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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야성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가 신선세계에 떨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찬야성
작품등록일 :
2024.01.06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8 12:5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594
추천수 :
76
글자수 :
178,632

작성
24.06.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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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원승천단 - 1

DUMMY

어느 지저인 마을.



초로의 노인 하나와 검은 면포를 뒤집어쓴 처녀가 벽에 조심스럽게 붙어 걸어가고 있었다.



“할부지. 또 도망가는 거야?”


“쉿! 앞에 놈들이 있다. 숨을 죽여라.”



여인의 할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은 품속에서 작은 호리병을 하나 꺼내더니 안에서 흙을 꺼내 뿌렸다.


그러자 눈앞으로 돌이 쌓이며 두 노소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졌다.


그리고 그 직후 앞에서 야명주의 불빛과 함께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절그럭거리는 소리로 보아 철로 무장한 2인조로 보였다.


그 사내들의 가슴팍에는 삼각형 여섯 개가 기묘하게 꼬인 문양의 화상이 낙인처럼 박혀있었다.



“참내. 눈치도 기가 막히게 빠르구만. 하. 시팔.”


“그니까. 그년은 다음 공양일에 바쳐질 제물이 자기인 걸 어떻게 알았대?”


“낸들 아나. 좆같구만. 그년 참 맛있어 보였는데. 천선님들께 공양되기 전에 우리가 돌려가면서 맛 좀 볼 생각이었는데 하필..”


“내 생각엔 그 년 할애비가 눈치챈 게 틀림없어. 그 대장장이 할배놈말야. 이름이 야후였던가?”


“어 맞아. 제길. 다른 마을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했을 때 받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은혜도 모르기는. 후레년놈들.”



질끈.



노인이 만들어낸 벽 뒤에 숨어있던 여인이 입술을 깨물어 피가 흘렀다.


긴장해서 깨문 것이 아니다. 분노로 일그러진 처녀의 눈썹이 파들파들 떨렸다.



이내 두 사내는 그들이 찾는 노소가 일 장도 안 되는 거리에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지나쳐갔다.



발소리가 사라진 지 일 각 정도 흘렀을까.


잘그락거리며 흙 파는 소리가 들리더니 숨어있던 노소가 조심스럽게 벽을 빠져나왔다.



“후. 이 기물도 이걸로 끝이다. 다 썼어.”


“할부지. 그거 다시 얻을 순 없죠?”


“죽어있는 천인의 품에서 발견한 거다. 더는 없어.”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죠? 이미 이 주변 마을은 천인들 손아귀 안이에요. 갈 데가 없다구요.. 차라리 제가 제물이 돼서..”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간 겪은 고생이 많았던 듯 얼굴에 눌어붙어 있던 땟국물이 눈물에 녹아 같이 흘렀다.



“이놈!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에잉. 쯧.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노인네 살리려 제물이 된다니. 차라리 그럴 바에 천인놈 뒤통수에 칼빵 한 방 놓고 갈란다.”


“안 돼요! 천인들은.. 보셨잖아요.”


“그래. 목이 떨어져도 다시 붙지. 천인은 천인만 죽일 수 있다.”



노인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럼 놈의 거처가 나와.”


“놈이라뇨? 할아버지 지인이에요?”


“지인이라 할 수 있지. 너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제가 아는 사람은 다.. 화홍 할머니도, 구보 아저씨도..”



말을 잇지 못하고 또 눈물을 떨구는 여인.


노인은 여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지긋이 다독였다.



“자, 자. 진정해라. 혹시 여씨 부부 기억나니?”


“흐그윽.. 여씨 부부요..?”


“네가 태어난 마을에 살던 그 말쑥한 청년 말이다. 왜, 니가 맨날 나한테 결혼할 거라고 말했던 유부남 있잖아.”


 


그러자 갑자기 볼이 빨개지는 여인.



“아이, 언제적 일인데 그래요.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 설마?”


“그 설마가 맞다. 그 친구들, 마을을 나갈 때 나에게 딱 걸렸었지. 그때는 호되게 혼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선구안이 있었음이야.”


“저도 기억나는 것 같아요. 그때 같이 있었잖아요.”


“음, 그랬었나? 허허. 아무튼 그 청년 말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천인같단 말이지.”


“네에? 진짜요?”


“진짜다. 분명 같이 요수를 베고 가죽을 해체했는데 유독 그 청년의 검만은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또 아무리 걸어도 지치는 법이 없었지.”


“근데 그 자가 우리를 도와줄까요?”


“물론. 내 눈을 믿거라. 이 할애비가 사람 보는 눈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남지 않았느냐.”


“하지만..”


“쉿. 또 온다.”



절그럭. 절그럭.


수는 세 명. 좋지 않았다.



노인은 내심 애가 탔다.


손녀에게 호언은 했지만 도저히 청년의 은신처를 찾을 수가 없던 탓이었다.



청년이 사라진 경로에서 여인과 아기의 인분 따위를 추적해가며 근처까진 어떻게 온 것 같으나 청년이 말하던 은신처같은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곳에서 빙빙 돌기를 나흘은 되었을까.


마지막 생존 수단이던 신비한 호리병도 사라졌으니 남은 건 싸움 뿐이었다.


어짜피 이판사판이다. 제물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그게 그거니까.



노인은 조심스레 도끼를 손에 들었다.


여인 또한 어둠 속에 숨어 비수를 날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동굴의 골목을 돌아나온 병사가 두 노소와 눈이 마주쳤을 때.


