, 목여대, 화천대, 음마대라 불리는 조직이지.”



이름이 익숙했다. 분명 음마대를 제외하고는 소소랑을 추격하기 위해 등천암로에 들어왔던 수사들이 속해있던 수선문의 이름들이었다.



“그 중 적토대, 목여대, 화천대는 음마대의 하위 조직일세. 주로 하급 천인들이 속해있지. 그리고 음마대의 수장이 바로 천음마녀, 소소랑일세.”



소소랑.



잠시 기억에서 밀어놓았던 이름이었다. 아홉째가 폭주하자 도망갔던 연기기 12성의 수사. 그리고 밖에서 마주쳤던 토전문의 수사가 추적하던 인물.



헌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소소랑을 추적하던 조직이 도리어 소소랑에게 먹혀 충성을 바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허면 음마대에 누가 속해있습니까? 혹시 한서자라는 천인이 있습니까? 또 소소랑, 천음마녀의 경지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내가 아는 건 적토대의 가장 약한 천인조차 우리 결사대 삼백여명을 손짓 한 번에 쓸어버렸다는 것 뿐이야..”



회한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하는 야후.



“혹시 천음마녀가 나타난 건 언제쯤입니까?”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네. 그 전까진 천인들도 이렇게 숨어있는 지저인 마을까지 찾아내 횡포를 부리진 않았어. 하지만 그 마녀가 나타나고 모든 게 지옥으로 변했지.”



부르르 떠는 야후를 바라보며 나는 고심에 잠겼다.



기실 나는 최근 들어 수련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와중이었다. 


연기기 11성까지는 원숭이들을 만혼귀주문으로 제련하며 그 정기를 섭취해 쉬이 공력을 늘렸지만 12성에 달하기 위해선 이 방법으론 못해도 수 년은 걸릴 것 같았다.


메제드는 수 년 만에 11성에서 12성으로 올라가는 것 또한 기연을 얻었고 또 천영근자이기에 가능한 속도라고 말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전투. 손과 목 뿐만 아니라 영혼 전체에 서늘한 떨림을 주는 그런 강렬한 전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저 천인들에게 돌격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았다.


애초에 토전문의 수사가 말했던 추적대의 수장의 경지는 축기기 4성. 소소랑이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흡수해 자신의 조직으로 만들었으니 소소랑의 경지는 못해도 축기기 4성 이상은 될 것이다.



나는 싸움을 원했지 개죽음을 원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마침 나에겐 아홉째가 준 뇌신석과 그의 부서진 바즈라도 있다.



“어르신. 혹시 음마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천인들의 이름과 거주지를 아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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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대원승천단 - 6 24.06.19 54 0 10쪽
31 대원승천단 - 5 24.06.18 67 0 10쪽
30 대원승천단 - 4 24.06.17 79 0 9쪽
29 대원승천단 - 3 24.06.16 67 0 9쪽
» 대원승천단 - 2 24.06.15 84 1 9쪽
27 대원승천단 - 1 24.06.14 93 1 10쪽
26 발리 왕 - 5 24.06.12 65 1 12쪽
25 발리 왕 - 4 24.06.10 87 1 9쪽
24 발리 왕 - 3 24.06.08 74 1 10쪽
23 발리 왕 - 2 24.06.07 83 1 10쪽
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21 천계(天界) - 7 24.04.19 133 0 9쪽
20 천계(天界) - 6 24.04.18 137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17 천계(天界) - 3 24.04.13 155 2 12쪽
16 천계(天界) - 2 24.04.09 168 2 11쪽
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14 등천암로(登天暗路) - 12 24.04.08 170 2 11쪽
13 등천암로(登天暗路) - 11 24.04.08 163 2 10쪽
12 등천암로(登天暗路) - 10 24.04.06 1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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