쩌억!



고함을 지르려는 병사의 머리통 위로 노인의 도끼가 어둠을 갈랐다.



“적이다!”


“선두, 선두가 당했어!”



제일 앞서가던 병사가 당하자 재빠르게 대응하는 두 병사들.



“희아야, 앞은 내가 맡으마.”


“네, 할부지!”



챙!



“망할 노인네가!”



좁은 일자 통로인 탓에 병사가 내지른 검을 수월하게 막아 낸 야후.


늙었다고는 하나 대장장이로서의 근력이 있는 탓에 젊은 장정에게도 쉬이 밀리지 않았다.



푸슉!



“끄아아아아악!”



그 사이 여인이 던진 비도가 정밀하게 날아가 병사의 손목에 박혔다.



그때 좁은 통로에 막혀 앞으로 나오지 못하던 나머지 병사 하나가 노인에게 창을 찔러넣었다.



까앙!



하지만 거적떼기 안에 갑주를 받쳐 입고 있었던 탓에 비끄러져 나온 창.


동료의 뒤에서 내지른 공격이 실패한 탓에 두 병사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얽혀 쉬이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노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도끼를 내리쳐 앞에 서 있던 병사의 머리를 쪼갰다.



“히, 히익!”



남은 것은 하나.


병사는 겁먹은 눈을 떙그랗게 뜨며 연신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오지마! 오면, 오면 둘 다 죽는 거다!”



그러며 갑자기 품 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내는 병사.



“이건 천인님이 우리 번견들에게 나눠주신 물건이다. 그분들의 신비한 공능을 너도 알고 있겠지? 더 오면 이걸 삼켜버리겠다. 그럼 너도 죽고 나도 죽는거야.”



그에 여인이 발끈해 대꾸했다.



“애초에 우릴 추적해 온 건 니놈들이다. 천인의 개새끼들아.”


“닥쳐! 개같은 살인마들 같으니.. 누구 덕에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내의 발언에 여인은 순간 비도를 날릴 뻔 했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다.


저놈의 말마따나 천인들은 그들이 지닌 사소한 물건 하나조차도 지저인 수백을 가볍게 짓눌러 죽일 수 있을 만큼 차원이 다른 존재.


놈의 말이 진짜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알겠으니 닥치고 꺼져. 우린 갈 길을 갈 뿐이니까.”



그러자 슬금슬금 물러나는 병사.


그때, 운명의 장난인지 병사가 들고 있던 희미한 야명주에 여인의 모습이 살풋 비쳤다.



티 한 점 없는 백옥같은 피부와 오똑한 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아름다운 눈망울과 비단같은 머릿결.


여인은 남루한 행색에도 불과하고 생애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청초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내의 마음을 동하게 만든 것은 전투 중에 살짝 풀린 옷고름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분홍색 유륜이었다.


저 거대한 젖가슴을 손으로 틀어쥘 수만 있다면..



꿀꺽.



“거.. 거기 너.”


“...”


“너.. 계집. 대답해라.”


“꺼져.”



그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다시금 검은 구슬을 들어올리는 사내.



“이런 시팔. 야! 어디 천한 제물 따위가 천인님의 번견에게 말대꾸를 해?”



여인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그런 손녀의 기색을 읽었는지 도끼를 들고 앞에 나서는 노인.



“어디 고추쭉정이만도 못하게 생긴 강아지놈이.. 저리 안가?” 


“노인장. 그 여인을 나한테 넘겨라. 그럼 너만은 살려주지.”


“음, 자세히 말해 봐라.”



흥미가 동한다는 듯 도끼를 내려놓고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노인.



“옳지. 네놈은 그래도 말이 통하는구나. 그 여인을 다 뱃겨서 이리로 건네라. 안 그러면 이 번견단(番犬團)을 먹고 이년을 겁간해주는 수 밖···”



쐐액!



사내가 설명에 집중한 사이 여인의 비수가 사내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푸욱!



그러자 거품 빠지는 소리와 함께 목을 부여잡고 쓰러진 병사.



“제길. 시선 끌어줘서 고마워요 할부지.”


“무얼. 한 두번도 아니고. 퉤,”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침을 뱉어 귀를 씻어내는 노인.



“자, 시체에서 쓸 만한 것만 챙겨서 가자. 곧 이변이 생긴 걸 놈들이 눈치챌거다.”


“네. 알겠어요.” 



그러고 두 노소가 병사들의 시체로 다가서는 순간.



“그륵.. 그흐흐흐흑.”


돌연 피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비수를 목에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은 구슬을 입에 털어넣는 놈.



“이런, 희아야!”



그 행동에 섬짓함을 느낀 여인이 재빨리 비도를 던졌다.



푸욱!



하지만 병사는 비도가 박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은 구슬을 삼켰다.



우우웅!



그러자 전신의 근육이 부풀며 기괴한 풍선덩어리처럼 불어나는 사내.



“구르르륵. 구륵.”



인간의 모습도 버린 채 기괴한 살덩어리가 된 사내는 그대로 손인지 촉수인지 모를 살점을 주욱 늘려 두 노소를 향해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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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발리 왕 - 1 24.04.27 10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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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천계(天界) - 6 24.04.18 137 1 10쪽
19 천계(天界) - 5 24.04.15 131 2 9쪽
18 천계(天界) - 4 24.04.14 14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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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계(天界) - 1 24.04.09 18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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